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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새벽 1시에 서울 서초법당에 도착한 후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이 속속 도착하자 스님은 반갑게 이웃 종교인 분들을 맞이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남북 관계를 진단하고 종교인 모임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모색해 보기 위해 사회 원로 몇 분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원로 정치학자 최상룡 교수님, 정계 원로인 김덕룡 전 의원님, 김홍신 작가님이 자리한 가운데 스님이 오늘 모임의 대화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희들 종교인 모임에서는 세 가지에 대해 우려를 했습니다. 첫째,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쟁 위기로 자꾸 가고 있다는 것이고요. 둘째, 한국 사회 안에서 여야가 너무 팽팽하게 대립해서 중요한 사안들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통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게 고민입니다. 셋째, 지금 가장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할 것인가입니다. 이를 위해서 종교인 모임과 사회 원로들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어르신들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평소의 고견을 한 말씀씩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어서 최상룡 교수님, 김덕룡 의원님, 김홍신 작가님이 차례대로 현재 남북 관계와 여야 대립, 북한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종교인 분들도 사회 원로 분들이 해주시는 이야기에 적극 공감하면서 각자의 문제의식과 해결책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어서 활발하게 토론도 오갔습니다. 사회 원로들이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밖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은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붕괴 조짐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국론을 통합하는 쪽으로 움직이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도 밖에서 보면 한국처럼 아직은 괜찮은 국가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
얼마 전에 UNHCR 최고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서 잠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모든 국제 이슈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버려서 어려움이 많다고 해요. 로힝야 난민캠프의 경우에도 필요한 예산의 30퍼센트 밖에 모금이 안 된다고 합니다. 파키스탄에 대홍수가 나서 이재민이 3천만 명이 발생했는데도 국제 사회의 관심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이번에 전 세계 불교인들과 콘퍼런스를 해보니까 동남아 국가에서 오신 분들이 하는 말이 ‘한국은 그래도 상황이 낫지 않느냐’, ‘총알이 날아다니지는 않지 않느냐’ 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얀마에서 온 사람들은 당장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사람이 죽고 하는 상황이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대해서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대한민국이 세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우리가 연초에 국민통합을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만나서 국민통합 추진운동을 하려고 하다가 뜻대로 잘 안 되었잖아요. 지금 국론이 너무 분열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분들을 다 만나서 뜻을 모으는 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오늘은 사회 원로 분들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 보았는데, 다음 모임에서는 각 종교계를 대표하는 원로 분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경청해 보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한국 경제의 진단’을 주제로 박상준 와세다 대학 국제교양부 교수님을 초대하여 연구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박 교수님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 지표를 다양한 기준을 갖고 비교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일본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 20년을 잃어버렸지만 최근 10년에는 변화의 계기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며 그 비결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사회가 안정화될 수 있었던 이유로 일본 기업들의 역할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한국도 일본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님의 발표가 끝나고 스님을 비롯하여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왜 3년 만에 부동산 폭등이 발생했을까요?”
“미국과 한국은 금리를 올렸는데, 일본은 왜 금리를 올리지 않을까요?”
“한국을 물가가 엄청 오르고 있는데, 일본과 비교하면 상황이 어떤가요?”
“일본의 경제가 세계 경제에 비해 성장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는데도 복지는 안정화 추세로 가게 된 비밀이 무엇인가요?”
“일본에는 빈 집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것과 주택 가격 상승 억제가 연관이 있나요?”
“일본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일본의 협력하는 경영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지속 가능할까요?”
“일본 정치는 정말 희망이 없는 것일까요? 일본의 정치인 중에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한국의 통일에 기여를 하면서 한일 협력을 기반으로 일본의 위상을 높여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혹시 없을까요?”
...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서 자연스럽게 한일 협력이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까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세미나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세 시간 동안 고견을 이야기해 준 박 교수님에게 스님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했습니다.
곧바로 스님은 오후 4시부터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두 시간 넘게 회의를 한 후 다시 서초법당으로 돌아와 저녁 7시 30분부터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가을 가뭄이 심한 와중에 그래도 비가 조금은 와서 다행입니다. 예년에 비해서 가을 날씨가 매우 따뜻한 편입니다. 마치 봄 날씨 같아서 마을의 담장에는 장미가 마치 5월처럼 활짝 피어 있는 특이한 모습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늦가을 날씨가 특이하게도 봄 날씨처럼 포근한데 다음 주 중순부터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 주말에 방송 문화 예술인들의 모임은 길벗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를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잘 보셨죠? 이제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춥다는 것은 날씨를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가난이나 어려움을 뜻하기도 합니다. 정토회 회원이라면 주위에 추운 겨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보살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들의 친구가 소년원에서 출소를 했는데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냥 평상시대로 대하세요. 소년원에 있었다고 하지만, 친구가 힘든 생활을 하고 온 거잖아요. 의리가 있는 친구라면 마중도 해야 하고, 밥도 한 끼 사야 하고, 얘기도 나눠야 하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는 본인의 아들을 너무 못 믿고 있어요.
또 친구한테 물이 좀 들 수도 있어요. 세상이란 건 원래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잖아요. 좋은 친구를 만나면 좋은 물이 들 수도 있고, 나쁜 친구를 만나면 나쁜 물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다 부모가 막아놓은 속에서 자란 아이는 온실의 화초와 같이 자생력이 없습니다. 그런 나쁜 친구도 있는 속에서 자기를 지켜나가는 법을 배워야 자생력이 생깁니다.
그러니 그걸 미리 방어하려고 벽을 치지 말고 아들하고 소통하는 채널이 되어 보세요.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아, 그랬나? 그럴 수도 있겠네’ 하고 받아주는 겁니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는 바로 마음을 닫아 버려요. ‘이런 얘기를 하면 엄마가 싫어하는구나’, ‘이런 얘기를 하면 엄마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구나’ 하면서 아예 말을 안 해버려요. 나한테 말을 안 하니까 내가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고를 치고 다니거든요.
사고 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아이가 뭐든지 제일 어려울 때 나한테 얘기할 수 있도록 소통 통로를 열어 놓는 게 엄마가 해야 할 일입니다. 남한테 못하는 얘기도 엄마한테는 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 놓아야 아이가 처할 위험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말 위험하다 싶을 때 조언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야단을 쳐서 소통 채널을 막아버리면 엄마한테는 말도 안 하고 자기들끼리 딴짓하고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아이가 친구들이랑 중학교 때 이미 약간 사고가 있었어요. 반년쯤 전에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 땅바닥에 누워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동영상을 찍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니까 그 후로는 그런 일이 없더라고요. 만약에 또 애가 그렇게 술이 잔뜩 취하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동영상을 찍어서 또 보여주면 되죠. 그게 뭐 걱정이에요? 그럴 수도 있는 거예요.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 술 먹고 취할 수도 있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소풍 갔다가 술 먹고 취한 친구를 리어카에 싣고 데려다주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랬던 애들이 다 커서 지금은 대학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유명인이 된 사람도 많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는 게 이해가 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폭력에 연루된 적도 있어요. 단체로 편을 지어서 싸워서 경찰이 출동하고 검찰 조사까지 받고 상담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애들이란 자랄 때 그렇게 친구하고 어울리게 마련이에요. 그러다 상대하고 싸움이 붙으면 패거리 싸움도 하고, 그러다 잡혀가서 상대한테 두드려 맞기도 하고, 또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잡혀가서 경찰 조사를 받고 오기도 하고요.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영화관에 가지 말라는데 갔다가 잡혀 와서 교실 벽에 걸린 정학 명단에 올라간 애들도 많았고, 머리 기르지 말라고 했는데 기르고 다니다가 이발기로 머리에 고속도로가 난 애들도 있었어요. 학생이라면 가지 않아야 할 이상한 곳에 갔다가 잡혀서 정학을 당한 경우도 있고요. 아이들은 그렇게 커가는 거예요. 너무 걱정 안 하시면 좋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엄마는 보호하는 사람이니까 그 하나하나를 막기보다는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아요. 만약에 아이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몰래 빼내 주거나 하면 안 돼요. 본인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경찰에 잡혀가서 처벌을 받도록 하되, 면회는 가주고 격려는 해줘야 해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까 어떤 짓을 해도 격려는 해주되 사회적으로 자기가 잘못한 것에 대해 대가는 치르도록 해야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른 길로 갈 수가 있습니다. 몰래 빼주거나 하는 일이 자꾸 반복되면 나중에는 그게 버릇이 돼요. ‘내가 돈을 훔쳐도 엄마가 배상해 주겠지’ 이렇게 되면 앞으로 굉장히 곤란해집니다. 지금은 아이가 사춘기니까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기회라고 여겨야 해요. 지켜보다가 정말 필요할 때 도와주면 어떨까요?
지금 질문자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걱정이 많다는 건 아이가 어릴 때 잔소리를 많이 했다는 뜻이고, 잔소리를 많이 했으면 아이의 심리가 억압이 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심리가 억압됐으면 평소에는 착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술 한 잔 먹으면 감정이 폭발하고, 결국 폭력을 행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내 앞에서 얌전하고 조용하다고 꼭 좋은 게 아니에요.
‘아, 아이의 심리가 억압이 되어 있구나.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겠다. 지금은 얌전하지만 여차하면 폭력적이 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정신과를 찾아가서 체크를 해 볼 필요가 있어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 될 수준인지, 아니면 그냥 좀 감정이 억압된 정도인지, 이런 것을 부모가 보고 옆에서 체크해 주는 게 좋습니다.
이런 지혜로움이 필요하지 무조건 막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아이를 부모가 평생 지키고 있을 것도 아니잖아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고2라면 1년만 더 있으면 성인이 되잖아요. 성인이 되는 하나의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니까 옆에서 지켜보고, 꼭 도움이 필요할 때만 도와주세요.
아이는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고, 자기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걸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어요. 좀 심한 것 같으면 병원에 가서 체크도 해보고, 여러 가지 전문 상담도 해보시고요. 걱정만 하고 있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습관처럼 걱정을 하고 있었네요. 이렇게 걱정하는 시간에 으뜸절 봉사라든지 제가 할 수 있는 봉사 제의가 들어오면 그냥 흔쾌히 봉사를 하면서 걱정에서 벗어나 보겠습니다.”
“집착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럴 때는 자꾸 생각에 빠지지 말고 절을 많이 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정진을 하면 집착이 저절로 떨어집니다. 아니면 둘 중에 아무거나 하나를 선택해서 하든지요. 엿가락 붙듯이 자꾸 집착하면 그것도 병이라는 걸 아셔야 해요. 그런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해요.
어떤 상황에 처하든 우리는 나날이 감사하며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해요. 오늘 하루 주어진 조건 속에서 기쁘게 살지 않고 ‘언제 무슨 일이 해결되면 기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인천에 배만 들어오면 나도 부자다’라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런 날은 죽을 때까지 오지 않거나, 아니면 온다 해도 금방 가버려요. 그러니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면서 지금을 편안하게 사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에 답변을 다 하고 나니 법회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대중부 활동가들과 만일결사 회향식에 대해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불교계 언론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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