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5.26 전국법사회의, 평화재단 미팅, 금요 즉문즉설
“사람들이 저를 호구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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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6시 30분부터 전국법사회의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두 달 만에 참석한 회의여서 정토회의 운영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의와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마정수기의 의미, 저작권 관리부서 설립 제안, 지회별 법회 프로그램 개발, 안전교육의 필요성 등 1시간 30분 동안 논의를 한 후 8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과 주간에만 생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시간입니다. 3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 50여 일간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11개국을 방문하고 며칠 전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호소하는 어려움은 먹고 입고 자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더 잘 살고 싶은 생각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둘러보았던 곳들은 상당수가 살 수 있는 집이 없거나 물과 음식, 약품이 부족했습니다. 또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수십 리를 걸어 다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어렵다’ 하는 용어는 똑같이 사용하지만 그 어려움의 정도는 천지 차이였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곳을 직접 가서 보면 현재 우리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것은 사실은 별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스님이 괴로워할 일이 없다고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난 후에 살펴보면 ‘내가 괴로워했던 게 사실은 별일 아니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아는 것보다는 지금 즉시 알아차릴 수 있다면 일상이 훨씬 더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고 깨달음을 얻으신 목적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처님오신날에 연등을 밝히는 이유도 우리의 눈과 귀가 어두워서 알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아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자비의 마음을 갖기 위해서 연등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남의 태산 같은 아픔보다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픈 법입니다. 현재 우리는 의식주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거의 없지만 또 다른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괴롭다는 것은 모두 마음의 작용입니다. 수행이란 마음이 작용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어떻게 괴로움을 발생시키는지를 알고 그것이 괴로워할 일이 아님을 아는 것입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즉문즉설입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사람들이 자신을 호구로 아는 게 괴롭다며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지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호구로 아는 게 괴롭습니다

“저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손해를 많이 보았습니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쉽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아서 남에게 호구를 당하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호구를 당했어요?”

“최근에 아는 오빠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족발을 먹고 싶어 한다고 하면서 저를 불러서 나간 일이 있었습니다. 아는 오빠의 지인까지 나와서 다 함께 먹었는데, 오빠가 계산할 때쯤 저에게 ‘네가 먹자고 했으니 네가 계산해라’ 하고 말했습니다.”

“같이 계산해 주면 되죠. 질문자도 함께 먹었잖아요.”

“네, 저도 먹었죠. 그런데 제가 먼저 족발을 먹자고 권하거나 산다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

“좀 사주면 되죠.”

“사줄 수는 있는데 그 상황이 굉장히 기분 나빴습니다.”

“내가 먼저 족발을 먹자고 했으면 기분 나쁠 일이 아니었습니까? 상대가 먼저 권했다는 이유로 기분이 나쁜 것인데, 누가 먼저 먹자고 했느냐가 뭐가 그리 중요해요? 같이 어울려서 먹고 내가 한 턱 내면 되는 거죠.”

“나이도 많으신 분이 종종 이런 식으로 저를 이용하는 것 같아서 불편합니다. 그런데 제가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힘듭니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니에요.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계산이 좀 안 맞을 뿐입니다. 거래를 해보니까 손해가 좀 있죠?”

“네.”

“그러면 거래를 끊으면 되죠.”

“이런 일로 관계를 끊는다면 지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인을 가지려면 투자를 좀 해야죠. 이 관계를 유지할지는 질문자의 선택에 달려있지 그 사람이 문제인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사달라는 것 다 사주고 빌려달라는 것 다 빌려주면 제가 어려워지잖아요. 얼마 전에 지인에게 차도 빌려주었는데 다 긁어먹고 왔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키만 집에 가져다주고 끝이었습니다.”

“그래도 안 갖다 주는 것보다는 낫네요. 별일 아니에요. 친구지간에 차를 빌려서 좀 긁었으면 보험처리를 하면 되죠. 그게 뭐 큰 걱정입니까. 질문자는 지금 친구 사이라고 하면서 이해관계를 너무 따지고 있어요. 이해관계를 따지는 거래가 하기 싫으면 거래를 끊으면 돼요. 그렇지 않고 친구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아야 하고요. 만약 인간관계가 거래라고 생각한다면 손해나는 거래는 안 하는 게 낫죠. 바보도 아닌데 왜 자꾸 손해나는 거래를 하려고 합니까? ‘이 관계는 거래다’ 이렇게 생각하면 손해나는 거래는 끊는 게 낫습니다. ‘이 관계는 친구다’ 하고 생각하면 손익을 따지지 말아야 해요. 질문자는 그 두 개를 헷갈려하고 있어요.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손해는 또 안 보려고 하는 겁니다. 친구 관계라면 손해를 좀 보기도 하는 거예요.”

“정작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주변에서 저를 도와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질문자는 지금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어요. 장사를 하는데 계속 밑진다면 뭐 하러 장사를 해요? 그냥 문 닫는 게 낫죠.”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면 항상 저를 찾습니다.”

“그런 거래는 안 하면 되죠. 스님은 한 번도 질문자를 찾지 않았는데 질문자는 괴로우니까 스님을 찾아오잖아요. 그럴 때 스님이 ‘당신은 왜 괴로울 때마다 나를 찾아옵니까?’ 이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지금 스님의 역할은 괴로운 사람들이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돈도 안 내고 그냥 공짜로 물어도 아무런 불평 없이 대답을 잘해주잖아요. 저는 여러분이 고개만 끄덕끄덕 하고 제가 말한 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 잘 알아요. 그래도 물으면 대답해 줍니다. 대답한 대로 하고 안 하고는 여러분들의 자유니까요.

그러니 ‘인간관계는 손익을 따지는 거래다’ 이렇게 생각하면 손해 나는 거래를 끊으면 돼요. ‘친구지간에는 손해도 보고 이익도 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손해를 너무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일방적으로 손해를 많이 봅니다.”

“질문자는 일방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는 게 아니라 약간 정신적인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아닙니다. 물질적으로 진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한번 손해를 봤으면 그다음부터는 안 빌려주면 되잖아요. 그런데 본인이 다시 빌려줘 놓고 왜 그래요?”

“제가 어렸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도움을 못 받았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어렵다고 하면 돈을 빌려주거나 도와주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면 저도 힘듭니다.”

“질문자가 돈을 잘 빌려주니까 질문자를 찾는 거예요. 사람들이 왜 자꾸 스님에게 와서 물을까요? 물으면 대답을 해주니까 묻는 거예요. 물었는데 아무 대답도 안 해주면 사람들이 스님을 찾을까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돈을 잘 빌려주거나 밥을 사주거나 커피를 사주니까 사람들이 찾는 거예요. 돈을 쓰기 때문에 질문자는 친구가 많은 거예요. 스님이 잘 들어주기 때문에 강연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처럼요. 여러 사람을 폭넓게 사귀고 싶으면 투자를 많이 해야 됩니다. 손해를 보기 싫으면 손해나는 관계는 끊으면 그만이에요. 그러다가 사람이 한 명도 안 남으면 혼자 살면 돼요. 대신에 손해를 안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손해는 보기 싫고, 친구는 갖고 싶고, 이것은 질문자의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서로 윈윈 했으면 좋겠습니다.”

“윈윈 하면 좋겠는데 상대가 윈윈 안 하는 걸 어떻게 해요? 질문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잘 빌려주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 잘 안 빌려주니까 자꾸 질문자를 찾게 되는 겁니다. 친구들끼리도 ‘내가 돈이 없는데 좀 빌려달라’ 하면 ‘걔한테 얘기하면 빌려준다’ 이렇게 소문이 나서 자꾸 질문자를 찾아오는 거예요. 질문자가 잘 나서 그런 게 아니에요. 돈을 잘 빌려주니까 사람들이 찾는 겁니다.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돈이 없다고 하든지, 밥을 사라고 하면 못 사준다고 하면 되잖아요. 오늘 밥값을 내라고 하면 알았다고 하고 먼저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 척하면서 먼저 가버리면 되잖아요. 그렇게 안 하는 것은 관계가 끊어질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는 하기 싫고, 관계는 맺고 싶은 겁니다. 그게 바로 욕심입니다.

별일 아니에요. 질문자가 친구를 사귀고 싶으니까 생기는 일입니다. 질문자가 뭐가 좋다고 사람들이 찾아오겠어요? 밥이라도 얻어먹는 재미로 만나는 겁니다. 돈이라도 빌리는 재미로 만나는 거예요.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자신이 굉장한 줄 아는데 돈을 쓰니까 사람들이 찾아오는 겁니다.

마당에 있는 닭에게 모이를 주면 닭이 쫙 몰려오잖아요. 연못에 가서 물고기 먹이를 주면 물고기가 몰려오잖아요. 내가 좋다고 몰려오는 거예요? 먹이를 먹으려고 몰려오는 거예요? 질문자는 사람들이 본인을 좋아해서 몰려오는 줄 알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한 달간 주다가 어느 날은 먹이를 안 주어서 물고기가 안 왔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해서 물고기를 욕하고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물고기에게 윈윈(win-win) 하면 안 되냐고 하면서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주고받으면 좋지만 상대가 그렇게 안 하겠다는데 어떻게 할 겁니까? 내가 그를 사랑하니까 그도 나를 사랑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상대는 내가 안 좋다는 것을 어떻게 할 거예요?

인간관계를 폭넓게 가지려면 투자를 좀 해야 됩니다. 돈을 주든지, 봉사를 하든지, 저처럼 상담을 해주든지, 뭘 베풀어야 사람이 모입니다. 베푸는 것이 싫으면 혼자 살면 돼요. ‘걔네들은 꼭 필요할 때만 전화한다’ 이렇게 말하는데, 전화라는 것이 원래 필요할 때 하는 겁니다. 왜 필요도 없는데 쓸데없이 전화를 합니까?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해요. 그러니 본인이 이제 결정을 하세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면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밥을 사줘야 합니다. 손해를 보기 싫으면 ‘오늘 내가 시간이 안 된다’ 하고 안 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계를 끊기 싫어서입니다. 관계가 더 우선이기 때문에 지금 투자를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헌신적인 사람이 아니잖아요. 잔머리를 굴리는 보통 사람이죠. 본인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고 잔머리를 그만 굴리세요. 관계를 맺으려면 투자를 좀 하고, 투자를 할 형편이 안 되면 관계를 줄이세요. 모두 질문자의 선택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음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스님을 뵙고자 하는 분들과 연이어 미팅을 했습니다. 오후 내내 미팅을 하고 다시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시청자들을 위해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오전처럼 여는 인사를 하고,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녁 방송에는 59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했습니다.

  • 제가 부모님 돌봄이나 간병으로 장기간 떠나야 한다면 와이프가 이혼을 하자고 할 것 같습니다. 그때 이혼을 해서라도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것이 맞을까요?
  •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 학대를 받았습니다. 얼마 전 엄마가 저 때문에 정신과를 다닌다고 하십니다. 온 가족이 저에게 엄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저를 괴롭게 합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 제일 믿고 따르던 선생님이 저를 다른 사람한테 안 좋게 얘기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에 대한 분노를 좀 삭이고 정상적인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요?
  • 부동산 상승기에서 수익을 많이 내었고 자산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욕심이 멈추지 않고 계속 더해집니다. 돈에 대해 욕심을 내면서 열심히 사는 것과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 두 가지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생방송을 마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오전에는 정토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봉축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사회인사들을 위한 봉축 법회를 한 후, 저녁에는 청년지부 회원들을 대상으로 봉축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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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그러니까 질문자 님도 경제적이든 심리학적이든

질문자 님만의 무기를 만들어서
그들에게 대응하세요.

2024-02-25 15:04:19

생물학자

이번 즉문즉설에서 가장 중요한 게 빠졌습니다.

바로 '생물학자'들의 사상입니다.


지금 보니까 질문자 님의 친구들은
생물학적 사상을 지닌 사람들인 것 같아요.

지닌 종교나 철학에 관계없이
그들은 생물학적인 원리를 자신의 세상과 사회에도
적용하려고 하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약육강식의 원리를 인세에 적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2024-02-25 15:03:33

드림하이

수행이란 마음이 작용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어떻게 괴로움을 발생시키는지를 알고 그것이 괴로워할 일이 아님을 아는 것입니다."

2023-08-17 21: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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