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23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 기획위원회 회의
“두 아이를 낳고 또 아이를 입양했더니, 양가에서 반대가 심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수확한 농산물을 차에 실은 뒤 7시 30분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오늘부터 삼일 동안 서울에서 각종 회의와 미팅, 행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아침 해가 떠올랐습니다.

오전 11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곧바로 예정된 일정을 이어나갔습니다. 서울 도심 곳곳에도 단풍이 붉게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평화재단에서는 지난 8월부터 ‘대한민국의 미래 30년 비전’을 주제로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정의정책연구소 김병권 소장님이 평화재단을 찾아와 ‘디지털 경제 vs 탈-탄소 경제’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소장님은 당면한 기후위기와 우리 사회의 오래된 과제인 불평등을 어떻게 함께 해결할 것인지, 이러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 정치의 과제는 무엇인지 다양한 정책과 대안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과 평화재단 연구위원과 기획위원들은 김병권 소장님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긴 시간 좋은 말씀 많이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시간 동안 대화와 토론을 한 후 5시에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대한 보고를 듣고 정세에 대한 토론을 한 후 저녁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 즉문즉설 시간에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두 아이를 낳고 또 한 아이를 입양했더니, 양가에서 반대가 심해요

“저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두 아이는 제가 낳았고, 한 아이는 입양한 아이입니다. 최근에 위탁가정 돌보미를 신청해서 돌봄이 필요한 갓난아기를 잠시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양가 부모님께서 제가 또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을 반대하십니다. 친정어머니는 친정에 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물론 제가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서 그러시는 거라고 애써 저를 위로해보지만,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부모님에게는 감사한 마음만 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 부모님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제가 위탁가정 돌보미를 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저를 위로하는 것이기도 하고, 저의 아이들도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현재에 감사할 줄 알며, 나아가 타인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내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님의 따끔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좋은 일 하는 사람에게 왜 스님이 따끔한 말을 해요. (웃음)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질문자는 위탁가정 돌보미를 할 수준이 안 되네요. 첫째, 누가 반대한다고 징징대고 원망할 수준이면 위탁모를 안 하는 것이 낫습니다. 둘째, 질문자는 아이를 돌보면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해소하려고 하거나 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겠다는 이해타산을 따지고 있잖아요. 그러면 아이가 크면서 내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질문자가 후회하게 되고 오히려 더 나쁜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한마디로 지금 질문자의 상태는 위탁가정 돌보미로서 적당하지 않다고 보이네요. 적어도 위탁가정 돌보미를 하려면 아이만 생각해야지 내가 어떻게 자랐는지, 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따지면 안 됩니다.

첫째, 어린아이는 부모가 돌봐야 합니다. 어린아이는 자기 혼자 살 수 없잖아요. 아이를 돌볼 책임은 일차적으로 부모와 그 형제에게 있습니다.

둘째, 부모가 없는 아이라면 이웃에 있는 누구든지 부모를 대신해 돌보아 주는 것이 인륜입니다. 남의 아이를 돌보기로 했으면, 만약 내가 아이를 돌보다가 비난을 받고 손실이 생기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결과가 생기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어릴 때는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가 돌본 것뿐이니까요.

사람이 물에 떠내려가는데 건져주면 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할까 봐 무서워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포기해야 할까요? 아니잖아요. 생명을 살리는 일은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기꺼이 하고, 손실이 생기면 손실은 감수해야 하는 겁니다. 이 일을 하면 나에게 득이 될까? 칭찬받을까? 비난받을까?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할 때 자꾸 잔머리 굴려서 이렇게 따지면 수행자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가까이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고 내가 여력이 되니까 돌보겠다’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를 돌보기로 했으면, 그 일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든지 가족의 비난을 받든 지 어떤 손실이 생겨도 내가 감수해야 합니다. 이렇게 흔들림이 없어야 질문자가 위탁 가정 돌보미가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야 돌봄을 받는 아이도 안정된 심리를 갖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엄마가 양가 부모 말에 휘둘려서 자기 때문에 늘 고민했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되면 어떨까요? 아이가 할머니를 얼마나 미워하고 원망하겠어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친정엄마가 와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입장도 이해는 되잖아요. 자기 자식 둘 키우기도 어려운데 거기다 또 남의 갓난아기를 키운다니까 걱정이 돼서 ‘네가 미쳤나, 당장 포기해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겁니다.

‘어머니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한번 해볼게요. 해보고 힘들면 그때 포기할게요. 제가 할 만해서 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친정에서 오지 말라고 하면 안 가면 되지 결혼했는데 무엇 때문에 친정에 매달려요. 그것은 질문자가 아직 어른이 안 됐다는 거예요. 친정어머니 못 본다고 못 사는 거 아니잖아요. 시댁에서 오지 말라고 하면 안 가면 돼요. 질문자가 가기 싫어서 안 가는 게 아니잖아요. 애를 키우려면 관점을 그렇게 딱 확고하게 잡아야 엄마가 되는 거예요. 모든 것에 앞서 그 아이를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이 아이에 대해 어떤 비난을 하더라도 엄마가 다 감수해야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엄마에 대한 믿음이 생깁니다. 아이가 ‘나는 입양된 아이라서 엄마가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한다. 내가 없어지는 게 낫겠다. 엄마가 나를 미워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손실이 생기더라도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주어야 합니다.

‘엄마는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옛날 사람이라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야, 엄마는 네가 중요하지, 그분들 말씀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질문자가 이렇게 떳떳해야 아이가 질문자의 가정에 안착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걸 보장 못 해줄 것 같으면 아이를 입양하거나 위탁을 하면 안 됩니다. 그 어린아이는 엄마 하나 믿고 여기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엄마가 이렇게 흔들리면 질문자는 위탁모를 할 자격이 없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힘든 건 참겠는데 칭찬받으려고 하니까 어려운 겁니다. 그러니까 부모님 입장은 수긍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애들 둘도 못 키우면서 또 한 명 더 키운다고 해서 걱정하시는 거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해야 합니다. 고생이 돼도 내가 하고 싶다는데 뭐라고 하겠어요? 이렇게 딱 입장을 분명히 하면 처음에는 반대하다가도 부모님도 할 말이 없는 거예요. 평양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내가 하고 싶다는데 부모라 한들 어떡하겠어요. 그런데 위탁모 아이들을 돌보는 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둥 이런 얘기를 하면 부모님에게 미쳤다는 소리 듣기 딱 좋은 거예요.

‘하나 더 낳아서 키우려고 했는데 제가 낳는 것보다는 누가 낳아 놓은 아이 키우는 게 훨씬 수월합니다.’

이러면서 내가 키우고 싶다고 나가면 그 누구도 뭐라고 못해요. 딱 관점을 이렇게 잡고 외부에서 어떤 비난과 공격이 오더라도 아이를 위해 질문자가 딱 방패가 되어야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 안 갑니다. 질문자가 지금 이렇게 울고불고하는 게 다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거예요. 아이 때문에 지금 엄마가 괴롭잖아요. 그건 아이가 불효한다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그 아이가 어떻게 잘되겠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늘 ‘괜찮아, 난 네가 더 좋아, 널 위해서 난 어떤 희생도 할 수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옛날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그분들 입장에서는 일리가 있는 얘기야, 엄마는 시댁에 안 가고 친정에 안 가도 너와 함께 하는 게 좋아.’ 이런 관점이 딱 잡혀있으면 보이지 않게 다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거예요. 위탁모를 하려면 지금처럼 그렇게 울면 안 됩니다. 못하겠으면 빨리 포기해주는 게 아이에게 좋아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 아이에게 심리 불안이 일어나서 안 좋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고 있긴 한데, 양가 부모님들께 서운한 얘기를 들으니까 제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든든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겠습니다. 부모님들께 제가 감사한 마음을 되찾으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더 얘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모님들은 질문자가 고생하는 것을 걱정해서 그러는 겁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고 인정하고 이렇게 말하면 돼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좀 기다려주세요. 마음에 안 들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한 후 그냥 아이를 키우면 됩니다.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관계가 나빠져도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도 지금 부모와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 하는 질문을 저한테 또 하네요. 그런 수준이라면 아이의 위탁을 빨리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끊어져도 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마음을 확고하게 가져야 아이의 심리가 엄마의 품 안에서 심리적 안정을 누릴 수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아이는 후순위이고 또 부모하고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되느냐는 질문을 하잖아요. 그래서 그 아이를 키우기에는 자세가 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스님이 늘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아이를 최우선적으로 생각을 안 하고 자꾸 딴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입양했으면 질문자는 오늘부터 그 아이의 엄마예요. 누가 낳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신이 되어 딱 보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친정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떻고,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떻고,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그분들은 옛날 사람들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지금 얘기한다고 하루아침에 바뀌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걱정해주시는 것은 고맙습니다만 저는 아이를 키우겠습니다.’

양가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린 후 관계가 나빠져도 신경 쓰지 말라는 거예요. 만약 아이를 키우겠다면 아이를 더 중요시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아이의 엄마가 될 생각을 안 하고 자꾸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에 대해 걱정이 되는 거예요. 질문자가 엄마라면 그 어떤 사람하고 관계가 나빠진다 하더라도 거기에 신경 써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키우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딱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 후에는 오지마라고 해도 가고, 욕을 해도 다 내 걱정을 해서 해주는 소리니까 그냥 듣고, 절대 칭찬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질문자의 행동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할 부모가 몇 명이나 있겠어요? 백에 한 명도 없어요. 질문자가 부모들 백 중 한 명도 칭찬하지 않는 일을 선택했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비난을 받고 욕을 얻어먹어야죠. 나는 그런 욕을 얻어먹더라도 아이를 보살피겠다고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아이를 보살피는 좋은 일을 하는데 왜 나를 비난하나?’ 하는 생각은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에요.”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0/200

하심

감사하다는 마음밖에 다른 생각이 안 납니다. 존경하는 스님.

2021-12-12 17:05:29

윤태훈

뚝심
감사합니다

2021-11-30 08:06:19

추향자

감히 다른아이돌봄을 생각.실천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따끔한 중심 마음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에 대한 절대적 신뢰.돌봄이 정 말 중요하겠습니다.

2021-11-29 12:43:2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