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2.13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2일째, 까따블라란 초등학교 증축 준공식
“수업 중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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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 지 2일째 날입니다.

어젯밤 발렌시아에서 숙박을 한 스님과 JTS 방문단은 오늘 아침 5시 50분에 발렌시아를 출발해 준공식이 열리는 까따블라란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50분 쯤 간 뒤 까방라산에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차량 교체를 하기 위해 까방라산 군청으로 갔습니다. 여기서부터 까따블라란 초등학교까지는 길이 험하기 때문에 버스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트럭으로 갈아탄 후 스님이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처음 이 학교를 지을 때는 군청에서 학교까지 가기 위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토바이 타고 가야 했어요. 건축 자재를 운반할 때도 전부 오토바이로 날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군청에서 비포장도로를 닦아주는 바람에 이렇게 트럭에 앉아서 가는 호사를 누리네요. 운이 좋았으면 여러분도 오토바이를 한번 타보는 건데, 다들 운이 별로 없나 봅니다.” (웃음)

군청에서 이동 차량을 제공해 주어서 모두가 트럭에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렸습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 동안 달려 9시에 까따블라란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까방라산 군수님을 비롯한 지역 관계자들이 스님과 JTS 방문단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먼저 이원주 대표님의 안내로 증축한 교실 곳곳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여기는 화장실을 새로 지었는데 화장실과 학교를 지은 지대가 높낮이 차이가 커서 화장실로 가는 길에 계단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칠판은 오목렌즈처럼 둥글게 휘어진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창가에 앉은 아이들도 칠판이 보이도록 잘 만들었네요. 그런데 너무 칠판이 앞으로 튀어나와서 혹시 아이들이 칠판에 부딪혀서 다칠까봐 걱정이네요. 한번 보완을 해주세요.”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본 후 JTS 방문단과 군청 내빈, 교육청 내빈, 마을 이장님 등이 한 줄로 서서 리본 컷팅식과 제막식을 했습니다.

“원, 투, 쓰리!”


마을주민들과 학부모들은 크게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토니 대주교님이 가톨릭 방식으로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대주교님은 성수를 손에 들고 새 교실과 화장실 칸칸마다 이동하며 축원 의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마을 주민들과 JTS방문단 모두 임시로 설치해 둔 천막 아래에서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사람들은 내리는 비를 축복이라며 기뻐했습니다. 바랑가이 캡틴(이장님)이 JTS방문단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한 후 까따블라란 초등학교 재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냄비를 나무 작대기로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학생들이 전통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JTS 이원주 대표님이 경과보고를 했습니다. "작년에 스님과 JTS방문단이 학용품 지원을 위해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군수님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정성스럽게 환대를 해주면서 학교가 생기고 도로가 닦인 후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 교실이 부족하니 교실을 더 지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열정적인 군수님의 모습을 보니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겼고, 올해 3월에 기공식을 하고 학교 증축을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증서 및 키, 시계 전달식을 했습니다. 스님이 군수님에게 증서를 전달하고, 박지나 JTS 대표님이 키를 부키드논주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시계는 이원주 대표님이 교사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박수를 치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앞으로 나와 축사를 했습니다. 먼저 학교를 완공하기까지 수고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오늘 까따블라란 초등학교 증축 준공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먼 곳까지 축하해주기 위해서 오신 전 가가얀데오르 안토니오 네레스마 대주교님을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주교님께서 오늘 축복의 기도를 해주셔서 앞으로 학교도 발전하고 여러분들도 공부를 잘하게 될 겁니다.

작년에 제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학교 증축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신 까방라산 군수님께서 학교를 짓는 동안 다섯 번이나 방문을 해주셨고, 아주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군수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또 이곳 오지까지 좋은 도로를 내주신 군 관계자 여러분께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이 먼 곳까지 축하해주기 위해 오신 부키드논주 교육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건축공사를 책임지고 감독해 주신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과 우리를 처음 이곳으로 안내해 준 도동과 트렐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몇 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학생 여러분 그리고 학부모 여러분, 학교가 새로 지어져서 기쁩니까?”

“YES!”

“새로 지어진 교실 못지않게 학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매우 중요합니다. 선생님들께도 감사 인사를 한번 해주세요. (박수)

학생 여러분,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학교에 와야 해요? 안 와야 해요?”

“와야 해요!”

“그래요. 공부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앞으로도 계속 지원해 주겠습니다. 이 학교를 짓는 데 함께 한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원해 주겠다는 말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크게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이 자리로 들어가고, 다음은 까방라산 군수님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My heart is full...”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군수님은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눈물을 삼킨 후 군수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까따블라란 주민들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꿈은 JTS의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었습니다. 교실 3칸을 더 짓는 것은 교육뿐만 아니라 평화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지역 정부와 JTS, 여러 단체가 함께 협력해서 노력한 덕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아이들의 꿈을 실현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까방라산 군수님의 열정적인 감사 인사에 JTS방문단도 큰 박수로 답례를 했습니다.

이어서 부키드논주 교육감의 답사를 한 후 마지막으로 부군수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학부모 여러분은 이제 걱정하지 말고 아이를 많이 낳으세요. 스님이 아이들을 계속 공부시켜 준다고 했으니까요.” (웃음)

부군수님의 이야기에 모두가 크게 웃으며 기뻐했습니다.

축하의 분위기 속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Thank you so much, JTS! 까따블라란!”

마지막으로 학교 뒷마당으로 이동하여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삽으로 나무를 심으며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다 함께 기원했습니다.

간단하게 다과를 먹은 후 서둘러 차에 올라 다음 준공식이 열리는 까방라산 중앙초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을 달린 후 까방라산 중앙초등학교에 도착하여 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JTS가 이곳에 지은 학교는 장애인 특수학교(SPED)입니다. 다른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었고, 특수학교 학생들 34명이 의자에 앉아 스님과 JTS 방문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새로 지은 학교를 둘러보며 보완할 점이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에도 들어가 학생들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곧 내빈들이 모두 도착하자 11시 50분에 리본 컷팅식과 제막식을 했습니다.


토니 대주교님이 축원을 해준 후 성수를 들고 교실 3칸을 돌며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특수학교 학생들이 앞으로 나와 필리핀 국가를 수화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를 부른 후 모두가 자리에 앉자, 바랑가이 캡틴(이장님)이 환영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이 학교가 지어지기까지의 경과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는 많은 장애 아동이 있지만 시설의 미비로 초등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을 받는 아동조차 일반 학생들의 학급에 함께 뒤섞여 있어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장애인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장애 아동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수학교(SPED)를 지어달라는 요청이 여러 번 있었고, JTS에서는 현지답사를 한 결과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 아동을 실제로 확인한 후 까방라산 군의 중앙초등학교 한 켠에 특수학교(SPED) 교실 3칸을 짓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까방라산 군수에게 준공 증서를 전달하고, 박지나 JTS 대표님이 부키드논주 교육감에게 준공 기념 키를 전달하고, 이원주 필리핀JTS 대표님이 교사들에게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오늘 까방라산 군의 장애인 특수 학교 준공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축하해주기 위해서 토니 대주교님과 군수님, 그리고 교육감님, 교장 선생님 등 많은 내외빈이 참석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제때 공부해야 합니다. 성별, 종교, 인종, 장애의 유무를 떠나서 모든 아이는 제때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는 그동안 고산 지대나 분쟁 지역과 같이 교육의 기회를 얻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를 지어 왔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교육의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이곳 까방라산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짓게 되었습니다.

장애는 열등한 것이 아니라 다만 불편할 뿐입니다.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비장애인보다 약간의 노력이 더 필요한 뿐입니다. 학생 여러분들이 비록 장애로 인해서 생활의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장애를 극복해 나간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의 부모님은 아이들 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애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게 되면 불편함을 서서히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로 인한 불편을 극복할 수 있는 특수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려면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특수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선생님들이 필요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교육감님과 교장 선생님께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특수학교에서 장애 아동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들을 많이 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부모와 학생, 선생님이 한마음이 되었을 때 비로소 교육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JTS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돕겠습니다.”


이어서 토니 대주교님이 답사를 한 후 특수학교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청각장애, 다운증후군, 지체장애, 뇌성마비, 자폐스펙트럼, 언어장애 등 서로 다른 장애를 갖는 학생들은 음악이 흘러나오자 자기 나름대로 신나게 율동을 표현했습니다.


군수님, 교육감님, 부군수님의 답사가 이어졌습니다. 감사패 증정식을 한 후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이어서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Let’s hope the children grow up well.”

새로 지은 특수학교 건물 앞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준공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까방라산!”


넓은 강당으로 이동하여 선생님들이 정성껏 준비해 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선생님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며 JTS 방문단에게 노래 공연을 즉석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기타 연주에 맞춰 신나는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JTS 방문단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자 아이들도 준비한 공연이 있다며 교실로 JTS 방문단을 데려갔습니다. 선생님이 음악을 틀자 아이들이 다양한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춤을 춘 후 “Thank you, JTS” 라고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교실을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수밀라오로 향했습니다.



차로 1시간 2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수밀라오 장애인 특수학교(SPED)입니다. 이 학교는 2016년에 성남시청으로부터 건축자재비를 지원받아 건축하였고, 장애 아동을 위한 기숙사는 이원주 대표님 부부가 전액 기부하여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학교와 기숙사가 완공이 된 이후에도 운영이 원활하게 되도록 JTS에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지원을 해왔습니다.

교실을 둘러본 후 기숙사에 들어서자, 선생님과 아이들이 ‘Welcome’이라는 푯말을 들고 JTS방문단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환영사를 한 후 선생님들이 수밀라오 특수학교가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 명 한 명 사진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학생은 수밀라오 특수학교에서 4년을 배운 후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숫자를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창고를 관리하는 회사에 취직하여 지금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 학생도 글자와 숫자를 읽을 줄 몰랐는데 학교를 졸업한 후 델몬트 농장에서 수확하는 일을 하며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졸업생 한 명 한 명의 사례가 소개될 때마다 JTS 방문단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얼핏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 아동들의 삶이 달라진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JTS방문단 모두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수밀라오!”

잠시 다과 시간을 가지며 서로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JTS 방문단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시내에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러 가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일찍 JTS센터로 들어가셔서 쉬세요. 저는 법회를 하고 밤늦게 들어갈게요.”

떠나기 전, 토니 대주교님이 스님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내일까지 준공식을 모두 참석하고 싶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며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토니 대주교님을 배웅한 후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마놀로폴티치 시내에 위치한 초등학교 건물에 도착해 수행법회 생방송 준비를 했습니다.


건물이 도로변에 있는 데다가 창문을 닫을 수 없도록 만든 건물이어서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가 계속 났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곳곳에서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방송을 하기에는 적당하지가 않았지만 인터넷 속도가 그나마 빠른 곳이어서 방송 송출은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 30분이 되자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필리핀 민다나오에 와 있습니다. JTS에서는 올해 필리핀 민다나오에 4개의 학교를 지었습니다. 산간의 오지마을에 초등학교를 1개 짓고, 장애인 학교를 2개 짓고. 고등학교를 1개 지었습니다. JTS에서 민다나오의 산간마을에 지금까지 여러 개의 초등학교를 지었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다닐 고등학교가 없어서 이번에는 고등학교를 짓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제가 민다나오를 방문했을 때 학교를 새로 지어달라고 제안을 받은 곳 중에서 네 곳을 선정해서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 등 활동가들이 지역 정부와 협력하여 학교를 완공했습니다.

JTS센터는 오지에 있어서 인터넷이 안 됩니다. 그래서 인터넷이 되는 읍내에 내려와 사무실을 하나 빌려서 방송을 하는 중입니다. 필리핀이 가톨릭 국가이다 보니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축제 연습을 해서 도로변이 엄청나게 시끄럽네요. 거리가 온통 신이 났어요. 방송 중에 소음이 들리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스님이 3일 동안 김장을 했던 모습과 지난 주말에 정토회 회원들이 봉사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김장을 다 마쳤습니다. 두북수련원뿐만 아니라 전국 으뜸절마다 김장을 한다고 모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지역아동센터 교사인데, 아이가 수업 중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수업 중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저는 지역아동센터 교사입니다. 제가 담당하던 아동 중 한 명이 한부모 가정의 아이입니다. 수업 시간에도 계속 버릇없는 언행을 자주 보여서 마음 수업도 하는데 계속 장난으로만 일관합니다. 센터에서도 친구들과 다툼이 잦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그 아동에게 스트레스가 많은지 물어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자기 일 외에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으니 너무 방어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되고, 엄마나 동생들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만 해라. 너는 똑똑하니 잘할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해주었는데, 아이는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그런 행동이 여전합니다. 제가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두 가지 극단을 피해야 합니다. 첫째, 내 말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중된 생각입니다. 둘째, 내 말을 아이가 잘 듣는다고 해서 아이가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중된 생각입니다. 아이가 가진 기본 성질은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성격이나 성향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럼 전혀 안 바뀌느냐? 그건 아니에요. 첫째, 바뀔 가능성은 있습니다. 둘째, 현실은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알고 있어야 합니다. 바뀔 수는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되 금방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이 관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아이의 태도에 따라서 내가 자꾸 아이를 좋게 봤다가 나쁘게 봤다가, 좋아했다가 미워했다가 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사랑으로 가득 차서 감정적으로 들떠도 안 되고,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냉랭해서 내치는 마음이어도 안 됩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제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그 이유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어서도 안 됩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아이를 조사해 보니까 한부모 가정의 아이였을 뿐이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단정을 지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수천수만 명을 조사해 보고 평균을 내보니까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말썽을 피울 확률이 좀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한부모 가정이기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마치 어느 지역 사람이라서 문제라거나 어느 나라 사람이라서 문제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편견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 아이는 집중력이 없고, 말을 잘 안 듣고, 제 마음대로 하는 문제가 있으니까 문제 있는 아이를 돌보는 센터에 오게 된 것이지요. 말도 잘 듣고 모든 걸 잘하는 정상적인 아이라면 이런 돌봄 센터에 올 일이 없겠죠. 그 아이는 약간 일반적인 상태에서 약간 벗어난 경우라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는 아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규칙을 정해서 가르쳐 주면 스스로 규칙을 지킬 줄 아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명이 모인 교실에서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센터에 보내지게 되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아이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내 성격도 마찬가지죠. 내 성격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쉽지는 않지요. 이 두 가지를 항상 같이 봐야 합니다.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고, 쉽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한두 번 해보고 어떤 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자세히 관찰해보면 어떤 문제 행동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규칙 중에도 어떤 걸 안 지키고, 내가 말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지키지 않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밥을 먹으라고 했는데 안 지키는지, 밥 먹는 건 지키는데 일을 하자고 하면 안 하는지, 공부하자고 하면 안 하는지, 이런 많은 부분을 먼저 조사해야 합니다. 어떤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은 당분간 지켜봐야 하는지, 어떤 부분은 질문자가 할 일이 아니라 병원에서 해야 할 일인지, 이렇게 조사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의 가닥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개선하는 일을 누가 담당하면 좋겠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현황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 거예요. 이것이 부처님이 가르친 고집멸도 사성제 중에서 고성제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조금 심각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고, 심각한 병이 아니라면 따뜻하게 잘 돌봐주어야 합니다. 무조건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의 특성을 인정하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센터에 지체부자유아가 왔는데, 질문자가 이 아이를 정상아처럼 만들겠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는 거죠. 그게 잘 안되면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서 개선 가능성이 있는 부분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을 나눠야 합니다. 개선하기 어려운 일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하면 나도 힘들지만, 아이도 힘듭니다. 우선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르는 내 의견을 기초로 해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먼저 치료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선이 가능한 부분은 10년 걸리는 것, 5년 걸리는 것, 1년 걸리는 것을 각각 정하고, 쉬운 것부터 먼저 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사랑 결핍증이 생긴 것이라면 조금 애정을 기울이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부모 없이 제 마음대로 자라 버릇이 나빠져서 생긴 문제라면 약간 엄격하게 해서 질서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 말을 안 듣는다고 무조건 나쁘다고 보면 안 됩니다. 내 말을 잘 듣지 않게 된 이유와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해요. 만약 기존 질서로부터 벗어나 특이하게 자기 길을 가겠다 해서 생긴 문제라면 그 길을 가도록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만약 사회에 어떤 해를 끼치는 행동이라면 이 아이를 위해서도 습관을 고쳐주어야 합니다. 큰 피해를 줄 수 있는데 개선도 어렵다면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을 먹도록 하든지 격리를 시켜야 합니다. 질문자가 센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고, 못하면 더 전문적인 곳에 위탁을 해야겠죠. 또한 정상적인 학습 수준이 되면 일반 학교로 보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제가 한부모 가정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말을 들어야 한다고 집착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를 바꿀 수 있다는 욕심 때문에 제가 괴로웠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마지막을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오지에 와도 이렇게 인터넷으로 법회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길에 다니는 오토바이 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들렸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법회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현지 시간으로 저녁 8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민다나오 JTS센터로 향했습니다.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 달려 밤 9시에 JTS센터에 도착해 늦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다밀락 군에 새로 지은 장애인 특수학교(SPED) 준공식을 한 후 오후에는 민다나오 JTS센터에서 지난 3일간의 방문 일정을 돌아보며 JTS 방문단 전체가 소감 나누기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0/200

드림하이

첫째, 바뀔 가능성은 있습니다. 둘째, 현실은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알고 있어야 합니다."

2024-03-21 22:15:04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12-20 11:52:46

금광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3-12-18 18: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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