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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 동북부 구와하티로 이동하기 위해 새벽 3시에 숙소를 나섰습니다. 김은희 님이 새벽 3시에 숙소로 와서 스님을 공항까지 모셔주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아침 8시에 구와하티 공항에 도착하자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대절해 놓은 택시를 타고 럼딩(lumding)으로 이동했습니다. 12시 30분에 럼딩에 도착해서 숙소에 간단히 짐을 풀고 지역 NGO 단체인 가로아(GHAROA)를 방문했습니다.
가로아는 2022년 JTS와 함께 아삼주에서 긴급구호를 함께 진행했던 단체입니다. 단장인 아쉬스 씨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오늘 방문할 마을로 출발하려고 하니 아쉬스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길 권했습니다.
“갑자기 우기가 시작되어 차그마족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진흙길이 되었습니다. 길이 미끄럽고 위험하니 오토바이로 타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걸어서 가겠습니다”
오늘 방문하려는 마을은 보롱퍼르 지역에 있는 차크마족 마을입니다. 차크마족은 방글라데시에서 탄압을 받아 인도로 이주한 민족입니다. 보통 이주민족들은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취업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서는 이주민 7만 명이 산속에서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아삼주에 있는 차크마족들은 시민권을 얻었으나, 50여 년을 정착하여 살고 있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서 언제든지 인도정부가 이들의 집을 철거해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인도 JTS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프리야팔 스님도 차크마족 출신으로, 평생 차크마족의 시민권과 토지소유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리야팔 스님이 법륜스님에게 어렵게 살고 있는 차크마족 마을 방문을 요청해서 오늘과 내일은 아삼주에 있는 차크마족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가로아에서 나오니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고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도로까지는 차를 타고 들어갔다가 마을로 들어가는 좁은 진흙길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제일 먼저 대나무를 하나 주워 지팡이를 만들었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곧 현지 청년들이 마중 나와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길이 많이 미끄러웠습니다. 몇 발자국 걸으면 신발이 두툼해지도록 진흙이 붙어 다리가 무거워졌습니다.
40분을 걷고 나니 집이 한 채 두 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마을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꽃을 길에 뿌려주고 물로 발을 깨끗하게 씻어주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어 늦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스님은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을 생각해서 식사를 하지 않고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늘 스님을 만나기 위해 인근 12개 차크마족 마을에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먼저 어려운 가운데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격려와 축원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한번 꽃을 들고 차례로 나와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환영인사가 끝나고 스님께 말씀을 청하자 스님은 마을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어려운지 질문했습니다.
“무엇이 제일 어렵습니까?”
“물이요. 물을 먼 곳에서 길어 와서 쓰고 있어요.”
“물은 누가 길어 와요?”
“여자들이요. 하루에 몇 번이나 가져와야 해요. 세 번은 가져와야 밥하고 설거지를 할 수 있어요.”
“JTS에서 지하수를 뚫어서 탱크를 설치하는 기술과 재료를 지원하면, 각 집에서 수도관을 연결해서 쓸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겠습니까?”
“네. 지하수 뚫는 기술적인 것은 어렵지만 수도관 연결은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는 잘 다니고 있나요? 여기에서 학교가 몇 km 떨어져 있습니까?”
“3km요.”
“1학년은 걸어 다니기 조금 힘들겠네요. 비가 오면 길이 미끄러워서 가기가 더 어렵겠어요. 저도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서 진흙길을 잘 걷습니다. 학교가 2Km 정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늘 그렇게 걸어 다녔습니다.
제가 나이가 칠십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한국도 아주 가난해서 밥을 먹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모든 아이들이 전부 학교를 다녔습니다. 땅도 넓지 않고 자원도 없는 한국이 발전한 원인은 오직 교육에 있습니다. 집에 일이 있거나 농번기라고 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면 안 됩니다. 어렵더라도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입니다. 그러니 꼭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주세요.”
대화를 해보니 차크마족 마을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가까운 학교와 물이었습니다.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분이 건강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여러분들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차크마족이 마련해 준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식사가 저녁식사가 되었습니다.
오늘 일정을 준비하고 식사를 준비해 준 부부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서둘러 마을을 나왔습니다. 마을 청년들이 배웅을 하기 위해 스님을 따라나섰습니다. 스님은 해가 떨어지자 중간중간 청년들을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깜깜해지면 이 길을 어떻게 돌아가려고 그래요?”
“괜찮습니다. 스님이 차를 타고 가시는 것까지 보고 싶습니다.”
도로에 도착하니 옆 사람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날이 깜깜해져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약속에 늦지 않게 럼딩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저녁 7시에는 가로아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가로아는 환경운동, 지역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 의사, 전 국회의원, 지역 대학교 교장 등 지역유지들이 모여 주민들을 돕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방문한 차크마족 마을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숙소에 돌아오니 9시 30분이었습니다. 숙소에서 함께 답사를 간 JTS 활동가들과 차크마족 마을에 물탱크 건설을 지원한다면 JTS에서 사람을 파견할 것인지, 가로아와 협력하여 일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하루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인근에 있는 차크마족 마을을 한 군데 더 둘러본 후 밤에 기차를 타고 부탄 국경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35세 가정주부인데 공부를 좀 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시 일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 하나에 집중하면 자꾸 다른 하나를 놓치게 되는데 둘 다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것은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습니다. 개인이나 단체에서 가지고 있는 역량은 일정한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역량을 한 곳에만 집중한다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역량을 두 곳으로 나눠서 집중하게 되면 각각 절반의 효과가 나게 되죠. 그러면 이것도 저것도 다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보이는 것은 욕심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가 가진 역량은 100밖에 안 되는데 200이라고 착각해서 결과에 대해서 자꾸 욕심이 나는 것입니다.
100이라는 역량을 한 곳에만 쓰면 그곳에서 효과를 100% 볼 수 있지만 이쪽에 50, 저쪽에 50을 쓰게 되면 각각 반반의 효과밖에 날 수 없는 것이 진실입니다. 능력이 100인데 여기도 100의 효과가 나고 저기도 100의 효과가 날 방법이 없겠느냐?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종교나 특정한 곳에서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거짓입니다. 밤잠도 안 자고 열심히 노력하면 100의 능력만으로도 120까지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쪽 일에 100을 사용하면서 저쪽 일에도 100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입니다. 단지 그렇게 되고 싶은 사람의 욕심일 뿐입니다.
욕심을 부리게 되면 이것을 할 때는 저것을 못 해서 실망하고, 저것을 할 때는 이것을 못 해서 실망하게 됩니다. 또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하려고 하면 모두 다 만족하지 못해서 실망하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엇을 해도 실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렇게 욕심을 부리게 되면 여기에서도 실망하고 저기에서도 실망하게 됩니다. 즉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A에 집중하기로 했으면 B는 포기하고, B에 집중하기로 했으면 A는 포기를 해야 합니다. 또 두 가지를 다 하고 싶으면 그 효과를 반반으로만 보려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A를 해도 괜찮고, B를 해도 괜찮고, 나눠서 해도 괜찮으므로 무엇을 해도 실망이 없고 만족스럽습니다. 즉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둘 다 잘해서 모두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을 버리면 A를 해도 괜찮고, B를 해도 괜찮고, 양쪽을 나눠도 괜찮고, 무엇을 해도 괜찮아집니다. 이것이 괴로움 없이 사는 인생의 길입니다.”
“만약 둘 다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량을 반반 나눠서 하고 결과에 대한 효과도 절반만 보려고 해야 합니다. 둘 다 100퍼센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없습니다. 그것은 100퍼센트를 해내고 싶은 나의 욕심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게 살아보겠습니다.”
“인생은 비가 와도 좋고, 비가 안 와도 좋은 것입니다. 비가 오면 물이 흐르고 그 물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농사도 지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런데 가끔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홍수가 발생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도 없고, 내리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럴 때는 피해를 조금 보기도 하면서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홍수에 대비하여 둑을 쌓아 피해를 예방하면 됩니다.
또 비만 계속 오면 안 되겠지요? 햇살도 필요합니다. 햇볕이 나야 곡식도 잘 자라고 만물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태국에 답사를 갔었는데 기온이 40도를 오르락내리락해서 기진맥진한 적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햇살을 멈출 수도 없고 없애버릴 수도 없잖아요. 그럴 때는 그늘로 가서 휴식하면 됩니다.
겨울에는 좀 추워야 병충해가 없어져서 이듬해 농사가 잘 됩니다. 겨울이 따뜻해져 버리면 병충해가 많아져서 농사를 망치게 돼요. 그렇다고 너무 추워지면 모든 생물이 얼어 죽을 만큼 피해가 커지게 됩니다. 이럴 때는 피해를 감수하거나 아니면 난방 장치를 해서 피해를 예방하면 됩니다.
이렇듯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은 그 어떤 것도 다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그것이 약간 과할 때는 대책을 세우든지, 아니면 약간 피해를 보든지 하면 됩니다. 이게 인생이에요.
봄은 따뜻해서 꽃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고, 여름은 더워서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좋고, 가을은 서늘해서 단풍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으며, 겨울은 추워서 스키를 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래도 문제이고 저래도 문제인 삶은 괴로운 중생의 삶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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