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5.10. 베트남 청년들과 만남, 장애인 직업 교실, 친환경 농가 방문
“화두를 들어야 할까요, 호흡을 관찰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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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스님은 다시 동남아 답사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베트남 다낭으로 가서 청년 단체 VCIL(Vietnamese Community of Independent Learners)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VCIL은 지난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콘퍼런스에 참가했던 단체입니다.

어젯밤 인천에서 9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4시간 30분을 이동해 현지 시각 밤 12시 25분에 베트남 다낭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VCIL 활동가 네 명이 다낭 공항에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청년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이동해서 짐을 풀었습니다.

잠깐 눈을 붙인 후 5시 30분이 되어 해가 뜨자 스님은 숙소 주변 바닷가를 산책했습니다.

6시 30분에는 어제 공항에 나왔던 VCIL 활동가들이 숙소로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베트남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 한국 시각으로 오전 10시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숙소의 응접실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자리했습니다. 현지의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우왕좌왕하다가 15분 늦게 그나마 법문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도착한 곳은 베트남의 다낭입니다. 어젯밤에 10시 비행기를 타고 다낭에 도착했는데요. 도착하고 나니 이곳 현지 시각으로 밤 12시 30분이었습니다. 항공료를 알아보니 10만 원밖에 안 하는 표가 생겨서 급하게 밤늦게 출발했습니다. 숙소비도 일행이 다 함께 자는 데도 3만 원밖에 안 한다고 해서 서둘러 이동을 했습니다. (웃음)

이번에 저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 부족, 차별받는 여성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청년들의 삶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 모습을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려고 지금 이렇게 다니고 있습니다.”

스님은 오늘 방문하게 될 단체와 모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후 질문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수행을 하고 싶은데, 화두를 들어야 하는지, 호흡을 관찰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화두를 들어야 할까요, 호흡을 관찰해야 할까요?

“화두를 들어야 하는지, 호흡을 관찰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먼 과거에 강렬한 화두 참구 경험이 있었는데 제가 그 상에 붙들린 것이라고 생각해서 화두는 잊고 호흡 명상만 하고 있었습니다. 화두와 관련한 스님의 법문을 듣고도 계속 가슴에 답답함이 있어서 화두 참구를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수행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계율을 잘 지켜야 합니다. 둘째, 선정을 닦아야 합니다. 셋째, 지혜를 증득해야 합니다. 계율을 지키는 것은 윤리를 지키는 것에 해당합니다. 더 나아가 선정을 닦는 정도까지는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수행법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가는 주로 선정을 닦습니다. 그런데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지혜를 증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혜만 증득하면 계율은 안 지켜도 되고, 선정은 안 닦아도 될까요? 계율을 지키지 않고, 선정을 닦지 않으면, 지혜가 증득 될 수 없습니다.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는 것은 지혜를 증득하는 바탕이 됩니다. 계율을 지키는 것은 남이 보기에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선정을 닦는 것은 자기 스스로 편안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지혜를 증득하는 것은 스스로 번뇌가 없고 모든 사물의 근본 이치를 통달하는 것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말하면 지혜를 증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혜를 증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는 것을 기초로 해야 됩니다.

대승불교, 소승불교, 선불교, 밀교 등 각 불교마다 계율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계율은 소승불교의 계율이 기본입니다. 소승은 계율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그러나 대승불교와 선불교에서는 깨달음을 너무 중요시하다 보니까 계율을 좀 덜 중요시하는 풍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선승 중에 청정한 계율을 지켜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드물고 막행막식 하거나 욕하고 화내고 술을 먹어도 ‘저분은 깨친 사람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보면 계율을 청정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그 사람이 깨달았는지 안 깨달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계율을 청정히 지켜서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고 이익을 주는 것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더욱 중요합니다. 그러나 해탈과 열반이라는 수행의 목표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계율을 지키는 것은 한 부분이지 전부는 아닙니다.

선정은 마음을 고요히 하는 가운데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어 깨어있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는 가운데 자기 상태에 뚜렷하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몸에 깨어있고, 느낌에 깨어있고, 마음에 깨어있고, 법에 깨어있고, 이렇게 네 가지에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고 해서 ‘사념처관’이라고 합니다. 호흡에 깨어있기는 그전에 해야 할 수행입니다. 초심자들에게는 소승의 기본 계율을 지키는 것과 소승의 기본 수행법을 행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흡관을 먼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승불교에서는 선정을 염불로 닦습니다. ‘관세음보살’을 부르면서 그 소리에 집중하지요. 밀교에서는 ‘옴마니 반메홈’을 반복해서 염하는 주력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선불교는 ‘나라고 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하는 화두를 참구 합니다. 각 종파는 자신들이 닦는 선정 수행법이 제일이라고 주장하지만,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화두를 들어서 깨어있든, 호흡에 깨어있든, 동작에 깨어있든, 염불에 깨어있든, 주력에 깨어있든, 선정을 닦는 수행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저는 선불교의 전통을 계승한 선사입니다. 선불교는 통합 불교이기 때문에 저는 어릴 때부터 선정을 닦는 방법으로 참선도 배우고, 주력도 배우고, 염불도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불교이기 때문에 화두에 깨어있는 화두 참구를 기본 수행법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법문을 할 때 화두를 참구 하는 수행법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정토경전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선불교의 발생 원인과 선불교의 장점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것입니다.

화두 참구란 참선 방법의 한 종류인데 어떤 생각이나 관념을 모두 내려놓고, 불교라는 생각이나 부처님이란 생각도 모두 내려놓고, 오직 화두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위빠사나 수행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부처님이라는 생각이나 불법이라는 생각도 모두 내려놓고 오직 호흡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앉아서 머릿속으로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생각하면, 그것은 화두 참구가 아니라 번뇌와 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불교는 원효대사 이후로 통불교 사상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자기 종파만 옳다고 주장하는 종파불교가 아니라 다른 종파도 인정하자는 지향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수행을 해도 좋습니다. 이를 근간으로 용성조사님께서는 5대 수행을 정립하셨어요. 첫째, 참선하는 사람은 화두에 깨어있어야 하고, 둘째, 염불 하는 사람은 염불에 깨어있어야 하고, 셋째, 주력하는 사람은 주력에 깨어있어야 하고, 넷째, 간경 하는 사람은 간경에 깨어있어야 하고, 다섯째, 불사 수행을 하는 사람은 일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불사 수행이란 일을 하면서도 일하는 데에 깨어있는 수행법을 말합니다.

이런 많은 수행법이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조계종은 화두에 깨어있는 것을 가장 중요한 수행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두 참구를 하든, 다른 네 가지 중 하나를 하든, 어떤 것을 해도 좋습니다. 저는 출가했을 때 먼저 스승으로부터 화두 참구부터 배웠습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선정을 닦는 방법을 가르칠 때는 우선 호흡에 깨어있기를 가르칩니다. 화두 참구든 호흡에 깨어있기든 편안한 가운데 한곳에 집중해서 깨어있는다는 측면에서 그 원리는 똑같습니다. 먼저 호흡에 깨어있기가 되면 나중에 화두 참구를 할 때도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건강이 안 좋아서 운동을 좀 하려고 할 때 무슨 운동이 좋을지 정한다고 합시다. 그때는 인연을 따라서 농구를 하든지 축구를 하든지 등산을 하든지 어떤 운동을 해도 괜찮습니다. 어느 한 가지 운동을 콕 집어서 이 운동이 제일 낫다고 주장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자기가 좋아하거나, 누가 가까이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거나, 자신이 사는 환경이 그 운동을 하기에 적당하거나, 이렇게 인연을 따라 하면 되는 것처럼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한 가지 수행법이 최고라고 고집하는 것은 종파적 개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에 질문자가 어릴 때 화두 참구하는 습관이 생겨서 화두 참구가 수월하다면 화두 참구를 해도 좋다는 거예요. 그러나 이거 좀 했다가 저거 좀 했다가 이렇게 섞어서 하는 것은 좋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러면 마음이 산란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마음을 집중시킬 때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을 했다가 그다음에 저절로 ‘이 뭣고!’ 하는 화두가 참구 되면 거기에 집중해도 좋습니다. 간화선은 깨어서 화두를 참구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화두 참구를 하다 보면 화두에 깨어있기를 하는 게 아니라 생각에 빠질 위험이 많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는 화두를 참구하고 있다고 착각할 소지가 있습니다. 호흡을 알아차릴 때는 그런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호흡 알아차리기는 생각이 일어나면 ‘제가 망상을 피웠습니다’ 하고 비교적 구분을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두 참구는 ‘이 뭣고!’ 하고 참구를 하지 않고 ‘이게 뭐지?’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그걸 화두 참구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화두 참구를 잘못하는 승려들을 향해서 ‘선방에 앉아서 망상만 피운다’ 이런 비판을 하기도 하는 겁니다. 어떤 방법으로 선정을 닦아도 좋습니다. 그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수행법의 종류가 굉장히 다른 것 같아서 혹시 개개인에게 맞는 수행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시원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마음은 매우 편안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왜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올바르지 않은 것일까요? 부가 세습이 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새벽 5시에 혼자서 기도를 잘하다가 도반의 권유로 공동정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혼자서 조용히 기도하는 것이 더 좋은데, 공동정진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아랫집 아이들을 돌봐주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즐겁게 했지만 이제는 아이에게 서운하고 힘도 듭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의 얘기를 잘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내어놓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겁니다. 질문에는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이 없습니다. 어떤 질문이든 질문이 있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세상의 무엇이 문제인지,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질문이 없으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겠죠.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질문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생방송을 마치고 오전 10시부터는 카페에서 베트남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VCIL 활동가와 VCIL과 연대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의 활동가까지 약 30여 명이 모였습니다. 먼저 VCIL이 어떤 단체인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VCIL은 20대 청년 5명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고, 이들은 주로 대안 교육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친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VCIL이 개발한 대안교육을 받으면서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한 청년의 경험담이 끝나자 스님은 청년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러분을 보는 부모님의 생각은 어떨까요?” (웃음)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취업이나 결혼에 관심이 없이 집에만 있는 자녀가 고민인 어머니, 절에 가지 않고 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한 여성, 깨어있음이나 마음 챙김을 잘하고 싶은 한 소녀, 유기농 커피 재배를 하고 있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청년 등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가 점점 깊어졌습니다. 약 3시간가량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대화가 끝나갈 즈음 오가는 대화를 지켜보던 한 외국인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친구의 초대로 이 자리에 왔는데,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는 몰랐습니다. 법륜스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수행을 하지는 않지만 종교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스님의 말씀은 지금 우리 청년들이 당장 듣고 싶은 말은 아닐 수 있지만, 굉장히 통찰력 있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별 기대 없이 왔는데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소감을 나누어주어서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VCIL과 연대하는 장애인 단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용 센터로 가보았습니다. 이 센터에서는 폐현수막이나 천을 재활용해서 가방, 지갑 등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센터장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준 점심식사를 하고 센터를 둘러보았습니다.

센터는 좁은 건물이지만 총 3층으로 되어있었는데 1층 바느질공간, 2층은 게스트룸, 3층은 명상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은 센터장이 개인 소유의 건물을 센터로 사용하고, 장애인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컨설팅하는 수입으로 센터를 운영하여 정부의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센터장은 센터 운영을 자립적으로 하는 것이 이 센터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님도 센터장의 생각에 동의하며 센터장을 격려했습니다. 스님은 건물을 다 둘러본 후 장애인들이 2,3층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아시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지 기술적 검토를 해보도록 센터장에게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식사 대접을 잘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센터 운영에 보태도록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과 함께 호이안(Hoi An)으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3시 10분쯤 호이안의 유기농장에 도착했습니다. 호이안은 다낭보다 비교적 농업과 어업이 주 산업을 이루고 있어 다낭보다 시골풍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농장주는 약 1 핵타르(ha)를 경작하고 있는데,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전부 유기농자재를 사용한 유기농법을 한다고 했습니다. 소똥을 발효시켜 만든 거름과 고추나 마늘등을 발효시켜 만든 액체 해충제를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스님도 두북 수련원에서 짓고 있는 농사를 이야기하며 100퍼센트 유기농이 어려웠던 점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농장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니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스님은 청년들과 함께 호이안에서 다시 다낭으로 돌아와 VCIL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1층은 사무실 겸 공용도서관이자 부엌, 2층은 기숙사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곳이 그들의 사무실이자 거주지였습니다. 건물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빌려서 사용 중이었고, 넉넉해 보이는 살림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청년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로 얻는 수입과 그때그때의 후원금을 운영자금으로 모아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공간을 둘러본 후 청년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청년들은 사무실 근처에 있는 국숫집으로 스님을 안내했습니다. 스님은 국수를 먹으며 오늘 청년들과 만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오늘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었는데, 여러분은 검소하게 국숫집을 선택하네요. (웃음)

오늘 여러분들의 여러 시도를 보고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이러한 시도들은 실패하더라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설령 계획대로 안 되더라도 새롭게 연구하면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인류는 ‘많이 생산해서 많이 쓰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하는 소비주의, 개발주의 가치관으로 살아왔습니다. 서구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전 세계가 개발위주의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개발이 계속된다면 우리 인류는 기후위기나 여러 가지 문제로 막다른 길에 도달할 것입니다.

지금 인류가 개발 가치 외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제시해 주는 모델이 없습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실험하는 것 또한 새로운 길을 찾는 것 중의 하나예요.

여러분은 새로운 길을 찾는 중이니까 너무 성공에 매달리면 안 돼요. 항상 실험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무수한 실패를 거듭해야 그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유명한 교수나 사상가, 종교 지도자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미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그 길을 찾아야 해요. 부모님들은 물질 개발적 가치관으로 살아온 경험만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고 있는 여러분들을 이해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출가를 했는데,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도 저는 제가 좋아서 선택해서 출가를 했어요. 그런데 출가를 하고 보니 현존하는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소비주의의 길이나 다를 바가 없었어요. 절을 크게 짓고, 신도가 많고, 돈을 많이 벌고, 승려도 지위가 높아야 하는 것은 세상살이와 똑같았어요. 저는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기존의 불교에서 벗어나서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 길이 아니라는 것만 알았지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습니다.

선배들은 제게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며 세속에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붓다의 가르침으로 사는 것이 불가능하면 불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복을 비는 불교 신자가 아닌,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열반을 향해 함께 가는 도반이어야 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먼저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어요. 학생들은 순수해서 일부 이 길에 동조를 했습니다. 이후 청년들이 참여했고, 나중에는 일반인도 참가하면서 지금의 정토회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꾸준히 실험해 나가길 바랍니다. (웃음)

정토회도 많은 실험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우리 인류가 안고 있는 전체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답사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면서 다니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주요 사업인 대안교육사업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도 살펴야 해요. 그들이 장애인이든, 소수민족이든, 성소수자이든지요. 저는 여러분들을 만나서 아주 기뻐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오늘 이렇게 좋은 곳들을 보여주고 여러분들 하는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줘서 고마워요. 어쨌든 ‘대안적인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나하고 똑같네요.(웃음) 저는 여러분들이 계속 실험해 나가는 것을 지지합니다. 일을 하다가 작은 도움이나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함께 해나가기를 바래요.”

“스님 말씀 덕분에 대안적인 삶에 대해 더욱 동기부여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와 주시고, 저희들을 격려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청년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10시가 되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틱낫한 스님께서 열반하기 전에 머무르신 ‘후에’에 있는 절을 참배하고 라오스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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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국수 한 그릇도 넉넉해보입니다 ^^

2023-08-15 22:56:11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5-18 13:28:06

햇살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과 스텝들의 안정과 건강을 지키는건 기본 아닐까요?비싼 비행기자리는 아니어도 저가 항공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위험하니 보통 비행기라도 타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2023-05-16 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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