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0.31 제10-7차 백일기도 입재식, 들깨 털기, 일요 명상
“어제까지는 연습이고, 오늘부터 본 게임입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만일결사 중 제10차 천일결사 6차 백일기도를 회향하고 7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은 오전 9시 30분에 두북 정토수련원 방송실에 자리했습니다. 국내외에서 7천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난 백일 간 정토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영상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영상 시청 후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분의 수행담을 들어보았습니다.

“아침에 “다녀올게”라며 출근했던 남편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응급실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저는 39살에 유방암에 걸려 한쪽 가슴을 잘라내고 2년째 항암치료 중이었습니다. 제게 찾아온 암과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오나?’ 하고 원망하며 평생 흘릴 눈물을 그때 다 쏟았던 것 같습니다...

... 그러던 중 법륜스님 법문을 들으니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이 보였습니다. 제 인생은 스님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08년 6-1차에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천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기도를 했습니다. 요즘은 길가의 풀 한 포기도 달리 보이고, 존재 자체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긴 세월 동안 수행을 통해 어려운 고비를 넘어온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금방 눈시울이 촉촉해졌습니다. 이어서 지난 백일을 돌아보며 천일결사자의 열 가지 약속을 잘 지켰는지 돌아보는 포살을 했습니다.

“첫째,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한다. 어떤 행자라도 이 계본을 어기면 허물이 됩니다. 이제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이 계본에 대해서 청정합니까?”

허물이 있으면 세 번 절하면서 참회했습니다. 포살을 통해 승가는 다시 청정함을 얻었습니다.

다음은 정토회 지도법사 지광 법륜스님을 모시고 제10차 천일결사 제6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지난 100일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최고의 성과가 무엇인지 이야기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6차 백일기도 입재를 했는데 어느덧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입재할 때는 100일이 까마득한 것 같았는데, 되돌아보니 100일이 금방 지나가고 오늘 회향식에 이르게 됐습니다.

앞에서 정토회 100일의 발자취를 돌아봤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천일결사자 여러분들은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영상에서 정토행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었지만, 보여줄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수행입니다.

밖으로 보이지 않는 최고의 성과

방금 수행 사례담에서 보았듯이,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 같은 어려움에 처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일어나 행복한 삶을 사시는 분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어려움에 처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암에 걸리고, 남편이 어린 자식을 두고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고, 이렇게 삶이 막막하고 깜깜한 가운데서도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어서 혼이 빠지고 정신을 잃어버린 여인이 부처님께 와서 아들을 살려달라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사람이 죽지 않는 집에 가서 겨자씨 한 움큼을 얻어 오라는 방편을 주셨고, 그녀는 성 안에 모든 집을 돌아다니며 겨자씨를 구하는 과정에서 내 아들만 죽는 게 아니라 세상 그 어떤 집에도 사람이 죽지 않는 집이 없는 걸 깨닫고 자기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났습니다. 이후 그 여인은 아들을 땅에 묻고 남은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얘기처럼 우리들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그 생각에 사로잡히면, 마음이 바늘 하나 꽂을 틈이 없을 정도로 좁아지고, 빛 한 줄기 없을 정도로 깜깜해집니다. 그래서 한 발을 어디에 디딜지도 모르는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면 세상은 본래부터 밝아 있었고, 세상 어떤 것도 다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눈을 감고 있을 때는 천 개의 촛불을 켜도 도무지 밝아지지 않는데, 눈을 떠보면 세상이 본래 밝아져 있습니다. 꿈속에서는 아무리 도망을 가도 강도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데, 잠에서 깨면 본래 편안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눈을 뜨고 잠을 깨는 것과 같은 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을 조금이라도 경험했다면 다시는 눈 감는 일이 없도록, 다시는 꿈꾸는 일이 없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즉,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말을 할 때도, 행동을 할 때도, 마음을 쓸 때도, 사로잡히지 않도록 늘 유의해야 됩니다. 설령 사로잡혔다 하더라도 금방 알아차리고 돌아와야 합니다.

새벽 5시에 정진을 하는 이유

이렇게 해서 나를 먼저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나를 괴로움의 구렁텅이에 빠트리지 말아야 하고, 나를 올가미에 매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눈 뜨듯이 오늘 하루를 깨어있자는 관점을 늘 갖고 살아가기 위해 아침 5시에 일어나 수행 정진을 하는 겁니다. 물론 5시가 아니라 4시에 정진을 해도 됩니다. 대신 일어나자마자 해야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에 6시가 넘어가면 정진이 어렵습니다. 눈뜨자마자 출근 준비를 해야 되고 전화가 오기 때문에, 주변 정리를 하고 서두름 없이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5시에는 정진을 해야 합니다.

‘저녁에 늦게 잤다’, ‘일이 많아서 피곤하다’ 자꾸 이런 조건들을 핑계로 삼으면 5시에 일어나는 것이 어렵습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아무리 늦게 자도 5시에 딱 일어나서 정진한다는 원칙을 지킬수록 여러분들이 일상에서 깨어있기가 용이해집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정진을 자꾸 미루게 되면 일상에서도 사로잡혔을 때 바로 깨어나지 못하고 핑계를 됩니다. ‘쟤가 저렇게 하기 때문에’, ‘내 조건이 이렇기 때문에’ 이런 핑계를 자꾸 대면서 스스로 괴로움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고, 속박에 얽매이는 것을 합리화합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직장 생활하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5시에 일어나서 정진하는 게 쉽지가 않다는 건 이해합니다. 그러나 5시에 일어나서 정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핑계 대지 않고 정신을 차리는 것은 더욱더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내 삶에서 핑계를 대고 나의 괴로움을 합리화하는 바보 같은 짓을 안 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딱 내 중심을 잡아서 5시에 일어나 정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꾸 이유를 대면 내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겁니다.

5시에 일어나서 수행하나, 6시에 일어나서 수행하나, 7시에 일어나서 수행하나, 시간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반드시 5시에 일어나서 정진하라고 하는 이유는, 그걸 지키려는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일상에서 다른 핑계를 안 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안 그러면 몸이 아파서, 뭐가 어때서, 이래서, 저래서 자꾸 핑계를 대고 자기 괴로움을 합리화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그냥 경계에 끄달려서 종노릇을 하게 됩니다. 개목걸이에 매여서 주인이 끄는 대로 개가 따라가듯이 그런 인생을 살게 됩니다. 보는 것에 끄달리고, 듣는 것에 끄달리고, 냄새에 끄달리고, 맛에 끄달리고, 감촉에 끄달리고, 생각에 끄달려서 괴로움을 자꾸 합리화하게 됩니다. 괴로운 게 뭐가 좋다고 그걸 합리화해서 ‘나는 이래서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 데 어떻게 안 괴로워합니까?’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그래서 정진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 100일 동안 정토회에서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여러분의 정진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활동은 부차적인 거예요. 다른 사람을 얼마나 도왔느냐는 내가 행복해 졌느냐에 비하면 아주 부차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돕고 전법을 한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행복해졌느냐 하는 겁니다.”

이어서 스님은 수행뿐만 아니라 전법과 실천 활동의 중요성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회향식을 마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천일결사자들은 다시 화면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은 7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수행을 통해 이전과는 달라진 도반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어떤 문제가 생겨도 가볍게 바라보는 눈이 생겼어요.”

“아이들과 남편에게 내가 옳다고만 고집하고 짜증내고 화를 냈는데, 지금은 화를 내도 바로 돌아보게 됩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게 어려웠는데 그게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음을 알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제가 별로 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도를 하니까 남 탓을 안 하게 되고 이게 내 문제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새로 천일결사에 입재한 분들을 위해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결의식을 마친 후 스님은 온라인으로 한꺼번에 염주를 신규 입재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제가 염주를 걸어드리겠다고 말하면, 잘 받았습니다 하면서 염주를 자기 목에 겁니다. 여러분 모두 정진 잘하라고 염주를 걸어드리겠습니다.”

“잘 받았습니다.”

기존 천일결사자들은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힘찬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위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천일결사자들은 7차 백일기도 입재 법문을 스님에게 청했습니다. 스님은 앞서 회향식과 마찬가지로 수행, 전법, 실천 활동을 다음 100일 동안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수행이란 ‘내가 어떠냐?’ 이게 가장 중심에 있습니다. 노력해도 목표로 삼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아직 멀었구나. 더 노력해야지’ 이러면 되지 괴로워할 일이 뭐가 있어요? 산에 올라가는데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아직 정상까지 길이 더 남아서 그런 거잖아요. 산 중턱에 앉아서 괴로워한다고 정상에 올라가지겠어요? ‘아직 좀 더 가야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되죠.

어제까지는 연습이고, 오늘부터 본 게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정진입니다. 정진을 할 때는 관점을 늘 이렇게 가져야 해요.

‘어제까지는 연습이고, 오늘부터 본 게임이다’

오늘 열심히 뛰었다면 오늘까지는 연습이었고, 내일은 또 이걸 기반으로 해서 내일의 본 게임에 임해야 합니다. 즉 어제까지는 연습이었고 오늘부터 본 게임입니다. 그래서 항상 처음 출발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항상 이런 마음으로 임하면 물러섬이 없습니다. 이걸 불퇴전(不退轉)이라고 합니다. 각오하고 결심하는 게 불퇴전(不退轉)이 아니에요. 지나가 버린 일은 잘했든 잘못했든 다 연습으로 삼는 것이 불퇴전입니다.

연습 중에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요. 어떤 일이든 제대로 배우려면 학습비를 지불해야 될 거 아니에요? 실수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 배움도 커지는 법입니다. 이렇게 늘 처음 출발하는 마음으로 정진을 해나가 봅니다.

둘째, 전법을 해야 합니다. 이 좋은 법을 세상 사람들과 나눠 갖는 것이 전법입니다. 방금 영상을 통해 어려움 속에서 법을 만나 변화한 사람들의 얘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면 전법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 있어요? 전법보다 더 큰 공덕은 없습니다. 물질로 천금을 주는 것보다 괴로워하는 사람이 스스로 고뇌에서 벗어나게 하는 전법의 공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에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지독송(受持讀誦)하고 위타인설(爲他人說)하면 그 공덕이 한량없다고 나오지 않습니까?

불교는 실천입니다

셋째, 실천 활동을 해야 합니다. 불교는 실천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으뜸절 또는 실천 장소에 가서 기도도 하고 산책도 하고 명상도 하고 봉사도 하는 것 역시 실천 활동입니다.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나서 실천 활동이 거의 중지가 되었는데, 이제 11월부터 위드(With) 코로나가 시행되면 이제 적극적으로 실천 활동을 하셨으면 합니다.

전법 활동가들은 매일 자기 방에 앉아서 불교대학 진행하고 경전대학 진행하고 행복학교 진행해야 하니까 실천 활동을 주도적으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천 활동은 일반회원 여러분들이 중심이 되어서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실천 활동가로 성장하게 되면, 이제 정토회는 온라인에서 불교대학, 경전대학,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전법 활동가와 지역 실천과 으뜸절 실천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실천 활동가, 두 그룹이 역할 분담을 해서 더욱 힘차게 운영이 될 것입니다.

지금 저도 법문 하는 것 빼놓고는 실천 활동에 더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부터 매일 농사를 짓고 활동을 하잖아요. 앞으로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여러분과 지역 실천 활동에도 참여할 예정이고, 으뜸절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일하고 대화하는 시간도 가지려고 합니다.

불교 수행은 원래 ‘실천’이 가장 중심입니다. 전법은 온라인이 더 편리하니까 온라인으로 하는 거예요. 지역 실천은 온라인 시대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합니다. 옛날에는 법당을 유지하는데 힘을 다 쏟았다면 이제는 법당이 다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지역 실천이라 함은 정말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첫째, 우리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정진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행적 관점을 더 분명히 갖는 100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전법을 해야 합니다. 셋째, 지역 실천과 으뜸절 실천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특히 실천 활동은 일반회원 분들이 중심이 돼서 저와 함께 개척해 나갔으면 합니다. 지역 실천과 으뜸절 실천 모두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저와 함께 만들어 갑시다.”

100일 동안 다양하게 펼쳐질 실천 활동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다음 100일 동안 천일결사자 모두가 집중하게 될 ‘백일의 약속’을 함께 살펴본 후 사홍서원으로 입재식을 마쳤습니다.

산회가를 함께 부르고 카메라가 스님을 비추자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습니다. 다음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인 내년 2월 6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습니다.

두북 공동체 대중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행자님 두 명과 산 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지난번에 들깨를 털고 나서 좀 남은 게 있는데 그걸 마저 털고 옵시다.”

2주 전에 대부분의 들깨를 다 털었지만 좀 눅눅할 때 털었기 때문에 조금 더 마르면 들깨가 더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밭 한편에 들깨를 계속 말리고 있었습니다. 바짝 마른 들깨 꼬투리가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커다란 포장을 바닥에 깔고 지난번에 털고 남은 찌꺼기를 한 번 더 걸렀습니다.

“이건 화장실에 가져다 두면 냄새가 좋아요.”

그리고 지난번에 털고 남은 것들을 다시 한번 몽둥이로 세게 두들겼습니다.

그물망에 한 번 거르니 아직도 깨가 많이 쏟아졌습니다. 그물망에 거르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자 꽤 많은 양의 깨가 모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구멍이 작은 그물망으로 바꾼 후 거르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방금 전에는 깨가 그물망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 작업은 깨를 그물망 위에 남기는 작업입니다.”

여러 차례 그물망을 흔들자 그물망 위에 하얀 깨가 소복이 남았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꽤 많은 양이네요.”

고무대야에 담은 후 스님은 손으로 들깨에 섞인 잡티를 걷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머리 위에서 손으로 떨어뜨리면 잡티는 바람에 훌훌 날아가고 하얀 들깨가 고무대야에 떨어졌습니다.

“선풍기 바람으로 날리면 제일 좋은데, 여기는 산이니까 그냥 자연 바람으로 하는 거예요.”

바람에 날려 떨어뜨리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하자 시간이 지날수록 하얀 들깨가 남고 잡티는 고무대야 밖에 쌓였습니다.

“이 정도면 됐어요. 밭 정리만 하고 내려갑시다.”

어제 걷어내어 하루 동안 햇빛에 말린 잡초 매트와 비닐을 모두 접었습니다.

바닥에 깐 포장을 접고 도구들을 트럭에 모두 실은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82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모든 긴장을 풉니다. 아무 할 일이 없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마음이 되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집니다. 그러면 들숨과 날숨이 아주 크게 느껴집니다. 다만 그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혹시 다른데 마음을 빼앗겨서 놓치게 되면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편안하게 명상 잘하셨습니까? 명상하면서 경험한 것, 느낀 것을 함께 나눠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실시간 채팅창에 소감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한 줄 한 줄 직접 읽어 주었습니다. 특히 외국인들도 영어로 소감을 올려 주었습니다.

“My back was in pain for a while but it disappeared later in the medication. I feel very comfortable and peaceful”
“허리가 초기에 아팠는데 명상을 계속하다 보니까 통증이 없어졌습니다. 굉장히 평화롭게 이완된 상태를 느꼈습니다.”

“I had many distracting thoughts while I tried to focus on the breath coming in and out of but I feel relaxed now I am refreshed. Thank you sunim.
“호흡과 콧구멍 끝에 집중하려고 하는 도중에 망상이 많이 있었으나 지금은 편안한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명상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편안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영어권 천일결사자들을 위한 백일기도 입재식을 한 후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공청회를 하고, 저녁에는 길벗 회원들과 온라인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3

0/200

숙형

감사합니다. 매일 새로운 마음을 내어 수행에 임하겠습니다.

2021-12-27 20:18:20

커피와 타르트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_()_

2021-11-10 14:53:49

강원상

스님 말씀 잘 듣고 있습니다
계속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2021-11-06 15:02:4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