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09.21. 수행법회
“도움을 당연하게 받는 사람을 보면 불편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주간반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오전에도 수행법회를 하는 날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양해를 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3주 동안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민다나오를 다녀와서 몸이 좀 아팠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법문은 녹화본을 내보내자고 했는데, 한 달에 한 번 있는 법회여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픈 건 아픈 거고, 또 우리가 약속한 건 약속한 거니까 이렇게 법회를 하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좀 안 좋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보시해 주신 돈이 이렇게 잘 쓰이고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인건비나 사무실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여러분이 낸 보시금을 원래의 목적에 맞추어 알뜰하게 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서울에 여러 사무소가 있어서 월세를 내야 했지만, 이제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지어 전부 통합하면서 월세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관리비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어서 인건비도 들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내어주신 보시금의 90% 이상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한 분은 도움을 당연하게 받는 사람을 보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도움을 당연하게 받는 사람을 보면 불편해요

“스님의 하루에서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시는 모습을 읽으며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천민이나 난민들을 돕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스님은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직접 물으셨습니다. 그 점도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지 알려주시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해 복구 봉사를 갔을 때 당연한 듯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감사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봉사에 임해야 흔들리지 않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건 같은 한국 사람이라서 그래요. (질문자 웃음) 북한에 가서 우리가 도울 때도 그렇습니다. 미국 사람이나 외국 사람이 가서 도와주면 북한 관리들이 감사하다며 굉장히 인사를 깍듯이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가서 도와주면 인사보다는 불평이 더 많습니다. (스님 웃음) 그래서 도와주러 갔다가 정작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같은 민족이라서 그래요. 우리는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저쪽에서는 ‘같은 민족이니까 우리가 어려우면 너희가 당연히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 그런데 도와주는 양이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불평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거예요.

이웃 사람과 가족이 나를 도와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웃 사람이나 낯선 사람이 나를 도와주면 고맙다고 깍듯이 인사하지만, 부모님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도와주어도 정작 나는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불평불만을 많이 하잖아요. 부모님의 도움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반응은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돕는 것도 오래 지속되면 도움받는 쪽에서 불평불만이 많아집니다. 로힝야 난민 같은 경우는 한두 번 가서 도와주니까 고맙다고 하는 것이지, 만약에 계속 일상적으로 도와주면 ‘왜 이거는 도와주고 이거는 안 도와주느냐’ 이렇게 불평불만이 많이 생길 거예요.

30년 가까이 도와 온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는 벌써 불평불만이 생겼어요. (스님 웃음) 이번에 마을 잔치를 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서 결국 못 했습니다. 반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수자타아카데미가 우리 마을에 있으니까 이건 우리 학교다. 다른 마을 아이들이 우리 학교 다니는 것도 싫지만 그래도 애들이라 봐준 것이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을 왜 저쪽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주느냐? 그 혜택을 우리에게 모두 주면 우리가 더 많이 받을 수 있지 않느냐.’

수자타아카데미는 인근 15개 마을 중 2개 마을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데 그 2개 마을 사람들이 이번에 제일 불만이 많았어요. 혜택은 그 2개 마을 사람들이 제일 많이 받으면서 불만도 제일 많은 거죠. 스님이 오니까 마을 잔치할 때 공연을 하기로 하고 15개 마을 별로 공연 팀을 하나씩 만들어서 경연을 했대요. 잔칫날에 15개 팀이 모두 공연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그렇게 경연을 해서 5개 팀을 뽑는데, 공교롭게도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두 마을은 능력이 안 돼서 안 뽑혔어요. (스님 웃음) 그러자 자기네 마을이 안 뽑혔다는 이유로 마을 잔치를 못하게 하는 거예요.

이런 불만을 얘기한 사람들이 시골 노인들인 것도 아니었어요. 모두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배우고 졸업한 청년들이에요. 아예 안 가르쳤으면 이런 불만이 없겠지만, 가르쳤기 때문에 이렇게 불만을 토할 줄도 알고 항의를 할 줄도 아는 거예요. 그러니 이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너희도 배웠구나.’ (스님 웃음)

배워서 자기주장도 할 줄 알고 저항도 할 줄 알게 된 거예요.

질문자가 이야기한 마을 사람들도 일단 도움을 자주 받는 편입니다. JTS에서도 수해 나면 도와주고 겨울에 연탄 보급도 도와주고 1년에 몇 차례씩 도움을 줍니다. 우리 단체만 그러는 게 아니라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예요. 서울 시내에서 제일 열악한 곳 중 하나이다 보니 거기는 도와주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오는 곳이에요. 그래서 도움받는 것이 조금 일상화됐다고 볼 수도 있어요.

또 우리나라는 수해가 나면 구청이나 정부에서 반드시 도와줘야 하잖아요. 우리가 안 도와줘도 좀 기다리면 정부가 와서 도와주는 거예요. 그래서 도움을 당연시하게 되는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한 건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도와준다고 하니까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건 여기 올려라,’ ‘저건 저기 올려라’ 이렇게 일을 시킬 수밖에 없잖아요. 또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해줘야 우리가 제대로 도울 수 있고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굉장히 불만을 토로하기도 해요. 수해 복구 작업을 도와주러 갔는데, 정작 수해를 당한 집주인은 손도 까딱 안 하면서 도와주러 온 사람더러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며 일을 시킨다는 거죠. 그래서 기분이 나빠져서 봉사하던 중간에 가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스님 웃음)

그러나 집주인은 그런 역할을 해야 해요. 제가 그때 10명 정도 함께 갔는데, 집주인이 ‘침대 치워라’, ‘뭐 치워라’ 이렇게 진두지휘를 해 준 덕에 우리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어요. 내부 사정이나 구조도 잘 모르는 남의 집에 가서 우리 마음대로 일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제3자가 잘못 보면 ‘자기는 손도 까딱 안 하고 시키기만 한다’ 이렇게 오해를 살 수는 있어요. 질문자가 언급한 영상에서도 집주인이 스님한테 ‘냉장고는 저리로 옮겨주세요’, ‘기둥은 지붕에 올려주세요’, ‘하수구 뚫어주세요’ 이렇게 시키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예, 알겠습니다’라고 하고요. 이건 당연한 거예요. 도와주러 갔으니까 그들이 필요한 것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런 반응은 같은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외국인이 도와주면 더 고맙게 생각하고, 이웃이 도와주는 것보다는 먼 곳에서 와서 도와주면 더 고맙게 생각하고, 형제가 도와주는 것보다는 남이 도와주면 더 고맙게 생각하고, 부모가 도와주는 것보다는 남이 도와주면 더 고맙게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민다나오 같은 곳은 사정이 굉장히 열악한데도 세계적 이슈가 안 되는 곳입니다. 위험한 지역이라고 해서 찾아가는 NGO가 거의 없어요. 자선 사업하는 사람들도 모금을 해야 하니까 이슈를 따라가게 마련이거든요. 언론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곳에 가서 도와야 사람들이 모금을 많이 해 주고,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슈가 없고 언론에 나지 않는 지역에는 지원금이 없고, 지원금이 없으니까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요. 그런데 JTS는 그런 사각지대를 주로 찾아가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래서 거기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거예요. 분쟁 지역이라 무섭다며 아무도 안 오고, 산꼭대기에 있어서 높다고 아무도 안 오는데, 외국인이 4시간씩 걸어서 올라오거나 오토바이 뒤에 타고 2시간씩 올라와서 학교를 지어준다고 하면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도시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하면 그 사람들은 별로 안 고마워해요. 그 사람들은 그 정도로 도움을 못 받는 상황이 아니니까 상대적으로 고마움도 덜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도움을 줄 때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동시에 서로 교감도 하려면 어려운 곳에 찾아가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면 서로 교감이 쉽습니다. 조금 배부른 곳에는 도움을 줘도 돌아오는 반응이 멀뚱멀뚱해요. 시내에 학교를 지으면 마을 주민더러 와서 일하라고 해도 아무도 안 와요. ‘학교 짓는 건 정부가 할 일이다. 우리가 일해야 한다면 그에 맞는 월급을 내놔라’ 이렇게 말하거든요.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곳일수록 주민들이 땅도 내어놓고, 자기들이 와서 협력도 합니다. 또 가난한 지방 관청일수록 이런 도움을 더 필요로 하니까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조하고요.

질문자도 마찬가지예요. 부모나 형제가 도와주는 것은 별로 고마운 줄도 모르고 남이 도와주면 고맙게 생각하잖아요. (질문자 웃음) 질문자의 남편과 제가 똑같은 얘기를 해도 제가 얘기하면 ‘스님, 감사합니다’라고 하지만 남편이 얘기하면 ‘네가 뭔데 그런 소릴 하냐!’ 이러잖아요. 그러니까 도움받는 상대의 반응이 신통찮다고 해서 그걸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네,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질문을 더 받은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세미나에 온라인으로 참여해서 ‘우주산업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회의를 한 후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총 4명의 질문이 있었고 현장 질문도 받았습니다.

내일은 오전, 오후에 회의가 있고 저녁에는 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이 있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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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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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06:26:17

양계홍

가까운 사람일 수록 더 고마움을 표하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2022-09-29 03:39:00

고영희

감사합니다 스님~당연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불만스러워 했는데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2022-09-27 1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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