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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에서 새벽 2시 50분에 기상해 3시에 서울을 출발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전 6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농사일을 시작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로 향하는 행자님들을 만났습니다. 스님도 죽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비닐하우스에 가보니 행자들은 2동에서 고추에 붙은 진딧물을 씻어내고 있었습니다.
진딧물로 뒤덮여 곧 죽을 것 같던 고추들은 하나둘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3동으로 갔습니다.
지난번에 고랑에 난 풀을 싹 뽑았는데 또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자라라는 고추는 안 자라고 풀만 잘 자라네요. 풀에는 진딧물도 없네요.”(웃음)
스님은 쪼그리고 앉아서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옆 동에서 일을 하던 행자가 물었습니다.
“스님, 그렇게 쪼그려서 일하시면 허리 안 아프세요?”
“당연히 아프죠. 단식하는데 배 안 고프냐고 묻는 거랑 똑같죠.”(웃음)
스님은 다친 손으로도 빠르게 풀을 맸습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햇살이 뜨거워졌습니다.
송골송골 맺힌 땀이 몸 곳곳을 타고 흐를 즈음 비닐하우스 끝에 다다랐습니다.
“다 했네요!”
한 고랑 풀을 다 뽑고 나니 발우공양할 시간 다 되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아침에 밭에서 뽑아온 싱싱한 쌈채소로 식사를 한 후 두북 공동체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서울에 하루 일정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비닐하우스 3동에 풀을 뽑았는데, 풀을 뽑으면서 보니까 고추에도 진딧물이 많이 생겨 있었어요. 잎만 씻을 게 아니라 고추도 유기농약으로 다 씻어줘야 할 것 같아요. 일요일에는 탑곡 수련원에 감자를 캐야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원이 참석해서 같이 울력을 합시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10시 30분부터 정토대전 경전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문경 수련원과 아도모례원에서 법사님들도 제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지난 회의에 이어서 부처님의 다양한 교화 사례를 발췌해서 각자 발표를 했습니다. 먼저 지난번에 스님에게 자문을 받았던 내용을 보완해 온 것을 다시 점검하고, 이어서 새로 준비해 온 내용을 함께 점검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점검을 합시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오후 4시가 넘었습니다. 곧이어 4시 30분부터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백중기도, 여름 온라인 명상수련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한 후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 관리 업무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23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시도별 밴드를 통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6월 초에는 날씨가 무더웠는데 이번 주에는 하느님께서 허공에 에어컨을 틀어놓았는지 날씨가 매우 선선했습니다. 지난주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오늘은 날씨가 약간 무더웠어요. 무더위에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즉문즉설은 인생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불교 교리를 가르치는 것도 아닙니다. 즉문즉설은 인생을 소재로 해서 대화를 하는 시간입니다. 인생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길이라는 정답이 없습니다. 본인이 좋을 대로 살면 됩니다. 그런데 본인이 좋을 대로 사는데 괴롭다고 하니까 모순이잖아요. 내가 좋아서 결혼하고, 내가 좋아서 사업하고, 내가 좋아서 취직하고, 그렇게 살았는데 결과가 나쁘다면 그게 하느님 탓일까요? 전생 탓일까요? 사주팔자 탓일까요?
‘내가 좋을 대로 사는 데 왜 결과가 나쁘게 나올까?’
그 원인이 무엇이고, 왜 인생에 괴로움이 생기는지 탐구하는 것이 즉문즉설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사물을 한 면만 봐서 괴로움이 생겼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앞도 보고 뒤도 보고 왼쪽도 보고 오른쪽도 보고 위도 보고 아래도 보게 되면서 괴로움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런 대화를 하는 곳이 즉문즉설이에요. 저는 여러분에게 이것저것 물으면서 대화를 해나가는 안내자이고, 깨닫는 건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저는 다만 여러분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줄 뿐이에요.”
이어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다섯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방청객 중에서 한 명이 즉석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누나가 하루빨리 병을 낫게 하려면 어떤 기도를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친누나는 젊은 시절부터 우울증에 시달리며 밖으로만 돌아다녔습니다. 정상인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다가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친누나는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고, 아이는 저희 아버지가 보살펴서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제 누나가 이런 삶을 살아온 것이 전생 과보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건지요. 그리고 누나의 정신병이 하루빨리 나을 수 있도록 부처님께 어떤 기도를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지금 누나가 병원에 입원한 상태예요?”
“네.”
“본인이 병원에 입원하길 거부하면 가족으로서 참 힘든 일인데,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재 정신질환은 정신과 의사가 가장 잘 치료하지, 의사보다 더 잘 치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당으로부터 신내림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굿을 통해서 신내림을 받고 신모가 되어 정신질환이 사라진다면 치료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반에만 조금 괜찮아지다가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신내림은 효과가 없는 거예요. 옛날에 정신질환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는 치료 방법이 없다 보니 온갖 종교 행위로 치료를 시도했어요. 절에서 하는 구병시식, 무당이 하는 신내림, 기독교에서 하는 안수기도가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런 방법들은 약 10% 안팎의 치료 효능을 보인다고 합니다.
정신과 치료도 완치율이 높진 않지만 이런 과거의 치료법보다는 그래도 완치율이 높습니다. 신내림을 시도해 볼 수는 있지만, 정신과 치료가 가장 안전한 치료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누나의 나이와 병원 경력으로 보면 이미 만성화된 것이라서 악화가 안 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보셔야 해요. 이런 경우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거기에 가족이 병원비를 조금 더 부담해서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병원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조금 진정이 돼서 병원을 나오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나가 비록 병원에 있지만 안 죽고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아이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누나가 아이를 키웠다면 아이도 정신질환을 갖게 될 확률이 높은데, 다행히 질문자의 아버지가 키웠으니까 아이는 괜찮을 가능성이 커요. 누나가 태중이나 어렸을 때 키웠다면 이미 잠재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요. 질문자가 걱정한다고 해서 누나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아요. 동물들을 한 번 보세요. 암컷이 새끼를 낳아놓고 수컷이 누군지 찾으러 다니던가요? 원래 아기는 엄마의 아기예요. 아기에게 아빠가 누구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여성 혼자서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기도 하고, 인공수정도 하는 시대잖아요. 누나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질문자가 바라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이를 낳기 어려웠을 겁니다. 누나가 현명하게 대처해서 그래도 아이라도 하나 낳았다고 좋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어진 상황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조카에 대해서도 좋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 ‘누나가 이상한 짓을 해서 낳은 아이' 이렇게만 바라보면 그 아이를 무의식적으로 미워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래도 누나가 잘한 건 하나다. 핏줄 하나 남겼구나' 이렇게 바라보면 그 아이는 내가 사랑하는 조카가 됩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네, 감사합니다. 한 가지 더 질문이 있는데요. 제가 지장경을 매일 독송하면서 누나를 위해 기도합니다. 누나의 정신병이 완쾌가 되어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는데, 제가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물을 테니까 대답해 보세요. ‘지장보살님, 우리 누나의 정신병을 낫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그 기도가 성취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낮을까요?”
“낮습니다.”
“그런데 ‘지장보살님, 우리 누나가 그래도 안 죽고 저 정도 사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항상 돌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그 기도가 성취될 확률이 높을까요, 낮을까요?”
“높습니다.”
“성취될 확률이 높은 기도를 하는 게 나아요, 낮은 기도를 하는 게 나아요?”
“성취될 확률이 높은 기도를 하는 게 낫습니다.”
“그래요. 오늘부터는 ‘지장보살님, 우리 누나를 빨리 낫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지 말고, ‘지장보살님, 우리 누나가 저 정도라도 살 수 되도록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 기도를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면 이미 그 기도는 성취가 된 겁니다.
‘지장보살님, 항상 감사합니다. 이렇게 돌봐주지 않았으면 누나가 벌써 명을 달리했을 텐데, 돌봐주시고, 아기도 낳도록 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 기도를 하면 질문자도 기분 좋고 얼마나 좋아요?”
“네, 그렇네요.”
“기도를 지금까지 잘못한 거예요. 아무리 기도를 해도 안 되니까 '에이, 지장보살님께 기도해봐야 소용없다. 아무 영험도 없더라' 이런 결과가 되는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기도하면 자기가 자기를 배신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자꾸 감사 기도를 하면 질문자의 심리도 안정이 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지장보살님과 원수질 일도 없어요. 자기를 배신할 일도 없고요. 또 지장보살님이 누나가 살아있을 때도 늘 보살펴 줬으니 돌아가신 후에도 잘 보살펴 주시겠죠?”
“네.”
“이게 믿음이에요. 믿더라도 이렇게 믿어야 해요. '지장보살님 믿어봐야 영험도 없더라' 이렇게 되면 나중에 누나가 돌아가신 뒤에 지장보살님한테 빌지도 못해요. 지장보살님한테 수없는 욕을 했으니까요. 저는 웬만하면 신앙을 갖는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하려고 하는데, 질문자는 신앙의 자세가 잘못됐어요. 그런 신앙을 가지면 항상 후회하고 배신하는 마음을 갖게 돼요.”
“감사합니다.”
질문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 중에 현장 질문도 받았습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서 스님이 질문한 분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누나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한 질문자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친누나에 대한 마음은 평생 가슴속에 담아두기 어려웠는데 스님께서 감사 기도를 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그리고 친누나에 대한 상황을 인정하게 되어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자식을 둔 사람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그런 누나를 둔 당신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자식을 둔 부모나 이런 가족을 둔 사람은 평생 괴롭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이런 사람을 가족으로 둔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진리입니다. 그런 핑계로 불행하게 살면 안 돼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을 가족으로 두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주어진 상황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내가 불행하게 받아들인다고 누나의 건강이 더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누나의 문제는 누나의 문제이고, 그런 속에서도 나는 행복해야 합니다. 내가 행복할수록 누나를 도울 가능성이 더 높지, 내가 불행하면 누나를 도울 가능성이 낮아져요. 그래서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떠서 운동장을 밝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오전에 행복시민캠프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오후에는 청춘 톡톡 생방송을 하고, 저녁에는 행복학교 특강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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