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8 천룡사 방문, 정토불교대학 교과개편 회의, 수행법회
“중생과 부처 사이에 있는 존재가 있어요. 그게 뭘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정토불교대학 교과개편을 위한 화상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난 월요일에 전법활동가 2천여 명을 대상으로 2022년 불교대학 학사 개편 쟁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불교대학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응답을 별도로 분석해서 참고해 보면 좋겠습니다.”

“네, 바로 준비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섯 가지 항목 중에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은 안이 한 가지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여러분이 가진 문제의식이 대중이 가진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대중들은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데 여러분이 문제의식을 가진 부분이 있다면 왜 이런 문제의식을 좇게 되었는지 대중에게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게 필요합니다. 아니면 여러분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들은 별로 문제의식이 없는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회의를 통해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깊이 토론하고 설문조사를 다시 하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이어서 공동체 법사단에서는 지난 회의 때 제안된 의견들을 모두 수렴하여 새로운 수정안을 만들어 와서 발표하고 쟁점 사항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토론에서 나온 쟁점을 정리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첫째, 전체 교육 로드맵에 따라 행복학교, 불교대학, 경전대학, 사회대학의 각 커리큘럼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둘째, 행복학교와 불교대학에서 내용이 중복되는 것은 조정이 필요합니다. 셋째, 불교대학 과정에서 사회 실천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조금 더 토론해야 합니다. 정토회는 수행과 사회적 실천이 핵심적인 2대 과제입니다. 불교대학 과정이 길어지더라도 사회실천을 불교대학 속에 녹여낼지, 불교대학에서는 교양 과정 정도로 하고 이후 다른 과정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할지 토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중략)... 일곱째, 교과과정의 기승전결과 각 강의의 연결성도 조금 더 보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쟁점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검토해서 다음 시간에 논의해봅시다.”

10시 30분에 회의를 마치고 곧이어 11시부터는 오후에 예정된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앞당겨서 진행했습니다. 오후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급히 회의 시간을 조정하였습니다.

12시가 되자 두북 수련원에 손님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필리핀정토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원주, 노재국, 이규초 거사님 부부와 평화재단의 고문으로 활동하시는 김홍신 작가님, JTS 박지나 대표님이 모두 두북 수련원에 모였습니다.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한 후 스님이 잠깐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늘 손님 방문이 겹쳤어요. 정세균 전 총리님께서 울산에 오는 길에 방문하고 싶다고 해서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과 점심을 먼저 먹고 나서 여러분과는 천룡사에서 만나겠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괜찮습니다. 저희들은 스님께서 시간 나실 때 잠깐만 뵈어도 됩니다.” (웃음)

필리핀정토회 활동가분들을 천룡사로 떠나보낸 후 스님은 또 한 분의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필리핀정토회 활동가분들은 점심 식사 후 곧바로 천룡사로 향했습니다. 경주 남산에 도착해 틈수골로 올라갔습니다.

경주 남산에는 때 아닌 때에 진달래가 피어 있어서 모두가 놀랐습니다.

산길을 30분 정도 오르자 넓은 평지가 나타나고 높이 솟은 삼층석탑이 보였습니다.

“세상에... 이 산속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었네요.”

넓은 평지를 보고 다들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마침 스님도 약속한 시간에 맞춰 천룡사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탑을 가리키며 이곳 천룡사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인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탑은 무너져 있었는데 저의 은사 스님인 불심 도문 큰스님이 복원을 하셨어요. 깨진 부위가 있어서 국보로는 지정이 되지 못했고,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한다

독립운동을 하셨고 근세 한국불교를 일으켜 세우신 용성조사님이 여기서 수행을 하셨어요. 용성조사님이 돌아가실 때 이 절을 복원하라고 유훈을 남기셨습니다. 그 뜻을 이어받아서 제자인 불심 도문 큰스님이 이 산 위에 있던 민간인 집을 전부 구입해서 땅을 확보했어요.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시대에 악붕구라는 당나라 사신이 와서 이 절을 보고 ‘이 절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한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 절이 망하고 신라가 망했어요. 고려가 건국된 후 최제안이라는 사람이 재상이 되자 고려의 발전을 위해 천룡사를 중창했습니다. 그래서 고려가 융창을 했는데 고려 말에 이 절이 망하자 다시 고려도 망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조선이 건국되자 유교를 숭상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무학대사가 조선왕조의 발전을 기원하며 이 절을 중창했어요. 그렇게 해서 다시 이 절이 번성을 하다가 영조 때 유생들이 불을 질러서 소실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불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중국에 유학을 가서 불교를 공부한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선도와 결합한 불교를 공부한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의상대사는 중국에서 불교를 배운 유학파라면, 원효대사는 선도와 결합한 불교를 배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천룡사는 후자에 속하는 스님들이 머물렀던 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천룡사에는 예부터 비밀스러운 기록 같은 것들이 전해 내려왔어요. 거기에는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온다’ 하는 후천개벽의 사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곳 천룡사에서 공부한 스님들도 그런 사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호국삼부경을 인쇄했어요. 그것 때문인지 어떤 다른 문제인지 아래 마을에서 유생들이 올라와서 이 절을 불태워 버렸습니다. 그때 조실스님도 불에 타서 돌아가시고, 조실스님을 시봉 하는 제자가 한 명 살아남았어요. 용성조사님이 그 제자 분을 모시고 이곳에서 7년 동안 보림을 했습니다. 용성조사님은 이 분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비밀스러운 기록들을 다 배울 수가 있었어요.

대한민국 800년 대운을 열기 위한 곳

이런 인연이 있는 곳이다 보니 용성조사님이 돌아가실 때 ‘천룡사를 복원하라’ 하는 유훈을 남기셨습니다. 그 유훈을 계승한 불심 도문 큰스님이 대한민국의 800년 대운을 기원하며 천룡사를 복원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애를 쓰셨는데 이 탑 하나 세우고 더 이상 진척을 못 시켰어요.

다시 말해 새로운 국가를 세우려면 이 절을 복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불심 도문 큰스님이 1999년부터 이곳에서 국운 융창을 발원하는 기도를 시작했어요.”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현재 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 유적지를 한 바퀴 둘러보고 임시로 지어놓은 대웅전을 참배했습니다.

삼배를 하고 난 후 스님은 법당 한쪽 편에 액자로 걸린 용성조사님의 영정 사진을 가리켰습니다.

“이 영정 사진이 용성조사님입니다. 김구 선생이 귀국하자마자 대각사를 찾아와 용성조사님 영정 앞에 절을 하면서 ‘스님이 보내준 돈으로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해요. 그때 대각사를 방문한 사진이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 유서가 깊은 곳이네요.”

요사채로 들어와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차담을 한 후 다시 걸어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400여 명의 정토회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스님이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12월 중순 이후는 정진에 더 집중을 할 시기입니다. 스님들은 겨울 농한기 3개월간 안거를 합니다. 저희 정토회는 3개월까지 할 수는 없어서 대중부 활동가들은 일주일 정도, 실무자들은 열흘 정도 연말 안거를 하려고 해요. 연말에 6박 7일 명상이 있으니까 여러분도 같이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는 명상을 마치고 이어서 며칠간 수련을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지난 법회에 이어서 예불문 강의 세 번째 시간입니다. 예불문에 나오는 오분향과 삼귀의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오늘은 사대보살,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천이백제대아라한 등 불법이 어떤 분들에 의해 전승이 되어 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지심귀명례 대지문수 사리보살 대행보현보살 대비관세음보살 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至心歸命禮 大智文殊 師利菩薩 大行菩賢菩薩 大悲觀世音普薩 大願本尊 地藏菩薩摩訶薩

“지난주에는 석가모니 부처님께 귀의하고 석가모니 부처님 외에 시방삼세(十方三世)에 있는 모든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시방삼세에 있는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 진리에 귀의한다는 내용이 있었고요. 그다음이 모든 수행자들에게 귀의한다, 즉 수행승들에게 귀의한다고 했어요.

수행은 전통적으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성문승(聲聞乘) · 연각승(緣覺乘) · 보살승(菩薩乘), 이 세 가지를 3승(三乘)이라고 해요. 성문승이란 성인의 말씀, 즉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깨달은 경우예요. 다시 말해 부처님 당시에 직접 법문을 듣고 깨달은 사람이 ‘성문’이에요. 그런데 부처님 당시에 태어나지 못해서 법문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전해 내려오는 설법을 들었거나 글로 써놓은 내용을 보고 그 이치를 자기가 스스로 사유해서 깨달은 경우도 있어요. 이처럼 연기법(緣起法)을 사유해서 이치를 다 깨친 경우를 ‘연각’이라고 합니다. 인연의 도리를 깨달았다는 뜻이죠. 마지막으로 직접 체험해서 깨닫는 길이 있습니다. 즉 자기가 수행을 해서 깨달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수행자들을 ‘보살’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상가(sangha), 즉 승가(僧迦)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성문, 두 번째 연각, 세 번째 보살이에요. 대승불교의 승단(僧團)은 보살로 구성합니다. 대승불교에서 수행자로 인정받는 것은 보살이에요. 반면 소승불교는 성문과 연각으로 구성합니다.

중생과 부처 사이에 있는 존재가 있어요. 그게 뭘까요?

‘보살(菩薩)’이란 ‘보리살타(菩提薩唾)’를 줄인 말입니다. 보리살타는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한 말입니다. ‘보리’는 산스크리트어로 ‘보디(bodhi)’, ‘살타’는 ‘사트바(sattva)’입니다. ‘보디’는 ‘깨달음’이라는 뜻이고 ‘사트바’는 ‘중생’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면 보디사트바는 곧 ‘깨달은 중생’이란 뜻입니다. 아직 중생은 중생인데, 그냥 어리석은 중생이 아니라 깨달은 중생이에요. ‘깨달은’에 아주 강조점을 둬서 ‘깨달은’ 중생이라고 하면 부처라는 뜻입니다. 부처와 다름없는 존재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생’을 강조해서 부르면 깨닫기는 깨달아도 지금 부처가 아니고 중생이라는 뜻이에요. 보살인 깨달은 중생은 중생과 부처의 사이에 있습니다. 아직은 중생이지만 부처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보디사트바는 그냥 어리석은 범부중생(凡夫衆生)이 아니라 깨달은 중생이에요.

그러면 보살이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금강경’에 보면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최상의 깨달음, 즉 이보다 더 높은 것이 없는 보편타당한 깨달음이란 뜻이에요. 그래서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 또는 무상정변지(無上正遍智)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하면 ‘최상의 보편타당한 깨달음’이죠. 이걸 깨닫겠다고 마음을 낸 자를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자(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라고 해요. 이걸 줄이면 ‘발보리심자(發菩提心者)’가 되고, 더 줄이면 ‘발심한 자’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나도 수행 정진해서 부처님처럼 괴로움이 없는 경지로 나아가겠다’ 이렇게 지금 마음을 탁 내면 보살이에요. 중생에서 부처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 사람이죠. 이걸 초발심(初發心) 보살이라고 해요. 여러분도 그런 마음을 냈다면 벌써 초발심 보살입니다.

발심한 뒤 꾸준히 수행 정진을 해서 거의 부처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합시다. 우리가 볼 때 이 사람은 부처와 진배없어요. 그러나 아직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거의 부처의 경지에 이른 보살들을 우리는 문수보살(文殊菩薩), 보현보살(普賢菩薩),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 미륵보살(彌勒菩薩) 등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100이 부처의 경지라고 했을 때, ‘나도 부처되겠다’, ‘나도 괴로움 없는 경지에 이르는 사람이 되겠다’ 이렇게 마음을 처음 낸 사람은 100 중에서 1은 밝은 성질을 가진 초발심 보살이라 할 수 있어요. 99 또는 99.9에 이른 사람은 성인의 지위에 이른 보살이에요. 초발심 보살부터 성인의 지위에 이른 보살까지 이 모두를 합해서 보디사트바, 즉 보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네 번째 문장을 보면 귀의승, 즉 우리가 수행승들에게 귀의를 하는데 그 승에는 보살, 성문, 연각 이렇게 세 종류가 있어요. 먼저 보살의 행을 닦는 수행자들에게 먼저 귀의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보살이라고 불리는 사람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누굴까요? 이걸 4대 보살이라고 해요. 첫 번째가 문수보살, 두 번째가 보현보살, 세 번째가 관세음보살, 네 번째가 지장보살입니다. 이 4대 보살 등 모든 보살님들께 귀의한다는 뜻입니다.”

스님은 예불문에 나오는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의 유래와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해준 후 다음 문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지심귀명례 영산당시 수불부촉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제대아라한 무량자비성중
靈山當時 受佛付囑 十大弟子 十六聖 五百聖 獨修聖 乃至 千二百諸大阿羅漢 無量慈悲聖衆

“그다음 문장을 보세요. ‘영산당시’는 ‘영축산에서 부처님 당시에’라는 말이에요. ‘수불부촉’은 부처님으로부터 부촉을 받았다, 즉 법을 부촉받았다는 거예요. 부처님의 몇 만 명에 이르는 수많은 제자 중에 가장 대표적인 제자를 10대 제자라고 합니다. 이 10대 제자는 직접 법문을 듣고 깨달은 사람들이니까 모두 성문에 속합니다. 아까 성문승으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아라한이라 한다고 말씀드렸죠? 수많은 아라한 중에 가장 대표적으로 10분을 부처님의 10대 제자라고 부릅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그 첫 번째가 지혜제일(智慧第一) 사리불(舍利弗) 또는 사리푸트라(Sariputra)입니다. 두 번째가 신통제일(目犍連) 목건련 또는 목갈라나(Moggallana)입니다. 세 번째가 두타제일(頭陀第一) 마하가섭(摩訶迦葉) 또는 마하카샤파(Mahakasyapa) 존자입니다. ‘두타제일’은 아주 검소하게, 가장 청빈하게 살았다는 뜻이에요. 네 번째는 천안제일(天眼第一) 아나율(阿那律) 또는 아니룻다(Aniruddha)입니다. 수행을 하다가 비록 육신의 눈은 멀었지만 하늘의 눈을 얻었다고 해서 천안제일 아나율이라 불러요. 다섯 번째가 해공제일(解空第一) 수보리(須菩提) 또는 수부티(Subhuti)입니다. 제법(諸法)이 공(空)한 도리를 가장 잘 아는 분입니다. 그래서 ‘금강경(金剛經)’의 주인공이 수보리잖아요. 수보리 존자가 부처님께 질문하는 것으로 나오죠. 그다음 여섯 번째가 논의제일(論議第一) 가전연(迦旃延) 또는 카트야야나(Katyayana)입니다. 이교도들과 진리에 대한 논쟁을 할 때 가장 논리정연하게 상대를 논박하고 그 토론에서 불법의 위대함을 보이는 데 최고인 사람이 가전연이었습니다. 이처럼 이교도들과 토론을 해서 언제나 불법의 위대함을 보이는 게 ‘논의제일’이라면, 일반 사람들에게 설법을 참 잘해서 듣는 사람이 감동받아 깨닫도록 한 사람은 부루나(富樓那) 존자였습니다. 그래서 일곱 번째가 설법제일(說法第一) 부루나 또는 푸르나(Pūrna)입니다. 여덟 번째는 지계제일(持戒第一) 우바리(優婆離) 또는 우팔리(Upali)예요. 계율을 그대로 지키는 사람, 즉 실천을 가장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 우팔리였습니다. 아홉 번째는 밀행제일(密行第一) 나후라(羅睺羅) 또는 라훌라((Rahula)입니다. 조용히 남모르게 수행 정진을 하기로 최고였던 사람이 부처님의 아들인 라훌라였습니다. 마지막 열 번째는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난타(阿難陀) 또는 아난다(Ananda)입니다. 아난(阿難)이라고도 해요. 부처님의 법문을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이 아난다라고 해서 다문제일이라고 합니다. 이 열 분을 10대 제자라고 해요.

이 10대 제자 중에 사리불 존자와 목건련 존자는 부처님보다 연세가 많아서 부처님보다 먼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남아있는 10대 제자 가운데 제일 상수제자(上首弟子), 즉 우두머리 제자가 마하가섭이었어요. 경전의 결집을 주도한 사람도 바로 마하가섭 존자였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법을 마하가섭 존자가 계승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마하가섭 존자가 부처님의 법을 말 없는 가운데, 즉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세 군데에서 법을 전해 받았다고 해요. 이것을 ‘교외별전 삼처전심(敎外別傳 三處傳心)’이라고 합니다. ‘교외별전’은 경전에 없는 얘기라는 뜻이에요. 가르침 밖에서라는 거죠. 이심전심으로 세 군데에서, 즉 삼처전심으로 법을 받았어요. 이것을 ‘교외별전 삼처전심’이라고 말합니다. 바른 법을 밝히는 지혜의 눈이라고 해서 ‘정법안장(正法眼藏)의 법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삼처전심의 일화는 첫 번째가 염화미소(拈華微笑), 두 번째가 다자탑전 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 마지막 세 번째가 열반하실 때의 곽시쌍부(槨示雙趺)라고 말합니다. 이건 나중에 경전반 공부할 때 배울 거예요.

16명의 성인, 십육성

‘십육성(十六聖)’은 ‘16명의 성인’이라는 뜻이에요. 16아라한(十六阿羅漢)을 말하죠. 16나한(十六羅漢)이라고도 합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가 있는데 왜 굳이 또 16대 성인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이 사람들은 주로 신통력이 뛰어난 사람이에요. 절에 가면 16나한전(十六羅漢殿) 많이 보셨죠? 여기 모셔진 분들이 바로 신통이 뛰어난 사람들이에요. 경전에 많이 등장하는 아주 지혜로운 사람들은 10대 제자에 포진돼 있고, 신통이 뛰어난 사람들은 16나한에 속합니다.

주리반타카(周梨槃陀迦) 알아요? 주리반특(周利槃特) 또는 주리판타카(Cudapanthaka)라고도 합니다. 주리반타카는 부처님의 제자 중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이었어요. 부처님 법을 도저히 한 구절도 못 외워가지고 승단에서 쫓겨났는데, 울고 나오는 모습을 부처님이 보고 말을 거셨어요.

‘왜 울고 있느냐?’
‘제가 머리가 너무 나빠 부처님 말씀을 한 줄도 못 외웁니다.’

‘너는 무엇을 잘하느냐?’
‘저는 청소를 잘합니다.’

‘그래? 그럼 가서 청소를 하거라. 그런데 청소를 하면서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 이렇게 외우도록 해라.’

그래서 주리반타카가 청소를 시작했는데, 머리가 얼마나 나쁜지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 이 간단한 한 구절조차 못 외우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리반타카를 위해서 일거리를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원래 출가 수행자는 청소는 다 자기가 해야 합니다. 빨래도 자기가 해야 해요. 그런데 주리반타카를 위해서 그에게 일을 맡기라는 거예요. 청소할 일 있으면 청소를 맡기고 빨래할 일이 있으면 빨래를 맡기되, 그 대신 늘 옆에서 이 구절을 외워주라고 하셨습니다.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

그래서 주리반타카가 늘 이 구절을 들으면서 청소를 하다가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라는 말에 숨은 이치를 탁 깨쳐버렸어요. 청소를 하면 더러운 것이 다 씻겨 나가듯 어리석음을 깨우치면 지혜로워진다는 걸 깨쳐버린 거예요. 인도에서 제일 바보 같은 사람을 주리반특이라고 불러요. ‘저 주리반특 같은 놈!’이라고 하면 천하의 바보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 정도로 바보 같은 사람이 깨닫고 신통이 뛰어난 사람이 된 거예요. 그래서 주리반타카도 16 아라한에 들어 있습니다.

500인 성인, 오백성

‘십육성’ 다음은 ‘오백성(五百聖)’입니다. 500성인, 500아라한이라는 뜻이에요. 500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왔을까요?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 제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다 모아야 했어요. 열반 후에 엉뚱한 사람이 ‘내가 부처님께 이런 말을 들었다’ 하고 나와서 진위 논쟁을 벌이면 분쟁이 생길 위험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자들이 한자리에 다 모여 부처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검증해서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다’, ‘이것은 아니다’ 이렇게 정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몇 만 명이 참여하려니까 당연히 어렵죠. 그 사람들이 다 모일 수 있는 장소도 없고, 모였을 때 걸식을 해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렵잖아요. 그래서 마하가섭 존자가 모이는 인원을 500명으로 제한했어요. 깨달은 자, 즉 아라한의 지위에 이른 사람만 참가 자격이 있다고 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 아라한을 다 모으니까 499명이었습니다.

아난 존자는 자기가 당연히 참가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부처님을 시봉 했고 법문도 제일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난 존자는 부처님의 법문은 많이 들었지만 깨닫지를 못했어요. 다시 말해 수다원과(須陀洹果), 사다함과(斯陀含果)는 얻었지만 아직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마하가섭 존자가 참석자 명단에서 제외해 버렸습니다. 이에 아난존자가 일주일간 용맹정진을 해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결집에 합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이렇게 500명이 모여서 경전을 결집했습니다. 경(經), 즉 부처님의 법문은 아난이 제일 많이 들었으니까 아난이 초안을 내고, 스님들이 그 초안을 보고 ‘그건 맞다’, ‘그건 아니다’ 이렇게 검증을 했어요. 율(律), 즉 실천 행위에 대해서는 우팔리가 제일이기에 우팔리가 초안을 내고 다른 사람들이 검증을 했습니다. 이처럼 500명이 모여서 하나하나 다 검증을 해서 경과 율을 결집했어요. 이걸 ‘제일결집(第一結集)’이라고 하고, 이 모임에 참가한 청중이 500명이라고 해서 ‘오백성’이라고 말합니다.

또 ‘법화경(法華經)’에서 500아라한이 부처님으로부터 ‘미래의 부처가 되리라’ 이렇게 수기(授記) 받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오백성’이 왔다는 얘기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중요한 점은 이거예요. 500이라는 숫자는 딱 500명이라는 뜻이 아니라 많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부처님 당시에 안거를 할 때 집단의 최대 인원이 500명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실제로는 더 될 수도 있었겠지만, 500명이라는 기록이 주로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에 결집할 때 모인 인원도 500명이라고 표기한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백성’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해요.

‘오백성’에서 ‘성(聖)’은 성인이라는 뜻입니다. 성인이란 호칭을 받으려면 아라한이 돼야 해요. 다시 말해 어떤 때는 ‘아라한’이라 하고 어떤 때는 ‘성인’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둘 다 같은 뜻입니다.

독수성 내지 천이백제대아라한 무량자비성중

그 다음에 나오는 말이 ‘독수성(獨修聖)’이에요. 홀로, 즉 스스로 닦아서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연각이에요. 부처님 당시가 아니라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난 뒤에 부처님의 설법을 스스로 사유해서 깨달은 경우입니다.

‘독수성’뿐만 아니라 ‘천이백제대아라한(千二百諸大阿羅漢)’들께도 귀의합니다. ‘제(諸)’ 자는 ‘모두 제’ 자입니다. ‘제대아라한’은 모든 대아라한(大阿羅漢), 큰 아라한들이라는 뜻이에요. ‘대비구(大比丘)’라고 하듯이 ‘대아라한’이라고 부른 거예요.

1200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왔을까요? 1200은 사실 1250을 어림잡은 숫자입니다. 부처님께서 초전법륜지(初轉法輪地)인 사르나트(Sarnath), 즉 녹야원(鹿野園)에서 5비구를 첫 번째로 교화하셨죠. 그다음에 야사(耶舍, Yasa)와 그의 절친한 친구 4명, 다른 친구들 50명 해서 모두 55명을 교화하셨습니다. 처음에 법을 듣고 깨달은 사람이 5명이니까 여기까지 하면 60명이에요. 그다음으로 부처님께서 우루벨라(Uruvela, 優樓頻螺)에 가서 우루벨라 가섭 등 1000명을 교화하셨어요. 그러면 1060명이죠. 그다음으로 또 왕사성(Rajgir, 王舍城)에 가서 죽림정사(竹林精舎)에 계실 때 사리푸트라와 목갈라나, 그 제자 등 200명을 교화하셨습니다. 그러면 모두 1260명이니까 대략 1250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1250이 나왔다는 설이 하나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그게 아니다. 우루벨라 가섭과 그 제자가 1000명이었고 사리푸트라와 목갈라나의 제자가 250명이어서 모두 합쳐 1250인이 나왔다’ 이런 설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 똑같은 얘기예요. 다들 초기 제자, 즉 부처님이 성도(成道)하신 지 3년 안에 출가한 스님들입니다. 교단의 발전사에서 보면 원로들이죠. 이분들이 1250명이에요. ‘금강경’에 1250비구가 나오잖아요. 여기에서는 50은 떼 버리고 ‘천이백제대아라한’이라고 한 거예요.

그 다음이 ‘무량자비성중(無量慈悲聖衆)’입니다. 이분들만이 아니라 한량이 없는 자비하신 성인들을 말해요. 즉 깨달은 자가 이 숫자보다 더 많은 거예요. 그 성인의 무리를 ‘성중(聖衆)’이라고 했습니다. ‘중(衆)’은 복수를 뜻해요. ‘-들’, ‘무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대목은 이러한 성인의 무리들에게 귀의한다는 뜻이 됩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하고 오늘 공부한 내용 중 궁금한 점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친 후 다음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필리핀 활동가들에게 경주 남산을 안내한 후 오후에는 인천으로 이동해 초청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평화리더십아카데미 동문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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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독립운동을 하셨고 근세 한국불교를 일으켜 세우신 용성조사님이 여기서 수행을 하셨어요. 용성조사님이 돌아가실 때 이 절을 복원하라고 유훈을 남기셨습니다. 그 뜻을 이어받아서 제자인 불심 도문 큰스님이 이 산 위에 있던 민간인 집을 전부 구입해서 땅을 확보했어요.] << 근세 한국불교를 일으켜 세우신…>>부분에 마음이오래머무네요^^그법맥을 잇고계신 법륜스님!

2021-12-14 02:51:27

굴뚝연기

넘어진 탑도 복원하시고 천룡사복원에 힘써오신도문스님 애쓰셨어요ㅠ용성스님초상화곁에 동헌완규조사님이시죠?완규스님의 업적과 얼굴도 알려지지않아 아쉽네요ㅠ법륜스님과 정토회법맥 또한 용성스님으로부터 내려온다는점이 알려져있지 않음 또한 매우안타까워요ㅠ긴글과 한자까지ㅠ글 올리시느라 고생하셨어요ㅠ한자하나가 빠진데가 있네요‥호국사찰,천룡사를 불태워버린 유생들이야속해요ㅠ

2021-12-14 02:45:49

이창림

천룡사 복원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습니다.

2021-12-13 13: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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