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25 서원행자 수계식
“어떤 삶을 살아야 남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서원행자가 된 분들을 위해 수계식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했습니다.

오전 10시에는 정지영 영화감독님이 스님을 찾아와 새로 만드는 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11시에는 중앙일보 기자가 찾아와 용성조사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연달아 미팅을 한 후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부터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서원행자 수계식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수계를 받게 될 대중은 서원행자 교육과 자격 심사를 모두 통과한 38명의 대중들입니다. 다 함께 예불과 반야심경 봉독을 한 후 찬불가를 부르며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서원행자 추천자 교육 경과보고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2023년 11월 27일에 시작해서 2024년 3월 27일까지 부지런히 공부해 온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교육생을 대표하여 한 분의 수행담 발표를 듣고, 지부별 축하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모두가 서원행자가 새로 탄생하는 순간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향을 올린 후 모두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수계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의 서원행자가 되기 위해서 교육과정을 잘 이수하고 오늘 수계까지 받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죽어서 다음 생에 극락에 태어나기 위함도 아니고, 죽어서 다음 생에 부자가 되기 위함도 아니고, 살아생전에 출세하거나 유명 인사가 되기 위함도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전생 얘기도 아니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내생 얘기도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내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자랐는지 과거의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지금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괴로움, 번뇌, 스트레스, 속박 없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언가 도움을 받기 위한 길이 아니라 나 스스로 자립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길입니다.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사는 길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어지럽히기보다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아주는 삶, 세상을 어둡게 하기보다는 밝게 하는 삶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부처님은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인생을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올바른 지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나서 풍요롭게 살았지만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삶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물질적 풍요를 버리고 검소하게 살아가면서도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했고, 다른 사람들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의 희생 위에 자신의 안락한 삶을 누리는데, 부처님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자기 삶의 토대로 삼지 않고 오히려 검소하게 살면서 세상 사람들의 고뇌를 해결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부처님은 허황된 얘기가 아니라 진실을 말했습니다.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행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우리 또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도 부처님처럼 작지만 세상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고, 나에게는 덕이 되는 지혜로운 삶의 자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갖도록 한 것이 바로 다섯 가지 계율인 ‘오계’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오계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수행자가 남에게 존경을 받기 위해 지켜야 할 계율 세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존경받고,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작게나마 세상에서 말하는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인간의 기본 도리만 해서는 부족합니다. 기본 도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리더가 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 계율인 오계(五戒)에 덧붙여 세 가지를 더 유념해야 합니다.

어떤 삶을 살아야 남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요?

첫째, 나에게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돈이 없어서 검소하게 사는 것은 저절로 되는 일입니다. 물론 돈이 없는데 많이 쓰고 싶어서 돈에 껄떡거리면 괴롭기 때문에 그런 삶은 멀리해야 합니다. 반면, 돈이 있는 사람이 돈을 쓰는 것은 당장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구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비가 늘어나면 기후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킵니다. 결국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은 기후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자연 생태계의 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소비는 인류 전체로 볼 때 인류가 공동으로 나누어야 할 재화를 혼자서 몇 백 인 분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지구 저편에서 빈곤한 삶을 사는 사람을 양산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사치스러운 삶은 주변의 보통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하고,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줍니다. 또한 내가 과소비를 함으로써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과소비가 습관이 되면 결국 과소비를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과소비에는 이러한 부작용들이 있습니다. 비록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쳐서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만, 과소비와 사치는 세상에 많은 해악을 불러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치하지 말고 검소하게 살라고 하는 것입니다.

둘째, 설령 지위가 높거나 유명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해야 합니다. 이것을 겸손한 자세라고 합니다. 수행자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합니다. 교만한 행동은 자신에게 속아서 나오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교만한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며, 열등감을 심어 주고, 마음에 상처를 줍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늘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합니다.

셋째, 마음이 들뜨는 즐거움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기분 좋음을 추구합니다. ‘기분이 좋다’, ‘기분을 내자’, ‘기분을 풀자’ 이런 말은 다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분 좋음을 행복으로 삼으면 필연적으로 기분 나쁨이라는 불행을 초래하게 됩니다. 결국 고통과 즐거움이 반복되는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즐거움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은 그 기쁨이 지속 가능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이 들뜨는 즐거움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향락을 즐기지 말라’입니다.

이 세 가지를 지켜나갈 때 비로소 대중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그 사람을 떠올릴 때 ‘그는 검소하게 생활하고, 그는 모든 사람에게 겸손하며, 그는 언제나 마음이 차분한 상태에 있다’라고 생각할 정도의 언행을 갖추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거기에 더해 지혜로움이 있어야 하고, 걸림 없는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남을 해치지 않는 선함과 청정함이 있어야 하고, 남을 무시하지 않는 겸손함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바탕 위에 지혜와 자유로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대중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고,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며, 사람들은 그의 말을 신뢰하게 됩니다.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길을 가는 사람

정토회의 서원행자가 된다는 것은 이러한 삶을 목표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심행자가 되는 것이 적어도 남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남을 해치거나,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서원행자가 되는 것은 그것을 넘어서서 세상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심행자는 적어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서원행자는 세상을 좋은 영향으로 물들이는 사람입니다. 서원행자는 이 땅을 좋은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원을 세운 사람이고, 그렇게 되도록 실천하겠다고 맹세한 사람입니다. 내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뿐만 아니라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자립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발심행자라면, 그것을 넘어서서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삶을 살겠다고 맹세한 사람이 서원행자입니다.

서원행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내었다면, 세상을 위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그 길을 속박이나 구속으로 느끼고 참으며 사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 길을 가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넘어지더라도 벌떡 일어나서 다시 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정토회에서 서원행자가 되면 행정적으로 팀장, 지회장 또는 모둠장의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경험이 쌓이면 지부장이나 법사의 역할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서원행자는 정토회의 가장 핵심이 되는 사람,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서원행자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 한번 새기면 좋겠습니다.”

수계자들은 계율을 울타리 삼아 자신을 정화해 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모두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아 호궤 합장 자세를 하고 법사님들로부터 연비를 받고 참회를 했습니다. 따끔한 찰나에 모든 죄업이 사라지기를 발원했습니다.


참회와 연비를 마친 대중들은 이제 서원행자가 되어 계율을 청정히 지키는 삶을 살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한 사람씩 꽃을 헌화하며 다시 한번 계율을 청정히 지킬 것을 다짐했습니다.




스님은 수계를 받은 대중을 위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그동안은 어리석은 마음으로 내 인생도 하나도 제대로 못 살아 죽네 사네 아우성치며 남을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만나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가 지은 인연의 과보임을 알고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또한 지금 지은 인연의 과보를 미래에 받을 것임을 알아 말과 행동을 더욱 조심하여 미래에는 지금과 같이 무거운 과보를 받는 어리석은 삶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살다가 부처님의 법을 만나 비로소 밝은 얼굴로 살아가는 삶을 찾았습니다. 앞으로도 수행 정진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은혜가 너무나 크기에 이 은혜를 대중들에게 되갚는 삶을 살고자 이렇게 원을 세웁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법을 전하겠습니다. 이 세상을 정토 사회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서 내게 주어진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해나가겠습니다.

오늘 수계를 받은 인연 공덕으로 육신은 건강하고 정신은 맑으며 원은 굳건하여 우리가 세운 원이 성취될 수 있게 하여지이다. 또한 이렇게 큰 원을 세운 공덕을 일체중생에게 회향하오니 고통받는 중생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축원 기도가 끝나고 수계첩을 수여했습니다.


수계 대중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님에게 꽃을 선물하고, 바른 길로 인도해 준 것에 대해 삼배를 올렸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수계 법회를 마친 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개인은 행복하고 세상은 평화로운 정토세상을 만들겠다고 서원한 38명의 서원행자가 새로 탄생했습니다.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수계 대중은 2부 프로그램을 이어나갔습니다. 2부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수계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수행담 발표를 듣고 난 후 지부별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이어갔습니다. 오후 4시 30분에는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님이 스님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6월 말에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날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스님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오후 5시 30분에는 6.13만인대법회 행사 준비와 관련하여 논의를 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7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차로 4시간을 달려 밤 11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 생방송을 한 후 하루 종일 베트남에서 온 청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감자를 수확하는 일을 함께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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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

저희들의 등불이십니다.
늘 건강하세요.

2024-06-05 13:56:58

오늘도행복

감사합니다.

2024-05-30 11:28:34

유기환

YouTube 유기환
다음카페 건강하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카페지기입니다. 연탄장사 20년 부동산 중개업 하였습니다.
89세입니다
참으로 좋은 글을 만났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상사람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싸움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겠다는 생각이 됩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삶이 불행한 삶이 되는 것 같습니다.

2024-05-30 02: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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