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8 평화재단 미팅, 정토경전대학 법화경 2강
“중생이 본래 부처입니다. 왜냐하면...”

안녕하세요. 오늘도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했습니다.

12시 30분에는 평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22년 한반도 외교안보 10대 뉴스’를 생방송으로 시청했습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님과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님 등 여러 전문가들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외교안보 이슈를 소개하고 분석해 주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만일준비위원회, 천일준비위원회, 법사단, 지원국 등 여러 단위의 책임자들과 2023년 정토회 일정을 조율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겹치는 일정이 무엇이 있는지, 스님이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어떤 것이 있는지, 스님은 어느 요일에 법문을 해줄 수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는 다시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한 후 저녁 무렵에 다시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부터는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수업에서는 법화경이 등장한 배경과 법화경의 시작 부분인 서품과 방편품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법화경 강의 두 번째 시간으로 제3비유품, 제4신해품, 제6수기품, 제11견보탑품, 제12제바달다품, 제15종지용출품, 제16여래수량품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법화경(法華經) 제4품 신해품(信解品)에서는,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수기(授記)를 주시는 것을 보고, 수보리, 가전연, 마하가섭, 목갈리나 네 분이 부처님께 자기도 ‘대승의 법을 듣고 성불하는 길을 열어달라’ 하고 요청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들은 부처님께 법을 청하게 되고, 부처님은 이들을 위해서 법을 설하시고 이들도 깨달음을 얻어서 수기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법화경에는 대승보살만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고, 소승 수행자들도 법화경을 듣고 이해하면 바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대승경전임에도 불구하고 소승 수행자까지 포용하는 입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마치 기독교를 믿고 천당 가는 얘기와 불교를 믿고 극락 가는 얘기가 따로따로 있었는데, 새로운 경전이 나와서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이 경전을 믿고 이해하면 다 부처가 된다’ 하고 얘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법화경은 다른 교파나 종파도 포용하는 입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생이 본래 부처

법화경 제4품 신해품(信解品)에서는, 궁자(窮子)의 비유, 즉 가난한 아들의 비유가 나옵니다.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이 어릴 때 서로 헤어져서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다니며 사업을 해서 큰 부자가 됐고 아들은 구걸하는 거지가 됐습니다. 아들이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던 어느 날 큰 부잣집 앞에 이르렀는데, 집주인이 좋은 의자에 앉아서 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밖을 보고 있는 거예요. 거지는 대문 간에서 집 안을 훔쳐보다가 이 집에 잡혀서 노예가 되지 않을까 겁이 덜컥 나서 약간 두려움을 느꼈어요.

그 때 의자에 앉아 있던 부자는 거지를 보고, 이 사람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내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 반가워서 ‘아들아!’ 하니까 거지가 놀라서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사람을 시켜서 도망간 거지를 잡아왔는데, 잡혀온 거지는 너무 놀라서 기절을 해버렸습니다. 물을 부어서 거지를 깨웠는데, 이래서는 아들을 죽이겠다 싶어서 부자는 아들을 그냥 가라고 보내줬습니다. 대신 방편을 써서 하인 두 사람을 시켜서 옷을 허름하게 입고 거지 행세를 하면서 아들에게 접근해서, 저기 부잣집에 가서 일하면 일당을 두 배나 준다고 말하게 했습니다. 아들은 일당을 두 배 준다는 말에 이 집에 다시 와서 창고에 살면서 거름을 치우는 등 허드렛일을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몇십 년이 지나고 거지가 부잣집에 사는 것에 익숙해진 어느 날, 부자는 옷을 허름하게 입고 같은 하인인 척 같이 일도 하면서 아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너는 고향이 어디냐’, ‘부모는 어떠냐’ 이렇게 저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도망가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일하면 월급도 계속 올려줄 거라고 했습니다. 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적응을 했고 집안의 이런저런 일을 맡아서 관리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아들은 자기가 이 집 아들이란 것을 모르니까, 이 집 하인으로 창고에 살면서 그저 일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다 부자는 나이가 들어서 죽을 때가 되었고, 국왕, 대신과 바라문 등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 사람이 사실은 나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데, 이미 우리 집 모든 재산을 다 잘 알고 있고 지금까지 관리해 왔으니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 하고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처럼 원래 모든 중생이 다 부처인데, ‘네가 부처다’ 하면 중생은 깜짝 놀라서 도망을 가버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중생의 모습으로 나투셔서 중생과 같이 욕망의 세계에서 부딪히면서 살다가 출가하여 부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해서 중생이 성불의 마음을 내도록 한다는 거죠.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네가 정말 부처다’라고 말을 하면 중생이 놀라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얘기입니다. 법화경은 이런 비유를 들어서 중생이 본래 부처임을 자각하도록 해서 모든 사람을 다 성불로 이끄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누구다 부처가 될 수 있다

부처님의 일생에서 부처님을 죽이려고 했던 데바닷타를 기억하시죠? 당시 소승불교에서는 데바닷타를 반역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데바닷타는 성불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법화경에는 데바닷타의 성불론이 나옵니다. 데바닷타가 사실은 과거 전생에 부처님의 스승이었는데, 그가 좋은 법을 갖고 있어서 좀 알려달라고 하니까, ‘내 하인이 되면 가르쳐 주겠다’라고 해서 부처님이 데바닷타의 하인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데바닷타의 하인이 되어 심부름도 하고 온갖 구박을 받았는데 부처님은 데바닷타 때문에 인욕바라밀과 온갖 바라밀을 행해서 결국 성불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면서, ‘데바닷타도 미래세에 부처를 이루리라’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렇게 법화경에서는 당시 기존의 불교에서 성불할 수 없다고 얘기하던 반역자, 여성, 천민들도 법화경을 듣고 믿고 따르면 성불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계속 나옵니다. 제12품 제바달다품에 가면, 누구나 다 성불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래도 여자는 성불할 수 없지 않느냐?’ 하고 묻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여자뿐만 아니라 용의 딸인 용녀(龍女)도 지혜가 있어서 성불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걸 어떻게 믿느냐’ 하고 물으니까 용녀가 물건을 하나 건네주면서 ‘성불하는 것은 이렇게 물건을 주고받는 시간보다도 더 빨리 할 수 있다’ 하고 얘기합니다. 물건을 주고받는 시간은 찰나잖아요. 용녀는 이렇게 얘기하고 여성의 몸에서 남성의 몸으로 변하더니 곧 32상 80종호가 생기면서 성불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걸 ‘용녀변성성불(龍女變姓成佛)’이라고 해요. 죽어서 다음 생에 남성으로 태어나서 성불하는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몸이 남성으로 바뀌어서 성불하는 거예요. 유마경에서는 이것보다 더 파격적인 얘기가 나옵니다. 천녀가 ‘이 몸은 허깨비 같은 것이고 공한 것이니 여성과 남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면서 여성의 몸을 갖고 그대로 성불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내용은 소승불교에서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화경을 수지독송하면 누구나 다 성불할 수 있다는 거죠.

부처는 언제나 이 세계에 머물면서 중생을 교화한다

이런 수많은 얘기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15품 종지용출품(從地涌出品)에 가면, 땅이 갈라지면서 수많은 보살들이 땅 위로 솟아오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살들이 출현합니다. 강가강의 모래알 수만큼 많은 보살들이 솟아오른 것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부처님 제자들이 있을 수 있는지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카필라국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나서 수행 정진해서 성불한 이후 전법을 한 기간이 40년밖에 안 되었는데, 그 짧은 기간에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교화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이 든 겁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지금 성불한 것이 아니고 이미 헤아릴 수 없는 구원겁(久遠劫) 전에 성불하셨는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지금 중생의 몸을 나퉈 성불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이 많은 보살들이 과거에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시간 전에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수행 정진해온 사람들이라는 거죠.

‘부처님께서는 짐짓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열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짐짓 출가하여 성불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지, 여래는 무한한 과거부터 무한한 미래까지 항상 계신다’

이런 내용을 담은 3신(三身) 사상이 나오게 됩니다. 부처님의 몸에는 3가지가 있다는 겁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진리 그 자체를 뜻하는 법신(法身), 그 법신이 수도를 해서 부처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보신(報身), 중생을 다 인연 따라 구제하시는 화신(化身)이 계신다는 거죠. 그중 석가모니 부처님은 천백억 화신(千百億 化身)이라고 부르죠. 천백억 가지로 몸을 나퉈서 중생을 구제하신다는 뜻입니다. 법화경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곧 법신이면서 화신이라고 표현합니다. 법신과 보신과 화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곧 법신인 동시에 화신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법화경은 부처님이 모든 중생을 누구든지 차별 없이 다 구제하신다는 가르침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화경을 믿는 수행자들은 다른 경전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경전은 다 법화경으로 이끌기 위해서 중간에 설정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내용으로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법화경의 내용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가르침임에도 불구하고, 법화경을 배우는 사람들은 ‘다른 경전은 공부할 필요 없이 법화경만 공부하면 된다’, ‘법화경이 최고의 가르침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 마치 기독교의 유일신관(唯一神觀)처럼 여겨지는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지금도 법화경을 믿는 수행자들은 공연히 다른 경을 공부할 필요가 없고 오직 법화경만 공부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해서 불교 안에 종교적으로 굉장히 강력한 신앙을 갖는 집단이 형성되게 됩니다.

선불교가 새로 등장하게 된 배경

이런 얘기를 들으면 지금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 것에 비춰볼 때 좀 의아하죠. 부처님은 구원겁 전에 성불하셔서 지금도 계시고 미래에도 계신다고 하니까, 말은 부처님이라고 부르지만 기독교의 절대적인 신과 비슷한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이 되잖아요.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성품을 갖고 있고,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다르지만, 부처님이 누구나 다 구제한다고 하니까 기독교의 신관(神觀)과 유사한 모습을 갖게 된 겁니다.

이후 불교 역사를 보면, 이런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죠. 법화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천태종이 중국에서는 큰 세력이 되긴 했지만, ‘과연 이게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인가’ 하는 의문이 든 사람들에 의해서 새롭게 불교 운동을 일어난 것이 선불교입니다. 그러나 법화경을 중심으로 한 불교 운동 또한 전체 불교사를 놓고 보면 대승불교의 역사 안에서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강의를 한 후 이번 주 수행 연습 과제를 이야기하고 생방송 수업을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교실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갔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서울을 출발하여 지적장애인 보호시설인 거제도애광원으로 가서 아도모례원에서 수확한 배추를 전달한 후, 오후에는 고(故)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의 장례식장을 조문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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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2-12-19 14:37:53

정종석

법화경의 표현을 빌리면 오늘날의 법륜 스님은 과거세의 천백억 법신,화신 부처님으로서 이 땅에 오셔서 뭇 중생들을 제도하고 계신다는 뜻이 되는 데 ~ 실감을 합니다. 부지런히 잘 배워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2022-12-13 11:32:58

보문성

법화경이 대승불교에서 어떤 역활을 했는지 알게되어 감사합니다.

2022-12-13 06: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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