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8.12 국화 삽목, 경전대학 준비회의, 금요 즉문즉설
“절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주를 요구해서 걱정입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죽은 엄나무 가지를 베어내고 정리했습니다. 그런 후 국화 삽목을 시작했습니다. 문경에 있는 정토연수원과 정토수련원에 국화를 풍성하게 심어놓으면 10월에 열리는 INEB(참여불교세계대회) 국제 행사에서 장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스님은 지난 6월부터 각종 꽃모종을 삽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화 삽목을 합시다.”


먼저 국화 새순을 적당한 크기로 잘랐습니다. 그런 후 상토를 넣은 포트에 하나씩 수직으로 꽂았습니다. 뿌리가 잘 내리기 시작하고 보름 정도가 지나면 노지에 심을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때까지 잘 자랄 수 있게 삽목을 마친 모종판은 물을 흠뻑 준 후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마루 아래 그늘에 보관했습니다.

아침 울력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는 백중기도 회향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지난 49일 동안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비는 백중기도를 해왔습니다. 오늘은 백중기도를 회향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백중기도를 마치는 의미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음력 7월 15일 백중입니다. 백중은 살아있는 사람의 복을 빌기보다는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비는 기념일입니다. 국경일 중에는 현충일과 비슷해요. 백중은 인도 전통명절에서 왔습니다. 인도 달력으로 7월 15일은 조상에게 음식 공양을 하는 날이에요. 강에 가서 음식을 뿌리면서 조상의 넋을 기리는 날입니다. 이런 전통이 불교에 편입된 거예요. 우리나라에도 조상을 섬기는 유교 문화가 깊다 보니 백중이 민속 문화로까지 정착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조상이 천당 혹은 극락 또는 좋은 곳에 환생하시라고 기원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베푸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려면 기본적으로 먹어야 하잖아요. 옛날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굶어 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에게 음식을 베풀고 그 공덕으로 조상의 천도를 기원했습니다.

화를 자초하는 사고

우리도 백중 기도 기간에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좋겠습니다. 그저께 서울에 비가 많이 와서 부자 동네라고 하는 강남도 큰 피해를 입었고 사람까지 희생이 되었습니다. 강남 구룡마을이라는 판자촌에도 산에서 물이 내려와서 집이 다 물에 잠겼다고 합니다. 어제 제가 급히 서울에 올라가서 수해복구를 도왔습니다. 떠내려 와서 쌓인 물건도 있고, 그 집에 있는 물건도 다 젖어서 버릴 수밖에 없었어요. 세탁 봉사차가 와서 옷을 세탁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안 들어와서 청소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또 진흙이 쌓여있어서 퍼내야 하고 물도 퍼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봉사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봉사자들에게 말했어요.

‘우리 집이 수해를 입어서 우리 집을 청소하는 게 쉬운 일입니까, 우리 집은 수해를 안 당하고, 수해 당한 남의 집을 청소해주는 게 쉬운 일입니까?’

우리 집을 청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면 화를 자초하는 겁니다. 왜 내가 남의 집을 청소해주냐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이구, 그래도 나는 수해를 안 당해서 다행이다’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봉사해야 합니다. 남을 간호할 때도 그런 마음으로 해야 해요. 내가 아파서 간호받는 게 나을까요, 내가 건강해서 남을 간호하는 게 나을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건강하고 간호하는 게 낫잖아요. 간호를 하다 보면 힘들고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간호받고 싶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 내가 아플 인연을 짓는 겁니다. 그러니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싫어하고 외면하면 내가 어려움을 당할 인연을 짓는 거예요. 기꺼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복이 됩니다. 그래야 첫째, 내가 가난을 면할 수 있고 둘째, 내가 늘 남을 도왔기 때문에 설령 가난해지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가 있습니다.

명상 수련을 하기 전 주에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인 애광원에 쌀과 과일, 채소를 전달하고 왔습니다. 앉아서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도 기도입니다. 천도재란 어리석어서 과보를 짓고 돌아가신 조상을 위해서 살아있는 내가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거예요. 내가 베풀고 봉사한 공덕이 조상에게 회향되도록 천도재를 지내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거꾸로 살지 않고 바르게 살아감으로 해서 이미 살아생전에 내가 나를 천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생전예수재, 생전에 미리 닦는 재라고도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자식들에게 천도재를 지내 달라고 할 필요 없이 내 천도는 내가 살아생전에 마쳐야 합니다. 그게 바로 수행자의 삶입니다. 여러분은 과거에 지은 업을 참회하고 더 이상 업을 짓지 않도록 수행 정진하고 있습니다. 보시, 봉사, 전법을 하면서 공덕을 짓고 있습니다. 이 공덕으로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저축을 할 수도 있어요. 만약에 내가 빚졌다면 빚을 갚는데 쓰고 빚을 안 졌다면 저축을 하면 됩니다. 또 수행자는 저축을 해서 내가 가지려는 게 아니라 빚진 사람을 위해서 나누어줄 수 있습니다. 이걸 회향이라고 합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자고 백중기도를 하는 거예요.

백중 기도는 첫째, 나의 어리석음을 참회하고, 둘째, 조상을 기리는 시간입니다. 셋째,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수많은 호국영령과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열사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루는데 밑거름이 된 수많은 산업역군들을 기리는 시간이에요. 우리는 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하고 그들의 한을 해소해주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백중기도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법문이 끝나자 생중계 현장을 서울 정토회관으로 연결해서 무변심 법사님과 향자재 법사님의 집전에 따라 정성껏 백중 마지막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햇살이 점점 강해지자 오후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 1시에는 하반기에 시작하는 정토경전대학 실무 준비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하고, 오후 2시에는 인도성지순례 실무 준비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여러 가지 현안들을 점검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4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다양한 인생 고민에 대해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어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다녀온 소식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수도권 폭우 피해 소식을 듣고 어제 수해 복구 봉사를 하고 왔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에 판자촌인 구룡마을에 피해가 심하다고 해서 새벽에 농사일을 해놓고 바로 서울로 가서 어제 하루 봉사를 하고 왔습니다. 정말 물에 젖어 버리니까 가구고 뭐고 형편이 없었습니다. 영상으로 한 번 함께 볼까요?”

영상을 보고 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다니던 절에서 지나치게 많은 불사금을 요구해서 부담이 된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절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주를 요구해서 걱정입니다

“다니는 절에서 지나치게 많은 불사금을 요청해서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그 절에서 천도재를 지낸 덕에 어려운 일이 잘 해결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에게 그간 오랫동안 어려운 일이나 억울한 일이 있었는데 그 절의 스님이 기도가 잘 되었다고 말씀해주셔서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절로 옮기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천도재에 대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불자들이 있는지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 절에서 천도재를 지내고 스님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질문자가 낼 수 있는 만큼 불사하는 데 보시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내 돈을 내가 내는 건데 왜 고민합니까? 스님께 요즘 사업이 어려워서 많이 못 내겠다고 말하고 가능한 만큼만 보시해도 되고, 불사의 뜻은 좋지만 동참하기 어렵다고 말해도 됩니다.”

“불사가 좀 크고 어려우신가 봐요. 그래서 요구하시는 금액이 커서 부담스럽습니다.”

“친구나 형제가 사업이 어렵다고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질문자는 빌려줍니까?”

“쉽지 않습니다.”

“똑같은 경우예요. 안 빌려주면 친구 사이에 욕을 먹을 것 같고, 빌려주면 돈을 못 받을 것 같으니까 고민을 하는 겁니다. 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오는 문제가 아닙니다. 욕을 먹기 싫으면 돈을 좀 버리면 돼요. 돈이 아까우면 욕을 먹더라도 돈을 안 빌려주면 됩니다. 그런데 두 가지 다 안 하려는 거예요. 돈도 잃지 않고 욕도 안 먹는 뾰족한 수를 찾으려고 잔머리를 굴리다 보니 고민이 되는 겁니다. 돈을 돌려받기 어렵겠다 싶으면 안 빌려주고 욕을 먹으면 돼요. 형제간에 몇 년 간 서로 안 본다든지 친구 지간에 연락을 안 하겠다고 하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내가 뭐 나쁜 일 한 게 아니라 돈을 안 빌려줬다고 안 본다는 데 어떡해요?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아무리 형제라도 안 보겠다고 하면 풀릴 때까지 기다리면 되죠. 사람이 사는데 형제간에 우애가 중요하고 친구 간에 우정이 중요하면 까짓 거 돈 좀 버리면 되잖아요. 주식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돈 좀 버리면 되죠. 양쪽 다 움켜쥐려고 하니까 고민이 되는 거예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그래, 돈을 버리자!’ 또는 ‘욕 좀 얻어먹자!’ 하면 해결되는 문제예요.

마찬가지로 보시를 안 하자니 스님이 서운하게 생각하고 기도를 안 해줄 것 같고, 그렇다고 보시를 하자니까 부담이 돼서 고민을 하는 겁니다. 이게 스님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할 거냐’가 문제예요. 내가 욕심을 내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겁니다. 얼핏 들었을 때는 그 스님이 보시를 많이 하라고 한 게 문제 같지만 수행적 관점에서는 ‘나’를 봐야 합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요구를 받게 됩니다. 이때 그 요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그들의 문제가 아니에요. 스님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을 받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내 재산을 팔아서라도 보시를 하면 됩니다.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면 ‘스님, 그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는 불사에 참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욕을 좀 얻어먹으면 됩니다. 만약 보시를 안 했더니 스님이 인사도 안 받아주고 예전처럼 대해주지 않으면 감내하면 됩니다. 그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다니던 절을 바꾸는 건 의리가 없는 행동입니다. 내가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냉대를 받거나 외면을 당하더라도 꾸준히 절에 다니다 보면 관계도 해결이 됩니다. 지금은 스님이 좀 서운해하더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마음은 풀리게 되어 있어요.

지금 질문자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습니다. 돈을 버리거나, 욕을 먹거나, 돈도 조금 내고 욕도 조금 먹는 길입니다. 예를 들어 돈을 100만큼 내고 욕을 안 얻어먹던지, 돈을 안 내고 욕을 100만큼 얻어먹던지, 돈을 50 내고 욕을 50만큼 얻어먹는 겁니다. 누가 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백만 원을 주면서 ‘천만 원 빌려줬으면 좋겠는데 내 형편으로 그만큼 빌려줄 수는 없고 백만 원은 그냥 줄게’라고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천만 원이 필요한 데 백만 원으로 만족은 안 되겠지만 돈도 덜 잃고 욕도 좀 덜 먹겠죠. 그 스님께도 ‘제가 스님이 필요하신 만큼 보시하면 좋겠는데 지금 그런 형편이 안 됩니다. 요거라도 보시하겠습니다.’ 이러고 말면 됩니다. 뭐가 어려워요? 내 돈을 내가 쓰면서 왜 그렇게 걱정을 합니까? 그리고 그 정도 일로 다른 절에 갈 생각을 해요? 의리가 없네요. 욕 좀 먹고 다니면 되죠. 다른 곳이 더 좋아서 가면 몰라도 기분 나빠서 가는 건 수행이 아니에요. 또 수행자가 기분 나쁠 일이 뭐가 있어요. 이렇게 정리하면 크게 고민할 일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요즘 교회도 크게 짓다가 헌금이 부족하면 짓는 도중에 팔기도 하고, 절도 그런 일이 많습니다. 코로나로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개인에게 부담이 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의리가 중요하면 부담스러워도 보시를 하고, 형편이 안 돼서 보시를 못하면 욕을 먹을 수도 있어요.”

“스님의 말씀을 듣기 전에는 바깥의 문제로 제가 난처해졌다고 생각했고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몰랐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다 보니 제가 둘 다 움켜쥐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고민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은 늘 닥칩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한쪽을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기본급 없이 버는 만큼 받는 세일즈맨인데,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일이 잘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집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 남편과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없지만 아기를 위해서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남처럼 느껴지는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서글픕니다. 아이가 크면 차라리 이혼을 하는 건 어떨까요?
  • 아들이 가출을 몇 번 하다가 이번 여름 방학 때는 다른 친구들과 물건을 훔치다가 경찰에 잡혔습니다. 불량한 친구들에게 물이든 것 같은데 아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요?

질문을 다 받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주위에 수해로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마음을 내셔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니 캄캄한 밤하늘에 보름달이 밝았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고,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오전에는 행복학교 특강을 한 후, 오후에는 정토회의 각 단위 책임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합동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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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석

보시,헌금~무주상 보시란 말씀의 의미가 새삼 깊이 다가 옵니다. 그 또한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과 일맥상통 하겠지요.나눔의 기쁨은 받는 기쁨보다 더 의미 있고,뿌듯한 자부심을 주는 것이니 ~!!

2022-08-21 10:57:45

구자정

감사합니다.

2022-08-19 07:18:11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2-08-18 16: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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