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23 북한 전문가 모임,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송년회
“통일은 고사하고 전쟁이 걱정되는 지금, 어떤 희망을 가져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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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북한 전문가들과 북한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생활 상황이 어떠한지 점검하고, 물가와 환율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또 앞으로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논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는 정토회 실천활동국 다문화센터 담당자들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 상반기에 진행된 스님의 동남아 순방 후 한국 안에 다문화 가정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계속해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실천활동국에서는 어떻게 사업을 시작할 것인지 조언을 구했고, 스님은 일단 정토사회문화회관, 일산정토법당, 동래정토법당 등 몇몇 장소에서 시범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더 준비를 한 후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 장소로 향했습니다. 7시가 다 되어 행사가 열리는 해군호텔에 도착하자 모두가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동문들은 지난 한 해 활동과 회계를 보고하고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2009년 9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원장으로 모시고 첫 문을 열었고, 2016년까지 15기, 총 668명의 동문을 배출했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자 마무리를 하게 되었지만 동문들은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는 통일의병>이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한반도 평화 운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온라인으로만 송년회를 진행해 오다가 4년 만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송년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요들송 공연, 북한 노래 공연, 시 낭송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 순서로 스님을 무대로 모시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점점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을 언급하며 평리아(평화 리더십 아카데미) 동문들이 한반도의 평화에 더욱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9·19 군사합의 파기와 한반도 긴장 고조

“여러분들도 느끼겠지만 지금 한반도는 긴장이 점점 고조되어 가고 있습니다. 2018년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그해 9월 체결된 9·19 군사합의를 통해 남북은 휴전선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군사적 충돌 없이 평화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9·19 군사합의마저 남한에서는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북한에서는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곧 휴전선 안으로 초소와 무기가 다시 들어가는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남북 간의 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지난 9월 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국무성, 국방성, 의회, NGO,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많은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한일 간의 군사 협력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 간의 군사 협력은 미국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이번에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미국은 자신들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어요. 그로 인해 지금 한반도가 안고 있는 안보 위험에 대해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은 내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새 정부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미국은 한일 간의 군사 협력이 조금 더 깊어져야 된다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자기 나라의 국익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펼 수가 있습니다. 그것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든지 다 자기 개인의 이익이나 집단의 이익, 국가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감안하고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조차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누가 이기는지 구경하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생산한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많이 판매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러나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재산이 파괴되고 인명이 살상되는 일입니다. 그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얼마나 많은 재산이 파괴되느냐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는 참사를 겪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시민들의 평화 행동이 필요한 시기

이것은 이념의 문제도, 여야의 문제도, 종교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이웃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이상 우리가 일구어 놓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의 입장은 매우 강경해서 전쟁으로 치달을 위험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북미 간의 대화를 통해서 남북 간의 긴장을 좀 완화시킬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가 어쩌면 대한민국이 굉장히 위험에 처하는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평화재단을 출범시켜 평화리더십아카데미도 만들고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향력 부족으로 이 사태를 막지 못했고, 남북 간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어서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은 국가가 평화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기가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시민들이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를 진행했던 이유도 그 근본은 모두 평화 지키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평화리더십아카데미 동문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서 이 땅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함께 기울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오늘 송년회를 맞이하여 평화를 향한 우리의 옛 꿈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보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자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통일은 고사하고 전쟁이 걱정되는 지금, 어떤 희망을 가져야 하나요?

“북한 이탈 주민인 친구가 ‘곧 전쟁이 일어나는데 그곳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야반도주하듯 이민을 갔습니다. 저도 북한 이탈 주민인데요. 사실 처음 한국에 올 때는 통일이 곧 될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확신과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살아갈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정신적 고통도 겪고 있습니다. 저는 ‘통일’이라는 단어만 봐도 울컥합니다. 그런데 통일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아서 암담합니다. 통일이 안 되면 고향으로 영영 돌아갈 수도 없고, 부모 형제를 만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어떻게 행복을 찾아 나가야 될까요?”

“정전 협정 이후 지난 70년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1960년대에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하면서 통일의 바람이 일었습니다. 그렇지만 5·16 쿠데타가 일어나서 ‘반공’의 이름을 내걸어 남북이 전쟁을 하다시피 대립했습니다. 그러다가 1974년에는 ‘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하면서 통일의 희망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남한은 유신 정권이 강화되고, 북한은 주체 사상이 강화되면서 대립하는 국면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또 1991년에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기본 합의서에 서명하고 남북관계가 굉장히 가까워졌습니다. 그 후 김영삼 정부에 들어와서 또 서로 죽이니 살리니 하였습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죽고 난 뒤 ‘조문단 파견 문제’를 갖고 또 대립이 심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개성 공단이 만들어졌는데, 다시 또 전쟁이 난다고 할 정도의 대립 상황으로 갔습니다. 6·25 전쟁 다음으로 전쟁의 긴장도가 가장 높았던 때가 2017년이었습니다. 그래서 평화재단에서는 광화문에서 만인 평화 대회를 여는 등 많은 노력을 했었죠. 그런 긴박한 상황이 지나가고 2018년에는 남북 관계가 급속하게 좋아졌습니다. 남북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남한의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연설을 할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그런데 또 지금은 전쟁 위기 국면으로 다시 뒤집어졌죠.

그래서 금방 통일이 될 것 같이 보여도 너무 낙관적으로 보면 안 됩니다. 또한 전쟁이 날 것 같아도 너무 비관적으로 보면 안 됩니다. 통일이 쉽게 될 일이었으면 벌써 되지 않았겠습니까?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마치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긴 했습니다. 그래서 통일의병들도 ‘한국 정부가 다 알아서 하니 통일의병은 이제 필요 없지 않냐?’ 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때 제가 ‘좀 기다려봐라. 통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고 말했는데, 이처럼 세상사라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 때 많은 시민 단체가 트럼프 방한 반대, 전쟁 반대를 외쳤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말고, 전쟁만 반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왜냐하면 여론에 대해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으로 볼 때 북한과 전쟁을 할 위험도 있지만 동시에 북한과 협상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미국 민주당의 성향으로는 북한과의 과감한 협상이 어렵습니다. 인권 문제부터 이런저런 요구를 북한이 순순히 양보하며 받아들일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한이 전쟁 반대만 강력하게 주장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민 단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말자고 제안을 했는데, 결국 저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정토회 단독으로 전쟁 반대 집회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처럼 세상일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습니다. 독립운동을 할 때는 선비보다는 깡패가 싸움을 훨씬 더 잘하기 때문에 깡패가 더 필요합니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 때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남북문제는 이념적으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똥이 거름이 되듯이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항상 그 속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상대가 나쁘다고 단정하면서 반대만 하는 것은 이념적인 행동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것이든 활용한다는 실리적인 관점에 서야 합니다.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희일비하며 극단적으로 생각하거나 좌절하며 우울해하는 것은 감정 낭비일 뿐입니다. 질문자가 혼자 이불 속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습니다. 인터넷에 댓글을 쓰거나, 통일을 위한 노래를 한 곡 부르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지속해서 통일을 위한 일을 해나갈 때 희망은 이루어집니다.

일본은 1937년 중국을 침공하고 1941년 진주만을 폭격하면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 후 필리핀과 인도차이나 반도, 미얀마까지 점령하며 1945년 패전까지 당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였습니다. 버티고 버티던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은 그런 일본과 싸워서 이긴다는 것을 불가능하게 여기며 대부분 친일 행위를 하고 말았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 온다'는 말처럼 실의에 빠지고 낙담할 때야말로 우리에게 희망이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언제 통일이 되겠냐'고 묻습니다. 외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물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한반도에 실제로 사는 우리들은 그런 구경꾼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됩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북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로서 보아야 합니다. 통일이 언제 될지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통일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털끝만큼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관점을 가질 때 겨울이 와도 봄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질문자도 너무 우려하지 마시고 사람들이 좌절하는 시기에 오히려 그들을 격려하는 역할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쉽지만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성공과 실패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보다 지혜가 많은 이유는 실패를 많이 해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보다 고생을 열 배는 더 했기 때문에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은 거예요. 고문도 당해보고, 감옥도 가보고. 왕따도 당해보고, 차별도 받아보고, 이런 경험을 많이 하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증오하면 상처가 되지만 ‘사람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 끊임없이 배워나가면 지혜가 늘어납니다. 인생이란 숨이 넘어갈 때까지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한 해를 잘 돌아보시고 새해에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송년회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동문들은 기수별로 스님과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행사장을 나가는 스님에게 모두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했습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

차에 올라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오자 밤 10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행복학교에 참가한 군 장병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오후에는 서울에서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여 밭에서 무를 수확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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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임자

전쟁만 안 나면 우린 일어납니다.

2023-12-24 19:07:04

김미연

한마디로...반을 채 넘어 읽을 가치도 없는 글입니다

2023-12-17 22:58:57

정지우

통일로 나아가는 길에 작은 보탬이 되겠습니다

2023-12-09 06: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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