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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4시에 도량석 소리를 듣고 일어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이불이 담긴 박스를 트럭에 싣는 울력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이고 창원시 진해구에 살고 있는 이선아 님의 남동생 이준엽 님이 이불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불 1750채를 JTS에 기부했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이불을 전달하고 싶다는 기부자의 뜻을 살려서 요양병원에 800채,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 950채를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새벽 6시부터 이불이 든 박스를 25톤짜리 윙카 1대와 1.5톤짜리 트럭 3대에 싣기 시작했습니다. 두북 공동체 성원 모두가 운동장으로 나와 박스를 날랐습니다.
“두 번 왔다 갔다 할 수 없으니까 최대한 박스를 실어봅시다.”
이불 박스가 다 실리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 실렸습니다.
운문사에서 보시한 김치와 두북 수련원에서 수확한 호박도 함께 전달하기 위해 트럭 한 대에 가득 실었습니다.
“김치는 진짜 무겁네요.”
새벽부터 김치를 싣고 온 운문사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 후 나머지 박스는 모두 윙카에 실었습니다.
박스 369개를 다 실은 다음 다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새벽부터 수고했어요.”
이불과 농산물을 가득 실은 트럭은 가장 먼저 언양에 있는 자재요양병원으로 갔습니다. 우선 식당 앞에 트럭을 세운 후 김치와 호박을 내렸습니다.
“호박은 저희가 직접 농사지은 겁니다. 풋호박은 장기 보관이 안 되기 때문에 일찍 드세요. 나머지는 단호박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김치는 운문사에서 보시한 것인데 빨리 냉장고에 넣어 주세요.” (웃음)
다음은 이불 800채가 담긴 박스 175개를 내렸습니다. JTS 활동가들이 릴레이로 줄을 서서 박스를 빠른 속도로 내렸습니다. 자재요양병원에서도 스님과 거사님들이 나와서 함께 박스를 날랐습니다.
“릴레이로 하니까 금방 나르네요. 감사합니다.”
박스를 다 내린 후 서둘러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스님, 차 한 잔 드시고 가세요.”
“오늘은 시간이 도저히 안 돼요. 그냥 가겠습니다.”
간단히 인사만 하고 곧바로 거제 애광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얼마 전 한국을 잠시 방문한 인도JTS 활동가와 필리핀JTS 활동가 두 명, 그리고 향존법사님도 동행했습니다. 스님은 JTS 활동가들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가 정한 가정의 날이어서 대중은 모두 쉬기로 한 날인데, 여러분들은 아침부터 좋은 일을 하네요.”
“네, 저희도 뿌듯합니다.”
이불과 농산물을 실은 트럭은 가덕도에서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도로 넘어왔습니다.
“바다 구경 좀 하세요.”
창밖으로 바다를 구경하면서 10시에 거제 애광원에 도착했습니다. 일요일이어서 원장님은 예배를 하는 중이었고, 애광원 기획실장님이 스님과 JTS활동가 일행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일요일에는 예배가 있어서 방문하면 안 되는데, 시간이 오늘밖에 안 나서 부득이하게 왔습니다.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트럭에 박스를 싣는 것만 도와주시면 산 위로 올리는 일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윙카에 실었던 박스 194개를 트럭으로 옮겨 싣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두 대의 트럭이 여러 차례 왕복을 하며 박스를 모두 산 위로 옮김으로 해서 이불 전달을 마쳤습니다.
“직접 오셔서 이렇게 전달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곧 있으면 예배가 끝나고 원장님이 내려오실 텐데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아니에요. 그냥 갈게요. 예배가 있는 날에 온 것도 미안한데요.”
다시 차에 오른 스님은 애광원 직원분들을 칭찬했습니다.
“지체부자유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진짜 보살이에요.”
차 안에서는 바랑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에는 온라인으로 공청회를 해야 하는데 공청회와 관련된 서류를 점검하다 보니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1시 30분부터는 두북 수련원 방송실에서 공동체 지부 공청회에 참석했습니다. 온라인정토회 방향에 따라 공동체 대중도 전법활동가 지부를 구성하여 운영해 보았는데, 이에 대해 평가하고 9월 정식 출범 시 어떻게 평가 내용을 반영할지 함께 토론했습니다.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서둘러 공양을 마치고 오후 4시 10분부터는 안거 후 마련된 분과별 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대해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의 방향, 재활용 유통, 농사, 온라인정토회, 사회활동, 으뜸절 계획, 지역실천 등 7개 주제에 대해 분과별로 논의한 내용을 발표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분과별 위원회 운영 계획에 대해 표결을 통해 각각 방향을 정한 후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73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해외에서 시청하는 외국인 수행자들까지 1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태풍이 한반도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대신 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장마로 인해서 날씨가 흐리니까 무더위를 식혀주는 좋은 점도 있는데, 벼와 같은 가을 작물이 영그는 데에는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늘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날씨가 더위를 식혀주면 작물에 불이익이 생깁니다. 도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면 농촌에 피해가 옵니다. 여름에 날씨가 서늘하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옵니다. 이러한 손실이나 이익은 하늘의 뜻도 아니고 전생에 지은 죄도 아니고 운명도 아니고 사물이 갖는 양면성입니다. 그러나 피해를 보거나 이익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재앙을 받았다’, ‘복을 받았다’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양면성을 총괄적으로 볼 수 있다면 좋다고 들뜨거나 나쁘다고 침울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손실이 생기면 두려움이 생기고, 이익이 생기면 신비함에 빠지게 됩니다. 신비주의나 두려움은 진실을 알지 못하는 무지로부터 생겨나는 겁니다. 많은 종교적인 믿음들이 두려움과 신비주의로 인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믿음은 우리들에게 위로를 줄 때도 있지만 신비주의나 두려움에 빠지게 해서 많은 사람을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하는 여러분들은 항상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지혜를 증득해서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 신비주의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바깥 상황과 자신의 마음, 양쪽에 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명상 시간에 우리는 앉아서 호흡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데, 호흡을 알아차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언제나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방송을 마치고 나서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If I am set aside time to meditate, but I find I am really distracted by a persistent thought, do you recommend that I stop meditating and try again later, or continue struggling and try to push through?”
(정해놓은 시간에 명상을 하려고 하는데 하나의 망상이 끈질기게 계속 올라와서 산만해지면 명상을 멈추고 나중에 다시 시도해보는 게 낫습니까? 아니면 힘들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서 계속하는 게 낫습니까?)
“상태에 따라서 중단했다가 다시 하는 게 나을 때도 있고, 어렵지만 계속해야 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가령 계속 졸음이 쏟아진다고 합시다. 졸리지만 졸리는 가운데 계속 알아차림을 시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어요. 어떤 때는 그렇게 하면 1시간 내내 졸기만 하기 때문에 잠시 일어나서 잠을 깨고 다시 앉는 방법도 있습니다.
망상이 계속 떨쳐지지 않고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망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호흡으로 돌아오는 노력을 계속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망상이 안 떨쳐질 때는 잠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망상을 떨치고 난 뒤에 다시 앉아서 명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명상을 할 때는 40분이면 40분, 50분이면 50분 정해진 시간 안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을 권유합니다. 비록 한 시간 내내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1시간 내내 조는 한이 있더라도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도를 해봅니다. 망상이 끊이지 않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망상을 피우면서 ‘이게 나한테 뿌리 깊은 거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는 망상이 계속 되풀이된다면 잠시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서 몇 분 지난 뒤에 다시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정진을 할 때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냥 계속하는 것이 기본 지침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35분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친 후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명상을 해 보니 어땠는지 자신이 느낀 소감을 채팅창에 올려 주세요.”
실시간 채팅창에는 수십 개의 소감이 한꺼번에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한 줄 한 줄 직접 읽어 주었습니다.
“편안합니다.”
"I was very relaxed."
“잡생각이 많았습니다.”
“I had a lot of random distracting thoughts.”
“머리가 맑습니다.”
“I feel clear-headed.”
“잠과 싸웠습니다.”
“I fought against sleep.”
“망상이 많았습니다.”
“I have a lot of distracting thoughts.”
“다리가 많이 아픕니다.”
“ My leg aches.”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I was dozing off and on.”
“고요하고 편안했습니다.”
“I was at peace and very relaxed.”
"다리에 감각이 안 느껴집니다."
“My legs are completely numb.”
“집중이 잘 안 되었습니다.”
“I was not able to focus well.”
“너무 많은 생각으로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I wasn't able to focus due to so many thoughts.”
“머리가 맑고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My head was clear and I was able to focus well.”
“하고 나니 머리가 가벼워졌습니다.”
“Now that I’m done my head feels lighter.”
“시간이 길다고 느껴졌습니다.”
“I felt the time was too long.”
“몸이 비워지는 느낌입니다.”
“It feels like my body is empty.”
“편안합니다. 푹 쉰 느낌입니다.”
“I’m relaxed and I feel like I did have a good rest.”
“상처가 올라와 괴로웠습니다.”
“I was bothered when the traumas came up.”
“졸리면서 계속 잡념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숨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Thoughts are aroused constantly, a long side dowsing off. It was difficult to concentrate on breathing.”
마지막으로 스님이 명상을 마무리하며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머리가 맑은 것도 경험이고, 아픈 것도 경험이고, 집중이 잘 된 것도 경험이고, 졸리는 것도 경험입니다. 모든 것이 명상을 하니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가운데서 했는가입니다.
호흡이 알아차려지고 집중이 된 때가 설령 짧았다 하더라도 앞으로 꾸준히 해나가면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가운데서 하는 겁니다. 명상하는 것이 편안해야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명상을 해나갈 수 있어요. 긴장하고 애써서 하게 되면 힘이 들기 때문에 하기가 싫어집니다. 일을 하듯이 그렇게 힘들게 하지 마시고, 편안한 가운데 쉬는 마음으로 꾸준히 명상을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서 마음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 준 국제국 활동가들과 지난 한 주 동안 미국의 주요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한 후 오후에는 만일준비위원회,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활동가들과 연달아 화상으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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