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13 전법활동가 법회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준비한 연탄을 도난 당했어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지고 찬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업무를 보다가 오전 10시 정각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길벗 모임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한 모습을 담은 영상과 주말에 각 으뜸절마다 봉사자들의 활동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본 후 스님이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지난주에 진행된 내년 봄 정토불교대학 교과과정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스님이 설문조사 내용 중 대중이 헷갈려하는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다시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어제 진행된 연탄 배달 봉사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준비한 연탄을 도난당했어요. 어떡하죠?

“어제 지역에서는 JTS 연탄 지원을 위해 미리 갖다 놓은 연탄 3백 장 중에 110장을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연탄 업체가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에서 CCTV를 분석한 결과 동네 주민이 가져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찰에서는 저희에게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문의하여 논의한 끝에 생계 곤란으로 일어난 일로 판단이 되어 처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연탄 지원 대상자를 발굴할 때 JTS에서는 정부 지원금이 나오는 기초수급 대상자와 다른 단체로부터 연 6회 이상 지원받는 사람은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는데요. 현장에 가보면 지원이 필요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관점을 갖고 지원을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경우는 연탄을 훔쳐간 가정의 형편이 어떠한지 조사해서 JTS가 지원한 대상과 같은 수준으로 어려운 형편이라면, 지원해야 할 대상인데 빠져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니까 그 가정에 추가 지원을 하고, 그 사건은 없었던 일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가정에 300장씩 지원하기로 했다면 이 가정을 JTS의 지원 대상 명단에 넣고 나머지 190장을 더 지원하여 아무 문제가 없도록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옛날 선사들의 일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절에 도둑이 들었어요. 이 도둑이 조실스님의 방에 들어와 물건을 훔치다가 스님께 들켰습니다. 그때 제자들이 도둑이 들어온 줄 알고 조실스님 방으로 찾아와서 안부를 여쭈었어요. 그러자 조실스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물건을 줄 게 있어서 불렀다’

그런 후 그 물건을 주고 그를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년 후에 그 사람이 출가하러 그 절에 다시 찾아왔다고 해요. 연탄 도난 사건을 푸는 지혜가 이 얘기 속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연탄을 훔친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처벌해야 할 정도의 큰일이 아니라면, 오히려 그 사람을 지원자 명단에 넣어서 한 가구당 300장을 지원한다는 기준에 맞춰 나머지 연탄도 추가로 지원하고, 경찰에는 지원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알려서 사건을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JTS와 그렇게 진행될 수 있게 논의해 보겠습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의 조별활동을 기획하면서 진행자들끼리 의견 충돌이 생겼던 일화를 이야기하며 눈치를 살피는 마음이 들 때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자꾸 남의 눈치를 보는 마음이 생길 때, 왜 그렇죠?

“저의 개인적인 수행 과제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수행 과제를 열심히 하려다 보니까 남을 배려하는 것인지, 눈치를 살피는 것인지, 배려와 눈치 사이에서 갈피를 잘 잡지 못하겠습니다. 예전에는 당당했던 부분이 그렇지 못하니까 ‘내가 너무 눈치를 살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자기 고집대로 하려고 하니까 눈치를 보게 되는 겁니다. 내 고집대로 하려는 생각이 없으면 눈치를 볼 일도 없습니다. 내 고집대로 하려는 마음이 항상 있으니까 ‘또 말썽이 날까?’ 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는 거예요. 눈치를 보는 것과 고집하는 것은 반대가 아니라 같은 겁니다.”

“아! 맞습니다. 제 고집대로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배려하는 수행을 하고 있다고 착각했네요. 내 고집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머리로만 고집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하고, 마음으로는 내려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스님께서 콕 집어주시니 너무 시원합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정토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방법인 삼의제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삼의제를 할 때 기권자에게도 철회 의사를 물어야 하나요?

“삼의제로 의결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표결할 때 기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기권 철회 의사를 묻고 기권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삼의제를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철회 의사를 묻는 과정이 저에게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기권하는 사람에게도 왜 철회 의사를 물어야 하는지, 기권하는 사람이 대중의 의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정토회에서는 하나의 안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나뉘어 있을 때 그 안건이 통과되려면 찬성이 3분의 2를 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찬성이 60%, 기권이 20%, 반대가 20%라고 할 때, 이 안건은 찬성이 3분의 2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핵심은 찬성이 3분의 2를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있습니다.

찬성이 3분의 2를 넘었다면 기권과 반대의 의견이 소수의견이 됩니다. 기권이란 ‘이렇게 돼도 좋고, 저렇게 돼도 좋다’ 하는 의사 표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회 의사를 물을 때는 반대 의견자에게만 먼저 묻습니다. 철회하지 않겠다고 하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줍니다.

그런데 만약 기권 의사를 표시한 사람이 계속 기권 표결을 한다면, 엄격히 말해 그 사람은 반대 의견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표현만 기권이라고 했지, 반대 의사 표현을 그렇게 한 겁니다. 사실은 이것도 저것도 싫다면 반대 의사를 표시해야 하거든요. 찬성이 싫으면 모두 반대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찬성도 싫고 반대도 싫다는 의견은 성립하지 않아요.

그래서 철회 의사를 물을 때는 반대 의견자에게 먼저 묻습니다. 반대를 철회해서 반대의견이 모두 없어지면 그다음에는 기권한 사람에게도 철회 의사를 물어야 합니다. 첫 번째 표결 후에 반대 의견자에게 ‘반대를 철회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철회한다고 하면, 다음으로 기권자에게도 ‘기권을 철회하겠습니까?’ 하고 물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권자도 철회하면 1차 표결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겁니다.

만약 1차 표결에서 반대의견을 철회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의 의견을 듣고 다시 2차 표결을 하게 됩니다. 2차 표결에서도 반대와 기권이 나왔다고 한다면, 다시 반대 의견자에게 철회 의사를 묻고, 철회하면 마지막으로 기권자에게도 철회 의사를 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표결 결과가 만장일치로 되는 것이 삼의제의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철회하지 않아서 3차 표결까지 갔다면, 반대와 기권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때는 모두가 자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철회해야 합니다. 철회 의견을 물었는데 철회하지 않는다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게 됩니다. 이렇게 의사를 결정해나가는 과정이 삼의제이기 때문에 철회 의사를 묻는 것에 대해 불편해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기권자에게는 철회 의사만 묻지, 기권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만장일치로 나아가는 데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철회 의사만 묻는 겁니다. 이해되셨어요?”

“네,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삼의제를 잘 연습하게 되면,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민주주의 지도자 2천 명이 출현하게 되는 겁니다.”

2600년 전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민주적인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더 질문을 받고 싶었지만 법문 후 포살법회를 진행해야 해서 여기까지만 질문을 받고 법문을 마쳤습니다.

전법활동가들은 곧바로 예불, 반야심경을 한 후 정토행자 18계본에 따라 각자의 생활을 돌아보며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계본 낭독을 듣고 계율을 어겼다고 생각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삼배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두북 공동체 전원이 한 자리에 모여 내년도 농사 계획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먼저 내년에 농사지을 두북 수련원의 논과 밭의 규모를 확인했습니다.

“두북 수련원 외에도 천룡사, 봉화 수련원, 죽림정사의 농사 계획도 같이 세워야 합니다. 밭마다 특징이 다르니까 토질에 맞는 작물을 어떻게 윤작(돌려짓기)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금방 수확해서 먹을 채소 등은 가까이에 심고요. 황토 흙이 있는 밭에는 고구마와 생강을 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머위도 밭에 나지 않을 뿐이지 귀한 채소입니다. 머위, 제피, 죽순 등 이런 작물도 생산 계획에 넣어주세요. 작물 생산 계획과 더불어 그에 따라 필요한 기계를 빌리거나 구입할 계획도 함께 세워주세요. 농사팀에서 초안을 잡으면 제가 함께 검토하겠습니다.”

“네.”

“그렇다고 명상할 때 계획을 세우면 안 됩니다.” (모두 웃음)

겨울 안거 전에 처리할 일에 대해서도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이 두북 수련원에 찾아와 밤늦게까지 회의를 했습니다.

내일도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향후 10년의 활동 계획에 대해 하루 종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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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삼의제를 얼른 익혀야겠다 감사합니다

2021-12-19 15:25:27

굴뚝연기

에공‥넘 가슴아픕니다ㅠㅠㅠ연탄도둑이라니ㅠ얼마나 어려웠으면요ㅜㅜㅜ우리사회에 그런분들부터 안보이게 구석구석 직접찾아가 많이 도와드렸으면 좋겠어요ㅠ손만 까딱하면 편한 이세상에ㅠ누구는 부를 누리며 어찌어찌살고‥세상 어디서는 연탄마저 훔쳐야할정도라니ㅜ가슴미여지네요ㅠ앞으로 그분께도 지원하신다니 넘다행이네요^^그나저나 두북은 좀덜추우실지요?ㅜ부디 따뜻하게지내십시오ㅜㅜㅜ

2021-12-18 02:06:48

윤순도

스님법문 고맙습니다~(())

2021-12-17 16: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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