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7.18 제10-6차 백일기도 입재식
“자기 변화가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만일결사, 제10차 천일결사 중 제6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제10차 천일결사의 전반부 500일이 지나고, 후반부 500일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스님은 어김없이 천일결사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산아랫밭으로 갔습니다.

스님은 어제 예초기를 돌린 사면을 낫으로 다시 한번 정리했습니다. 칡덩굴과 가시덩굴은 예초기로는 깔끔하게 벨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행자들은 배추를 심을 밭에 거름, 폐화석 비료, 액비를 골고루 뿌렸습니다. 액비는 이 밭에서 난 풀과 흙, 음식물 찌꺼기, 부엽토를 넣고 삭힌 천연 액비였습니다. 산아랫밭 담당 행자가 영양분이 부족한 밭을 살리기 위해 공부를 해가며 심혈을 기울여 몇 개월 동안 만든 액비입니다. 숙성이 잘 되었는지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오줌을 삭혀 만든 액비도 뿌렸습니다. 다들 코를 막는 시늉을 하면서도, 액비를 만든 행자의 정성이 고마워 흔쾌히 액비를 뿌렸습니다.

오늘은 입재식이 있는 날이라 8시 30분에 발우공양을 하기로 했습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울력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9시 30분부터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입재식은 방역 당국의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여 세 시간 동안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정토행자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길벗 김병조 님의 열정적인 목소리와 함께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국내외 해외에서 8000여 명의 천일결사자들이 유튜브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지난 100일 간 정토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이야기를 담은 ‘정토행자 100일간의 발자취’ 영상을 함께 본 후 ‘백일의 약속’ 실천 결과에 대한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백 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분의 수행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해외지부 북미동부 지회에서 활동하는 장형원 님입니다.

“오늘 10-6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저의 조그만 개인법당을 소개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저는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는 장거리 트럭 운전사입니다. 제가 주로 생활하는 두 평 남짓의 트럭은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움직이는 개인 정토법당입니다.

대형 트럭, 법당이 되다
▲ 대형 트럭, 법당이 되다

일가친척 하나 없이 무작정 떠나온 10년 전의 캐나다는 선진국이라는 일반 상식과는 달리 참 막막하고 답답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가출, 고등학교 자퇴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가득합니다. 이삿짐 센타에 취직해 엘리베이터도 없는 3층 콘도에 세탁기를 나르다 허리를 다쳤습니다. 더이상 육체 노동을 하기 힘들어졌을 때, 저의 이민 생활은 고통의 끝을 향해갔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저를 둘러싼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실은 제 자신이 만들었고, 키워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제가 만든 허상의 괴로움은 장소를 옮겨도, 시간이 흘러도, 늘 저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분들의 형성된 업식과 시각으로 자식을 사랑합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저는 비로소 어두운 과거를 단절할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를 만난 후, 다시 마음을 잡고 이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곳 주류사회에서 기술도 언어도 부족한 제가 파고들 수 있는 유일한 강점은 성실함이었습니다. 저는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대형트럭 운전사를 직업으로 선택했습니다. 13단 기어조작을 처음 해본 저는 출근 첫날부터 캐나다의 거센 눈보라를 맞이하고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생계를 해결해야 했던 저는 자연히 정토회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졌습니다.

장형원 님의 트럭 안. 혼자서 아침 기도를 하는 장소
▲ 장형원 님의 트럭 안. 혼자서 아침 기도를 하는 장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을 홀로 트럭에서 아침 기도를 해왔습니다. 그렇게 6년을 기도하던 저에게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이었습니다. 끊어진 정토회와의 6년 공백은 랜선을 타고 다시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한 달에 20여 일을 집이 아닌 트럭에서 생활하지만 저는 행복합니다. 영하 40도 겨울 눈 덮인 캐나다의 북쪽 설원에도, 폭염 속에 펼쳐지는 애리조나의 끝없는 사막을 홀로 여행해도 저는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WIFI로 연결된 움직이는 정토법당은 저에게 늘 용기와 여유를 주고 있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천일결사에서 도반들과의 마음나누기는 더 이상 제가 낯선 이민생활에서 혼자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온라인 불교대학을 넘어 지금 공부하는 온라인 경전반은 저에게 불법의 호기심과 꾸준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스님과 함께하는 일요명상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수행자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해줍니다.

이제 저를 외롭게 하는 것도, 저를 괴롭게 하는 것도, 저를 나태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저 자신임을 알기에 더 이상 깨달음을 미루지 않습니다. 오늘 이후 설령 잠시 한눈을 파는 저를 발견한다 해도 다시 이 길을 떠난 삶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 정토행자 여러분! 각자의 개인 법당에서 오늘도 행복한 수행 잘하시기를 캐나다에서 응원합니다.”

아주 감동적인 수행담이었습니다. 스님도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감동의 물결이 잔잔하게 남아 있는 가운데 이번에 새로 천일결사를 시작하는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위한 결의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초심자들을 위해 천일결사의 내용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은 ‘천일결사’라고 하는 수행 정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천일결사는 자기 변화와 사회변화를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자기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

자기 변화가 일어나려면, 첫째, 자기가 자기를 알아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내가 나를 잘 모릅니다. 비유를 들어서 말하면, 내가 경작하는 밭에 잡초가 무성히 자랐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풀이 저렇게 많은데 뽑지도 않고 왜 저렇게 두나?’ 하고 얘기해도 정작 본인은 자기 밭에 풀이 있는지도 모르는 농부와 같습니다.

우리는 자기를 너무 몰라요. 성질을 버럭 잘 내서 ‘너 참 화 잘 낸다’ 하고 말해주면 ‘내가 언제 화냈어? 너는 화 안 내니?’ 이럽니다. ‘너 욕심 많다’ 하고 말해주면 ‘내가 왜 욕심이 많아? 나만 욕심 있어? 욕심 없는 사람 누가 있어?’ 이럽니다. ‘너 잘 삐진다’ 하고 말해주면 ‘내가 언제 삐졌어?’ 이런 식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 사람의 성질이 어떻다고 다 아는데 정작 본인이 몰라요.

그래서 고치는 것은 놔두고 우선 자기가 자기를 알아야 해요. 조금 전에 감동적인 수행담을 발표하신 분도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는 울타리를 쌓고 그 속에 갇혀 살았습니다. 마치 누에가 자기 입에서 나오는 실로 고치를 만들고 그 속에 갇혀 있듯이 자기가 일으킨 생각에 갇혀서 괴로워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했던 겁니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내 성격이 이렇구나!’
‘내가 욕심이 많구나!’
‘내가 성질이 급하고 잘 토라지는구나!’

이렇게 사실을 사실대로 먼저 알아야 고치든지 말든지 할 수 있어요. 사실을 알고 난 뒤에 고쳐야 한다면 고치는 노력을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고쳐야 되는 건 아니에요. 내 성정이 이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사는 길도 있어요. 누가 ‘너 화 잘 낸다’ 이렇게 말하면 ‘그래, 내가 성질이 좀 그래. 미안해’ 하고 사과를 하면 됩니다. 누가 ‘또 토라졌니?' 이렇게 말하면 ‘그래, 내가 지금 또 삐졌네' 하고 인정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사과하고 인정하면서 살면 사는데 큰 지장은 없어요. 그런데 그 피해가 크다면 개선을 해야 합니다.

밖을 쳐다보지 않고 자기를 돌이켜보는 연습을 100일 정도 하면 ‘진짜 내가 욕심이 많구나!’, ‘내가 진짜 고집이 세네!’ 이런 걸 알 수 있어요. ‘우리 밭에 풀이 많구나, 내가 게을러서 때를 놓쳤네!’ 이렇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네 밭에 풀이 많더라’ 하고 말하면 ‘그래, 내가 바빠서 풀을 뽑지 못했어'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돼요.

이렇게 먼저 자기가 자기를 알아야 합니다. 최소한 100일은 정진해야 자기가 자기를 알 수 있어요. 물론 현명한 사람은 하루 만에 아는 사람도 있고, 단박에 아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는 100일 정도 정진해야 자기를 알 수 있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자신의 부족함을 개선하고 싶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자기를 모르면 아예 개선이 안 되는 것이고, 자기에 대해 알았다고 해도 막상 개선하려고 하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섣불리 ‘여보, 내가 고집이 세지? 앞으로 고칠게!’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높아요.

‘너는 말만 하지 실천이 안 된다! 절에 다니면 뭐 하니? 공부하면 뭐 해. 그것도 못 고치면서!’

이런 소리를 듣게 됩니다. 고치는 게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에요.

둘째, 자기 변화가 일어나려면 꾸준히 해야 합니다. 각오를 크게 하고 도전을 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작심삼일이라고 해서 지속적으로 노력을 못해요. 비록 성질이나 욕심이 계속 일어나더라도 꾸준히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면 조금씩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나는 이미 변화가 일어났다!’, ‘나 많이 좋아졌다!’ 이렇게 밝히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해 줘요. ‘재는 원래 그래!’ 하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선입견으로 자리잡아 있기 때문에 나에게 변화가 일어나도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챕니다. 한 3년쯤 지나야 ‘너 요새 말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요새 성질 많이 죽었다!’ 하면서 주위 사람들이 변화를 눈치챕니다.

물론 깨달음의장이라는 수련 프로그램을 다녀와서 단박에 변화가 일어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가 다시 원래대로 갔다가, 또 조금 변했다가 이러면서 한 3년쯤 지나야 어느 정도의 변화가 안정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천일기도를 하는 거예요. 백일기도는 자기를 알기 위해 초심자가 하는 기도이고, 천일기도를 하고 나면 스스로 변화를 맛보기 시작합니다. 변화를 체험하면 스님이 기도를 하라고 안 해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니까 자기 스스로 기도를 하기 시작합니다.

천일결사에 참여하는 것도 어렵지만, 참여를 해도 보통 작심삼일을 못 벗어납니다. 오늘 이렇게 입재해 놓고도 한 달, 백 일을 못 가고 포기해버려요. 그래서 천일 동안 꾸준히 해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좋은 법을 몰라서 아예 못 하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설령 법문을 듣고 원리를 알아서 천일결사를 시작해 놓고도 중간에 포기하기가 쉬워요.

그러나 여러분들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다니면서 나를 조금씩 알기 시작했고, 그래서 ‘아! 나도 매일매일 정진해야겠다!’ 이런 다짐을 했기 때문에 오늘 천일결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니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회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

더 나아가 천일결사를 넘어서서 만일결사를 시작한 이유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최소한 30년 동안 사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해요. 자기를 알고, 자기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만일결사를 시작한 겁니다. 만약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보자!’ 하는 원이 안 일어나면 우선 ‘나를 좀 아름답게 바꿔보자!’ 하는 마음으로 천일결사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전에 우선 ‘나를 알아가는 백일기도를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오늘부터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거예요.

세 가지 약속

백일기도에 참여하게 되면 세 가지를 약속해야 합니다. 첫째,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기도를 해야 합니다. 혹시 부득이한 경우 좀 늦게 하거나 좀 일찍 해도 되지만 일단 5시에 기도를 해야 해요. 기도를 하는 방법은 하루를 돌아보면서 참회하는 108배 절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갑니다. 스트레스는 자기가 잘났다는 교만으로부터 비롯됩니다. 교만을 버리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숙이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게 바로 108배입니다. 그 다음에 자기 마음을 고요히 하기 위해 명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혜를 얻기 위해 매일 경전을 읽습니다.

참회는 계율을 지키는 수행이고, 명상은 선정을 닦는 수행이고, 경전을 읽는 것은 지혜를 증득하는 수행입니다. 한마디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계정혜 삼학을 닦는 방식으로 천일결사 수행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습니다. 즉, 삼귀의, 참회, 명상, 경전 독송, 이것이 천일결사 수행법입니다.

둘째, 이 지구상에는 아직도 밥을 못 먹고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아요. 간단한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1년에 500만 명의 유아 사망자가 생기고 있고, 아이들이 초등학교도 못 가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들에게는 하루에 1달러만 있어도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천일결사에 입재하게 되면 하루에 1달러는 먼저 세상을 위해서 내어놓고 1달러를 제외한 나머지를 내가 쓰는 겁니다. 아무리 내가 어렵더라도 하루에 1,000원은 일단 전 지구의 어려운 사람을 생각해서 기부를 하자는 거예요. 여유가 있으면 2,000원, 3,000원, 만 원을 내도 좋지만, 최소한 1,000원은 기부하자는 겁니다.

셋째, 하루에 한 가지 이상은 선행을 하자는 겁니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 주는 것도 좋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노인이 타면 자리도 비켜주고, 길을 가다가 쓰레기도 줍고, 이렇게 하루에 한 가지는 좋은 일을 좀 하자는 거예요.

이런 약속을 잘 지켰는지 백일마다 모여서 점검한 후 다음 백일을 힘차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천일결사에 참여하는 내용입니다.

천일결사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해야 합니다. ‘아! 그래! 나도 그런 인생을 한번 살아 봐야지!’ 이렇게 해서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해야 해요. 그러니 오늘 여러분도 자기 스스로 이렇게 결정하고 참여한 것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타고 하듯이 꾸준히 해야 배울 수 있지, 한두 번 넘어졌다고 ‘에이! 안 된다, 자전거가 문제야! 내 체질에 안 맞아!’ 이러면 배울 수가 없습니다.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다 자전거를 탈 수 있듯이 꾸준히 정진하면 누구나 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자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어서 염주 증정식을 가졌습니다. 예비 천일결사자들은 미리 배송된 염주를 각자 손에 들었습니다.

“수행 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제가 염주를 드립니다.”

“잘 받았습니다.”

기존 천일결사자들은 수행자의 길로 동참하게 된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힘찬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예비 천일결사자들은 이 서원을 생활 속에서 늘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렸습니다.

1부를 마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2부에서는 스님이 6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입재 법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먼저 챙길 것을 당부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정토회의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으로의 전환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시범 운영을 마치고 평가를 한 후 9월부터는 정식으로 온라인정토회를 출발하게 됩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이 좋지 않은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법회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온라인으로라도 법회를 할 수 있는 것에 우리는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금 전 수행 사례담에서 보았듯이 온라인으로 바뀐 것에 대해 횡재를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늘 오프라인으로 활동했던 분들에게는 온라인이 좀 어렵게 다가오겠지만, 오지에 계시는 분들은 온라인 덕분에 거리감이 완전히 없어져 버리고 바로 옆방에 있듯이 결합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전환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그런데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굉장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노보살님들입니다. 정토회 초기부터 많은 기여를 하고 애를 쓰셨는데 나이가 들어서 눈도 잘 안 보이시고, 또 컴퓨터 기술을 익히기도 힘듭니다. 이분들은 몇십 년을 정토회에 의지하고 살았는데 한 순간에 정토회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없어진 거예요. 법당은 다 없어졌죠. 컴퓨터는 사용할 줄 모르죠. 결사비를 내고 싶어도 송금할 방법도 모릅니다. 정토행자들 중에는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바로 이웃에 사는 데도 정토회와 완전히 단절된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 정토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마치 먼 나라 오지에 버려진 것처럼 됐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을 때는 이렇게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항상 함께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밝은 곳을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변화를 그냥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두운 면에 대한 감사와 포용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들 바쁘시겠지만 이분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정토회로 연결되는 것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히 정토회 운영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됩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중요시 여기는 일도 정부가 다 할 수 없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야 되는 일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처럼 정토회 차원에서 이런 분들에 대한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지만 여러분들도 각자 지부별로, 지회별로, 모둠별로 이분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주셔야 합니다.

그분들은 지금의 정토회가 있기까지 초창기부터 많은 기여와 공로가 있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공로를 절대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입재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정토회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이 세상에서 없어진 줄 아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사 다시 한번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그분들과 함께 나아가는 정토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시 발심하는 500일!

오늘은 6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만일 중에 마지막 천일의 절반을 넘어가는 날입니다. 500일은 이미 지났습니다. 남은 500일이 끝나면, 10차 천일결사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1차 만일결사가 끝나게 됩니다.

저는 1차 만일결사를 시작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1차 만일결사가 끝나면 한 생을 오롯이 여기에 집중한 것이 됩니다. 말 그대로 ‘회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안 죽고 살아 있다면 뭐든지 옆에서 도와야 되겠지만, 사람은 자기가 갈 때를 알아야 합니다. 저와 같이 1차 만일결사를 이끌어 오신 초기 멤버들은 이제 마무리를 잘해야 됩니다. 1차 만일결사 중간 이후에 참여하신 분들은 2차 만일결사를 이어나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끄트머리인 8차, 9차, 10차 천일결사에 참여하신 분들 2차 만일결사의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고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발심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만족할 줄 알기

배고프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입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해요. 잘 수 있는 방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해요. 가족이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정치적인 폭압이 없잖아요. 여자라고 차별하거나 신분이 낮다고 차별하는 사회도 아니잖아요. 전 세계를 다녀보면 대한민국 정도면 사회적 조건이 좋은 편이에요. 자연환경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헐떡거리기 때문에 개인은 괴롭고, 세상은 혼란스러운 겁니다. 불평불만을 자꾸 갖게 되면 우리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게 됩니다. 이제는 감사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감사함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 알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해요.

여러분이 삶을 좀 검소하게 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면,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이 길은 현재도 좋고 미래도 좋은 길입니다. 우리가 욕망을 따라갔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부처님 말씀에도 있고 세상에서 직접 경험하기도 하잖아요.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담배를 빡빡 피우면 더 피우게 되지, 실컷 피워버린다고 해서 담배가 끊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마약을 실컷 먹어버리면 다시는 마약을 안 하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술을 한번 왕창 먹어버리면 다시는 술 안 먹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먹으면 먹을수록 더 많은 양이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욕망을 추구하는 방법으로는 끝이 안 납니다.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어야 끝이 납니다. 지금이라도 어느 정도 멈출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굉장히 안락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공부를 하는 것이 수행이고, 수행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보살행입니다. 나를 희생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 보살행이 곧 내 삶의 보람이 되는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선도하는 사람들

남들이 보기에는 ‘저 사람은 자기를 희생하며 세상을 위해서 일했다’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행자는 희생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보람된 삶을 사는 겁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세상에서 어떻게 평가하든, 어떤 일이 갑자기 일어나든, 지난 삶을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뭔가를 기대하면 나중에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헌신했던 삶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고, 남을 원망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기 삶을 스스로 불행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정토회와 수행에 대한 자긍심을 좀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이 나라의 희망이고 빛이고, 인류의 미래를 선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셨으면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자기가 하는 일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지금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지구 밖에 나가봐야 알 수 있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지는 다른 나라에 가봐야 알 수 있듯이, 여러분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여러분들이 자기 밖으로 나가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기 속에 갇혀 살기 때문에 자기가 소중한 줄 모릅니다. 매일매일 정진해서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무더운 여름에도 백일 정진을 잘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천일결사자 포살 법회를 했습니다. 스님이 외우는 계본을 잘 듣고 잘 생각하여 스스로 허물이 있다고 자각하게 되면 대중들께 드러내어 참회를 했습니다.

“첫째,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매일 오전 5시 전후에 반드시 정진한다. 어떤 행자라도 이 계본을 어기면 허물이 됩니다. 이 계본에 대해서 청정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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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가지 계본에 대해 참회를 한 후 모든 분들이 포살을 원만히 잘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백일의 약속 실천과제를 함께 살펴본 후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산회가를 함께 부른 후 다음 7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스님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입재식을 마치고 1시 50분부터 두북 수련원 행자들과 안거 전후에 필요한 일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회의를 한 시간 동안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논으로 갔습니다.

대구, 경주, 해운대지회 거사님들이 논에 피를 뽑으러 왔습니다. 논에 도착하니 거사님들이 미리 와서 긴 장화를 신고 푸른 모 사이로 들어가 피를 뽑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뒤 따라 들어가 거사님들이 피 뽑는 것을 둘러봤습니다.

“이 줄 누구가 했어요? 피가 그대로 있네요. 모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도 피예요. 여기 보세요.” (웃음)

거사님들은 스님의 개인 지도를 받아가며 피를 깔끔하게 뽑았습니다.

“스님, 그런데 모보다 피가 많은 것 같아요.”

“유기농으로 모를 키우다 보니 제초제를 안 써서 그래요.”

거사님들에게 안내를 하고 스님도 옆줄로 가서 피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피가 뿌리를 튼튼히 내려 한 손으로는 피가 뽑히지 않았습니다. 두 손으로 힘껏 뽑아야 겨우 뽑혔습니다.

허리를 푹 숙이고 피를 뽑는 사람들의 등마다 무더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작업복은 땀으로 젖어갔습니다.


장풍을 쏘듯 피를 날리는 스님처럼 거사님들이 피를 뽑고 던지는 실력도 점점 늘었습니다.


한편, 논둑과 비닐하우스 주변에 예초기를 돌리는 거사님들도 있었습니다.

3시간 넘게 피를 뽑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온몸이 뻐근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거사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거사님들은 논에서 마음나누기를 하고, 스님은 일요명상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나니 하늘에 쨍쨍하던 해는 종적을 감추고 반달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지도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한 후 오후에는 지부장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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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정

감사합니다.

2023-05-09 15:50:34

사공엽

지금 여기가 감사한 줄 알고, 꾸준히 수행하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

2023-05-09 15:39:23

이은숙

스님 감사합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2023-05-07 11: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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