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0.22. 천일결사 기도,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 서원행자 수계식
“남편의 직업이 무기를 다루는 직업인데 계율을 어기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 4시 30분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종성,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오늘로써 정토회가 만일결사를 시작한 지 9955일째가 되었습니다. 제1차 만일결사가 이제 45일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스님은 기도의 마무리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제 백일기도가 절반을 넘어서서 한 달 반 남짓 남겨놓고 있습니다. 천일결사도 마지막 한 달 반을 남겨놓고 있고, 만일결사도 마지막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억지로 수행하고 있나요?

기도를 회향하는 날이 다가오면 마음을 평소보다 잘 관리하는 사람이 있고, 긴장이 풀리고 소위 퍼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진을 하면 날이 갈수록 힘이 나고, 회향을 하고 나면 더 힘이 생겨야 해요. 회향을 하고 수행을 그만둬 버리는 사람은 그만큼 억지로 애쓰면서 힘들게 정진해온 거예요. 힘들게 하면 그만큼 마음에서 반발과 저항이 생깁니다. 회향 기간까지는 억지로 버티다가 회향일이 되면 '아이고,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하고 나가떨어지는 거죠.

이런 현상은 일이든, 명상이든, 순례든, 기도든, 전법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보면 여러분은 활동을 다 노동하듯이, 일하듯이 해요. 하기 싫은데 억지로 참고합니다. 세상일은 돈이 되니까 참으면서 하고, 수행은 나중에 복이 된다고 하니까 참고합니다. 마음 밑바닥에서는 결국 다 돈과 연결되어 있어요. 복이 된다는 건 결국 돈이 된다, 명예가 된다, 권력이 된다는 거잖아요. 재물욕, 권력욕, 명예욕, 쾌락욕, 자식욕 등 이 모든 것이 다 욕망입니다.

세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출가자들이 모여 사는 집단에서도 세속적 기준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욕망을 즐기는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욕망을 위해 참으면서 수행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고행주의입니다.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한시적으로 참다가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좌절에 빠지고 포기하죠. 욕망을 이루더라도 잠시 기뻤다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 기쁨이 사그라집니다. 이걸 복진타락(福盡墮落)이라고 해요. 복이 다하면 고통 속에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돈을 원하는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참으면서 일을 합니다. 결국 쓰기 위해서 돈을 버는 거죠. 그렇게 번 돈을 다 써버리고 나면 다시 일을 해야 합니다. 복진타락이죠.

휴일이 필요 없는 이유

왜 정토회 공동체에는 휴가나 휴일이 없을까요? 이는 육체가 지쳐도 그냥 참고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노역이고 학대입니다. 몸이 지치면 휴식을 해야 합니다. 등산을 할 때도 다리가 아프면 잠시 쉬잖아요. 그렇게 잠시 쉴 수는 있어요. 마음에 애씀이 있어서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우와 다릅니다.

마음에 참음이 없다면 따로 휴가나 휴일이라는 게 왜 필요하겠어요? 마음이 편안하면 매일이 휴일입니다. 매일이 휴일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뭔가 억지로 욕구를 참고 있는 거예요. 결국 참으면서 기간만 채우는 셈이죠. 수행은 기간만 채운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참을 것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입니다. 물론 습관에 의해 잠시 사로잡힐 수 있어요. 사로잡히면 나도 모르게 참게 돼요. 그럴 때마다 정진을 하면서 '아, 내가 욕구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이렇게 자각하고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제가 매일 법문하는 내용이 바로 이겁니다. 그런데도 눈이 어두운 자는 낮이어도 세상이 어둡게 보이고, 귀가 어두운 자는 시끄러운 곳에서도 소리를 듣지 못하듯이 욕구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리 부처님의 법문을 들어도 그 길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법문을 듣고 뭔가를 아는 것 같지만, 욕구에 사로잡혀 있으면 지식으로만 알고 생각으로만 알지 실제로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늘 마음이 긴장되어 있어요. 마음이 긴장되면 '아, 내가 참고 있구나' 이렇게 바로 알아야 하는데, 세상에 살다 보면 세상의 영향을 받아 자기 내면에 있는 욕구가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 쉽습니다. 욕망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마치 자기가 수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정진을 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거예요. 그럴 때 속된 말로 '장판 때가 묻었다'라고 표현합니다.

첫 마음이 중요합니다

옛 부터 어른들이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깨닫겠다고 마음을 낼 때 이미 깨달음이 성취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첫 마음을 낼 때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도 법을 처음 만났을 때 그 기쁨을 잘 떠올려보세요. 그때 왜 기뻤을까요? 바로 즐거움이 곧 괴로움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쾌락을 구하고, 욕망을 따라서 세상을 살았는데, 그게 곧 괴로움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초심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해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오전 10시에 다시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궁금한 점에 대해 대답해주는 즉문즉설을 하는 날입니다. 먼저 교실별로 실천 활동을 했던 영상을 함께 본 후 몇몇 사람들의 소감을 들어보고 나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입학할 때는 더운 여름의 말미였는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 깊었습니다. 앞으로 한 달이 지나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설지도 모르겠네요. 하루하루를 보면 별로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한 달만 지나도 계절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일상도 매일 같은 날 같지만, 마음공부를 하면 한 달만 지나거나 일 년만 지나도 자기도 모르게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어서 여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실천적 불교사상 과목을 공부하면서 생긴 여러 가지 의문들을 이야기했는데요. 그중 한 명은 남편이 무기를 사용하거나 거래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춰볼 때 어떤 마음가짐을 살아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남편의 직업이 무기를 다루는 직업인데 계율을 어기는 걸까요?

"불교대학 수업 중 무기를 사용하거나 거래하는 직업이 계율에 맞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신랑이 바로 그런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랑의 직업을 나라를 지키는 방어 위주로 생각해 왔기에 격려해 주는 입장이었는데, 수업을 듣고 나니 괴리가 생겨서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적을 많이 죽인 사람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영웅이지만, 상대 나라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아주 나쁜 사람이겠죠. 일본 군대가 한국을 점령하면 일본에서는 영웅이지만 한국에서는 원수가 됩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이 우리에게는 영웅이지만, 일본에서는 테러리스트라고 합니다. 무슬림 나라에서는 성전이라고 하는 사건을 미국에서는 테러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 쪽의 입장만 보는 게 아니라 양쪽을 다 봐야 합니다. 부처님은 어릴 때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걸 보고 새의 입장에서만 보지 않았습니다. ‘왜 하나가 살기 위해 다른 하나는 죽어야 할까, 둘 다 같이 사는 길은 없을까?’ 하고 스스로 의문을 가지셨어요. 주변에 스승들에게 물어봤지만 그 누구도 답을 못했습니다. 그저 '세상이 원래 그런 거야', '세상은 원래 약육강식이야' 이렇게 이야기할 뿐 시원하게 답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결국 부처님은 스스로 이 문제를 깊이 탐구한 끝에 이 세상 모든 것이 서로 다 연관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셨습니다. 연기법을 깨달으신 거예요.

내 입장에서는 성질이 나서 때리고 죽이더라도 상대 입장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큰 고통이겠어요. 그래서 누가 내 부모나 형제를 죽였다면 반드시 원한을 갚으려고 하죠. 원한을 갚으면 또 그의 가족이 원한을 갚으려 하겠죠. 그래서 과보가 몇 배로 돌아옵니다.

불자가 지켜야 할 기본 오계에는 ‘직접 죽이거나 때리지 말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무기를 생산, 보관하거나 판매하는 건 오계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법사가 되고자 한다면 기본 오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보살 48 계율을 지켜야 해요. 여기에는 직접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도 살생하지 못하게 합니다. 즉, 옆에서 협력하는 행위, 무기를 생산, 보관하거나 거래하는 행위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행위들이 간접적으로 살상 행위를 확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그런 직업을 가졌다면 가능하면 그 직업 외에도 먹고살 수 있는지를 점검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좋아요. 반면 그 일 외에는 딱히 먹고살 길이 없다면 꼭 필요한 만큼만 하지 함부로 살상을 하면 안 됩니다. 가령 어촌에서 태어난 사람이 고기잡이 외에는 딱히 먹고살 길이 없다면, 딱 자기가 먹을 만큼만 잡아야지 필요 이상으로 고기를 막 잡으면 안 되는 거예요. 이렇게 가능하면 직간접적으로 살생을 하는 일을 안 하는 게 최선입니다. 최선이 안 되면 차선책으로 꼭 필요한 만큼만 하는 쪽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본인이 아니라 남편의 직업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대신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이 벌어온 돈 중 일부를 생명을 살리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시를 하는 거예요. 만약 남편이 백만 원을 벌어온다면 그중 만 원이라도 생명을 살리는 일에 보시하는 겁니다.

또 보시와 더불어 생명을 살리는 봉사활동에 조금이라도 참여하면 좋습니다. 현실적으로 남편이 살생에 간접적으로 관계된 일을 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지만 질문자가 할 수 있는 만큼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에 공부를 잘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됐어요. 막상 검사가 되고 보니 본의 아니게 독립군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예요. 이때 가장 좋은 길은 그 일을 안 하는 거죠. 그런데 먹고살기 위해서 검사직을 해야 한다면 차선책은 독립군이 잡혀왔을 때 가능하면 약하게 처벌하는 거예요. 너무 드러내 놓고 하면 자칫 일본군한테 찍혀서 잘릴 위험이 있으니까 완전히 빼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검사한테 가는 경우보다는 형을 감량해주는 거예요. 만약 감형도 해줄 수 없는 형편이면 검사를 하면서 받는 월급 중 일부라도 독립군 자금으로 보시를 하는 게 차차선이겠죠.

이렇게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 또는 차차선을 선택하면 해방된 뒤에 친일배로 몰려서 직업도 잃고 감옥에 가더라도 독립군들이 이렇게 이야기해주겠죠. '그 사람 내가 잡혔을 때 감형시켜준 사람이다, 독립군에 꾸준히 재정 지원을 해준 사람이다' 그러면 재판받을 때 참고가 되겠죠. 그러면 예전에 잘못한 일이 탕감되는 거예요. 인생을 길게 보면 이런 원리로 돌아가요.

정당에서 공천을 심사하는 사람들은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선거에 내보내려고 하죠. 심사위원은 자기 일을 잘하려고 했을 뿐인데 떨어진 사람 입장에서는 심사위원이 자기를 떨어뜨린 겁니다. 그러니 이러한 일은 다 원한을 사는 직업에 속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평가하거나 재단하는 공천심사위원, 판사, 검사는 항상 사람들에게 겸손해야 합니다. 내 입장에서는 공명정대하게 판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다 목숨줄에 해당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무리 잘해도 보이지 않게 다 원한을 사는 일에 속합니다.

이왕 그런 일을 하고 있다면 그만두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하면서 항상 기도를 해야 합니다. 늘 '죄송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해요. 기도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그런 일을 하면 차츰 직업병에 걸립니다. 다른 사람의 목을 치고, 가슴을 후벼 파는 비판을 해도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게 되고, 급기야 무슨 일이든 다 그런 태도로 대하는 거예요.

간접적으로라도 살상에 도움 되는 일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차선책이라도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질문자의 고민이라면 직업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인데, 지금은 남편의 직업이니까 앞으로 질문자는 기도를 해야 해요. 기도를 할 때 '우리 남편만 죽지 않게 해 주세요' 하는 건 지나치게 이기적인 마음이에요. 오히려 '이런 일로 혹시 본의 아니게 희생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 제가 기도하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본의 아니게 희생된 사람들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작은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굶어 죽는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베풀고 기도하는 자세를 가져야 과보를 줄일 수 있어요.

우리가 출가해서 부처님처럼 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설령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지금 먹고, 입고, 자는 수준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처럼 직업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 직업을 통해서 얻은 수익의 일부라도 생명을 살리는 데 써야 하는 거예요. 죄의식까지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걱정하기보다는 기도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생명을 살리는 보시와 봉사를 하면 좋겠어요.

과거에 낙태한 사람이 막연한 죄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보다 세상에 태어났지만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더 적극적인 참회입니다. 마냥 죄의식에 빠져 있는 것보다는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 다섯 명을 열 살 때까지 돕겠다' 이렇게 적극적인 행위를 하는 게 낫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죄책감이 많이 덜어지고 어깨가 많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해진 대신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고, 보시하고, 봉사도 하셔야 해요.”

이 외에도 계속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음 달에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2시부터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항공권 예약 상황을 비롯해 실무적으로 점검해야 할 내용들을 살펴본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서원행자수계식

오후 4시 30분부터는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서원행자 수계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예불, 반야심경 봉독을 한 후 대중 모두가 수계를 받기 위해 삼보를 청하고, 수계법사를 청했습니다.

스님은 수행자가 불자가 되기 위하여 받게 되는 삼귀의, 오계, 팔계의 연유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에서 이 시대에 맞게 18계본과 40계본을 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 후 이제 서원행자가 되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정신은 그대로지만 사회가 많이 변화했습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근본적 관점은 같지만 시대가 달라졌어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근본 오계에 기초해서 18계본을, 근본 팔계에 기초해서 40계본을 만들었습니다. 발심행자는 18계본을 지켜야 하고, 다른 사람의 지도자가 되는 서원행자는 40계본을 지켜야 합니다.

발심행자는 스스로 괴로움 없이 살겠다고 뜻을 세운 사람입니다. 내가 괴로움이 없으려면 적어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 오계를 지켜야 합니다. 서원행자는 스스로 괴로움 없이 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도록 전법하겠다고 원(願)을 세운 사람입니다. 세상을 위해 일하겠다고 마음을 냈기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세상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40계본을 받아서 지녀야 할 뿐만 아니라 매달 한 번씩 포살을 해야 합니다. 포살법회는 계율을 어긴 일을 참회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발심하고 서원을 다지는 시간입니다.

서원행자가 되면 앞으로 법사 수계를 받을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법사 수계를 받을 때 세 가지 대상에게 돌이켜야 할 부끄러움이 있어요. 첫째, 가족들입니다. 부부간에 악을 쓰면서 싸우고, 애들을 때려놓고 법사 수계를 받는다고 하면 가족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둘째, 주변 친구들과 동료들입니다. 친구들과 욕설하고, 동료들 사이에도 서로 이익을 챙기겠다고 다툰 다음 법사가 된다고 하면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뭐라고 할까요. 셋째, 도반들입니다. 도반들 사이에 고집을 피워놓고 법사가 된다고 하면 부끄럽죠. ‘이렇게 법사가 될 줄 알았으면 가족한테도, 직장 동료한테도, 도반들한테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후회합니다. (웃음)

여러분도 앞으로 법사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부끄러워하지 말고 미리부터 계율을 잘 지켜야 합니다. 계율을 기준으로 내 삶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들이 떠오를 거예요.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한 참회를 해야 합니다. 과거에 내가 어떤 잘못이나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지금 그것을 알고, 뉘우치고, 참회하면 여러분은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요. 수행자는 항상 떳떳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과거의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죄송합니다'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대신 비굴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심으로 참회하고 뉘우쳤다면 과거에 잘한 일이나 잘못한 일 모두 꿈속에서 행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나는 꿈에서 깼기 때문에 더 이상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은 그런 의미로 참회를 하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모두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아 호궤 합장 자세를 하고 법사님들로부터 연비를 받고 참회를 했습니다. 따끔한 찰나에 모든 죄업이 사라지기를 발원했습니다.


참회와 연비를 마친 대중들은 이제 서원행자가 되어 계율을 청정히 지키는 삶을 살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한 사람씩 헌화하며 다시 한번 계율을 청정히 지킬 것을 다짐했습니다.


스님은 수계를 받은 대중을 위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축원 기도가 끝나고 수계첩을 수여했습니다. 수계자 34명을 대표하여 부산울산지부 김천호 님이 스님으로부터 수계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수계자들도 법사님들로부터 수계증을 받았습니다.

수계 대중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님에게 꽃을 선물하고, 바른 길을 인도해 준 것에 대해 삼배를 올렸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수계 법회를 마친 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개인은 행복하고 세상은 평화로운 정토세상을 만들겠다고 서원한 34명의 행자가 새로 탄생했습니다.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수계 대중은 2부 프로그램을 이어나갔습니다. 2부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수계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수행담 발표를 듣고 난 후 지부별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군장병들을 위해 즉문즉설을 한 후 서울을 출발해 문경 선유동 연수원으로 이동하여 오후에는 INEB(참여불교세계대회)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술락 시바락 박사님과 주변을 산책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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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

어리석은 자에게 지혜를 심어주심에 감사합니다.

2023-08-10 10:18:04

보각

계율을 청정히 지킨다는게 중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11-10 16:08:46

김명순

스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2-11-06 05: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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