스님의하루

2024.6.24 중국 현지답사 4일째, 청산리전투터, 통화, 심양
“명상을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동북아 역사기행을 재개하기 위해 중국 현지답사를 시작한 지 4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심양까지 가는 날이라 무리하지 않고 운전자가 충분히 휴식할 수 있게 해 준 후 느긋하게 출발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산책 삼아 연길에서 요즘 유명하다는 수상시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건물은 배 모양으로 만들었고, 바로 옆에 연집하 개울이 흘러 물 위의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이곳은 역사기행단이 매년 연길에서 묵을 때마다 아침 도시락을 사기 위해 가는 곳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지역 주민밖에 없는 한산한 시장이었는데, 최근에 아주 유명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영향인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아주 핫한 장소로 급부상했다고 합니다. 특히 조선족 음식과 한국 퓨전 음식이 인기였습니다.


역사기행 때마다 스님이 아침 죽을 사 먹기 위해 방문했던 죽집은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소셜 미디어 방송을 진행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특히 한글 간판이나 연길 지명이 아주 유행세를 탔습니다. 지명 자체를 광고로 쓸 정도였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9시 30분에 연길을 출발해 심양으로 향했습니다. 차는 연변대학교 앞을 지났습니다. 이곳도 연길에서 꼭 방문해야 될 핫한 장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류가 확산되면서 한국에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오히려 여기에서 터를 잡고 우리의 문화를 더욱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조선족들은 대부분 한국이나 타지로 떠나가 버린 상황이 안타깝게만 느껴졌습니다.

심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화룡과 이도백하, 통화, 무순을 지나가는 길입니다. 화룡을 지나는 길에 청산리 전투 승전탑을 잠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청산리까지 포장이 되어 시간은 많이 절약되었습니다.

5년 만에 청산리 전투 승전탑을 보니 감개무량했습니다. 대신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풀과 나무가 많이 자라 아래에서는 탑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갈 길이 멀어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화룡으로 나왔습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시장에서 냉면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역사기행단과 함께 갔던 순이냉면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제 심양까지 8시간 동안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스님은 운전하는 진신 님에게 수고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를 뒤로 하고 화룡 시내를 출발했습니다. 시내 주변으로 큰 건물들이 많이 들어선 것을 보고 스님이 말했습니다.

“연변의 8개 시와 현 중에 화룡이 가장 많이 변화한 도시 같네요.”

한참을 달려 신빈현 왕청문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신빈은 청태조 누르하치가 나라를 세운 곳으로 만주족에게는 성지입니다.

이윽고 해가 질 무렵에 무순시 남잡목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이곳은 요동에서 고구려 수도인 환인과 집안(集安)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길목이 되는 곳입니다.


무순은 역사에 여러 번 중요하게 등장하는 곳입니다. 지금도 동양 최대의 노천 석탄 광산이 있고, 화력발전소가 전기 생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혼하 중류인데, 고구려는 혼하 강물을 끼고 산성을 쌓았습니다. 건너편 산의 오른쪽 끝에 고구려 성터가 있습니다. 또 산 너머로는 부상하는 청나라가 쇠퇴하는 명과 전투를 해서 이긴 사르후 전투 전적지가 있습니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을 도와준 명을 돕기 위해 강홍립 부대를 보냈으나 환인 부근 들판에서 청의 기병대와 싸워 참패하게 됩니다.

또 차가 지나가는 옆의 마을에는 고구려 강이식 장군의 무덤을 알리는 거북이 비석받침이 있습니다. 게다가 물가 옆으로는 강이식 장군의 후신이라고 알려진 만주군벌 장작림의 무덤인 원수림이 있습니다.

차는 어느새 무순시 외곽을 지났습니다. 무순의 북쪽에는 고구려 당시 ’신성‘이라고 불렸던 고구려 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고려산성이란 지명을 지우기 위해 발음이 비슷한 고이산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무순을 지나 밤 8시가 되어서야 심양공항 외곽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아침 9시 30분부터 10시간 30분 동안 운전을 해 준 진신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긴 시간 운전하느라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4일 동안의 답사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명상을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요즘 들어 명상을 조금씩 해보려고 하는데요. 그러나 명상이 재미있는 것은 아니니까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유튜브를 보면 재미있는 것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명상을 하고 나면 도움이 확실히 되었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을 갖고 명상을 해야 좀 더 지속적으로 명상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떤 마음을 갖고 명상을 하면 명상이 아닙니다. 명상이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입니다. 생각이 없어야 명상이라고 해요. 생각이 있으면 그것은 사색입니다.”

“그렇죠. 그래서 명상할 때는 그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관찰하려고 하는데요.”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하는 것도 사색입니다. 그것은 명상이 아니고 망상이라고 그래요.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명상인데, 실제로 명상을 해보면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명상을 하지 않을 때보다 생각이 더 많이 떠올라요. 그럴 때 그런 생각에 구애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독서를 할 때 고요한 곳에 가서 독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시끄러운 곳에서도 독서에 집중을 하면 차 소리나 바깥소리 등이 안 들립니다. 그런 소리가 없어서 안 들리는 게 아니라 소리가 있는데도 들리지 않아요. 그것처럼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 알아차림에 집중하게 되면 머릿속에서는 엄마 생각이 떠올랐다가, 커피 생각이 떠올랐다가, 여자 생각이 떠올랐다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그에 따른 스토리를 만들어 내지는 않습니다.

망상이란 생각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엄마와 어디 어디 갔었지’, ‘내가 그때 이렇게 할 걸’ 하고 생각하는 것은 집중을 놓치고 생각에 끌려간 것입니다. 명상에서는 이것을 망상이라고 합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에 내가 막을 수가 없어요. 그러나 그 생각을 따라가서 스토리를 만들지는 않아야 합니다. 꼬리를 물고 따라가지 말아야 해요. 생각이 떠오르든지 말든지, 바깥에 차 소리가 들리든지 말든지,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들리든지 말든지, 어떤 것에도 상관하지 않아야 합니다. 고함 소리가 들릴 때 ‘저 사람이 왜 저러지?’,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저렇게 고함을 치고 그래’ 이렇게 스토리를 만들면 망상이 됩니다. 고함 소리는 그저 들릴 뿐 내가 호흡을 알아차리고 있으면 숨이 들어올 때 숨이 들어오는 줄 알고, 숨이 나갈 때는 숨이 나가는 줄 알게 됩니다. 화두를 참구 할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들면 ‘나는 누구인가?’ 여기에만 집중하는 것과 같습니다.

명상을 할 때 이런저런 생각은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러나 생각을 이어가는 것은 명상이 아닙니다. 생각을 이어가는 것은 망상이고 사색입니다. 여러분들이 명상할 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기울이고 있으면 앉아서 골똘히 생각하는 거예요. ‘방금 스님이 뭐라고 했지?’ 하면서 법륜 스님을 생각해도 망상이고, ‘부처님은 무아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하면서 부처님을 생각해도 망상입니다. 앉아서 법륜 스님의 건강을 걱정해도 그것은 망상을 피우는 것입니다.

생각이 없는 것이 명상의 목표이지만,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생각이 일어나지만 거기에 구애를 받지 않고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중국 답사를 모두 마치고 심양 공항을 출발하여 인천공항을 경유한 후 일본 오사카로 이동합니다. 일본에서는 3박 4일 동안 매일 강연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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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스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글이 감동적입니다

2024-06-29 11:17:44

정의웅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24-06-29 05:47:29

박철성

오늘도 생생명경 법문 감사히 잘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6-28 23: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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