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3. 영어 즉문즉설, 2차 만일준비위 회의, 일요명상
“극우로 흐르는 세계 정치,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오전 8시에 방송실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격주에 한 번 외국인을 위해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을 하는 날입니다.

“Today’s talk runs with pre-registered questioners and audiences in both Zoomand YouTube. Welcome everyone!” (온라인 강연은 사전 신청해 주신 방청객과 함께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줌과 유튜브로 참여하고 계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전 세계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자연현상을 마음작용의 원리에 비유하며 봄이 곧 다가오고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추위 속에 시작된 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한국은 많이 춥다가 이제 날씨가 조금 풀렸습니다.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에서 한 달이 지나면 1년 중에 가장 춥다는 ‘대한’입니다. 며칠 전에 대한이 지났습니다, 앞으로도 춥긴 하겠지만, 이제 가장 큰 추위는 지났다는 뜻입니다. 아직 땅은 얼어있고 눈도 쌓여있지만 봄은 이미 시작된 거예요. 지금부터 나무는 땅 밑에서 물을 빨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나무에 싹이 트려면 아직 한 달은 더 지나야 해요. 우리가 봄이 왔다는 것을 눈으로 보기까지 한 달 내지 두 달 전부터 자연은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치를 마음공부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시작했다고 해서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더 나빠질 때도 있어요. 수행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잘못 살아온 과보를 받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시작하고 적어도 백일쯤 지나야 자기 자신을 알 수 있습니다. 천일은 수행을 해야 자신을 조금 변화시킬 수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열흘 해보고, 한 달 해보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만둡니다. 그래서 제가 100일은 꾸준히 수행을 해보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렇게 자연현상이나 마음의 작용이나 원리는 같습니다. 아직 날씨는 춥지만 여러분께 이렇게 봄소식을 전하며 대화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세계 정치를 이야기하며 어떻게 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극우로 흐르는 세계 정치,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나요?

“Ven. Pomnyun's ideas about how to stay hopeful in view of the world political trend towards populist authoritarianism that seems to be threatening(former?) democracies in Poland, Hungary, Mexico, Turkey, Greece, Italy, Venezuela, Brazil, Philippines, Cambodia, Nicaragua, andthe US.”
(폴란드, 헝가리, 멕시코, 터키, 베네수엘라, 필리핀, 캄보디아 등 세계 정치의 트렌드가 포퓰리즘 혹은 극우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나요?)

“자연현상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겨울이 되는 과정에 날씨가 계속 추워지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따뜻했다가 추웠다가 따뜻했다가 더 추웠다 하면서 점점 추워져요. 봄이 오는 과정에서도 날씨가 따뜻해지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추웠다가 따뜻했다가 추웠다가 더 따뜻했다가 하면서 점점 따뜻해져요. 크게 봤을 때, ‘추워지는 과정에 있느냐, 따뜻해지는 과정에 있느냐’를 먼저 따져보아야 합니다. 추워지는 과정에서 갑자기 따뜻해지면 ‘추위가 이제 다 갔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따뜻해지는 과정에서 갑자기 추워지면 ‘봄이 안 오려고 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큰 흐름을 모르면 순간적인 현상을 보고 헷갈리는 거예요.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추워지는 과정에서 잠깐 따뜻해진 현상일까? 따뜻해지는 과정에서 잠깐 추워진 현상일까?’ 큰 흐름은 조금 더 깊이 관찰해야 알 수 있습니다.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점점 많은 나라에서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때때로 역행한 경우도 있었어요. 1920년~40년 사이에는 파시즘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또 제국주의가 점차 사라지고 식민지 해방이라는 따뜻한 기운이 있기도 했고요. 식민지 해방 후에 다시 독재국가가 여럿 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역사란 일직선으로 흐르는 게 아니고 약간 지그재그로 움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나 극우정당이 부상하는 현상이 민중의 권리가 점점 커지는 민주화의 흐름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역행 현상인지, 아니면 21세기에 독재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역사의 흐름이 바뀐 것인지는 조금 더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포퓰리즘 혹은 권위주의적 정권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은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 전체에 갈등이 심화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갈등의 근본 원인은 빈부격차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편,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려서 분노를 터뜨리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삶에 지친 대중들은 저항하고 분노해서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이런 대중 심리가 있기 때문에 포퓰리스트들이 오히려 더 권력을 잡기 쉬운 측면이 있어요. 포퓰리즘이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런 세상을 보고 ‘실망할 거냐, 희망을 가질 거냐’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좌파든 우파든 사고가 극단적인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사고가 합리적이고 중도적 성향의 사람들은 말로는 비판을 하고 걱정은 많이 하는데 행동은 안 하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늘 극단주의자가 사회 여론을 이끌어 가기가 쉽습니다.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건 좋은데, 극단주의자보다 중도적인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도적 성향의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행동은 잘 안 하잖아요. 한국의 태극기 부대나 노조를 보세요. 돈도 내고, 댓글도 밤새도록 달고, 집회도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결국 시간이 흐르면 극단적인 사람들이 여론을 장악하게 되는 거예요.

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인해 국가 간에도 전쟁이나 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자신의 입장은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주장이 계속 난무하고 있어요.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추구하기보다는 힘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서로 큰 피해를 보고 진정이 될지, 그로 인한 피해를 미리 알아서 진정이 될지,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피해가 나타나기 전에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을 꾸준히 제창하고 행동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피해를 보고 난 뒤에 반성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비록 지금은 적은 수이지만 이런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점점 늘려 나가야 되겠죠.

지나친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행동을 해야 합니다.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행동을 해야 합니다.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서도 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때 분노로 행동해서는 안 돼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자비심을 갖고 세상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 생각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들을 나쁘다고 보면 안 되고 어리석다고 봐야 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얼마 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숨겨져 왔던 마더 테레사의 삶을 보고 진실조차도 얼마나 거짓될 수 있는지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나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 상대가 해를 끼치거나 타협하려 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결하면 되나요?

즉문즉설이 끝나고 질문자들의 한 줄 소감을 들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Thank you, questioners and Sunim for today’s conversation. And thankyou all for coming today.”
(오늘 대화해주신 질문자와 스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두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곧이어 오전 10시부터 정토회 2차 만일결사준비위원회(이하 만준위)와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토론할 주제는 ‘정토회의 사회사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기획위원회 산하에 사회사업 분과 구성원들도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스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선주 법사님이 지난 2박 3일 동안 진행된 사회사업 분과 세미나의 결과를 발표하며 스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정토회가 농사를 하는 목표가 환경을 살리기 위한 것인지, 선농일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인지, 미래세대의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지, 공동체의 자급자족인지, 많은 토론을 하였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해서 스님께 자문을 구하고자 합니다.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완전 유기농으로 할 것인지, 일부 저농약 방식을 포함할지, 농법도 결정될 것 같습니다.”

이어서 재활용 유통 사업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 질문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많았지만 점심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정토불교대학 강의 계획안을 마련하는 등 여러 가지 업무를 보다가 오후 4시에 다시 방송실에 자리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는 정토불교대학 강의를 준비하는 공동체 법사단과 실무 준비팀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실무 준비팀에서 수행 맛보기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할지 발표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실천적 불교사상, 부처님의 일생 등 각 교과마다 제출된 초안에 대해 스님이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94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스님은 오늘 아침에 전해 들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베트남 출신이고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이며 명상가인 틱낫한 스님께서 열반에 드셨다고 합니다. 연세가 95세이시기 때문에 충분히 살만큼 살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갈등이 심한 세상에서는 틱낫한 스님과 같은 평화운동가들이 우리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에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분에게만 의지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분이 하셨던 비폭력 평화운동을 더욱 널리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부디 편안하게 영면에 드시옵소서. 이제 남은 일은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잠시 명복을 빌겠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평화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나갈 것을 다짐해 보았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집니다. 모든 긴장을 풉니다. 한가한 마음을 갖습니다. 아무 할 일이 없습니다. 움직일 것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살아있기 때문에 호흡은 계속됩니다. 다만 호흡하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에 관심을 끕니다. 편안한 가운데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두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다시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40분 동안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명상이 끝나고 실시간 댓글창에는 수십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한 줄 한 줄 직접 소감을 읽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시작한 온라인 설 명상수련을 소개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다음주 주말부터는 설 연휴를 기해서 4박 5일 동안 명상을 진행합니다. 가족이 있는 분들은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시고, 설 연휴를 혼자 보내시는 분들은 온라인으로 명상에 참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 이번 설 연휴에는 여러분 모두가 가능한 이동을 자제해 주시면 좋겠어요.”

영어 통역을 해준 제이슨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3시간 30분 동안 고속도로 위를 달려 새벽 1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불교계 언론사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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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늘 사진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2022-02-03 08:11:22

박강민

우파가 공정하다는 건 헛소리입니다.

2022-02-01 08:22:06

희망

포퓰리즘은 좌파들의 무기입니다.
전제가 잘못되었네요…
우파들은 공정함을 좋아하고 포퓰리즘을 가장 싫어합니다.
잘나가던 나라들이 포퓰리즘좌파들 때문에
성장엔진이 멈춰 버렸고, 경제강국이던 남미 아르헨티나도
포퓰리즘 때문에 국가경제가 파탄나 버렸죠..
포퓰리즘으로 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좌파들의 마약같은 무기가 포퓰리즘임을 알아야합니다

2022-01-30 00: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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