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30 방학봉 교수님 100재, 정토대전 회의, 수행법회
“하기 싫은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예불과 천일결사 정진을 하고 오늘은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아직 들깨 모종을 다 못 심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제일 먼저 밭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틀 전 스님이 벤 풀더미가 한숨 풀이 죽은 채 쌓여있었습니다. 거름을 만들기 위해 밭으로 옮겨놓고 도라지밭으로 가보았습니다.

도라지밭이 꽃밭이 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꽃망울이 햇살을 향해 툭툭 터지고 있습니다.


꽃구경을 하고 아랫단으로 내려와 바람에 날라 간 잡초 매트를 다시 고정시켰습니다.

드디어 행자들이 물과 들깨 모종을 싣고 도착했습니다. 농사일이 서툰 행자에게 들깨 모종 심는 법을 알려주고 스님은 군데군데 모종을 옮겨두었습니다.



양쪽 끝에서 두 명씩, 한 두둑에 네 명의 행자가 들깨 모종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도 한 두둑 끝에 혼자 자리를 잡고 들깨 모종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여러 행자들이 심는 두둑에 비해 폭이 3분의 2 정도 되는 두둑에서 혼자 모종을 심었는데, 스님이 모종을 심는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들깨 모종을 심는 동안 두 명은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양쪽 끝에서 시작한 행자들이 만나기 전에 스님은 한 두둑에 모종을 다 심었습니다.

“다했다!”

“정말 빠르시네요. 저희가 1포기 심을 때 5포기는 심으시네요.”(웃음)

아직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아래쪽에 두둑이 한 줄 더 남아있었습니다.


“끝나면 모종 들고 아래쪽으로 오세요.”

“스님 발우공양할 시간이 되었는데요.”

“언제 또 올라오겠어요. 빨리 다 심읍시다.”

예초기를 돌리던 행자들도 예초기를 내려놓고 함께 모종을 심고, 새로 심은 모종마다 물을 주었습니다.

“아이구 덥다.”

해가 내리쬐지 않았는데도, 집중해서 일을 하다 보니 땀이 흘렀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밭에서 따온 채소로 공양을 한 후 스님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자재요양병원, 애광원, 도문 큰스님에게 잘 전달하고 왔습니다.

항상 수확량을 잘 파악해서 농산물이 상해서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늘 점검을 해주세요. 다른 곳에는 이런 농산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항상 나누어주면서 살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농산물 생산도 중요하지만 버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저온 냉장고의 온도가 너무 낮은 것 같아요. 자주 냉장고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생필품은 일반 냉장고 안에 넣어서 보관하고, 저온 냉장고는 가끔 대량으로 농산물을 넣고 뺄 때만 사용하면 좋겠어요. 소소한 음료수 같은 것을 보관해서 문을 자주 열게 되면 전기 소모가 많아집니다. 전기를 절약할 수 있게 다 같이 유의해 주세요.”

발우공양을 마치고 오전 10시부터는 방학봉 교수님의 천도 기도 100재를 지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동북아 역사기행을 가지 못한 지 햇수로 2년째가 되었고, 그 사이 교수님과 연락이 닿지 않아 임종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습니다.

오늘 100재일을 맞아 스님은 방학봉 교수님이 남긴 평생의 업적을 추모하면서 천도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방학봉 교수님이 동북아 역사기행을 안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긴 세월 함께 한 시간을 추모하며 스님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방학봉 교수님의 사모님을 비롯해 교수님과 평소 가까이 지냈던 분들이 화상화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먼저 스님이 추모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사바세계 남섬부주 동양 중화인민공화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에 거주하는 전순금 복위, 망부 방학봉 영가님의 100재일을 맞아서 영가를 추모하기 위해서 영가와 평소에 가까이 지냈던 동지들, 후배들, 제자들, 친지들이 이렇게 모였습니다.

잊혀진 발해의 역사를 되살리는 일에 평생을 매진하신 분

방학봉 교수님은 연변대학에 재학 중이던 1949년 발해인들이 스스로 남긴 역사적 사료가 처음 발견된 육정산 정혜공주묘 발굴 작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발해사를 평생 연구하기로 발원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까지 소위 문화대혁명이라고 하는 격동의 시기를 겪었고, 교수님은 이때 지방으로 하방(下放)되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보통 사람은 그런 고난의 시기에 자신의 처음 발원을 포기하게 마련이지만, 교수님은 때를 기다리며 10여 년에 이르는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고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나아갈 때 현직에 복귀하여 발해사를 평생 연구하셨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발해의 역사는 중국 역사에도 제대로 편재되지 못하고, 한국 역사에도 제대로 편재되지 못한 채 잊혀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발해사를 중국에서는 중국 역사라고 주장하고, 한국에서는 한국 역사라고 주장하여, 정치적 갈등의 한 원인이 되고 있죠. 그런 가운데서 교수님은 조선족 출신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으로서 학문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국 학자나 한국 학자라면 자기 소신껏 연구하고 주장을 발표할 수 있는 반면, 교수님은 자칫 잘못하면 중국이나 한국에서 비난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평생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항상 역사적 사실 및 유물과 유적에 근거해서만 신중하게 주장하고 발언하셨습니다. 옆에서 보기에도 지나치게 조심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안타까운 학문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변 대학에서 발해사 연구소를 설립하여 평생 발해사를 연구하셨습니다.

30년 간 한 해도 쉬지 않고 진행해 온 동북아 역사기행

방학봉 교수님과 제가 인연이 된 것은 1992년입니다. 햇수로 따지면 2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교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이렇게 제안드렸습니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는 우리 조선족의 역사지만 현재는 관련 유물과 유적이 중국에 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 청년들이 이 역사를 조금 더 사실에 근접해서 알 수 있도록 역사기행을 하면 좋겠습니다’

교수님의 전폭적인 찬성과 지원 덕분에 30여 년간 한 해도 쉬지 않고 고구려, 발해, 독립운동 유적지를 순례하는 역사기행을 진행해 올 수 있었습니다. 자연재해, 교통의 어려움, 정치적 문제 등 역사기행을 계속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저와 교수님은 굴하지 않고 역사기행을 계속해 왔습니다.

교수님은 저희에게 부모님과 같은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뵈었어야 했고, 돌아가신 뒤에도 저희가 마땅히 직접 장례에 참가하고 재를 지내드렸어야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전에도 후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늦게라도 알게 되어 이제 교수님의 100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교수님 영전에 미안한 마음으로 추도를 하며, 저는 승려로서 교수님의 영가가 왕생극락할 수 있도록 천도 법문을 하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영가를 위해 천도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중국에서 참여하는 분들의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아 도중에 화상회의 연결이 끊겼습니다. 할 수 없이 천도 법문은 따로 녹화를 해서 보내주었습니다. 천도 법문이 끝나고 서울 정토회관에서는 천도재를 함께 지냈습니다.

천도 법문 녹화 때문에 정토대전 회의가 1시간 늦어졌습니다. 11시 50분부터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불교사상팀에서 12연기와 5온을 연관 지을 수 있는지, 인공지능의 작동을 5온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조사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들은 후 다음은 사회사상팀에서 준비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환경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추가로 조사해 온 내용을 갖고 함께 토론을 했습니다. 특히 탈원전을 둘러싼 쟁점,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쟁점, 자연 개발과 보전에 대한 쟁점 등 쟁점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주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사상팀에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 중에 하나는 재활용품을 소비하자는 운동은 과연 가격 측면에서 대중에게 확대가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재활용품의 높은 가격, 이런 환경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요즘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의류나 가방, 신발을 만드는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일반 제품보다 오히려 가격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재활용을 하면 원가가 쌀 텐데 왜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만드는 설비 등 제작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인 상황인데, 재활용 운동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환경 재활용품은 수거하고 분류하고 환원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원재료를 갖고 단일하게 제품을 만드는 것에 비해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석유를 갖고 바로 플라스틱 병을 만드는 게 비용이 적게 듭니다.

플라스틱 병을 수거해 와서 라벨을 다 떼고 세척한 뒤 녹여서 병을 다시 만들려면 색깔 있는 병은 만들 수 있지만 투명한 병은 못 만들어요. 투명한 병만 모아야 투명한 병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투명한 병이 색깔 있는 병보다 비싼 겁니다.

이런 제작비용 때문에 발생하는 가격 문제를 환경 운동 측면에서 해결하려면 면세 조치를 취해줘야 해요. 환경상품이 아니면 세금을 높게 책정하고, 환경상품은 세금을 아예 없애줘서 양쪽의 가격을 균형 있게 맞춰줘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돈이 좀 더 비싸더라도 환경상품을 써주는 운동 역시 필요합니다. 국민 모두가 이런 운동에 동참해 주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이런 운동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소수일 수밖에 없어요.

다수의 국민은 아무리 얘기해도 참여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여러분도 물건 사러 가면 품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사지, 아무리 이념 때문이라지만 질 낮고 비싼 제품을 사려고 하겠어요? 그러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지 다수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친환경 재활용 상품을 이용하자는 계몽운동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경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만 자재공덕회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의 자원봉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300만 명 정도의 자원 봉사자가 대만 전역에서 모든 쓰레기를 분류처리하기 때문에 제작 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했습니다. 쓰레기를 분류하려면 인건비가 많이 드는데, 분류 처리하는 인건비가 안 드니까 이 사업이 흑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 결과 자체적으로 재활용품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이 1년에 원화로 300억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 병을 녹여서 극세사 담요를 만들어 구호용품으로 사용하거나, 분류한 재활용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불교 방송국에 150억 원, 불교 병원에 150억 원을 지원하는 식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은퇴한 사람들이에요. 퇴직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니까 생계 걱정 없이 아침부터 출근해서 봉사가 가능한 겁니다. 3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병원에 와서 봉사하고, 방송국에서 봉사하고, 길거리에서 봉사하고, 재활용 환경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원봉사 조직이 마련되어 있다면 재활용 사업이 경제성도 담보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나 회사를 설립해서 이런 일을 하려면 인력 면에서나 경제성 면에서나 수지가 맞지 않아요.”

“가격이 좀 비싸다 하더라도 환경 운동 측면을 강조해서 지지를 표명하거나 우리도 이 운동에 동참하는 건 어떨까요?”

“물론 그렇게 해야죠. 그러나 그 방식은 현실적으로 지구의 환경위기를 막을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끼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념적인 운동으로 일부 주목받을 수 있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가게에 갔는데 고철을 재활용해 만든 호미가 5천 원이고, 그냥 새로 만든 호미가 3천 원이라면, 어느 것을 구입하겠어요?”

“3천 원짜리를 사게 되죠.” (모두 웃음)

“좀 더 예민한 제품을 예로 들어볼게요. 가게에 생리대가 진열되어 있다고 합시다. 재활용해서 만든 환경제품은 3천 원이고, 일반 제품은 2천 원이라면, 환경제품에 손이 가겠어요? 생리대는 환경제품 가격이 더 싸다고 해도 기분상 사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하물며 비싸면 말할 것도 없겠죠.

그래서 그런 운동은 소수가 할 수 있는 운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자연 생태계의 변화에서도 보듯이 결국 효율성이 떨어지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그래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자’ 하는 내용이 환경 운동의 중요한 구호가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환경문제는 편리함을 따라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편리 때문에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됩니다. 불편을 감수해야 환경 위기를 막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경운동은 소수의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요. 대다수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어지려면 결국 환경 파괴적인 방향으로 계속 가서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러다 죽느니 바꾸는 게 낫겠다’ 이렇게 될 때 변화가 일어납니다.

비록 지금은 미약하지만 선구적인 운동이 필요한 이유

그럼 지금 하고 있는 환경 운동은 의미가 없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부터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이렇게 환경운동을 해놓으면 환경 위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대안이 된다는 겁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늘 그래 왔습니다.

환경상품과 일반상품이 가격이 비슷할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한데, 가격 차이가 많이 나면 경쟁 자체가 안 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환경상품이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잖아요. 또 각성이라는 것은 아무리 많이 각성한다 해도 구성원의 10퍼센트 이상이 각성하기는 어렵습니다. 독립운동도 그렇고, 민주화도 그렇고, 경제개발도 그렇고, 국민을 각성시킨다는 것은 소수만이 가능하지 다수가 각성이 되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변화는 언제나 소수가 선구적인 역할을 이미 해놓은 가운데 일반 국민들도 ‘못 살겠다!’ 할 때 일어납니다. 일반 국민들이 생각해도 ‘이건 진짜 해도 너무했다’ 이럴 때 바뀌는 거예요. 미세먼지며 대기 오염이 심하다고 해서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사람들이 잘 따르지 않잖아요. 그런데 대기 오염이 크게 발생해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고, 그날 3천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연달아 한 달에 세 번만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모두 웃음)

모든 사람들이 환경 수칙을 철저하게 지킬 거예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가 오니까 다들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잖아요. 그런 위기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크 쓰고 다니라고 하면 사람들이 이 정도로 말을 잘 듣지는 않을 겁니다. 환경운동은 궁극적으로 이런 한계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운동을 선구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위기에 처했을 때 대안이 될 수 있는 모델이 있어야 인류가 곧바로 그 길로 가서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위기가 안 오도록 일반 국민이 미리 각성해서 대응해주면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구가 살아날 수 있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예 그런 선구적인 운동조차 없으면 인류가 완전히 망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질문과 대답이 계속 오가는 가운데 회의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대화를 합시다. 더 공부해서 다음 주에 만납시다.”

법사님들이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경주에 있는 문화유적지를 안내하고 돌아왔습니다.

해가 지고 7시 30분부터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저녁반 정토회 회원들 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스님의 일과를 소개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행하면서 갈수록 가볍고 편안해졌지만 일을 할 때 마음에 걸림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밤을 새워서라도 할 수 있지만, 싫은 사람과 일하거나 싫은 일을 할 때는 정말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정말로 나 자신을 위한다면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까요? 그리고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할까요?”

“효율이 중요하다면, 즉 성과가 얼마나 나느냐가 중요하다면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습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이들도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를 눈여겨봐서 진로 선택을 도와주라고 하잖아요. 세속에서처럼 효율을 중요시할 때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수행이 중요하다면 달라요. 수행의 목표가 뭡니까? 해탈, 즉 열반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누구하고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두려움이 없고 근심 걱정이 없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예요.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죠. 싫은 사람과 만났을 때 힘들다면 그건 두려움, 걸림, 초조, 불안이 있다는 얘기잖아요. 그걸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는 당연히 그걸 도전 과제로 삼아서 임해야죠.

질문자가 수행자로서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 거라면 제 대답은 당연히 극복을 해야 한다는 거죠. ‘누구 하고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내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된다’ 이것이 수행의 목표니까요. 싫은 걸 피할 게 뭐가 있어요? 그러나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라면 당연히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낫다고 하죠.

세속적 관점과 수행은 늘 이처럼 모순관계에 있습니다. 사실 좋고 싫음에 너무 집착하면 결국 효율도 떨어집니다. 또 안 되는 걸 억지로 하겠다고 너무 힘들게 애를 쓰면 수행해서 해탈하기는커녕 상처가 생겨요. 그러면 수행도 당연히 안 되겠죠.

그래서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내가 능히 극복할 수 있겠다’ 싶으면 도전해서 극복하면 됩니다. ‘아이고, 내 상태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일정한 속박을 받으면서 살 수밖에 없겠구나. 내가 이렇게 생겼으니 그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자’ 이렇게 살아도 됩니다. 그건 본인이 선택하는 거예요.”

“예, 잘 알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초등교사로 32년 근무했고, 지금은 안식년 휴직을 하고 정토회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막상 복직을 하려니 자신이 없는데 퇴직을 할지 복직을 할지 고민이 됩니다.
  • 형식적인 의식이나 절차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백중기도를 안 하고 싶어요. 또 저는 수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복적 불교를 믿는 엄마와 어떻게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방청객으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분들 중에서 즉석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명의 질문을 추가로 더 받은 후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집에서 끙끙대지 말고 으뜸절이나 실천 장소에 와서 일을 좀 해보세요. 와서 꽃도 심고, 풀도 베고, 감자도 캐면서 조금 활기차게 보내 보세요. 징징대지 말고요. 알았죠?

‘수행자는 내일도 생각하지 말고 어제도 생각하지 말라. 늘 지금 여기에 깨어있으라.’

이런 관점을 부처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셨는데 무슨 전생 얘기를 하고 내생 얘기를 하겠습니까? 그러니 항상 지금 내가 어떤가를 살피세요. 과거 생각이 나면 교훈으로 삼고, 미래 생각이 나더라도 구상만 해야 합니다. 내일 생각을 하면서 걱정하고, 어제 생각을 하면서 괴롭다면, 이것은 이미 꿈속을 헤매는 거예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나를 자유와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길입니다. 어떤 종교인이든, 어떤 나라 사람이든, 누구나 부처님 가르침대로 마음을 쓰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여기에 일본 사람, 북한 사람, 기독교인, 불교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수행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자,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내일 농사 일감에 대해 농사 담당자와 의논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농사일을 하고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0/200

실상

불편을 감수해야 환경위기를 막을 수 있다.

2021-07-15 19:04:54

이승경

사춘기인 딸이 중학교앞두고 힘드네요. 공부왜하느냐부터 무기력증처럼 침대에 눕고자고 학원도 안가고 숙제도않고 성질만 부리며 공부하는사람있으면 본인처럼 안하는사람도있는거라며...책상에 앉으면 딴짓이나하고. 집중도안되고 의지도 잘 안보이고 .전 공부공부스탈은 아닌데도 저러네요.사춘기시작이라는데 그냥 두나요?

2021-07-08 19:19:27

정지나

다수에 사람은 고통을 격어야지만 하던
습관에서 변화를 만들어 낸다 늘 그랬던것 처럼...

2021-07-06 18: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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