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8.25 북한 전문가 모임, 평화재단 미팅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4시 30분에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예불을 했습니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정성껏 예불을 한 후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북한 전문가분들이 평화재단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반찬을 만들어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한 후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농사와 식량 상황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최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진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북한 전문가 모임이 끝난 후 스님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 머물며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4일 수행법회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요

“수행자의 길을 가고 싶은데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외모가 중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수행자의 삶에서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집니다. 지금 즐겁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괴로움이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제 외모가 달랐다면 저는 이렇게 괴롭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외모에 대한 품평을 들었고 구설수에 종종 올랐습니다. 지금도 제 외모를 보고 사람들이 꺼려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졌고, 그래서 돈을 버는 경제 활동도 어렵습니다. 외모를 가꾸는 행동도 멈칫하게 되고, 수행도 멈칫하게 됩니다. 바보처럼 무기력에 빠져 지낸 시간이 오래되었습니다. 외모와 수행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방향이 다른 두 가지 길을 고집하는 것 같은데, 저는 두 가지 모두 포기가 안 됩니다. 저는 어디서 고장이 난 걸까요?”

“질문자가 생각할 때 자신의 외모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난히 마른 것이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마른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모델들도 보면 다 말랐잖아요. 40킬로그램이 나가는 사람도 많은데, 질문자는 몇 킬로그램이 나가요?”

“저도 그 정도 나갑니다.”

“그 정도 나가면 아주 날씬하고 좋다고 평가되잖아요.”

“그런데 제 오랜 경험으로는 징그럽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 말에 무덤덤했는데, 사춘기를 지나고 날이 갈수록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옛날에는 빼빼하게 마른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꼈지만, 요즘은 뚱뚱한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끼잖아요. 옛날에는 뚱뚱하면 복스럽다고 했고, 남자는 배가 나와야 사장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살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뚱뚱한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시대입니다. 살이 찌는 것이 문제가 되지, 말랐다고 해서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마른 것을 굉장히 좋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보고 말라도 너무 말랐다고 거부감을 표시할 때가 많아서요.”

“그건 그 사람의 얘기죠. 그냥 인사로 하는 얘기예요. 어떤 사람이 스님을 보고 ‘살쪘네요’ 그럴 수도 있고, ‘요새 너무 말랐네요’ 이럴 수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평균보다 좀 말랐다면 사람들은 ‘너 너무 말랐다’ 이렇게 말하고, 평균보다 좀 뚱뚱하면 ‘너 살쪘다’ 이렇게 말하잖아요. 키가 좀 컸으면 ‘너 키가 좀 컸네’ 이렇게 말하고, 좀 늙었으면 ‘너 요새 많이 늙었다. 눈가에 주름살이 보이네’ 이렇게 말하죠. 이건 사람들이 그냥 하는 말이지, 그 속에 외모를 비하하는 뜻은 없어요. 그냥 인사를 그렇게 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말랐다고 하면 ‘그래. 나 원래 말랐어’ 이러면 되고,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하면 ‘나이 들면 좀 뚱뚱해야 복스럽지 않나?’ 이러면 됩니다. 질문자의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질문자가 몸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예요. 제가 묻는 말에 대답해 보세요.

“지금 눈이 안 보여요?”

“눈은 잘 보여요.”

“코가 없어서 숨을 못 쉬어요?”

“숨은 잘 쉽니다.”

“이가 없어서 밥을 못 먹나요?”

“밥은 잘 먹습니다.”

“귀가 없어서 소리가 안 들려요?”

“소리는 잘 들립니다.”

“손이 없어서 밥을 못 먹어요?”

“손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발이 없어서 걸어 다니지를 못해요?”

“잘 걸어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뭔가 어린 시절의 상처에 계속 잡혀있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취업을 앞두고 있다 보니 과거의 생각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 질문자의 고민은 외모 문제예요, 정신적인 문제예요?”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외모를 문제 삼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겁니다. 돈이 없을 때 어떤 사람은 ‘벌어서 살면 되지’ 이러지만, 어떤 사람은 돈이 없는 것을 한탄합니다. 문제를 삼으면 뭐든지 다 문제가 되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어릴 때 아버지가 안 계셨던 걸 한탄하고, 어떤 사람은 신분이 낮은 걸 한탄하고, 어떤 사람은 시골에 태어난 걸 한탄하고, 뚱뚱해서 한탄하고, 바짝 말라서 한탄합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는 지금 외모를 문제 삼는 거예요.

‘내 외모가 좀 나으면 취직이 잘 될 텐데.’

‘내 외모가 좀 나으면 연애를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말은 ‘인천에 배만 들어오면 나도 부자야’ 이렇게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이건 정신 질환이에요. 정신 질환이 조금 심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되고, 좀 약하면 수행을 통한 자가 치료가 가능합니다. 수행이란 것이 다른 게 아니에요. 자기 병을 스스로 치료하는 자가 치료가 수행입니다.

질문한 내용을 들어보니까 질문자는 증세가 조금 심한 것 같아요. 어릴 때 들었던 말이 상처가 되어서 지금까지도 힘들다면 그것을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신경정신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저는 외모에 대해서 계속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외모 때문에 취직도 안 되고 연애도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 때는 어떤 것이 문제입니까?’ 이렇게 묻고 약물치료나 상담치료 등을 받는 것이 좋아요.

외모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외모를 문제 삼는 정신작용이 문제입니다. 정신을 치료해야지, 정신은 그대로 두고 눈이나 코를 수술한다거나 살을 찌우는 방법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살이 찌면 또 살쪘다고 사람들이 말을 할 거예요. 그러면 질문자는 또 살을 뺀다고 난리고, 사람들이 말랐다고 하면 살을 찌려고 난리겠죠. 이건 남의 말에 놀아나는 거예요. 결국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데, 잘 보여서 뭐 하려고 그래요? 내가 남을 잘 봐주면 되지 남이 나를 잘 봐서 뭐하려고요? 덕 보려고요? 그러니까 첫째, 병원에 가서 먼저 진찰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요. 지금 약을 먹는데도 개선이 잘 안 된다면 의사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서 투여량을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그렇게 치료를 받고,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기도를 해야 해요.

‘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살아있어서 감사합니다. 눈도 잘 보이고, 들을 수 있고 내 발로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내 손으로, 내 입으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눈이 동그랗냐 길쭉하냐, 크냐 작냐, 쌍꺼풀이 있냐 없냐, 색깔이 까맣냐 파랗냐는 눈의 생김새를 따지는 거예요. 눈의 역할은 생김새에 있는 게 아니라 보이냐 안 보이냐 하는 기능에 있습니다. 코는 콧대가 높냐 낮냐는 코의 모양보다 냄새를 맡을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합니다. 이가 가지런하냐 안 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귀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고, 혀는 맛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손은 움직일 수 있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지, 손 모양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양에 집착하는 이유는 남한테 좋은 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에요. ‘손이 예쁘네’, ‘눈이 예쁘네’ 이런 소리를 듣고 싶은 겁니다. 그런 마음을 노예근성이라고 해요. 수행자는 내가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남을 잘 봐주지 남이 나를 잘 봐주고 안 봐주는 것에는 신경을 안 써요. 남이 나를 잘 봐주냐 안 봐주냐를 따지는 마음이 노예근성입니다. 질문자가 어릴 때 어떤 원인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의 시선에 너무 전전긍긍합니다. 그러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한쪽으로는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손이 없어서 발로 밥을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내 입으로 음식을 못 먹고 목구멍에 구멍을 뚫어서 튜브로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고요. 내가 이렇게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고, 혀로 맛볼 수 있고, 코로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발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면 머리카락이 희냐 검냐, 눈이 동그랗냐 길쭉하냐, 코가 높으냐 낮으냐 이런 것은 하등 중요하지 않아요. 그 기능이 작동만 하면 되죠. 기능이 작동하지 못해도 조금 불편할 뿐이지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눈이 잘 안 보이면 안경을 끼면 되고, 팔이 하나 없으면 의수를 하면 되죠. 조금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불편한 문제도 아니잖아요.

생긴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백인이 ‘난 얼굴이 좀 검었으면 좋겠다’ 라거나, 흑인이 ‘나는 얼굴이 좀 희었으면 좋겠다’ 이러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머리가 검으면 검어서 좋고, 늙어서 희어지면 희어져서 좋은 거예요. 키가 크면 커서 좋고, 작으면 작아서 좋고요. 키가 크다고 다리를 자를 거예요? 키가 작다고 뭘 이어서 키를 늘릴 거예요? 모양을 가지고 시비를 하면 해결은 안 되고 괴롭기만 합니다. 그러니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고 수행적으로는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많이 좋아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인도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한 후 오후에는 인도성지순례 사전교육에 사용할 법문을 녹화하고, 정토사회문화회관 개관식에 상영할 인터뷰 영상을 촬영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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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2-09-01 11:42:07

보각

감사합니다

2022-08-31 10:04:04

김숙경

_()_

2022-08-31 0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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