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3.13 통일특별위원회 의병대회, 일요 명상
“선거에서 네거티브와 포퓰리즘을 없애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부터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영동 지방의 산불이 오늘 다 꺼지기를 바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통일특별위원회에서 일 년에 두 번 개최하는 총회와 같은 날입니다. 통일특별위원회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오전 9시 정각에 통일특별위원회 의병대회를 시작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활동가들은 어떤 얘기이든 자유롭게 발언을 하고, 의문 나는 것이 있으면 스님에게 묻고, 건의할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캠페인 활동이 왕성하게 벌어졌습니다. 캠페인 활동을 통해 각성된 시민의 힘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동안 수고한 서로에게 큰 박수를 보낸 후 지난 활동을 영상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투표독려 캠페인, 환경 캠페인, 평화 캠페인, 복지 캠페인 등 다양한 지역 실천 활동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나는 이렇게까지 활동해봤다’를 주제로 1분 자유 발언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번에 걷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휠체어를 몰고 가서 투표를 할 수 있게 도움을 드렸더니 어머니가 너무 기뻐하셨어요. 이런 것도 효도이구나 느꼈습니다.”

“행복학교 현수막을 아무 곳에나 걸면 훼손되기 쉬우니까 저희 집 담벼락에 걸어 두었어요. 어느 날 누가 벨을 누르길래 나가봤더니 ‘이 집에 법륜스님이 언제 오세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학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입학 안내를 드렸답니다.” (웃음)

좌충우돌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울고 웃으며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활동가들의 노력 덕분에 많은 시민들이 행복학교를 거쳐 갔고, 많은 국민들이 투표에 동참하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모두가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활동가들을 격려한 후 며칠 전 끝난 대통령 선거에 대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앞에서 여러분들이 전법했던 얘기와 투표 활동을 독려했던 얘기를 잘 들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1% 미만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한쪽은 이기고 한쪽은 졌습니다. 당선인은 반쪽밖에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나머지 절반의 국민 의사도 반영해서 협치를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선거에서 진 상대편을 수용해서 연합정부를 구성한다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겼다고 해서 혼자서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 금방 또 갈등이 심해질 것입니다. 부디 전체 국민들의 의사를 잘 반영해서 민주주의를 잘 실현해 주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어서 지금 전 세계인들의 걱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통일특별위원회가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다시금 새기게 됩니다. 통일특별위원회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 하는 목표를 갖고 만들어진 모임입니다. 한반도에 전쟁 없는 휴전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활동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일으키는 것 같고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전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고통을 주는지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가 더욱 소중함을 알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의 평화

며칠 전 국제구호단체 JTS에서는 우크라이나 국경 변에 답사팀을 파견했습니다. 어제까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답사했고, 오늘부터는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루마니아, 몰도바로 이동하며 우크라이나 국경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을 겪었습니다. 전쟁 초기에는 북한이 우세해서 부산을 제외한 남쪽을 다 점령했고, 인천상륙작전 이후로는 압록강 주위를 제외하고는 한미 연합군이 한반도를 다 점령했지만, 결국 중국이 참전하게 되면서 3.8선을 두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지금의 휴전선을 형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3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죽고,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기는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이득도 없이 피해만 남기는 결과를 만들었죠.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안 됩니다. 통일특별위원회는 특정한 정당이나 특정한 사람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정책을 살펴본 후 평화를 가져오는데 좀 더 나은 후보와 정당을 지지할 수는 있어요. 이것은 정치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한반도를 안전하게 만들어서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특정한 후보를 미워하거나 특정한 정당에 지나치게 편중되는 자세는 통일의병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닙니다. 통일의병은 평화를 위한 정책을 지지해야 합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우리에게 주어진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통일의병은 항상 이런 관점에 서야 합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합니다

특히 미중의 경쟁관계가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는 시대에 남북이 그 사이에 끼어서 서로 대결하고 있는 구조에서는 우리의 외교적인 입지가 굉장히 좁습니다. 이럴 때 국론까지 분열된다면, 또는 지도자가 잘못해서 어느 한편에 밀착해서 갈등을 유발시킨다면, 나라의 큰 불행을 자초할 위험이 있습니다. 분열된 국론을 통합해서 그 힘으로 주변 국가들에 대해 지혜롭게 대응해야 합니다. 강대국의 패권경쟁 속에서도 우리나라를 잘 보전해서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어내는 활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정부가 국정 운영을 잘해나간다면, 통일의병 여러분은 국민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행복학교를 확산하는 일에 전념하면 됩니다. 만약 새로운 정부가 잘못해서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이 높아진다면, 통일의병 여러분은 불행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 평화운동에 또다시 전념해야 합니다. 사실 통일특별위원회의 모든 구성원은 평화 의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통일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본래 목적이고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즉석에서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여서 이후에 통일의병이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선한 영향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선거에서 네거티브와 포퓰리즘을 없애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투표 독려 운동을 선거가 임박해서 진행을 했는데, 곧 6.1 지방선거도 있으니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꾸준히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나 언론 매체, 인플루언서에 대해서 응원하는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거티브 전략과 포퓰리즘에 대해 스트레스만 받지 말고, 선플을 다는 행동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합리적인 사람들은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는데, 이들이 선한 영향력을 지속해나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시민의식이 고양되지 않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하면,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네거티브 전략을 양쪽에서 많이 사용한 이유가 뭘까요?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남을 험담하는 얘기를 듣고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늘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 ‘그 사람이 어떻다’ 하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걸 토대로 감정적으로 투표를 하거나, 아예 투표를 안 해버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요. 그래서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도 불구하고 그 후보가 나라의 안전을 담보할 만한 사람인지, 국민통합을 할 만한 사람인지, 빈부격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분배 정책 추진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이런 걸 보고 투표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확인도 안 된 사실을 가지고 뒷담화를 해서 투표에 영향을 주었어요. 그 결과 투표를 안 하겠다는 사람과 목숨 걸고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생겨났죠.

그래서 상대가 대통령이 되면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선전하고, 상대가 대통령이 되면 부끄러워서 대한민국에 어떻게 사느냐는 말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아주 저명하신 분도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부끄러워서 대한민국에 어떻게 살겠느냐? 차라리 이민을 가겠다’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어요. 사회 저명인사들조차도 사고방식이 그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의식이 고양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는 어려워요. 결국 트럼프 주의와 같은 포퓰리즘이 나타나게 됩니다.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그 후보의 정책과 정책 실현 의지를 따져보고 국민들이 투표를 하게 되면, 네거티브 전략과 포퓰리즘이 더 이상 소용이 없게 되죠.

대통령 후보라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누구와 같이 그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되거든요. 왜냐하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자기 혼자 잘한다고 해서 국정 운영이 잘 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방부 장관은 누가 맡을 것이고, 경제는 누가 맡을 것이고, 이렇게 정책만 얘기할 게 아니라 그 정책을 누가 맡아서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해줘야 해요. 그래야 ‘후보는 능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밑에 사람들을 보니까 믿을 수가 있네’ 하고 국민들이 지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섀도캐비닛(Shadow Cabinet)’이라고 선거할 때 내각의 진영을 미리 짜서 국민한테 보여줍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한 사람만 보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그와 함께 하는 팀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고 투표를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세력을 대변하는 3개 내지 4개의 정당이 연정을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습니다. 독일의 경우 ‘대연정’이라고 해서 제1당과 제2당이 연합정부를 구성해서 국정을 운영해요. 그러다가 선거 때가 되면 소연정을 해서 다시 경쟁하고, 선거가 끝나면 또 힘을 합해서 대연정을 통해 국정 운영을 하죠. 이런 정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행복시민 운동이 필요한 이유

많은 정치인들이 저를 찾아와서 상담할 때 이런 얘기를 해줍니다. 그러면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다 동의를 해요. 얼마 전에도 보수 정당 출신의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를 역임한 인사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것에 모두 동의를 했어요.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연합정부를 제안하는 게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을 할 것 같다며 공개적인 참여를 꺼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정작 투표를 하는 국민들은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누가 부정을 저질렀나, 부인이 성형을 했느냐, 이런 주제에 관심이 더 많거든요. 그런데 정치인은 표를 얻는 것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하면 표가 되느냐를 중요시하지 다른 건 고려를 잘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치인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호흡을 길게 해서 봐야 해요. 행복시민들이 각 지역에서 풀뿌리 활동을 전개해서 국민들이 더 이상 포퓰리즘에 놀아나지 않도록 하고, 정말 시민들을 위해 정치하는 모델들을 하나씩 만들어나가야 해요. 그런 활동들이 바탕이 될 때 네거티브 전략과 포퓰리즘이 사라지게 됩니다. 특히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한반도의 통일에 대비하려면 무엇보다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복시민 운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제안과 의견,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통일특위 활동가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행복시민 운동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면 좋겠다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낮 12시에 스님과의 시간을 마친 후 통일의병들은 오후에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스님은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3월 말에 개강하는 정토불교대학 강의 준비를 했습니다.

오후 4시에는 정토불교대학 입학식 강의와 실천적 불교사상 첫 번째 강의를 실무준비팀이 참석한 가운데 실제로 강의하듯이 리허설을 해보았습니다. 스님이 강의하는 화면 속에 자막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게 하면서 실무준비팀과 호흡도 맞춰 보았습니다.

온라인 일요 명상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에는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101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두북 수련원은 봄이 완연합니다. 어제와 그제는 낮 기온이 섭씨 20도까지 올라갔어요. 긴 겨울 동안 가뭄으로 인해 산불이 많이 일어났는데, 오늘은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서 모든 산불이 꺼졌습니다. 이번 산불은 한국에서 역대 최대의 면적이 불탄 것이라고 합니다. 또 보호 살림 수종인 금강송이 많이 있는 지역이라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오늘 봄비가 촉촉이 오면서 모든 산불이 꺼져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또 많은 난민이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계획대로 전쟁에 쉽게 이기지 못하니까 무차별 폭격을 가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온 난민이 250만 명을 넘어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유럽인들이 적극 나서서 난민들을 잘 보살펴 주고 있는 덕분에 우려했던 비참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유럽 각국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친척 또는 아는 사람이 있어서 국경까지만 오면 차로 그들을 데려가기도 하고, 연고자가 없는 사람들은 각국 정부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JTS에서도 세 명이 파견되어 난민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다른 난민들과는 달리 각종 생필품은 유럽에서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척이 있어서 기다리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일단 국경을 넘으면 피난처로 바로 이송을 시켜준다고 해요. 우크라이나에서 성인 남자는 출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넘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폴란드 국경을 넘어온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까 머무를 집과 직장이라고 대답했어요. 이건 JTS가 지원하기 어려운 것에 속합니다. 그래서 슬로바키아나, 헝가리, 루마니아, 몰도바까지 주욱 답사를 해봐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함께 마음속으로 평화가 속히 오기를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설명과 더불어 JTS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촬영한 우크라이나 국경변 답사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코끝에서 호흡하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떻게 명상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명상할 때 코끝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요, 어떡하죠?

“스님은 명상을 할 때 코를 통해서 숨의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코를 통해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신 가슴과 배에서 호흡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데, 명상할 때 코가 아닌 가슴이나 배에 집중해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그러나 최고의 방법은 아니에요. 코로는 호흡을 도저히 느낄 수 없다고 하니까 차선책으로 다른 곳에서 호흡을 느껴도 괜찮습니다.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면서 몸에 자극을 주는 곳이 세 군데가 있습니다. 첫째, 숨을 쉴 때 배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이 감각이 가장 커요. 둘째, 가슴이 약간 벌어지고 오므라 들고 합니다. 셋째, 콧구멍에 숨이 들어가고 나오면서 코끝 언저리에서 감각이 느껴집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는 이유는 결국 감정을 쉽게 제어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재빨리 알아차리게 되면 감정을 제어하기가 훨씬 수월해요. 감정이 일어나는 기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감정이 미세할 때 재빨리 알아차리려면 그 이전 단계인 느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감정이 커졌을 때는 아무리 감정을 알아차려도 감정이 계속 증폭되기가 쉽고, 힘을 들여서 감정을 참고 억제해야 합니다. 이렇게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그래서 감정을 참지도 않고 표출하지도 않으려면 감정이 일어나는 초기에 알아차려야 합니다. 감정이 일어나는 시작은 느낌입니다. 느낌은 알아차리는 즉시 사라지기 때문에 느낌을 알아차릴 정도가 되면 감정은 일어나지 않게 돼요.

또한 느낌은 감각이 일어날 때 연달아 일어납니다. 그래서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감정을 재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이 정도가 되면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도 감정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명상을 하는 이유도 감각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릴수록 미세한 느낌을 알아차릴 수가 있어요. 특히 호흡을 할 때 일어나는 감각은 비교적 미세한 편입니다. 물론 거친 호흡은 거친 감각이기 때문에 연습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러나 명상을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면 호흡이 점점 미세해집니다. 그럴 때 미세한 호흡을 알아차리게 되면 곧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호흡이 일어날 때 배의 감각이 가장 큽니다. 그다음에 가슴에서 일어나는 감각이 큽니다. 코끝에서 일어나는 감각이 가장 약합니다. 코끝에서 일어나는 감각은 알아차리기 어렵기는 하지만, 만약 코끝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곧 굉장히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배보다는 코끝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야 그다음 단계인 느낌을 알아차리기가 쉬워지니까요.

그러나 질문자가 어떤 이유로든 도저히 코끝에서는 감각을 알아차릴 수 없다고 하니까 차선책으로 배에서 알아차리는 방법을 해볼 수밖에 없어요. 미얀마에 있는 일부 명상센터에서는 호흡을 배에서 느끼고 알아차리도록 하는 수행법을 지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방법은 코끝에서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갖습니다. 동작과 생각을 멈추고,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둡니다. 그러면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알아차려집니다.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줄 알아차리고, 숨이 나갈 때는 나가는 줄을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다시 죽비 소리와 함께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명상을 해 본 소감이 어떠했는지 실시간 채팅창에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을 스님이 직접 읽어준 후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명상을 할 때는 이런저런 감각이나 느낌이 느껴지는 가운데도 오직 호흡에 집중해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영어 통역을 해 준 국제국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서울로 이동하여 오전에는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공동체 서원행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저녁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주말 명상 안내

4월 1일부터 4월 3일까지 2박3일 온라인 주말명상이 진행됩니다.

오색찬란한 자연의 기운이 느껴지는 4월
봄을 느끼듯 나의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지금, 여기, 오직 나에게 오롯이 깨어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 온라인 주말 명상 신청하기
https://www.jungto.org/jungto/news_view/2152

전체댓글 32

0/200

마음의 균형

한쪽으로 깊이 빠져
꽂히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감사합니다♡

2022-03-20 11:26:00

바람

포풀리즘의 극복은 오직 시민의식의 성장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렇구나., 정치의 질도 결국 국민의 수준이구나 싶습니다. 주인다운 국민이 되는 행복시민운동 즐겁게 해보겠습니다.

2022-03-20 08:02:06

큰바다

인연의 과보라.
뿌린 만큼 거두는 법이니,
현재가 아쉬우면 열심히 씨앗을 뿌려야겠습니다.
그러면서 어떠한 열매가 맺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03-18 09: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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