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0.10 전법활동가 법회
“역량 있는 사람을 직접 민주주의로 선출하려면...”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로 이동하여 하루 일정을 보냈습니다. 새벽 4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를 4시간 달려 8시에 서울 서초법당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에 스님은 서울 서초법당 1층에 마련된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전법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과 유튜브에 접속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날씨가 추울 정도로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요즘 여러분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법문을 듣고 수행하니까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날씨가 추운지, 이런 걸 잘 모르고 지낼 것 같아요. 저는 시골에 사니까 기후 변화를 시시각각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웃음)

저는 해외사업장을 둘러보고 와서 몸이 좀 아파서 한 주 쉬었는데도 지금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몸이 찌뿌둥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북 수련원에서의 일상은 회복되었습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 줍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가을 들어서 법회와 회의가 많이 잡혀서 일할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하고 있어요.”

스님의 지난 한 주 동안의 일상을 영상으로 본 후 다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여름에 대중들이 많이 와서 논에 피를 뽑았는데도 이제 가을이 되니까 논에 피가 또 가득해졌습니다. 지난번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이곳 두북 수련원도 수해를 입어서 복구한다고 바빴습니다. 그리고 제가 외국에 나가 있다 보니 일손이 부족해서 피를 뽑지 못했어요. 피의 씨가 논에 떨어지면 내년에 또 엄청나게 납니다. 올해 농사는 다 지어서 상관없는데, 내년 농사를 위해서는 피를 뽑지는 못하더라도 논에 씨가 떨어지지 않도록 가위로 잘라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토요일에는 많이 오셔서 피를 좀 뽑아 주시기 바랍니다.” (웃음)

오늘은 특별히 개인 질문이 없어서 내년부터 바뀌는 정토회의 시스템에 관해 스님이 직접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대중의 의견을 잘 수렴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기 이전에는 회원 10명당 1명의 대의원을 뽑아 대의원 회의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간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정토회가 운영되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

그러나 온라인 정토회가 되면서 회원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요소를 많이 가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는데요. 그런데 직접 민주주의가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대표 선출을 하는데 직접 민주주의로 한다고 하면 누가 대표를 할 만한지 회원들은 잘 모릅니다. 모르는 상태로 투표에 참여하게 되면 이름만 민주주의이지 실제로 적합한 사람을 뽑는 데 장애가 됩니다. 적절한 사람을 뽑는 문제와 대중의 의사를 반영하는 문제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대중이 원하는 사람이 꼭 그 일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는 거지요.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보면, 국민이 선택하는 사람이 대통령 역할을 잘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통령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선거에서 뽑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선거에서 국민이 선택한 사람이 대통령직을 잘할 역량이 안 된다는 것이 현재 국가가 겪는 어려움입니다. 국민은 인물이 잘났거나 조직이 있거나 돈이 많거나 인기 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실력 있고 점잖고 합리적인 사람은 주로 그런 것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선출이 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해서 선출된 사람은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되지 못합니다. 아무 흠결이 없으면서 능력도 있으면 좋은데 그런 사람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약간의 흠결이 있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도덕성을 지나치게 요구합니다. 선거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을 뽑기보다는 저 사람이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서 뽑지 않는다거나, 저 사람이 싫어서 이 사람을 뽑는다는 식으로 투표를 합니다. 이렇게 뽑아 놓고 실망하는 일이 지난 35년간 7차례의 선거 동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왕권으로 돌아가거나 독재로 돌아갈 수는 없지요.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게 낫습니다.

역량 있는 사람을 대중이 선출하도록 하기 위해

그래서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큰 틀 안에서 역량이 있는 사람이 소임을 맡도록 해야 합니다. 역량이 있는 사람과 대중이 선호하는 사람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가 우리가 고민하는 점입니다. 특히 우리는 수행자라서 내가 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역량 있는 사람을 결사행자와 서원행자로 미리 선발합니다. 그동안의 수행이나 활동 역량을 볼 때, 대표나 지부장 정도를 맡아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결사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한평생을 바쳐서 활동할 결의도 있어야 하고요. 대표는 결사행자 중에서 누군가가 맡고, 지부장은 서원행자 중 3년 이상 된 사람 중 누군가가 맡고, 지회장은 서원행자 중 누군가가 맡습니다.

만약 우리 지회에 서원행자가 5명이 있다면 그들 중에서 누가 지회장이 되는가는 회원이 결정합니다. 능력이 있든, 대중이 선호하든, 서원행자가 되어 3년 이상이 된 사람 중에서 지부장을 결정한다면 역량이 특별히 낮아서 지부장을 못 할 정도의 사람이 선출되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서원행자는 수행력도 있어야 하고 원도 있어야 하지만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직장을 다녀도 직장보다 정토회 활동이 우선이라는 결의 정도는 있어야 해요. 또,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먹고살 정도는 되는지를 점검해서 서원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결사행자는 언제든지 업무를 준다면 직장도 그만둘 결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것이 검토되어 결사행자, 서원행자, 발심행자가 있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이렇게 각 단계를 거치면서 잘 모르면서 선택하는 직접 민주주의 선출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르면서 선출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결사행자와 서원행자가 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든 다 괜찮기 때문이라서 자기 기준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잘 선택하기 위해서, 대표는 지부장들이 모여서 추천하고, 지회장들이 결정하고, 모둠장들이 승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지부장은 지회장들이 모여서 추천하고, 모둠장들이 모여서 결정하고, 모둠원들이 승인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었습니다. 최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입니다.

대중으로부터 먼저 대표를 추천받는 제도를 마련해 본다면

그런데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부장이 추천해서, 지회장이 결정한 것을 회원들이 잘 모르는데 어떻게 거부하냐고 해요. 그러니까 형식을 보면 민의를 반영하도록 했지만, 결국은 추천되는 순간 이미 결정이 된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래서 회원들은 추천권이 없다는 문제가 야기되고 있어요. 승인하는 투표는 어차피 통과될 것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위에서 결정한 것이, 민의와 어긋나는 일이 없어서 문제가 안 되지만, 앞으로 세월이 흐르면 위에서 엉뚱한 사람을 선임할 수도 있죠. 그럴 때 승인이라는 절차는 대중이 그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 대중으로부터 추천을 먼저 받자는 겁니다. 즉 모둠에서 먼저 지회장과 지부장과 대표를 추천하자는 거예요. 모둠에서 3분의 2 이상의 표를 받은 사람이 각 모둠에서 먼저 추천이 되는 겁니다. 그 결과를 갖고 모둠장 회의에서는 지회장을 선출하고, 지부장과 대표를 추천합니다. 그러면 지회장이 모여서 추천되어 올라온 사람 중에 지부장을 결정하고, 대표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지부장 회의에서는 각 지부에서 대표로 추천되어 올라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논의해서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는 사람 중에 삼의제를 거처 대표를 선출합니다. 이렇게 하면 모둠원들이 우선적으로 추천권을 갖게 됩니다. 이 방식은 대중들의 의견을 더욱더 아래로부터 반영하기 위해 제안된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이 방식이 적절한지 한번 토론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정토회는 기존에 결정된 것이 항상 우선입니다, 새로운 제안은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채택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빨리 변하니까 정토회도 빨리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너무 늦다는 지적도 있어요. 과반수의 찬성으로도 변화에 대응을 못 하는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으라고 하면 옛날 하던 대로 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결정된 것을 바꾸지 말고 그대로 가자는 이 방식은 안정적이어서 좋은데, 변화에는 좀 늦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과제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한번 정하면 3년 안에는 거의 못 바꾸고, 다음 3년으로 넘어갈 때 확 바꿔버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그래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가 있으니까요. 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고집했다면 통일특별위원회를 시작할 수가 없었어요. 안 그래도 일이 많아서 힘든데 또 일을 벌이느냐고 대부분이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년 회향이 끝나고 다음 3년의 목표를 설정할 때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결사행자들이 대응을 하도록 했어요. 결사행자들은 미래를 보고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결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치들이 지금 정토회 안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재정과 일은 대중이 결정하지만, 그것이 부처님 법에 맞게 잘되고 있는지를 감사하는 기능과 대중의 수행을 지도하는 일은 법사단이 하도록 했습니다. 정토회는 이렇게 대중의 뜻을 최대한 모으되,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적재적소에 적합한 사람이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세상의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어제 정한 것보다 오늘 정한 것이 더 좋은 것이라면

여러분들은 선거제도 바꾼 지가 일 년밖에 안 되었는데 또 바꾸냐고 불평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의견을 가졌다면 반대를 하면 됩니다. 그러나 저는 항상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제 것보다 오늘 것이 더 좋은 것이라면, 어제 결정하고도 오늘 또 바꿀 수가 있다’

그것이 더 좋은 것이라면 어제 결정했다고 해서 좋은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거죠. 여러분들도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제안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2차 만일결사에 대한 자기 의견을 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대중이 직접 선출하면 민의가 반영된다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또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조금씩 보완하는 방식을 정토회에서는 계속 연구해 가고 있어요. 민의를 최대한 반영시키면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우리의 연구 과제입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선거 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스님의 추가 설명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질의응답을 받은 후 더 이상 질문이 없자 법회를 마쳤습니다.

서초법당을 나온 스님은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갖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서울을 출발하여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후 저녁에는 정토경전대학 금강경 수업 제5강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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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대한민국 대통령 뽑는 제도도 조금씩 개선이 되면 좋겠고 정토회도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2-11-02 12:21:21

정명선

감사합니다

2022-10-21 08:31:41

향진행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된다는 말씀 백번공감합니다. 지금 대통령이 ㅣ그런사람이라는것이 통탄할뿐입니다.

2022-10-17 22: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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