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20 영어 통역 즉문즉설, 저수지 공사, 온라인 명상 회향식, 일요명상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저수지로 가보았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오랫동안 미뤄온 숙원 사업인 저수지 바닥 정비공사를 하는 날입니다.

저수지 한쪽에는 오랜 시간 동안 산에서 쓸려 내려온 진흙과 모래가 쌓여있었습니다. 이 진흙과 모래를 밭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진흙은 자갈밭에 섞어주고, 모래는 진흙밭에 섞어주고, 그러면 저수지를 더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수지 바닥에 오랫동안 퇴적된 진흙은 영양분이 많아 거름으로 쓰기 좋습니다.

저수지로 올라가는 길에 가시나무와 덩굴이 뻗어 나와 있었습니다. 스님은 한 손에는 낫, 한 손에는 톱을 들고 나뭇가지와 덩굴을 베고 한쪽으로 치웠습니다.




길이 정비되는 사이 아침 해가 솟아오르고, 7시가 되어 포항지회 봉사자가 동료들과 함께 포클레인 2대와 2.5톤 트럭을 몰고 도착했습니다.

미리 길을 정비해두어 포클레인이 잘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를 다 정리하고 저수지로 갔습니다. 저수지 바닥에 고여 있는 물을 빼기 위해 양수기를 설치해 두었는데, 물을 빼는 수로에 오디를 모으기 위한 천이 깔려있었습니다. 천을 빼고 양수기 호스를 바로잡아주었습니다.


포클레인은 거침없이 저수지 바닥으로 들어가 바닥을 긁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법회 할 시간이 다 되어 인사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거사님, 저는 8시에 법회가 있어서 법회 마치고 다시 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어 통역 즉문즉설

아침 8시부터는 영어 통역 즉문즉설인 ‘Dharma Talk’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110여 명의 외국인들이 유튜브로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간단히 인사말을 한 후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2명이 질문을 신청했고,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 중에서 1명이 즉석 질문을 했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어떤 수행을 해야 감사한 마음을 갖는 상태에 이를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나요?

“I have two questions. The first question is last week you responded to one of questioners about being in death bed, diagnosed with cancer and still being grateful. How can I start training myself today so that I can get to the state of gratefulness?”
(저는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주 법문 때 한 질문자에게 암 선고를 받고 임종을 앞두고도 여전히 감사함을 갖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오늘부터 어떤 훈련을 해야 그런 감사함의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감사한 마음이 드느냐고 물으셨는데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면 그런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겠죠. 감사한 마음을 내려면 진실에 접근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습니다. 그러면 오늘 암이 생긴 게 아닙니다. 암은 어제도 있었고, 그제도 있었고, 한 달 전, 일 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아무런 괴로움 없이 잘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르는 것이 더 좋은 건가요?

오늘 일어난 일은 암이 원래 있었던 것을 안 것 밖에 없습니다. 내가 의사에게 돈까지 주면서 부탁한 것은 암을 발견해 달라는 것입니다. 의사는 여러 가지를 검토하다가 오늘 드디어 암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의사의 발견으로 나에게 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의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사실을 바르게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나에게 주어졌습니다.

첫째, 암을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왜냐하면 어제도 암이 있는 상태로 잘 살았으니까요. 어제도 웃고 살았는데 오늘은 왜 울어야 하나요? 둘째, 암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나에게는 여러 선택권이 주어진 겁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긴 것이지 나쁜 일은 아무것도 생긴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기뻐해야지 슬퍼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의사가 나를 걱정한다면 오히려 내가 의사를 격려해야 됩니다. ‘암을 발견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물어보고 최종 선택은 내가 하면 됩니다. 어제도 암을 갖고 있으면서도 웃으며 즐겁게 지냈듯이 오늘도 암을 갖고 있으면서도 웃으며 즐겁게 지낼 수가 있다는 겁니다.

어제는 웃었는데 오늘은 못 웃겠다면 결국은 모르는 게 더 좋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수행자는 모르는 것보다 알고 나서 내가 선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굳이 질문자의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감사한 마음은 저절로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저만 감사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I realized throughout my life it’s a constant challenge that to have a sense of gratitude. One good example would be I just came back from a trip from Hawaii, it was a pretty big budgeted trip. Everyone was happy and ecstatic to be there but I wasn’t grateful, I was just there. That’s when I noticed there’s something wrong with me. That’s why I’m trying to change the course as a practitioner.”
(저는 인생 내내 감사함을 갖는 것에 지속적 장애를 느꼈습니다. 하나의 좋은 예가 얼마 전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꽤 비싼 여행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였는데 저만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수행자로서 행보를 바꿔볼까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수행을 통해서 얻는 최고의 경지는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 없는 경지, 즉 열반에 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굳이 감사해 하지는 못하더라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불만만 없으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불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실이 어떠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지 않느냐’ 하고 감사한 마음을 내버리면 불만은 저절로 없어집니다.

저는 감사한 마음을 꼭 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이 불만을 토로하면 ‘이것이 불만을 가질 일이냐? 잘 따져서 살펴보면 오히려 감사할 일이 아닌가?’ 하고 사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말을 하는 겁니다.

우리가 공기를 매일 숨 쉬고 살면서도 ‘공기야 고맙다’ 이렇게 말하며 살지는 않잖아요.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도 매일 감사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또 동물들을 보세요. 아무도 감사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동물들은 아무도 불만을 갖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불만을 갖는다는 것은 동물보다도 못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먼저 불만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기에 사실은 감사할 일이지 않느냐는 겁니다.

우리가 숨을 못 쉬다가 숨을 쉬면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물을 못 마시다가 물을 마시면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음식을 못 먹고 굶다가 음식을 먹게 되면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그렇다면 감사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 꼭 그렇게 굶다가 먹어야 될까요? 일상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낸다면 그렇게 굶어야 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동물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말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이어서 두 번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What I’ve experienced is that all the enlightenment is very delightful when you first encounter but as time passes I fall back into mannerisms even though I keep training myself. What am I doing wrong? I know that I have to keep this enlightenment or what ever I learned, I try to keep throughout the days but it always wanes away after a year or so. I just wanted to know what am I doing wrong and how can I make sure so that I keep feeding to the fire of enlightenment.”
(제 경험상 깨달음은 처음 경험했을 때 매우 기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훈련해도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습니까? 깨달음 또는 제가 배운 것들을 오랫동안 지속하고 싶지만 1년 정도 지나면 시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고 깨달음의 상태를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똑같은 돈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그 쾌감이 점점 떨어집니다. 쉽게 말해 ‘쾌락의 감소 법칙’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예측을 하는 것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반복을 통해 쾌감이 감소하는 심리 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반복될 때마다 의도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면 감소하는 것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매번 감사 기도를 하고 나서 밥을 먹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또한 도움을 받게 될 때 마치 이것이 처음 일어난 일인 듯 생각해보면 매번 감사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늘 감사한 마음을 낸다면 감사함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만약에 누군가 빨래를 해준다면 옷을 받을 때마다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는 겁니다. 또 음식이나 커피를 누군가가 준다면 받을 때마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또 직장에 출근할 때마다 문 앞에서 ‘아이고, 그래도 오늘 출근할 직장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나서 들어가는 겁니다. 퇴근할 때도 ‘오늘도 하루 잘 지냈습니다’ 하고 직장을 나오는 거예요. 여행을 갈 때도 ‘여행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도 ‘아이고, 사고 안 나고 무사히 도착해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는 겁니다. 이런 마음을 계속 내면 ‘감퇴의 법칙’을 좀 막을 수가 있습니다.”

“Thank you. That’s why I’ve been listing 3 things I’m thankful about everyday. When I first found out about practice ofthanking it worked out like magic but after 3 years it became a mannerism tothe point I don’t even feel like doing anymore so I’m not even doing it. I justdon’t know what else to do from here on.”
(감사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3가지 감사할 일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감사 연습을 했을 땐 효과가 좋았는데 3년 정도 지나서 매너리즘에 빠져서 더 이상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특별한 현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단식을 한 3주 정도 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작은 음식 하나에도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또는 매년 오지 여행을 한 번씩 가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많이 걷고, 숲 속에서 자고, 음식도 아주 어렵게 먹고, 그러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방에서 잠잔다는 것, 더울 때 샤워할 수 있다는 것, 차를 편안하게 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 년에 일주일간 명상을 한다든지, 일주일 간 단식을 한다든지, 일 년에 두세 번 오지 여행을 한다든지, 구호활동을 한다든지, 이렇게 어려운 조건에 가서 생활하는 것이에요. 직장 다니는 것이 힘들면 긴 휴가를 내서 파트타임으로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든지 일용직 노동자를 한다든지 고된 일을 찾아서 해보면 됩니다. 이렇게 한 달 내지 두 달 해보면 지금 다니는 직장이 얼마나 좋은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휴가를 내서 관광을 다닙니다. 관광을 다닐 때는 스트레스가 풀린 것 같지만 막상 직장에 복귀하고 나면 스트레스는 똑같이 반복됩니다. 오히려 휴가 다니고 놀 때를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죠.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휴가를 내서 장애인 시설에 가서 봉사를 하든지, 오지 여행을 하든지, 구호활동을 하든지, 일용직 노동을 하든지, 이런 것들을 해야 직장 생활로 돌아왔을 때 충분한 휴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힘들다고 느껴졌던 일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고, 하는 일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생깁니다.

제가 어디 가서 강의를 하면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합니다. 제가 안 받아서 그렇지 주겠다고 많은 제안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제가 매일 아침마다 채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는 일은 그 채소를 시장에 가서 판다고 했을 때 노동의 가치가 시간당 5천 원도 안 나옵니다. 그러니 강연을 하는 것은 채소를 키우는 것보다 백배 천배를 더 받는다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많은 강연료를 받는 것은 정당한 지불 금액이 아닙니다. 또 채소를 키워서 5천 원을 받는 것도 정당한 지불 금액이 아니에요. 5천 원을 받는다고 하찮은 일도 아니고, 그것의 천배를 받는다고 고귀한 일도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 가치가 무한하기 때문에 어떤 것으로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그냥 측정해 주는 가치들은 그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거기에 놀아나면 안 됩니다. 이것을 알아야 오늘은 사장을 하다가도 내일은 수위를 할 수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민다나오도 가고, 아프가니스탄도 가고,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도 가서 봉사를 좀 합시다. 그러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병은 저절로 치료가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 와서 저와 매일 농사를 지어도 금방 해결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걱정을 많이 합니다. 때로는 이런 걱정들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근거 없는 걱정이 들 때마다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 스님께서 붓다, 상가, 담마는 모두 개인의 내면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스님께서 말하는 개인의 내면이란 무엇입니까?

대화를 마치고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감사함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질문한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Thank you I learned a lot. Looks like I’ll be going to meditation camps and join humanitarian work here and there. Looks like that’s my to-do-list for now. Thank you very much.”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아마 저는 명상캠프와 사회봉사를 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지금 제 할 일 목록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도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질문자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 생각을 좀 쉬어야 됩니다. 앞으로 국제 봉사자가 좀 많이 늘어날 것 같네요.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사홍서원을 다 함께 영어로 낭독한 후 다음 달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시원한 수박과 수정과를 챙겨서 저수지로 달려갔습니다. 거사님들은 한창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포클레인 한 대는 저수지 바닥에 흙을 퍼서 입구에 쌓아놓고, 다른 한 대는 입구에 쌓인 흙을 트럭으로 옮기고 있었습니다. 트럭에 흙이 차면, 트럭은 밭으로 가서 흙을 내렸습니다. 밭에서는 포클레인이 흙을 평평하게 펴주었습니다.




“참 드시고 하세요!”

시원한 수박을 한 쪽씩 먹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그 옆에서 쓰러진 나무를 치웠습니다. 무거운 나무를 옮기는 스님을 보고 거사님이 물었습니다.


“스님, 포클레인으로 치워드릴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일도 많은데 이건 제가 치우겠습니다. 일 보세요.”


쉬지 않고 일을 하던 스님이 일을 멈추었습니다.

“엄지손가락이 빠진 것 같아요.”

“스님, 병원에 가보면 어떨까요?”

“에이, 이 정도로 뭘 병원에 가요. 오늘 일요일이라 응급실에 가야 하잖아요. 급한 환자들이 많을 텐데 이만한 일로 응급실에 가면 미안하죠.”

스님은 파스를 붙이고 다시 저수지로 갔습니다. 행자들이 여러 차례 병원에 다녀오시기를 요청해서 거사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법회 전에 얼른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온라인 주말 명상수련 회향식

병원을 다녀온 후 오후 3시 10분부터는 두북 수련원 방송실에서 온라인 주말 명상수련 회향식을 생방송했습니다. 온라인 명상수련 참가자들은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2박 3일 동안 안내에 따라 부지런히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 소감문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10여 명이 대표로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소감문 발표 내용을 경청하며 메모를 했습니다.

소감문 발표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첫마디를 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너무 열심히 쉬느라고 많이 힘드셨죠?” (웃음)

이어서 스님은 명상수련을 통해 얻은 소득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람이 동물보다 나아요? 아니면 못합니까? 사람이 동물보다 나으니까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동물보다 더 많이 괴로워하고, 더 많이 슬퍼하고, 화를 더 많이 내고, 더 불안하고, 근심과 걱정이 더 많고, 두려움이 더 많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람이 동물보다 못하다는 얘기잖아요.

명상수련을 하고 나서 얻은 소득

눈 감고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하면, 우선 육체의 상태를 점검할 수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니까 졸리고 피곤이 엄습해 옵니다’ 하는 분이 있다면 그분은 요즘 육체가 많이 피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3일 지나니까 눈 감고 가만히 있어도 졸리지는 않습니다’ 하는 분이 있다면 명상을 통해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하면 이렇게 몸 상태를 금방 점검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병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며칠 명상을 하면 대부분 건강을 회복합니다. 처음에는 졸리고 힘들지만 며칠 지나면 눈 감고 가만히 있어도 졸음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신적인 건강은 육체의 건강처럼 금방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죠. 정신적인 치료는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이번 주말 명상수련을 통해서는 자기 점검을 해본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내 상태가 지금 이렇구나!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내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인물이 아무리 잘나도, 인기가 아무리 높아도, 내 상태는 지금 이 수준이구나!’

인기가 아무리 많아도 초조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박사라도 지식이 많을 뿐이지 삶이 괴로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선시대만 봐도 아무리 지위가 높은 왕이라도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병든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병든 인생을 살면서 돈이 많으면 뭐 하겠어요? 병든 육신을 갖고 좋은 술, 좋은 담배, 좋은 마약을 아무리 많이 하면 뭐 하겠어요? 온갖 장신구를 달면 뭐 하고, 온갖 비싼 화장을 하면 뭐 하며, 온갖 좋은 옷을 입으면 뭐 하겠어요?

몸이 병드니까 좋은 옷이라도 입혀서 바깥에 안 보이게 하려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니까 지위나 인물, 지식, 보석으로 그걸 가려서 뽐내려고 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볼 때는 그런 모습이 부러울지 몰라도 저는 그런 사람들이 불쌍해 보입니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얼굴을 성형해서 저렇게 자기를 내세우려고 하고,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지위를 내세워서 자기를 뽐내려고 하고, 얼마나 인생살이에 자신이 없으면 재물이나 집, 차, 보석을 가지고 뽐내려고 합니까? 이런 불쌍한 인생을 살면서 자기가 불쌍한 줄도 모르고 있어요.

내가 편안하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여러분이 명상수련을 하고 나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내가 편안하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 된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너무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시간을 내어서 우선 가만히 있어도 편안해지는 것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오래 사는 게 뭐가 중요해요. 하루를 살아도 편안하게 살아 보고 죽어야죠.

여러분들이 자꾸 마음이 지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잘해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명상을 할 때도 뭔가를 자꾸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지치는 겁니다. 서양에서도 명상이 유행하고 있는데, 왜 명상을 하는지 대화를 해보면 주로 명상을 기술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어요. 요령, 효율, 기술, 이런 것들을 좀 얻기 위해서 명상을 한다고 하는데, 명상이란 얻으려는 생각을 놓아버리는 겁니다. 기술적인 생각이나 요령까지도 다 놓아버려야 해요. 아무것도 얻으려는 생각이 없어야 합니다. 아무 할 일 없는 한가한 상태를 유지해야 해요. 돌멩이가 바위 위에 올려져 있듯이,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듯이, 자연 상태로 있는 것이 명상입니다.

‘호흡을 이렇게 한다’, ‘호흡을 저렇게 한다’ 이런 것이 명상이 아니고, 자연 상태로 있어지느냐 하는 것이 명상입니다. 모든 긴장을 풀고 자연 상태로 있었을 때 몸과 마음에서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느냐를 지켜보는 거예요. 그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바로 나의 까르마, 나의 업식, 나의 삶의 습관이에요.

‘내가 집중이 안 되고 있구나!’
‘내가 먹는데 끄달리는 구나!’
‘내가 과거에 상처가 있구나!’
‘내가 오지도 않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근심 걱정하는구나!’

명상을 하면 이렇게 자기 점검이 됩니다. 그럴 때 두 가지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째, ‘내가 이렇구나!’ 알고 그렇게 사는 길이 있습니다. 둘째, ‘이래서 내가 손해를 많이 보는구나!’ 하고 느꼈다면 그걸 개선하고 수정해서 사는 길이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 점검이 먼저 되어야 하고, 그다음에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자기 선택이에요. 자기 상태를 알고 여기에 맞게 사는 길이 있고, 조금 고쳐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개선을 하는 길이 있습니다. 개선을 하려면 습관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3일간 여러분들이 잘했느니 못했느니 해도 실제로는 잘 쉬었습니다. 명상을 통해 회복한 에너지를 바로 다 써버리지 말고 이것을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과로, 과식, 과음을 조심해서 생활해야 해요. 그러면 명상을 계기로 해서 특별히 다른 건 못 얻어도 건강에 매우 큰 소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화가 나거나 근심 걱정이 될 때 그게 꼭 상대편 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가 가만히 있어도 그런 마음이 일어나더라. 그러니 상대편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다!’

이런 관점을 갖는다면 훨씬 더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하루에 30분이라도 꾸준히 명상을 해보세요. 그러면 이번에 명상을 해본 경험이 한 번에 무산되지 않아요.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평화와 안락이 있기를

2박 3일 짧은 명상이었지만 수행자는 여기서 얻은 소득을 주위와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농사를 지어서 그 이익을 내가 취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미 농사지을 때 보람을 느꼈고, 그 이익은 배고픈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회향입니다. 그러니 오늘 명상을 마치면서 이렇게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내가 수행한 이 공덕이 배고픈 사람에게는 양식이 되고, 아픈 사람에게는 약이 되고,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터가 되고, 고통받는 일체중생들에게는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편이 되기를 바랍니다.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평화와 안락이 있기를.”

사홍서원으로 회향식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저수지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법문을 하는 동안 거사님들은 계속 저수지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5시 정도에 저수지 공사는 마무리가 되었고, 거사님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없었습니다.

“깔끔하게 잘 마무리해 주셨네요. 숙원 사업을 드디어 하나 해결했습니다. 이제 비 오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어요."

스님은 저수지 공사 마무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3천여 명의 정토회 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지난주에 올라온 영어 질문 2개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40분 간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에 명상을 마치고 스님이 실시간 댓글창에 올라온 소감을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아침부터 법문 하고, 울력 하고, 생방송 하고,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아침과 해거름에 농사일을 하고, 오전과 저녁에는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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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행

감사합니다

2021-06-29 23:18:37

해탈하고파

몇년전 먼 곳에서 힘든 아이들이 있는 단체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강연료가 너무 작아 거절했습니다.ㅠㅠ 지금은 너무 후회되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돈으로 가치를 측정하려다 보니 고액강연료 받는 사람들을 시기하고 부러워도 했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회개합니다. 다음엔 제가 도움이 되는 곳이 있다면 달려가겠습니다.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

2021-06-26 16:49:39

로지

스님 감사합니다! 행동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갖는 지위를 탐내고 잘 쉬고 있는 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여 힘들었었습니다. 지위, 인기, 돈 보다 마음을 늘 가꾸고 살피겠습니다. 여전히 갈 길이 있기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6-25 14: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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