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8.19 예초, 금요 즉문즉설 강연
“아들이 직장도 안 다니고 게임만 합니다,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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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마자 뒷산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예초하러 갔습니다. 입구에 도착해보니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이 자라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잔디 깎는 기계로 평평한 땅에 자라난 풀을 깎았습니다. 풀이 너무자라서 한 차례 풀을 깎은 후 다시 한 번 더 깔끔히 깎았습니다.




기계로 다듬기 어려운 나무 주변은 손으로 직접 풀을 뽑았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히 자란 개나리 가지는 낫으로 다듬어주었습니다.


경사면은 예초기를 둘러메고 풀을 깎았습니다.


길을 따라 내려오며 풀을 마저 깎았습니다. 풀로 뒤덮였던 길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금세 두 시간이 흘렀습니다.


예초를 마치고 앞치마를 벗으니 땀이 흥건했습니다.

트럭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주간 시청자들과 해외 거주하는 분들을 위해 오전에도 즉문즉설을 하는 날입니다. 30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질문자들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네 명이 질문을 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중 한 명은 아들이 직장도 다니지 않고 게임만 하고 있다며 게으른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아들이 직장도 안 다니고 게임만 합니다, 어쩌죠?

“저는 아들, 딸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들의 나이가 34세인데 직장도 안 다니고 집에서 게임만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취직하려고 면접도 보러 다니는데 합격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하루 이틀 다니고 그만둡니다. 잔소리를 하게 되면 제가 아들과 싸우게 되고, 딸도 화가 많아서 아들딸끼리도 사이가 안 좋아요. 더 이상 제가 아들을 보기 힘드니까 아들한테 독립하라고 했어요. 아들의 성격은 나태하고 게으릅니다. 밖에 나가서 혼자 살면 독립심도 생길 것 같거든요. 제가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질문자가 낳아서 34년 동안이나 키운 아들에 대해서 질문자가 잘 알까요, 스님이 잘 알까요?”

“저도 아들을 잘 모르겠어요. 아들이 말만 하고 행동은 안 해요.”

“질문자가 낳아서 1년도 아니고 34년을 키웠잖아요. 스님은 지금 아들의 얼굴도 못 봤는데 저보고 아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물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요?”

“어떻게 아들을 대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아들만 보면 잔소리하게 되고 화가 나요.”

“왜 화가 나요?”

“다 큰 아들이 그러고 있으니까요.”

“누가 그렇게 키웠나요? 질문자가 그렇게 키웠잖아요. 질문자가 낳아서 질문자가 키웠으니 누구를 닮았을까요?”

“저는 안 닮은 것 같아요. 저는 열심히 살았거든요.”

“질문자가 낳아서 질문자가 키웠는데 누구를 닮을 것 같아요?”

“저를 닮죠.”

“아들한테 엄마가 더 가까이 있었어요, 아빠가 더 가까이 있었어요?”

“제가 더 가까이 있었어요.”

“그럼 누구를 더 닮았을까요?”

“아빠는 시골에서 귀농해서 살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해요. 아들이 말을 안 들으니 좀 뭐라고 해보라고 제가 남편에게 말했는데도 어차피 아들은 말도 안 들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냥 내버려 둬요.”

“그러니 아들이 누구를 닮았을까요? 가까이 있는 질문자를 닮아요, 멀리 시골에 있는 아빠를 닮아요?”

“저를 닮진 않았어요.”

“아들이 보고 배운 사람이 엄마인데 도대체 누구를 닮아요? 내가 낳아서 내가 키웠고, 남편은 떨어져 있고, 지금은 내가 주로 아들과 살고 있는데 누구를 닮겠어요?”

“저를 닮았나 봐요. 자식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러니 매일 아침마다 108배 절을 하면서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 아들은 나를 닮아서 잘 살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잘 살고 있잖아요. 아들도 질문자를 닮았으니까 잘 살 거예요. 그렇게 기도하면 됩니다. 아들이 게임을 하든, 방구석에 처박혀 있든, 취직을 안 하든, 그런 것은 더 이상 따지지 마세요. 내가 낳아서 내가 키웠으니 나를 닮았고, 내가 잘 살았으니까 우리 아들도 나를 닮아서 잘 살 것이라고 자꾸 기도를 하셔야 합니다. 오히려 아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을 하면 옆에서 이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아들아, 걱정하지 마라. 너는 내 아들이어서 엄마를 닮았으니까 잘 살 거다.’

그러나 아들을 도와주지는 마세요. 대신 아들이 걱정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엄마를 닮았으니 너는 잘 살 거야’ 이렇게 항상 격려하고 아들을 믿어줘야 합니다. 아들이 집에 있든지 나가든지, 취직을 하든지 말든지, 아들이 알아서 하도록 믿고 맡기세요.”

“독립시키면 어떨까요? 제가 아들을 보기가 너무 힘들어요. 아들이 딸과도 사이가 안 좋거든요.”

“질문자를 닮아서 그런 걸 어떡해요? 질문자의 왼손이 오른손을 닮았겠어요, 남의 손을 닮았겠어요?”

“제 오른손을 닮았죠.”

“한쪽 손이 못생겼다고 잘라버릴 거예요? 아들이 나가서 독립하면 좋지만, 지금 아들이 나가라고 한다고 해서 나가겠어요?”

“나간다고 해요.”

“스스로 나가면 좋죠.”

“제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는 건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아들이 밖에 나가면 제대로 못 사는 게 당연하죠.”

“제대로 못 산다고요? 아들 때문에 딸과 제가 너무 힘들어요.”

“아들이 나가서 제대로 못 살아도 ‘내 눈에 안 보이는 게 좋겠다’ 하면 내보내도 됩니다. 그런데 나가서 제대로 못 살면 질문자가 또 후회한다니까요.

'밖에 나가서 살다가 죽어도 그건 뭐 아들의 인생이고, 나는 스무 살까지 키워줬으니 내가 할 일을 다 했다.'

이렇게 확고부동한 마음을 갖는다면 아들을 내보내도 됩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성격상 아들이 나가서 무슨 사고가 나든지 아프다든지 하면 ‘그냥 집에 놔둘 걸. 내가 내보내서 이렇게 됐구나’ 이렇게 후회하게 생겼어요.”

“저는 괜찮을 것 같은데, 남편한테 원망을 들을 것 같아요.”

“남편한테 원망을 좀 들으면 어때요. 남편이 원망하든 말든 내가 스무 살까지 키워서 내가 할 일을 다 했는데, 왜 내가 문제예요? 누구한테든 법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떳떳하게 말해도 됩니다. 남편이 원망하면 ‘당신이 좋으면 당신이 데려가지, 왜 나한테 놔둡니까?’ 이렇게 말하면 되죠.”

“최근에 심리 상담도 다녔는데요. 아들딸하고 저 셋이 갔어요. 그런데 또 아들은 앞으로 안 간다면서 딸만 상담받으래요. 아들이 딸한테 자꾸 이것저것 훈계하고 딸이 말을 안 듣는다고 계속 말해요. 그래서 "네가 잘한 다음에 동생한테 훈계를 해야지." 그랬는데 얘는 자기도 문제 있지만 딸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들이 나간다 하면 나가게 놔두고, 아들이 안 나가도 그냥 놔둔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질문자가 편합니다. 내보내려 하는데 아들이 안 나가면 안 나가서 문제가 되고, 나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질문자가 내보냈다는 책임을 져야 해요. 그런데 자기가 알아서 나가면 내 책임이 아니잖아요. 자기가 나가서 사고가 난다면 내가 책임질 게 없잖아요. 아들이 나간다는데 질문자가 못 나가게 하든지, 안 나갔겠다고 하는데 내보내면 질문자가 그 책임을 져야 돼요. 왜 질문자가 책임을 자꾸 지려고 해요? 내 인생도 살기 힘든데요. 34살이나 된 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책임을 지지 말라는 겁니다. 책임지지 말고 그냥 기도만 해 주세요. 아들이 나간다고 해도 ‘그래, 너는 나를 닮아서 잘 살 거다’ 하고 말해주고, 그냥 집에 있는다고 해도 ‘그래, 너는 나를 닮아서 잘 살 거다’ 이렇게 말해주면 됩니다.

집에 있는다고 해도 아들에게 무언가를 따로 해주지 마세요. 내가 밥을 먹는데 끼어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은 괜찮아요. 내가 밥을 먹는 시간에 밥숟가락 하나 얹어서 같이 먹는 것을 갖고 아들딸한테 못 먹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특별히 아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는 말라는 겁니다. 방청소도 해주지 말고요. 아들이 빨래를 내놓으면 내가 세탁기를 돌릴 때 그냥 같이 넣어주기는 해도 아들의 빨래를 특별히 따로 해주지는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아들이 집에 있든 없든 내 생활에는 구애를 안 받을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 간섭도 하지 말고, 잘해주려고 하지도 마세요. 아들이 나가든 안 나가든 내가 신경 안 쓰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렇게 못 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나 한번 해봐요. 대신에 본인이 못 하면 그건 본인의 문제이지 아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아셔야 합니다.”

“제가 아들 때문에 힘들어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절에도 다녀봤는데 해결이 안 되었어요.”

“절에 가서 ‘우리 아들 정신 차리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니까 해결이 안 되죠.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 아들은 나를 닮아서 잘 살 겁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만 기도하면 됩니다. 우리 아들은 누구를 닮았다고요?”

“저를 닮아서 잘 살 겁니다.”

“대답은 잘해도 질문자는 아마 아들을 가만히 못 둘 거예요. 질문자도 대답은 ‘네’ 해놓고도 행동은 못하듯이 아들도 그런 질문자를 닮은 겁니다. 그러니 아들이 말만 하고 행동을 안 하면 '아들이 나를 닮아서 저렇다' 이렇게 받아들여야 해요. 질문자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본인도 오늘 스님한테 ‘네’ 해놓고 아들한테 또 간섭을 하게 된다면, 곧바로 이렇게 자각해야 합니다.

'우리 아들이 나를 안 닮은 줄 알았더니 나를 닮은 게 맞구나. 나도 그러네.'

그러니 우리 아들이 나를 닮았다고 자꾸 되새겨야 합니다. 아들이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다른 사람을 닮을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을 닮았다면 남의 아들이란 얘기가 되니까요.”

“또 질문이 있는데요. 딸도 화가 많아요. 그걸 제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화나는 딸을 고치고 싶은 겁니까, 화나는 딸을 보고 내가 편했으면 좋겠다는 겁니까?”

“제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어요.”

“딸도 질문자를 닮아서 그런 거예요. 딸이 화를 불같이 내거든 ‘미안하다. 나를 닮아서 그렇구나’ 자꾸 이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들이 무슨 행동을 하든, 딸이 무슨 행동을 하든, 모두 나를 닮아서 그런 겁니다. 딸이 화를 벌컥 내는 게 나를 닮아서 그렇더라도 나를 닮았으면 앞으로 잘 살까요, 못 살까요? 잘 살 겁니다. 질문자가 스스로 인생을 잘 못 살았다고 생각하면 아이들도 못 살 거예요. 그게 아니라 ‘그래도 나는 잘 살고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아들딸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세요. 나를 닮아서 다 잘 살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됩니다. 부처님이나 하나님은 안 믿어도 좋은데, 아들딸은 믿어야 합니다. 아들딸이 훌륭해서 믿는 게 아니라 누구를 닮아서 믿는다고요?”

“저를 닮아서요.”

“그래요. 그게 바로 자기를 믿는 거예요. 나를 닮았으니까 우리 아들딸도 잘 살 겁니다. 맨날 절에 가서 빌지만 말고 조금 더 정진을 해 보세요. 행복학교에 신청해서 행복학교 공부를 해 보든지, 불교대학에 신청해서 불교대학 공부를 해 보든지, 아니면 천일결사 기도에 신청해서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해보든지, 아니면 혼자서 매일 108배 절을 해보세요.

'딸이 나를 닮아서 화를 버럭버럭 내고, 아들이 나를 닮아서 게으르기도 하지만, 나를 닮았기 때문에 모두 다 잘 살 겁니다.'

이렇게 기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죠?”

“네. 잘 알았습니다.”

“아들딸이 어떤 행동을 해도 나를 닮았다고 받아들이라는 것은 아들딸의 행동을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내가 잘 살고 있다면 아들딸도 나를 닮아서 잘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아들딸의 잘못도 내 책임이고, 아들딸의 좋은 점도 나의 힘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시비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겁니다. 걱정이 되더라도 나를 닮아서 잘 살 것이고, 문제가 있는 것도 다 나를 닮아서 생긴 것이니까 내가 시비할 건 없다는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결혼 7년 차, 아이 둘 엄마입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 후 폭언 폭행을 동반하여 수없이 싸웠습니다. 결국 남편이 집을 나가면서 별거가 시작되었고,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며 이혼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서로 쌓여있는 감정들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
  • 저는 48살 노총각이며 세무사 수험생입니다. 예전에 2차 시험에 여러 번 떨어지고 이번엔 1차 시험에 1개 차이로 떨어져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다시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굳은 마음으로 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 제 거짓말 때문에 아내가 이혼을 요구합니다. 제 삶을 바꾸어서라도 아내의 마음을 돌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낮에는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인도 성지순례 실무 준비 회의를 화상으로 했습니다. 실무준비팀에서는 지금 성지별로 기획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각 프로그램별로 콘셉트를 정하고 어떤 행사를 할지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후 4시 30분부터는 전국법사단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법사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였고, 지부별로 특이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후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스님에게 질문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법사의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시청자들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저녁에는 49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이제 가을 날씨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는 기온이 떨어지고, 낮에는 아직 쨍쨍한 햇살이 비치고, 그래서 일교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낮에 무덥기는 해도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니까 지내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 같아요. 지난주만 하더라도 새벽 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가서 자다가도 일어나서 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쓰고 나서 잠을 자는 상황이었는데, 며칠 사이에 날씨가 급격하게 바뀐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절은 누가 막을 수가 없습니다.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 그렇게 무덥던 폭염도 어느 정도 선선함을 가져오고, 반대로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면 그렇게 춥던 겨울도 오는 봄을 막을 수가 없어요.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수행 정진을 하시면, 지금은 표시가 안 나지만 시간이 흐르면 점점 괴로움이 사라지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어리석은 마음을 내고 욕심을 내면, 지금은 괜찮은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지은 인연의 과보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어떤 일을 한다고 지금 당장 결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 날이 되었다고 무조건 그날이 가장 뜨거운 것도 아니고, 동지 날이 되었다고 무조건 그날이 가장 추운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과보는 한 달 또는 두 달 후에 나타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과보는 날씨보다 더 길게, 10년 후, 20년 후에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수행은 꾸준히 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인연 과보를 믿고 좋은 일을 꾸준히 하면 결과가 좋아진다는 것을 믿으세요. 결과가 당장 나오는 게 아니라 좋아질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마음공부를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녁에도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의 대화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했습니다.

“저희 정토회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뷔페식으로 많은 마음공부 장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아무 데도 소속되지 않고 나 혼자 법문을 듣고 싶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즉문즉설 동영상을 유튜브에 매주 올리고 있습니다. 본인이 검색해서 보고 싶으면 볼 수 있게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또 여러분처럼 이렇게 화상회의 방에 들어와서 직접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시도별로 ‘즉문즉설 밴드’를 개설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매주 금요일마다 시간을 내서 참여하면 돼요.

뷔페식 맞춤형 정토회 프로그램

이 정도로는 부족함을 느낀다면 행복학교에 참여하면 됩니다. 행복학교에서는 종교의식도 일절 하지 않고, 단체에 소속되는 것도 없습니다. 행복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모여서 7명이 한 교실이 되어서 법문을 듣고 자기 마음을 나누고 직접 실천해 보고 그 경험을 나누면서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이렇게 한 달을 공부해 보니 마음이 정말로 편해졌다면, 다음 과정을 한 달 더 공부해보면 됩니다. 다음 과정도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다면, 3개월 과정을 신청해서 더 공부해 보면 됩니다.

또 스님의 법문을 들어보니까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마음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6개월 과정인 정토불교대학을 신청해도 됩니다. 불교라는 이름이 붙어서 개신교나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마음공부하는데 그게 불교든 정토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내 공부만 하면 되지' 이렇게 툭 터놓고 공부해 볼 마음이 있다면 정토불교대학을 공부해 보면 됩니다. 그런 게 마음에 걸리면 행복학교를 다니면 되고, 그것도 마음에 안 들면 금요일마다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즉문즉설을 들으면 돼요. 금요일마다 시간 맞춰서 듣는 게 귀찮으면 유튜브에 들어가서 즉문즉설 동영상을 내 시간 될 때 시청하면 됩니다. 지금 이야기한 것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면 경전대학에 입학하면 됩니다. 수련을 하고 싶다면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수련’등을 신청하면 됩니다. 봉사를 하고 싶다면 봉사 프로그램에 신청하면 됩니다.

이렇게 정토회는 다양하게 마음공부의 장을 열어 놓았습니다. 요즘은 맞춤형 시대이지 않습니까? 승용차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맞춰서 주문을 하듯이 정토회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어놓았어요. 무료도 있고, 유료도 있고, 멤버십이 있는 것도 있고, 멤버십이 없는 것도 있고, 의무가 있는 것도 있고, 의무가 없는 것도 있어요. 그중에 여러분들이 자기 좋은 대로 선택해서 공부를 해나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렇게 듣기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참여하고 사람들과 같이 해나가는 게 조금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짧은 시간만 하는 것보다는 오랜 시간 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고요. 그러나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것도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도움이 되는데 내 친구는 별로 도움이 안 되고, 나는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고 굉장히 좋아서 친구한테 권유를 했는데 그 친구는 '스님이 세상 얘기나 하고 있어서 별로다' 이렇게 받아들이기도 할 거예요. 사람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기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도 제 입맛에 안 맞으면 맛없는 음식이 되잖아요. 그래서 수행의 가장 핵심은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입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이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어떤 사람이 더 훌륭하고, 어떤 사람이 더 나쁜 게 아니에요. 법을 어겨서 구체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성향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또 나의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행동을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다만 그 방법이 폭력적이거나 욕설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마음공부를 하면 어떤 상황에 처해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여여하게 대응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남편이 문제다’, ‘아내가 문제다’ 이렇게 말하는데, 수행이란 ‘그런 남편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나의 괴로움은 상대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그런 아내를 두고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헤어질 것인가, 아니면 같이 살 것인가? 같이 산다면 어떻게 사는 게 좋겠는가? 이것은 내 문제라는 겁니다.

북한이 도발적인 언행을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대응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에게 이익이 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해야 할 일이지 북한을 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저렇게 폭력적으로 나오니까 같이 폭력을 행사해서 전쟁을 하는 게 우리한테 이익인가, 살살 달래가면서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게 우리한테 이익인가, 둘 중에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수행이란 상대를 탓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남을 욕한다고 해서 아무런 해결책이 안 나옵니다. 그것은 상대에게 말려 들어가는 행위예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면 좋겠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은 종교입니다. 수행은 이런 일이 일어나든 저런 일이 일어나든 거기에 대응할 힘을 갖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밤 9시가 훌쩍 넘어서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오전에는 정토경전대학 졸업식을 하고, 오후에는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을 생방송하고, 저녁에는 전법활동가 교육 신청자들을 위해 통일의병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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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수행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정토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2023-07-30 14:33:47

진달래

많이 베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23-02-08 13:35:08

유혜선

감사합니다 스님 ♡

2022-09-22 00: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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