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7.24 독거노인 돕기, 풀매기, 야채 수확, 일요명상
“아기를 어떻게 키울지 남편과 갈등 중입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있는 정토회 가정의 날입니다. 대중부 활동가들이 공식행사를 일절 잡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입니다. 주말이지만 봉사자들이 아무도 오지 않기 때문에 스님은 두북 공동체 행자들과 함께 울력을 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마을 어르신 댁으로 가서 어제 하던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스님과 향존 법사님은 주변에 풀을 베고, 행자들은 집안 청소를 했습니다.

스님은 벌통 근처로 가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니 오늘은 벌이 쏘지 않을 거예요.” (웃음)

비옷까지 입어서 오늘은 벌에 쏘일 염려 없이 풀을 싹 벴습니다.


그리고 창고 아래 돌담으로 갔습니다. 어제 예초기로 한번 큰 풀은 벴지만 덩굴과 잡목은 돌담에 뒤엉켜 있었습니다.



한참 풀을 베고 있는데 근처에 사는 이웃 어르신이 지나가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천지가 개벽했네요.”

“어르신이 혼자 사시는 데다 아프시니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네요.”

“정말 존경합니다.”

어르신은 존경한다는 말을 몇 차례 더 한 후 지나갔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풀을 제거하자 그 아래에 쓰레기가 한가득이었습니다.



전기선에도 칡덩굴이 온통 뒤엎고 있었습니다. 칡덩굴의 아래쪽 줄기를 모두 끊었습니다.

건물 바로 옆에 자란 나무는 덩굴로 온통 칭칭 감겨 있었습니다. 태풍이나 홍수에 나무가 쓰러지면 아래쪽 집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덩굴을 베고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나무 위로 올라가 엉켜있는 덩굴을 끊어내고 가지를 벴습니다.

“내가 내 나이를 모르고 타잔처럼 다녔네요.” (웃음)

손쓸 수 없을 것 같았던 나무도 시원해졌습니다. 다른 쪽 돌담에 덩굴도 제거했습니다.


3시간 가까이 울력을 하고 스님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아이고, 땀이 범벅이에요. 풀과의 전쟁입니다.” (웃음)


집안에서는 청소를 마치자 쓰레기가 한 트럭 나왔습니다.

행자들은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러 가고, 스님은 자른 풀을 마저 치웠습니다.




10시가 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울력을 하는 사이 비가 그쳤습니다. 공양을 하고 스님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산 밑밭으로 갔습니다.

“날씨가 선선하니 지금 수확을 하러 갑시다.”


밭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오늘도 야채 세 바구니가 나왔습니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후에는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20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오늘은 두 타임 연속으로 명상을 하는 날입니다.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명상을 하겠습니다. 명상이란 멈춤이고 완전한 휴식입니다. 동작도 멈추고, 생각도 멈춥니다. 동작을 멈추지만 살아있기 위해서 숨은 쉽니다. 생각을 멈추지만 알아차림은 유지합니다.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멈추었을 때 일어나고 있는 들숨과 날숨, 호흡입니다. 다만 호흡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긴장하지 않습니다. 애쓰지도 않습니다. 어떤 의도적인 생각이나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모든 욕구를 멈춥니다. 나도 모르게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다만 호흡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3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10분 간 포행을 하고, 다시 3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잘 마쳤습니다. 편안하게 쉬었습니까?”

실시간 댓글창에 올라온 소감들을 스님이 직접 읽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아기를 어떻게 키울지 남편과 갈등 중입니다, 어떡하죠?

“22개월 된 아기 엄마입니다. 아기의 어린이집 문제로 남편과 갈등 중입니다. 남편은 현재 3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수면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냈으면 합니다. 저는 아기가 또래보다 불안도가 높아서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만 3세까지는 제가 키우고 싶습니다. 남편과 아기가 모두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아이를 제가 키우는 게 인과법에 따른 바른 견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고집인지 궁금합니다.”

“남편이 아기를 자꾸 어린이집에 보냈으면 하는 이유가 수면에 방해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네. 현재 남편의 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이에요. 잠이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남편이 자야 할 시간에 아기가 우니까 잠자는 데 방해된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남편은 3교대를 하는 직업이니까 남들처럼 낮에 일하고 밤에 잘 수 없잖아요. 어떤 날은 낮에 자고, 어떤 날은 밤에 자고, 어떤 날은 초저녁에 자고, 어떤 날은 아침에도 자야 하잖아요. 그렇게 3교대 근무를 하면 숙면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질문자도 밤에 일하고 낮에 한 번 자 봐요. 낮에 일하고 밤에 자듯이 깊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남편의 얘기는 아기를 어린이 집에 보내야 된다는 게 핵심이 아니에요. 잠을 충분히 못 자서 자꾸 몸이 힘들어지니까 수면에 방해되지 않도록 좀 도와달라는 겁니다. 질문자가 아기를 집에서 키워야겠다면 남편이 자는 시간에 아기를 업고 밖에 나가든지, 그때만 임시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남편이 직장을 바꿀 수 없다면 현재 처한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남편의 어려움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이만 신경을 쓰니까 남편과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남편은 낮에 자야 할 때 방해를 안 받고 잘 수도 있고, 아내가 본인한테 신경을 좀 써주겠죠. 지금 남편은 집에 와도 아내가 아기 본다고 자기는 안중에도 없고, 자려고 하면 아이가 우니까 힘든 거예요. 남편은 몸이 힘드니까 굉장히 예민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편에게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핵심이 아니에요. 첫 번째 요구사항은 남편의 수면에 방해가 안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 요구사항은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내가 옆에서 좀 신경을 써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기한테 신경을 너무 뺏기지 말고 남편한테 우선적으로 신경을 써주는 게 필요해 보여요. 지금 남편은 몸이 피곤해서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남편도 이성적으로는 아이를 위해서 헌신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일상에 방해가 되니까 힘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꾸 어린이집에 보내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어린이집이 핵심은 아닙니다. 질문자는 ‘법륜스님이 아이를 세 살까지는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런 논리를 내세우면서 남편의 어려움을 전혀 안 보고 있어요. 그것은 바른 견해가 아니라 고집에 해당합니다.

예수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이 뭐라고 하셨다, 부처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다, 법륜스님이 뭐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자기주장만으로는 논쟁에서 이길 수가 없으니까 남의 말을 빌려 와서 우위를 점유하려는 겁니다.

남편의 직업상 이런 어려움이 있다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아무리 아기가 우선이어도 남편이 올 시간에는 아기를 미리 재우든지, 남편이 잠을 자려고 할 때는 아기를 데리고 다른 방에 간다든지, 어쨌든 남편이 들어오면 신경을 좀 더 써주는 게 필요해요. 아마도 신혼살림이어서 집안이 넓지 못하니까 수면에 방해될 수가 있잖아요. 그러니 어떻게 하면 남편의 수면에 방해가 안 될지 연구를 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첫째, 남편은 아내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겁니다. 둘째, 아기가 자기 생활에 큰 지장을 주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부부가 이 문제로 싸우는 것보다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아기의 정신건강에는 훨씬 더 좋습니다. 엄마가 직접 키우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엄마가 불안하고 짜증내고 갈등하면서 아기를 돌보면 아기한테 나쁜 영향을 줍니다. 제가 세 살 때까지 엄마가 아기를 키우는 게 좋다고 한 이유는 아이의 심리적 안정에 좋기 때문이에요. 물론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것보다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겠죠. 그런데 엄마와 아빠가 갈등하면서 아기를 돌보고 있다면 숫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남자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남자들 중에는 아내를 무의식 세계에서 엄마처럼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잠이 들거나 술을 먹거나 하면 아내에게 아이처럼 어리광을 피우죠. 그런데 아기가 생기고 나서 아내가 전적으로 아기한테만 신경을 쓰게 되면, 아기를 굉장히 질투합니다. 어떻게 자기 자식을 질투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무의식 세계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예요.

둘째 아이가 새로 생겨서 엄마가 둘째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면, 첫째 아이가 엄청나게 질투를 합니다. 엄마가 없을 때 동생을 꼬집고 괴롭히거든요. 그것처럼 남편이 아기를 미워하거나 아기를 학대하거나 할 때는 단순히 나쁘다고 보기보다는 남편의 심리를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기보다 남편을 더 우선적으로 보살펴줘야 결과적으로 아기한테 더 좋아요. 사람은 누구나 정신이 제대로 깨어있으면 어른 같이 행동하지만, 술을 먹거나 잠이 들면 무의식 세계가 드러나서 어린 시절의 욕구불만이 다 나타납니다. 그래서 치매가 오면 어린아이가 되는 거예요. 혼자 살면 몰라도 같이 살기로 했으면 남편의 어려움을 조금 살펴주세요.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자꾸 뭐라고 하지 말고요. 남편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마음속에 상처나 불만이 있으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세심하게 보살펴주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엄마 역할에 충실한 것과 제가 고집하는 걸 구분을 못 하고 있었네요. 스님 말씀을 듣고 남편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앞으로 남편과 아기를 위해서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과 주간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고, 오후에도 농사일과 인도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하고, 해 질 녘에 다시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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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

애기엄마 똑띡

2022-08-05 16:57:02

김계은

스님 존경합니다 고된일임에도 열정적인 모습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2022-08-03 10:16:44

부모는 마치 체이라칸띠대

부모란 얼마나 대단해요 ㅠㅠ 눈물 그 자체네요.
Cheiracanthiidae 부모는 자녀 먹으라고 몸까지 바치는데 모성애는 진짜 감동이에요..

2022-08-02 2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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