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3.9 정토회 제8차 법사 수계식, 서원행자 교육, 통일의병 간담회
“암 진단을 받았는데,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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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제8차 법사 수계식이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전 7시에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한 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전 10시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열리는 법사 수계식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수계식은 3부로 나눠서 1부는 고불의식, 2부는 수계식, 3부는 축하인사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오늘 수계를 받을 19명의 행자님들이 9시부터 고불의식을 했습니다. 고불의식을 여법하게 잘 마친 후 잠시 휴식하고 10시에 법사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수계를 받는 행자님들과 인연이 있는 가족들, 도반들이 200여 명이나 참석해 함께 축하해 주었습니다.

먼저 19명의 행자님들이 지난 1년 동안 교육을 받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고, 두 명의 행자님의 법사 교육 소감문 발표를 들었습니다. 이어서 삼귀의, 반야심경, 찬불가를 부르고, 향을 사르어 삼보를 찬탄한 후 수계 법사를 청했습니다.




청법가를 부르고, 법을 청하는 삼배를 하자, 스님이 수계의 의미에 대해 설법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의 법사가 되면 받게 되는 팔계, 십선계, 대승보살계, 정토회 40 계본이 갖는 의미를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부처님의 법은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히말라야 산기슭 카필라바스투라는 나라의 왕자로 태어나신 부처님은 출가하시고 수행자가 되신 후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렇게 불법(佛法)은 열반과 해탈을 성취하신 고타마 붓다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그 후 부처님의 법은 제자들을 거쳐 이어지고, 이어지고, 또 널리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2600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불법

때로는 법을 믿고 따르면 아픈 몸이 낫고, 부자가 되고, 지위가 높아지는 등의 복을 구하는 마음과 결합하여 지혜로운 붓다가 능력자 붓다로 잘못 인식되면서 불교라는 종교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붓다의 가르침을 정리하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철학과 학문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가르침을 듣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좋은 양약의 위상을 잃어갔습니다. 그러자 눈 밝은 이들이 다시 나타나서 ‘이것은 붓다담마가 아니다’ 하며 새로운 불교운동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대승불교’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시작된 대승불교마저도 세월이 흐르면서 세속적인 요구와 사회적 현상을 받아들이며 종교화되고 철학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초기 불교보다 더 전통 종교의 모습을 띄기도 했고, 더 철학적으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또 눈 밝은 이가 ‘이것은 붓다담마가 아니다’ 하며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것이 중국에서 일어난 선(禪)불교 운동입니다. 선불교는 붓다의 원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단순 명쾌하게 전달하여 세상의 빛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불교 역시 종교화와 학문화의 길을 걸어가며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계승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절인연이 닿으면 이것이 한 시대에 꽃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시절인연이 좋지 않으면 긴 동면의 시간을 거치기도 하면서 부처님의 정법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오늘에 이르러 우리는 다시 부처님의 가르침인 붓다담마로 돌아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치유하는 양약으로 투여하려고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 땅에 다시금 실현하고자 합니다.

법사는 역사성을 계승하는 사람

이번에 법사 수계를 받으신 분들은 단순히 불교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이 바른 법을 계승한 사람들입니다. 부처님의 정법을 계승하는 사람들이 곧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는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자기 스스로를 고뇌로부터 해방시켜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나아가 법사라면 수행자 중에서도 자기 해탈뿐만 아니라 타인의 수행도 도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즉,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이 법을 널리 양약으로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법사입니다.

첫 번째 일어난 것이 초기 불교이고, 두 번째 일어난 것이 대승불교이고, 세 번째 일어난 것이 선불교인데, 각각 붓다담마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세속의 종교와 철학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네 번째로 본래의 가르침을 회복하려는 것입니다.

초기 불교, 대승불교, 선불교를 오늘날 세속의 학문에 비유해서 설명한다면 초기 불교는 기초 과학과 같고, 대승불교는 응용 과학과 같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응용이 되는데, 기초 없이 응용만 하게 되면 지속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기초과학만 있고 응용과학이 발달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유용하게 쓰는 데 부족함이 있습니다.

선불교는 학문에 비유한다면 수학과 같습니다. 기초과학보다 더 근본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실생활에 거의 무용지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과학의 기본 바탕이 됩니다. 우리는 수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기초과학인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탄탄히 연구해서 온갖 응용과학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우리 선배들이 과거에 겪었던 문제의식과 실패를 외면하지 말고, 그것마저도 우리의 자산으로 삼아야 합니다. 과거를 부정하지 말고 계승해야 합니다. 계승한다는 것은 거품은 걷어내고 진실은 이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들이 응용과학이나 생활과학만 하는 것으로는 법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가 어렵습니다. 한 사람이 수행자가 되는 데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의 수행을 도와주는 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초가 튼튼해야 합니다. 법사로서 수많은 다양한 상황에 인연 따라 접근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기초 없이는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도식적으로 대응하게 되어 또다시 종교화와 학문화의 길로 변질되어 갈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공부해 온 것과 활동해 온 것을 바탕으로 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자기 체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는 것 몇 가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증득을 해서 마음에 흔들림이 적어야 합니다. 또, 흔들리는 일이 생기더라도 뿌리는 두고 가지만 흔들려야지, 뿌리째 흔들리게 되면 법사로서의 생명이 다하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계를 받는 것은 이러한 역사성을 계승하는 일입니다. 2,600년 전 인간을 고뇌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한 고타마 붓다의 법을 계승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간 2,600년의 역사 또한 계승하는 것입니다. 그 바탕 위에 오늘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새로운 길이 있습니다.

비록 미완성이었지만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방향을 시도하신 분이 용성조사님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용성조사님의 문제의식을 계승하고, 그것을 현실 속에서 실현해 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남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법사가 되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만해야 합니다. 존경심이 없으면 그를 바른 길로 이끄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오계 외에도 세 가지를 더 지켜야 합니다. 이것을 오계와 합쳐서 팔계라고 합니다.

첫째, 내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더라도 수행자로서 최소한의 소비를 하고 살아야 합니다. 즉 검소하게 살고 사치하지 말아야 합니다. 재물이 없어서 가난하게 사는 것은 ‘극빈’이라고 합니다. 재물이 있는데도 가난하게 사는 것은 깨끗한 가난이라고 해서 ‘청빈’이라고 합니다. 출가수행자는 청빈한 자입니다. 가난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살면 가장 좋지만 적어도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가족을 거느리고 사니까 이 계율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가족이 나를 따라서 같이 살아주면 좋지만, 부부나 자식이라 하더라도 각자 개별적인 인생이니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도 나는 검소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법사가 약간 사치를 하면 남을 해치는 건 아니지만 누가 봐도 비난이 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말을 할 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둘째,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교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법사가 목과 어깨에 힘을 주고 잘난 체하는 것은 수행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왕이라든지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적어도 수행자라면 대중에게 평등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지위나 재물, 인기나 지식을 나로 삼아서 뭐가 된 척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동시에 당당해야 합니다. 내가 비록 밥을 얻어먹고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살아도 수행자라면 이 세상 누구에게도 비굴하지 않는 당당함이 있어야 합니다. 당당하다는 것이 교만으로 흘러가도 안 되고, 겸손하다는 것이 비굴로 흘러가도 안 됩니다. 당당하되 겸손해야 합니다.

셋째, 향락을 즐기지 않아야 합니다. 세속에서는 즐거움이란 게 중요하죠. 그러나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입니다. 특히 ‘이야, 기분이다’ 하면서 들뜨는 마음은 나중에 큰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소를 짓는 즐거움은 괜찮지만 기분을 내는 즐거움은 수행자의 자세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마음이 고요적정해야 하고, 즐거움이 있더라도 잔잔한 호수의 물결과 같아야 합니다.

‘법사님이 수행자로서 다르긴 다르구나. 사는 것을 보니 검소하게 살고, 태도를 보니 당당하되 겸손하고, 마음을 보니 늘 차분하고 고요하구나’

사람들이 이렇게 느낄 때 이 좋은 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양약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법사 수계를 받는다는 것은 기본계율 8계를 받는 것이고, 대승불교의 10중 대계와 48 경계를 받는 것이고, 정토회의 40 계를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분들은 법사로서 자기 수행을 할 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법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으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역대 선지식들이 면면히 이어온 법맥, 즉, 법의 줄기입니다. 우리 중에 다 죽고 한 명이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바로 그 한 명이 이 법을 세상에 다시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사는 바로 그런 전법의 DNA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어서 수계 대중은 목탁 소리에 맞추어 오랜 세월 동안 지은 허물을 삼보님께 참회했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겠나이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앉아 호궤합장 자세를 하고 연비를 받았습니다.

참회와 연비를 잘 마치고 계를 받을 준비가 끝나자 스님이 팔계와 40 계본의 조목 하나하나를 설하고 지킬 것을 물었습니다. 수계 대중은 ‘잘 지키겠습니다’ 하고 약속했습니다.


19명의 행자들은 차례로 나와 꽃을 상단 위에 올리고 삼배를 한 후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계율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원을 세워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을 세운 19명의 행자들을 위해 스님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 대원본존 지장보살님, 오늘 법사가 되고자 서원한 한 분 한 분의 큰 원을 받아주시고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큰마음 내어 발원하지만 살다가 퇴굴심(退屈心)이 일어나 주저하거나 망설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외면하지 마시고, 저희를 격려하고 이끌어주셔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법사로서의 자기 직분과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늘 옹호하여 주옵소서. 이 공덕으로 목마른 자에게는 물이, 배고픈 자에게는 양식이, 병든 자에게는 약이 제공되고,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바가 되어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그리고 수계첩과 발우를 수여했습니다. 수계를 받는 한 분 한 분에게 스님이 법호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이번에 법사가 되신 분들의 법호는 19명 모두 ‘법(法)’자가 들어 있습니다. 이 좋은 법을 바로 알고 널리 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수계를 해준 스님에게 행자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을 올렸습니다.

다음은 정토행자를 대표하여 전해종 정토회 대표님과 대중법사단을 대표하여 향취 법사님이 새로 법사가 되신 분들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지부에서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축하 공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후배들은 어둠을 밝히는 존재가 된 선배들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우리가 어느 별에서’ 노래를 아름다운 화음을 넣어 불렀습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했기에
이토록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나
저문 바닷가에 홀로 어둠 밝히는 그대
그대와 나 그대와 나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그동안 함께 활동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수계를 받은 행자님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사홍서원으로 법사 수계식을 마친 후 참석한 모든 분들이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수계를 받은 19명의 행자님들을 위해서는 특별히 일대일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수계식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서원행자 추천자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교육생 40명이 그룹장, 돕는이들과 함께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서원행자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먼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석 달 정도 서원행자교육을 받았는데, 어떠셨나요? 서원행자는 정토회에서 구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원행자 교육을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서원행자가 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비중 있는 소임을 맡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서원행자가 되면 대중들이 큰 책임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봅니다. 그래서 교육생 여러분들은 서원행자 교육도 잘 받을 뿐만 아니라 봉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마음가짐을 다잡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많은 질문이 있었는데요. 그중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서원행자 교육을 받는 중에 암 진단을 받았다며 어떻게 기도하고 수행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암 진단을 받았는데,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저는 서원행자 교육을 받는 중에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도하면서 혹시나 내가 병으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과 공포가 일어납니다. 그럴 때 ‘부처님, 하느님, 관세음보살님 저 좀 살려주세요’ 하고 매달리는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도 다시 참회 기도를 했다가 감사 기도를 했다가 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병이 있는 수행자는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죽음에 대한 의미 부여를 너무 많이 합니다. 죽음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고, 두려워하는 마음도 큽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나 죽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암에 대해서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암은 생각보다 큰 병이 아닙니다. 조기에 암이 발견되어 수술하고 적절하게 항암치료를 받는다면 다시 발병할 위험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암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 시대에 암은 그리 큰 병이 아닙니다. 치료비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만약 말기암 환자가 되어서 온갖 치료를 다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면서 고액의 암치료를 받는다면 돈이 많이 들겠지만 일반적인 암 치료에는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암을 좀 가볍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은 암이 발병한 상태에서 몸을 무리하게 쓰라고 하는 뜻이 아닙니다. 암에 대해 실제보다 훨씬 큰 병으로 생각하면서 두려워하는 것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암이 발견되면 무작정 ‘죽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거나, ‘암이니까 이것도 못 하고, 저것도 못 한다’ 하고 지나치게 조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검진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는 것보다 발견이 된 것이 좋은 일입니다. 발견이 안 되어 암이 더 커지면 큰일이죠. 암이 1기나 2기에서 일찍 발견되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행운입니다.

우리는 모두 암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암세포는 어느 정도 자라야 발견이 됩니다. 돌연변이 세포 한 개가 암세포가 되었다고 해서 금세 발견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깨알만큼의 크기가 되는 것도 암세포 수천만 개가 모여야 합니다. 깨알만큼의 암세포도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춰야 발견이 되지 그전까지는 발견이 어렵습니다. 그런 암세포는 우리 모두 다 가지고 있습니다. 살면서 저절로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암세포가 자리를 잡아서 커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발견됩니다. 요즘은 암을 치료하는 기술과 방법이 많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서 제거하면 됩니다. 다만 췌장암과 같이 발견하기 어려운 암은 어렵습니다. 이런 암은 발견했다고 하면 이미 암의 진행이 4기까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발견하기 어려운 암에 걸리면 살 수 있는 확률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암 발병률이 늘어나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우리가 오래 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의 평균 수명이 60살 정도라고 한다면 암 환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식문화(食文化)의 변화입니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 들어간 인스턴트식품을 예전보다 많이 섭취하는 것도 암 발병률을 늘어나게 하는 요인입니다. 셋째, 암 진단율이 높아졌습니다. 예전이면 10명 중 2명만 발견할 것을 7명까지 발견할 정도로 암의 조기 발견 기술이 늘었습니다.

그러니 암 진단을 받았다는 것 자체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암 치료는 항생제와 같은 약품을 써서 세균을 없애는 방식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라서 전반적인 생활 관리가 필요하겠죠. 가능하면 자극적인 음식을 덜 먹고, 무리하지 않는 생활과 식이요법 등 생활 관리를 하면서 병원 치료를 받으면 암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지금도 잘 살아 있으니 ‘암을 일찍 발견해서 좀 더 살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감사의 기도를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갈팡질팡하면서 매달리는 기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만하기를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기도를 하는 것이 심리가 안정되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소임, 정토회, 서원행자, 교육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니 오후 4시가 다 되었습니다. 교육생 모두 서원행자로서의 관점을 분명하게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오후 4시부터 평화재단 통일의병과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했습니다. 다가오는 6월 13일에 국민대법회를 앞두고 통일의병들도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 발전을 기원하며 다 같이 행사에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통일의병 중에는 행사의 취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서 스님의 설명을 듣고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외에도 긴장이 고조되는 남북관계, 4.10 총선, 역사를 다룬 영화와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5시가 넘어서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부탄 지속가능한 개발과 관련하여 실무자들과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6.13 국민대법회 준비위원회와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한 후, 저녁에는 인천공항으로 이동하여 밤 비행기로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0/200

이현주

감사합니다

2024-03-28 11:51:45

드림하이

‘이만하기를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기도를 하는 것이 심리가 안정되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2024-03-28 03:42:42

드림하이

시절인연이 닿으면 이것이 한 시대에 꽃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시절인연이 좋지 않으면 긴 동면의 시간을 거치기도 하면서 부처님의 정법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오늘에 이르러 우리는 다시 부처님의 가르침인 붓다담마로 돌아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치유하는 양약으로 투여하려고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 땅에 다시금 실현하고자 .

2024-03-28 03: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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