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2.14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3일째, 다밀락 특수학교 준공식
"분쟁 지역에 어떻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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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지 3일째 날입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다밀락 특수학교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8시 20분에 JTS센터를 출발하여 다밀락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40분을 달려 9시에 다밀락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이 차에서 내리자 선생님들이 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이원주 필리핀JTS 대표님의 안내로 새로 지은 장애인 특수학교(SPED) 건물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장애 아동들이 사용할 교실이어서 다른 교실보다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장애 아동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교실 문턱은 경사면을 만들어 휠체어로 오르기 쉽게 하였고, 화장실 문도 장애 아동들이 열고 닫기 쉽도록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고, 손을 놓아도 뚜껑이 천천히 닫히는 화장실 변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교실을 둘러본 후 리본 컷팅식을 했습니다. 오늘은 리본을 더 길게 만들어서 참석한 내빈들 모두가 기념 컷팅을 함께 했습니다.

“원, 투, 쓰리!”

이어서 제막식을 한 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학교 뒤편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강당에는 무대를 예쁘게 장식하고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스님은 학생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 후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먼저 필리핀 국가와 대한민국 애국가를 함께 부른 후 바랑가이 캡틴(이장님)이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이 학교가 지어지기까지의 경과보고를 해주었습니다.


JTS는 다밀락 초등학교가 있는 마놀로폴티치 군과 2006년 바갈랑잇 마을 학교 건축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후 많은 학교를 지어주며 17년 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협력 사업을 하기가 힘들었지만 작년부터 방역 정책이 완화되면서 가장 먼저 다밀락 지역에 장애인 특수학교(SPED)를 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밀락 지역은 마놀로폴티치 군에서 인구 수와 장애인 수가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JTS 활동가들이 현장을 답사한 결과 학교가 파악하고 있는 장애 아동 수만 30명이 넘었는데 공간이 부족해서 12명만 SPED 수업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일반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올해 3월부터 9개월 동안 공사를 한 후 드디어 오늘 준공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지사의 축사에 이어 다밀락 특수학교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무대 위로 올라온 아이들은 음악이 시작되자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동작으로 저마다 자유롭고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음악이 끝나자 의자에 앉아서 춤을 추던 아이는 선생님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부키드논주 부지사님에게 준공 증서를 전달하고, 박지나 JTS 대표님이 부키드논 주 교육감님에게 준공 기념 키를 전달하고, 이원주 필리핀JTS 대표님이 교사들에게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축사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다밀락 특수학교 교실을 준공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생 여러분, 새로운 교실이 생기니까 좋습니까?”

“YES!”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며 대답했습니다.

“이런 특수학교 교실을 만들게 된 데에는 한 사람, 한 단체의 노력이 아니라 여러 사람, 여러 단체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교실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든 아이들은 제때에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그 어떤 아이들도 제때에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아이들은 제때에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산간 오지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학교 건축과 학용품 지원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 살고 있지만 신체에 장애가 있어서 교육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교육청과 군청의 관계자들과 의논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특수 교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장애는 열등한 것이 아니라 그냥 생활하는데 좀 불편할 뿐입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교육적 성과가 드러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통 아이들보다 좀 더 자세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교실 당 학생수가 가능한 소수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일반 교사와 달리 특수 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 교육 교재도 일반 아이들과 다르게 특수 교재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런 일은 한두 사람이나 학부모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선생님 혼자서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할 수 없었던 헬렌켈러도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 덕분에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것처럼 우리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교실을 짓고 준공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참가하신 교육감께서는 특별히 관심을 더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JTS 활동가들도 함께 협력하겠습니다.”

스님이 교육감을 바라보며 당부하자 교육감은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1년 후나 2년 후에 다시 만났을 때 훨씬 더 성장해 있길 바랍니다. 더 나아가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어려운 조건에서 이 아이들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부키드논 주 교육감님이 축사에 이은 답사를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을 대표하여 교사 한 분이 JTS 방문단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I would like to express my sincerest gratitude to JTS Foundation in partnership with Manolo Fortich officials, local officers and other philanthropists who have worked hard for the corporation for this project. Your dedication have been vital for the success of this undertaking. We sincerely hope that the new classroom provide a better learning environment for all SPED learners.

My pupils were so excited during the construction period where they kept asking me when will it be done or when are we going to use it. even most of them cannot express their feelings, but I know through their actions that there were so happy when they first entering the room. They kept on roaming around, opening the doors and looking at the window. It is much different from where our old classroom is. Thank you so much for providing a better learning environment and school facilities for SPED learners.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신 JTS, 그리고 함께 협력한 마놀로 포티치 군 관계자, 현지 임원 및 기타 자선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의 헌신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새로운 교실이 모든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희 학생들은 공사 기간 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저에게 언제 완공되는지, 언제 사용할 것인지를 계속 물어봤습니다. 학생 대부분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저는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아이들이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 때 무척 행복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 안을 계속 돌아다니고, 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전에 노후된 교실과 많이 달랐어요.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습 환경과 학교 시설을 제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서 SPED 재학생 중 한 명도 선생님의 손을 잡고 나와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Good Day, 안녕하세요! Our new classroom gives us comfort and enhances our learning. May you continue supporting children like us. God bless you all, 사랑해! thank you.”

(좋은 날입니다. 안녕하세요! 새 교실은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배움을 향상시켜줍니다. 부디 우리 같은 어린이들을 계속 도와주세요.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사랑해! 고맙습니다.)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는 아이의 모습에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학생은 발표 끝에 한국어로 ‘사랑해’라고 하며 손으로 작은 하트를 만들어 보였습니다. 가장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사실 그 학생은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객석에서 사랑해를 연습했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학생은 무대 위에 앉아있는 내빈들에게 다가가 차례로 악수를 하고 내려갔습니다. 학생의 당당한 모습에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전달했습니다. 아이들은 학용품을 받고 무척 기뻐했습니다.



준공식을 마치고 다 함께 학교 앞마당으로 가서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스님은 나무를 심으며 크게 말했습니다.

“이 나무처럼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랍니다.”

다 함께 새로 지은 학교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Thank you JTS! 다밀락!”

사진 촬영이 끝나자 학부모와 아이들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JTS 방문단은 선생님들이 준비해 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부키드논 주 교육감님에게 몇 가지 당부와 제안을 했습니다.

“네 번의 준공식에 모두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부키드논 주에는 35개 군이 있는데, 모든 군마다 장애인 특수학교를 지읍시다. 장애인 특수학교와 산악 원주민 마을에 학교를 짓는 일은 언제든지 JTS가 지원하겠습니다. 대신에 이원주 대표님이 이제 은퇴를 하겠다고 해서 앞으로는 옛날 방식으로 학교를 지을 수는 없어요. 군청이 전적으로 맡아주면 자재비는 JTS가 제공하겠습니다. 인건비는 군청과 교육청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지어야 합니다. 어제 까방라산 군수처럼 아주 적극적인 의지가 있고 신뢰를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JTS가 지원할게요.”

“All right. I will do that.”(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잘 지도해 줄 것을 당부한 후 다밀락 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

트럭으로 옮겨 탄 JTS 방문단은 한 시간을 달려 바갈랑잇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는 JTS가 구입한 농장 부지가 있습니다.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이 현지 활동가 양성과 마을 개발을 위해 토지를 매입한 뒤 JTS에 기부한 땅입니다. 오늘 답사를 위해 특별히 만든 발토시를 끼고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필리핀 JTS에서는 방문단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미리 풀을 베고 경사가 가파른 곳은 계단도 만들어놓았습니다. 날씨까지 도와주어 햇살은 뜨거웠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스님은 바갈랑잇 농장 부지를 JTS 방문단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농장을 개발하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농장을 한 번 보시고 여러분들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농장 부지를 한 바퀴 둘러본 후 다시 차에 올라 민다나오 JTS센터로 향했습니다.

4시에 JTS센터에 도착한 후 개인 정비를 하고 4시 30분에 모두 강당에 모여 필리핀JTS 사업평가 회의를 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 낭독을 한 후 필리핀JTS 사무국장인 향훈 법사님이 필리핀JTS가 20년 동안 민다나오에서 해온 일과 올해 2023년 사업 내용을 자세하게 발표했습니다.


“필리핀JTS는 지난 20년 동안 학교 건축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2022년까지 총 59개의 학교를 지었고, 교실 수로는 150칸을 지었습니다. 꾸준히 학교를 만들어 온 결과 아이들의 문맹 퇴치뿐만 아니라 학교가 생기고 나서 주변에 인구가 새로 유입되고 군청의 관심이 증대하면서 마을 개발과 빈곤 퇴치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JTS가 아닌 군청이 주도하는 학교 건축 방식으로 변화를 처음으로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JTS 활동가들이 매주 현장 모니터링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는데, 자원봉사를 하는 상근활동가 수가 점점 줄어들고 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군청 주도의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했습니다. 군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는 경우에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필리핀JTS 사업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필리핀JTS 사업이 마을 주민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JTS가 물자를 제공하고, 현지 활동가인 도동과 트렐이 현장 감독을 하는 식으로 완전히 자원봉사 방식으로만 학교 건축을 해왔습니다. 초기에는 물가도 쌌을 뿐만 아니라, 학교 건물을 지을 때도 직접 산에 가서 톱으로 나무를 베어 그 자리에서 목재를 마련해 지었습니다. 그래서 건축비가 아주 적게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건물 짓는 방식이 시멘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까 마을 주민들이 학교를 지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군청과 교섭을 해서 기술자 제공과 노동력은 군청에서 제공하도록 바꾸었습니다. 왜냐하면 JTS가 노동자나 기술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은 JTS의 사업 원칙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외국에서 온 단체가 공사를 하면서 임금을 적게 주는 것도 문제가 되고, 그들이 선금을 받고 일을 안 해버려도 문제가 됩니다. JTS는 마을 주민들을 도와주러 왔기 때문에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JTS는 항상 자원봉사로만 모든 사업을 운영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 기술자가 필요한 영역은 지역 관청과 파트너십을 맺어서 관청이 책임지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건물을 짓는 것은 JTS가 주체가 되다 보니까 자재 구입뿐만 아니라 건축 공정 전체를 설계하고 감독하기 위해 이원주 필리핀JTS 대표님이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을 오가며 현장을 둘러봐야 했습니다. 사실은 필리핀JTS 활동가들이 전부 헌신을 했지만 그중에서 특히 이원주 대표님이 생업을 뒤로 미루다시피 해서 필리핀JTS 사업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겁니다.

학교를 건축하는 새로운 방식의 실험과 도전

그러나 이제 이원주 대표님이 연세도 많아지셨고 과거처럼 계속 활동을 해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사업 방식을 올해부터 완전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JTS에서 자재만 제공해 주면 관청이 시공의 주체가 되어 책임지고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공사비가 예전보다는 조금 더 들게 되더라도 현재 상근 봉사자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에서는 현실적으로 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예전에는 JTS 활동가가 마을에 살면서 건축을 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만 현장을 방문하면 되니까 업무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JTS의 학교 건축 사업은 앞으로 두 가지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JTS가 아니라 필리핀 군청이 건축을 전적으로 맡아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둘째, 건축은 아예 전문 건설 회사에 맡기고, JTS는 매칭 펀드처럼 예산을 부담해 주는 방식입니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두 번째 방법으로라도 사업을 진행해야겠지만 이는 최후의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JTS 사업은 학교를 지어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JTS는 문맹 퇴치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교를 짓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서 정을 나누고 함께 애쓰면서 공공 의식을 넓히는 데에 사업을 하는 의의가 있습니다. 전문 건설 회사에 일을 완전히 맡겨버린다면 사람 간의 협력이라는 취지가 사라지기 때문에 JTS의 정신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은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두고, 현재는 필리핀 군청이 전적으로 건축을 맡고 JTS는 자재를 제공하는 방식을 서로 합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준공식을 하면서도 교육감과 군청 관계자들을 만나 이제는 옛날 방식으로 학교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군청이 책임지고 건축을 맡아주면 자재비는 JTS가 제공하고, 인건비는 군청과 교육청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짓자고 제안도 했습니다. 군청이 확실하게 예산을 세워서 집행하면 JTS도 이제는 개수에 구애받지 않고 학교를 건립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JTS가 민다나오에서 처음 학교를 지을 때는 산속 원주민 마을에 학교를 지었기 때문에 일단 비가 안 새고 공부만 할 수 있는 건물을 지으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 위치한 장애인 학교는 특수하게 설계해서 지어야지 장애 아동들이 불편하게 지으면 더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일반 학교보다는 안전하게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필리핀 경제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자재비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건축 공법도 품질이 점점 개선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건축 경비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조건일 것 같아요.

한국에서 전문 기술자들의 참여 확대

지금까지 JTS는 무엇이든지 돈을 들여서 하는 것은 되도록 삼가고 가능하면 사람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건물에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새는데 매번 전문 기술자에게 일을 맡길 수가 없어서 작년에는 기술을 가진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이 필리핀 구경도 할 겸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하는 방식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다섯 분이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해서 전기 시설과 지붕 보수를 해주었습니다. 또 한국에서 의료인정토회가 정기적으로 필리핀에 와서 의료 봉사활동을 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잠시 중단이 된 상황입니다.”

여기까지 필리핀JTS의 사업 현황을 설명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올해 처음 필리핀을 방문한 JTS 사무국장님이 먼저 질문을 했습니다.

분쟁 지역에 어떻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나요?

“필리핀JTS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필리핀 내 분쟁 지역에서 학교를 건설하면서 평화를 실현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필리핀JTS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서 단순한 구호를 넘어 분쟁 지역에 JTS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JTS가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구호 활동을 해 본 경험에 의하면, 보통 가난한 동네의 원주민들이 사는 곳은 골짜기 하나 사이로 종족과 언어가 다르고, 동네와 동네 사이에 교류도 거의 없습니다. 인도는 신분이나 성별의 차별이 매우 큰 곳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학교를 같이 다니며 양민이나 천민, 여학생과 남학생이 서로 어울리게 되면서 학교에서 만큼은 차별을 모르고 자랍니다. 동네 간의 교류가 없고 교육을 못 받았을 때는 차별과 갈등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같이 어울리게 되면서 신분과 성별의 차별이 완화되고, 동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를 설립한 초기에는 아이들 사이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아이들 간에 종족이 다르고 말도 안 통해서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 한 1년 내지 2년 정도 무슬림, 기독교, 원주민들이 만나서 어울리게 되니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필리핀JTS 20주년 기념식을 할 때 토니 대주교님은 이런 부분이 민다나오에 평화를 가져오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점도 지역 내의 갈등은 모두 빈곤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종교나 이념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빈곤으로 인해서 갈등이 생기고 사람들 간에 분열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선 학교라는 완충지대가 필요했습니다. 필리핀JTS 사업이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필리핀 내에 학교가 많이 지어졌고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만, 보이지 않는 성과는 더 큽니다. 오지 마을에 JTS가 학교를 짓자 필리핀 정부가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을 확충했고, JTS가 학교를 지으면서 물탱크도 함께 설치했고, 이렇게 주민 생활의 편의를 위한 노력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도 생산 유발 효과를 가져와서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되었고, 결과적으로는 평화를 이루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전체가 돌아가며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3일 동안 4개 학교의 준공식에 참여하면서 각자 무엇을 느꼈는지 편안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큰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장애인 특수학교 준공식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냈을 때 차별받았던 기억이 나면서 아이들은 평등하게 제때에 배워야 한다는 JTS의 구호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JTS가 지은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잘해나가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정말 고생해서 학교를 지었지만 뿌듯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JTS가 처음 세운 취지대로 참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장에 와 보니까 현지에서 수고하는 활동가들의 고생을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정말 대단하시고 존경합니다.”

노희경 작가님도 이번 JTS 방문단에 함께 했는데요. 가볍게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특수학교가 도시에 있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JTS에서 지역 정부와 협력하여 도심 한가운데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지은 것은 참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장애 아동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비장애 아동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도심 속에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장애 아동의 학부모들이 참 부러워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준공식에 참석하여 흔쾌하게 박수를 칠 수 있었습니다. JTS 활동가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매 순간 감사 기도를 하겠습니다.”

김홍신 작가님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번 준공식을 보면서 짐승처럼 살지 않고 사람처럼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느꼈습니다. 앞으로 인류애에 대한 좋은 글을 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여 명이 함께 소감을 말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어떤 일을 당면했을 때는 힘들고 어려울 수 있지만, 지나 놓고 보면 놀이가 되고 추억이 됩니다. 일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추억이 될 것을 생각하면서 경험 삼아 일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JTS 활동을 외부에서 보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살펴보면 모두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의 경험과 자산은 나 자신에게 결국 다 남아있게 됩니다.”

소감 나누기를 마치고 나니 저녁 7시가 넘었습니다.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다밀락 특수학교 준공식과 필리핀JTS 사업 평가회의를 끝으로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3일째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산간 오지 마을인 알라원을 방문하여 학생들을 격려한 후 점심 무렵에 다시 JTS센터로 돌아와서 오후에는 내년도 필리핀JTS 사업 계획에 대해 의논을 한 후 저녁에는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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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어떤 일을 당면했을 때는 힘들고 어려울 수 있지만, 지나 놓고 보면 놀이가 되고 추억이 됩니다. 일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추억이 될 것을 생각하면서 경험 삼아 일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

2024-03-21 22:40:14

성연

잘들었습니다

2023-12-27 13:51:58

굴뚝연기

[필리핀JTS 사업이...필리핀 내에 학교가 많이 지어졌고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만, 보이지 않는 성과는...오지 마을에 JTS가 학교를 짓자 필리핀 정부가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을 확충했고,...물탱크도 함께 설치했고,...경제적으로도 생산 유발 효과를 가져와서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되었고, 결과적으로는 평화를 이루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

2023-12-21 01: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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