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22. 정토경전대학 제2강 대승경전의 출현
“고난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 중요했던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도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북한전문가들과 함께 최근의 북한 식량사정, 북중교역, 북미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올해 북한의 작황이 나빠서 안 그래도 식량이 부족한데 올겨울, 내년 봄에는 더욱 심한 기근 상태가 예상되어 모두 우려했습니다. 오후에는 국제부, 공동체 준비위원들과 함께 10월 하순에 있을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준비 회의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연달아 회의를 하고 저녁 8시부터는 정토경전대학 제2강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금강경 내용을 배우기 전에 대승경전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고난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 중요했던 이유

“오늘은 대승불교 운동가들이 중요하게 여기고 의지했던 그들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이 어떻게 출현했고 어떤 경전들이 있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부터 대승경전 중 금강경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금강경이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발생했고 전체 불교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경전인지 배경을 알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 쉬우니까요.

지난 시간에 이미 말씀드렸듯이 대승불교는 나 혼자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거나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데 머물지 않고 상구보리 하화중생,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승경전은 수행의 주체가 대부분 비구, 비구니 같은 출가 승려가 아니고 재가 보살들입니다. 부처님께 질문하는 사람도 보살이고, 대답하는 사람도 보살이에요. 보살이 대승불교운동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공부할 금강경은 질문하는 사람이 보살이 아니고 부처님 당시 역사적 인물이었던 수보리 존자입니다. 금강경은 대승경전이긴 하지만 초기 경전이어서, 아직 근본불교 경전과 거의 유사한 집필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근본불교 경전처럼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고,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다는 식으로 찬탄하는 표현이 없어요. 이런 특성을 보면 금강경은 대승경전 중에서도 아주 초기에 나타난 경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특별히 금강경을 공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금강경이 대승경전이면서 가장 초기 경전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듯이 기존 불교는 이러한 경전에 대해 그것은 부처님의 설함이 아니라는 비불설(非佛說)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자꾸 기존 불교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승단에서 추방을 했고, 지금 식으로 말하면 사이비라고 정부에 고발해서 잡아가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대승불교인들은 초기에 기존 승단으로부터 배척과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고난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법화경에 보면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은 자기를 욕하고 때리고 쫓아내는 사람에게도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고, 그러는 당신도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이 있으니 나는 당신을 가벼이 보지 않겠습니다' 하는 서원이 있습니다. 마치 지장보살이 지옥에 가서 지옥 중생을 구제하듯이, 아무리 세상이 혼탁하고 탄압과 멸시를 받아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진리를 설파해나가겠다는 원이 대승경전에 들어있는 걸 보면, '아, 이 분들이 이 경이 나올 때 굉장히 핍박을 받았구나. 그래서 그런 핍박을 받을 때 어떤 자세로 고난을 이겨내야 되느냐를 부처님께 묻고 대답하는 식으로 경전에 묘사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승불교의 수행법은 육바라밀이고, 그 첫째가 보시바라밀입니다. 재가 수행자들이 모여서 있다 보니 어려운 일을 서로 돕는 보시바라밀이 제1 덕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울 때 참고 이겨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기 때문에 인욕바라밀이 나오고,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된다' 하는 정진바라밀이 나옵니다. 이렇게 보시, 인욕, 정진이 원래 교리에 있던 계정혜 삼학과 결합해서 육바라밀이 됩니다. 기존 불교에서 하고 있는 '계율을 청정히 지키고, 선정을 닦고, 지혜를 얻는다' 하는 삼학을 포함해서 보시와 인욕, 정진을 더한 여섯 가지 바라밀, 육바라밀이 대승불교의 중요한 수행법이 됩니다.”

이어서 스님은 기존 경전의 형성부터 대승경전의 형성까지 차례로 설명해주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라

“오늘은 대승경전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드렸는데요. 어쩌면 마음공부를 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오늘 공부한 내용이 조금 어려웠을 거예요. 불교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정토경전대학의 주목적은 아니지만, 오늘 설명한 배경을 알아야 앞으로 공부할 금강경과 반야심경 가르침의 요지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모르고 경전을 공부하면 너무 어렵게 느껴집니다.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했던 말을 계속 또 하는 것 같아요. '이거다, 이것도 아니다, 아닌 것도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말장난처럼 느껴지고 헷갈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경전이 왜 이런 방식으로 표현됐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승불교는 기존 불교의 관념적이고 형식적인 요소를 비판하고 극복하고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종교를 비판하기는 비교적 쉽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처님의 이름으로 다시 비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이 이렇게 복잡하게 써진 거예요. 그러나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하듯이, 그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요지가 뭐냐는 관점을 딱 갖고 경전을 읽으면 아주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려울 수가 없어요. 어려우면 불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지식이나 말이 어렵지, 그 가르침의 요지는 결코 어려울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가 진실인데, 어려울 것이 뭐가 있겠어요. ‘눈 있는 자 와서 보라’라고 하셨는데요. 그러나 대승경전은 현란한 언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여러분들이 혼자 공부하려면 이해하기 어려워서 공부 못하겠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오늘 배경 설명을 먼저 했고요. 다음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금강경을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이번 주 중에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볼 수행 연습 과제를 이야기해 준 후 수업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만일준비위원회 회의를 하고, 즉문즉설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전국법사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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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

대승경전에 수행법인 육바라밀이 근본불교의 계정혜 삼학과 소외되고 핍박받던 대승사상에 형성과정속에서 보시 인욕 정진이 추가되어 정진하게되었음을 역사속에서 배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2-11-04 14:18:40

보각

경전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이 뭔지 궁금해하는게 중요한 포인트군요 감사합니다

2022-09-28 14:12:23

장경라

인욕바라밀
지금 내가 휘둘 리려. 합니다
누가 뭐라하든. 참된 생각을 갖으렵니다
감사합니다

2022-09-28 12: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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