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3. 천일결사기도 생방송, 정초법회(광주전라, 인천경기서부, 대전충청, 청년)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으로 함께 하고 정초법회를 온라인으로 4차례 했습니다.

새벽 4시,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이 되자 맑은 종소리가 랜선을 타고 국내외 정토행자들에게 울려 퍼졌습니다. 4천여 명의 정토행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예불을 드리고 천일결사 기도를 함께 했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스님은 카메라를 향해 돌아앉아 오늘 독송한 경전에 대해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읽는 경전에는 아시타 선인의 조카가 부처님을 찾아와 집 있는 곳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한 수행자가 성인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 내용이 나옵니다. 깨달음의 길로 가려는 수행자는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부처님께서는 ‘이런 상황이든 저런 상황이든 마음이 한결같아야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평정심이라고 합니다. 남이 비난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지 말고, 남이 칭찬한다고 해서 좋아서 우쭐대지 않는 것이 평정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가 비난하면 성질이 나고, 누군가가 칭찬하면 기분이 좋아서 우쭐댑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세 가지 지침

그러나 수행자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욕망을 멀리 떠나야 해요. 오늘 읽은 경전에는 수행자는 욕망을 떠나야 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나옵니다. 욕망을 떠나게 하기 위해서 수행자에게 부처님이 내린 지침이 세 가지예요.

첫째, 먹는 욕망은 참 뿌리가 깊습니다. 세상에 살 때는 맘껏 먹으니까 자기는 먹는 욕망이 없는 것 같은데, 단식을 하거나, 명상 수련 때 소식을 하거나, 수행공동체에 들어와서 정해진 음식만 먹으면, 무슨 수행자가 저러나 할 만큼 먹는 것에 집착을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먹는 욕망을 딱 끊어버리게 하기 위해 수행자들에게 걸식을 하도록 했습니다. 걸식을 하는 이유는 먹는 욕망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입는 욕망입니다. 여러분들은 입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입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 수행자들에게 버려진 옷을 주워 입으라고 하셨어요. 음식도 남이 버리는 것을 주워 먹고, 옷도 남이 버리는 것을 주워 입어라는 거예요.

셋째, 자는 욕망이에요. 여러분들은 집 사고, 집 꾸미고, 침대 사는 것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들에게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자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이렇게 사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지금도 그렇게 살라고 하면 더 어렵겠지요.

저도 여러분들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부처님 가르침의 기준이 딱 여기에 있다는 것만 자각하고 살아도 우리는 삶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겁니다. 아무리 음식을 못 먹어도 얻어먹는 것보다는 낫고, 아무리 옷을 못 입어도 분소의보다는 낫고, 한 방에 여러 명이 자든 어떻게 자든 나무 밑이나 동굴보다는 낫잖아요. 이걸 알면 생활하는데 무슨 불만이 생기겠어요. 이런 자세를 기본적으로 딱 가져버리면 우리는 이 세속적인 얽매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이유

우리의 삶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자기가 움켜쥐고 있는 것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과거의 자기 습관을 고집해서 힘든 겁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지금 경제가 더 어려워졌는데도 선진국 사람들보다 어려움을 덜 느끼고 있습니다. 원래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너무 걱정이 돼서 인도 불가촉천민인 둥게스와리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연락을 해 보면, ‘스님, 우리 마을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원래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코로나 사태 덕분에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어서 살기가 더 나아졌다고 해요.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이나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은 지금 난리잖아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난리이고, 못 다니게 한다고 난리입니다. 이것을 보면 어떤 객관적인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자기 욕망대로 되지 않으니까 죽는다고 난리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렵다 할 때는 어제보다 어렵다는 얘기예요.

둘째, 남하고 비교해서 남보다 어렵다는 겁니다. 지금 내가 사는 것 자체는 큰 불편이 없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니까 힘든 거예요. 요즘 여러분들이 제일 많이 느끼죠. 지금 월급도 그대로 있고, 집도 그대로 있는데, 요즘 옆에서 ‘부동산이 몇 배로 올랐다’, ‘주식을 사서 어떻다’ 이런 소문을 들으니까 갑자기 본인이 가난해진 것 같잖아요. 주위에 벼락부자가 생겨나니까 나는 벼락 가난뱅이가 된 기분이에요.

이런 게 다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남과 비교해서, 지난날과 비교해서 가난해진 거예요. 결혼 생활이 힘든 이유도 혼자 살 때보다 귀찮아서 그렇고, 이혼을 하거나 사별을 해서 힘든 이유도 같이 살 때보다 외로운 겁니다. 이 모든 것은 습관을 고집해서 괴로움이 발생하는 거예요. 그러니 이런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혼자 있어도 외롭지가 않고 둘이 있어도 귀찮지가 않습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더 근본은 마음이 한결같아야 합니다. 즉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욕망이에요. 욕망대로 되면 기분이 좋고, 욕망대로 안 되면 기분이 나쁩니다. 좋고 싫음이 늘 있으니까 마음이 널뛰기를 하는데,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버리면 마음의 널뛰기가 줄어들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서 지금 널뛰기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는 거예요.

자기의 삶 속에서 오늘 널뛰기를 얼마나 했는지, 평정심을 얼마나 잃었는지, 이런 것을 돌아보면서 하루하루 정진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합장으로 인사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전 10시~저녁 7시, 정초법회 (광주전라, 인천경기서부, 대전충천)

아침 공양을 하고 오전 10시부터 광주전라지부 회원들을 만나고, 점심 공양을 하고 오후 2시부터는 인천경기서부지부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4시가 넘어 법회를 마치고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오후 5시부터는 대전충청지부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각 법회마다 정토회 별로 소개를 하고 스님에게 온라인정토회 개편 방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스님에게 질문하고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다양한 질문과 제안이 있었는데요.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일반회원의 활동방향은?

“일반회원의 활동 방향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모두 전환되면 ‘정회원’이나 ‘일반회원’이라는 말은 없어지고, 모든 사람이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정토회의 창립취지에 동의하면 ‘회원’이 됩니다. 정토회의 창립취지가 뭘까요?

‘우리는 수행자다. 수행자는 수행하고 보시하고 봉사한다. 우리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뜨려 해탈과 열반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창립취지에 동의를 하면 누구나 정토회의 일원으로 참가할 수 있어요.

회원이 되면 누릴 수 있는 권리

온라인 시대에는 정토회 회원이 되면 ‘수행, 보시, 봉사하라’, 이렇게 권장은 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활동하면 됩니다.

우선 수행 차원에서는 정기적으로 법문을 들을 권리가 생기고, 필요하면 교육 연수를 받을 권리가 주어지고, 명상수련에 참여할 권리도 생기고, 천일결사에 참여할 권리도 생기고, 수련원에 가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도 생깁니다. 이제는 이게 의무가 아니라 전부 권리사항이 됩니다.

회원의 비전

온라인 정토회에서 회원들의 비전을 굳이 말씀드리자면, 첫째, 자신의 수행에 관계된 법문을 온라인으로 집에서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자기가 원하면 뭐든지 정토회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하면 봉사도 할 수 있고, 원하면 보시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봉사가 권장사항일 뿐이지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셋째, 지역별 수련원에 가서 훨씬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옛날에 갖고 있던 ‘절’이라는 개념이 조금 더 확대가 된다고 볼 수 있어요. 수련원에 가서 숙박을 할 수도 있고, 농사도 지을 수 있고, 수행할 수 있는 등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넓어집니다.

전법 활동가가 되면 주어지는 의무

그렇게 활동하던 중에 ‘나도 전법 활동가가 되고 싶다’ 하고 원이 생기면 신청을 하면 돼요. 전법 활동가는 일정한 인격과 일정한 역량을 갖추고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하는 사람입니다. 신청하신 분에게는 전법 활동가에 필요한 자격 요건이 갖추어졌는지 확인합니다. 경전 대학을 졸업했는지, 깨달음의장을 다녀왔는지, 명상수련을 했는지, 천일결사 수행은 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면 교육 및 연수를 받고 나서 일정 기간 스텝으로 참여해서 경험을 쌓은 후 진행자의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진행자로 활동하다가 본인이 바빠서 활동을 못하게 되면 사표를 내면 됩니다. 전법 활동가는 마치 선생님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정예화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온라인 시대에는 지역 법당 중심에서 개인 법당 중심으로, 총무 중심에서 전법 활동가 중심으로 운영의 중심이 옮겨가게 됩니다.”

자발성만으로는 역부족이지 않을까요

“온라인 시대에 정토회는 더욱더 자발성에 기초해서 운영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의 경우를 보면 100퍼센트 저의 자발성만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지는 않거든요. 가끔 물러서는 마음도 있었고,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힘이 있었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너무 자발성에만 맡겨두면 가능성이 있는 활동가들이 자칫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하지 않을까요? 활동가를 양성하려면 끌어주는 힘이 되어줄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이에요. 현실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은 오프라인과는 특성이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법당에 나와서 같이 일도 하고 고생도 하다 보니 중간에 활동하고 싶지 않았다가도 또 마음이 바뀌어서 활동을 계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그러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는 활동가를 양성하는 방향이 달라져야 해요. 가령 불교대학의 경우, 오프라인에서는 10명이 입학하면 밀착 관리를 해서 5명이 졸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20명을 받아서 8명을 졸업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10명이 입학해서 5명을 졸업하면 50퍼센트입니다. 20명을 받아서 활동가 8명이 졸업하면 40퍼센트입니다. 그러나 졸업생 수를 놓고 보면 5명보다 8명이 훨씬 많죠. 이처럼 온라인은 효율은 조금 떨어지지만 접근성이 넓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손실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밀착해서 수행을 통해 변화가 일어나도록 지원하고 함께하는 측면이 강했지만, 온라인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그중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요. 아무리 우리가 보완을 해도 온라인에서는 활동가를 키워낼 확률이 오프라인일 때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은 확률이 떨어지는 대신 양을 크게 늘리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세가 많은 분들도 전법 활동가가 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컴퓨터를 한 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60대 보살님들은 온라인 교육을 받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연세가 드신 분들은 더욱 신경 써서 교육 기간을 늘린다거나 컴퓨터 기본 교육을 좀 받은 다음에 전법 활동가로 참여할 수 있게끔 하면 안 될까요?”

“옛날에 절에 가면 사찰예절을 배웠던 것을 기억나세요? 절은 어떻게 하고, 방석은 어떻게 놓고, 출입은 어떻게 하고, 향이며 초는 어떻게 켜고, 청수를 올릴 때는 어떻게 한다는 사찰예절을 배웠습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정토회에서는 불교대학이든 봉사 활동이든 신청하면 온라인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컴퓨터 활용법과 에티켓을 배워야 해요. 어디를 클릭해서 어디에 들어가는지, 검색은 어떻게 하는지, 화상회의는 어떻게 하는지, 음소거는 어떻게 하는지, 이런 것을 전부 훈련받아야 해요.

그러니 아무리 신심이 있고 정토회에 애정이 있어도 이런 기술을 안 익히면 안타깝지만 진행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런 분들이 있다면 다른 일을 해야 합니다. 다른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온라인 전법 활동가로서 활동하려면 컴퓨터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나누기도 해야 하고, 안내사항도 전달해야 하고, 문서도 보내야 하니까요. 전법 활동가로서 활동하려면 컴퓨터 활용법을 익혀야 해요.

‘아이고, 내가 이 나이에 그거 익혀서 뭐 하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일을 맡아서 하면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게 되면 모든 기존의 조직을 다 해체되고 가능한 모두 전법의 현장으로 가야 합니다. 온라인 현장에서 불교대학을 진행하는 일이 정토회의 중심 활동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모둠장이다’, ‘내가 지회장이다’, ‘내가 지부장이다’ 이런 지위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가 전법 활동을 하는 것인데, 그중에 필요한 경우에 ‘아, 당신이 당분간 지부장을 좀 해주시오’ 이렇게 요청을 받는 것일 뿐입니다. 이제는 직급은 큰 의미가 없고, 모든 활동가가 전법사의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각 지부마다 충분히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회원들에게 얼마나 이해가 되었는지 물어보고 앞으로 남은 절차를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여러 선택지 중에 어떤 선택을 할 건지는 여러분이 결정하면 돼요. 그러면 방향은 이해가 됐어요? 이해가 됐으면 손으로 표시를 해봐요.”

모두 화면 속에서 오케이 표시를 했습니다.

“좋습니다.”

“충분히 토론하고 의견 수렴도 했으니까, 이제 다음 주에는 진행상의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여러분이 투표를 해주세요. 현재 정토회의 시스템에서는 결정 권한이 전국대의원회의에 있어요. 그러니 대의원들이 대중의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우리의 의사를 투표를 통해 표시해주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투표한 결과를 첨부한 제안서를 전국대의원회의에 올립니다. 대중의 여론을 참고해서 결정해달라는 뜻입니다. 아직까지는 결정 권한이 전국대의원회의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모두 바뀌면 사업의 많은 부분에서 활동 회원들의 결정권이 더욱 커집니다. 지금은 전국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을 서원행자들이 승인하면 끝나는데, 앞으로는 지부에서 어떤 사업을 결정해도 그 아래에 지회장이나 모둠장이 그 결정을 승인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어떤 안건은 그 아래 회원들 전체의 승인을 받는 식의 절차를 거치도록 시스템이 바뀌게 돼요. 온라인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대중의 직접적 의견을 훨씬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온라인 시대에 정토회는 전법 활동을 주로 하게 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라고 해도 대부분 전법 활동에 관련해서 결정할 일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 달리 결정할 게 별로 없어요. 지역별 수련원에서 농사를 어떻게 짓고 이런저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는 거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주가 되어 수련원 단위에서 의사결정을 해나가면 됩니다. 회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구조는 지역별 수련원 단위에서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우리가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점차적으로 보충해 나가려고 해요.

온라인 정토회를 재창립한다는 마음으로

지금 우리가 의논하는 내용은 지금까지의 오프라인 정토회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경험해 온 지역 중심의 정토회를 계속 생각하면서 ‘이건 어떡하냐, 저건 어떡하냐’ 하지만, 사실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내용은 온라인 정토회라는 새로운 정토회를 재창립하는 작업입니다. 이념과 방향은 그대로이지만 모든 회원, 구조, 의무, 조직 방식, 의사결정 방식에서 온라인 정토회를 새로 구축해나가는 과정에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저녁 7시가 넘어 법회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8시, 정초법회 (청년)

8시부터는 청년 정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청년들이 모여 공청회를 한 결과를 발표하고, 스님에게 온라인 정토회 개편 방향에 대해 전체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청년은 청년들만 따로 모아 청년특별지부를 구성하지 않고 지역에 편재하면 청년부가 약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수행을 가장 우선해서 활동해야 한다고 짚어주었습니다.

“청년부 조건을 35세로 제한하니 여러분들은 답답할 수도 있을 거예요. 30세에 정토회 청년부 활동을 시작하면 정회원이 되었을 때 35세를 넘어버려서 청년부를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저도 그런 실정을 알고 있습니다. (웃음)

수행자들의 모임

그러나 여러분이 청년부에 앞서 한 사람의 수행자이고, 수행자의 모임인 정토회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방향 하에 그렇다면 청년들에게는 불법을 어떻게 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해요. 청년부를 더 강조해버리면 정토회가 부차적인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청년부 대표 역할을 했던 사람 중에 지금까지 정토회에 남아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한 명의 수행자가 먼저 되는 게 아니고 그냥 활동하는 재미만 추구하고 수행을 하지 않으면, 청년부 활동이 끝나게 되면 정토회 활동도 그만두어버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모습은 수행자로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고 수행자가 사회를 정화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 사회 운동을 하기 위한 조직이 아닙니다. 우리는 수행이 목표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 정의를 위한 활동도 함께 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계속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청년은 정토회 활동을 계속하고 싶지만, 문득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어떻게 정진해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요

“저는 2020년부터 정토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활동이 증가한 상황에서 제게 주어진 업무가 많아졌어요. 예전에 스님의 하루에서 ‘업무에만 집중하면 정진을 미루게 된다.’라는 스님의 말씀을 봤을 때는 당연히 정진을 우선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업무가 많아진 상황이 되니 피곤해서 정진을 미룰 생각을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업무에 대한 책임이 생기니 정진을 제1순위로 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는 것을 보니, 직장 다녀와서 저녁에 정토회 활동을 하고 잠들 무렵이면 저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듭니다. 어떻게 정진을 해나가야 할까요?”

“수행자는 누가 애를 낳고, 누가 주식을 해서 돈을 벌고, 누가 집을 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도 마치 다람쥐가 솔방울 하나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아야 합니다. 수행자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는 그런 세속 이야기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일부러 돈을 버리고 지위를 버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주식이 올랐다고 막 좋아하는 사람들이 요즘 많이 보이지만, 나중에 거품이 꺼지면 망했다고 우는 사람들이 수없이 생겨날 겁니다. 세상의 거품이 생겼다가 꺼지는 것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지금 자신의 수행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을 알아차려야 해요. 아직 수행자로서의 가치관이 딱 잡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행을 하다가 인연이 닿은 사람이 생기면 결혼해서 잘 살면 되고, 인연이 닿는 사람이 없으면 결혼 안 하고도 잘 살면 돼요. 결혼을 했는데 이혼하겠다고 할 필요도 없고, 혼자 산다고 불안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나 마음이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오늘 아침에 천일결사 기도할 때 읽은 경전의 내용이 무엇이었습니까?

‘누가 자신을 칭찬한다고 들뜨지 말고, 누가 비난한다고 성내지 말며, 한결같은 마음을 내라, 탁발 가서 많이 준다고 좋아하지도 말고, 안 준다고 싫어하지도 말라.’

질문자의 마음이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그 불안한 마음은 극복의 대상이지 거기에 놀아날 일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정토회 활동을 하다가 결혼도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 정토회 활동을 그만 두면 돼요. 그런다고 정토회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에요. 또 질문자가 결혼을 안 한다고 해서 지구가 금방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질문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본인이 필요하다면 선택을 해보면 됩니다.

이렇게 법문을 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스님이 결혼을 너무 가볍게 이야기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제 말은 인생살이가 그렇게 무거울 게 전혀 없다는 의미예요.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하거나, 둘이 살다가 사별을 해서 슬프다고 우는 사람들을 보면, 원래 혼자 살았는데 언제부터 둘이 살았다고 그렇게 난리인가 싶거든요. 혼자 살면 외롭다고 하고, 둘이 살면 서로 안 맞아서 못 살겠다고 하고, 같이 살다가 혼자 살게 되면 외로워서 못 살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모두 마음의 습관에서 비롯되는 문제라는 겁니다. 혼자서도 떳떳하게 잘 살 수 있고 둘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잘 살 수 있는 사람, 즉 주어진 어떤 상황에서도 능히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수행의 목표입니다. 다른 사람을 보고 흔들린다면, 수행의 목표를 놓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행자라면 나이가 몇 살이든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이혼을 했든지, 혼자 아이를 낳았든지 등은 아무런 걸림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설령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고 해도 그건 부모님이 과거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흔들리지 말아야 해요. 그럴 때면 ‘부모님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리면 됩니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고,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성질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부모님은 부모님의 인생이에요. 본인은 본인의 인생을 살아가면 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중심을 잡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정토회 활동은 선택 사항입니다. 정토회 활동을 한다고 해서 다음 생에 부자가 되는 것도, 극락을 가는 것도, 예뻐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말들은 유혹하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아요. 그냥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겁니다. 만약 정토회 활동을 선택했다면, 정토회 활동을 하는 것이 나에게 보람이 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해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본인이 원해서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떤 대가를 얻으려고 정토회 활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중심을 딱 잡았으면 좋겠어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자는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정토회 활동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정진해나가면 좋을까요?”

“질문자가 일이 너무 많아서 기본적인 수행도 못할 때, 이럴 때야 말로 바로 정진을 해야 할 적기입니다. 대부분 이럴 때 정진을 그만둡니다. 돈을 잃었다든지, 몸이 아프다든지, 부모님이 반대한다든지, 회사일이 복잡해졌다든지 등의 이유를 대면서 정진을 그만둡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정진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 정도 장애에 끄떡없는 상태가 되는 게 정진이지, 절을 많이 한다고 정진이 아닙니다.

지금은 질문자에게 특별한 과제가 없어 보여요. 아무 과제도 없는데 정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제가 과제를 줘도 오늘 잠깐이지 곧 잊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질문자가 큰 어려움에 처하면 저절로 과제가 생깁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다가 혹시 정토회를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그럴 때 정진을 바짝 하면 ‘별일 아니구나’ 하면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 장애를 극복하는 힘이 생깁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청년 특화사업 진행자도 전법활동가로 인정할 수 있을지, 근무가 불규칙해 전법활동가가 되기 어려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인지, 정회원과 전법활동가가 되려면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해외에 있는 청년들은 소속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또 녹취 봉사자를 양성하면 좋겠다는 제안과 온라인에 강한 청년들이 지역에서 온라인 114지원팀을 지원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청년은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청년들이 전법 활동가가 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며 지속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스님의 청년에 제안에 공감하며 적극 지지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온라인 시대로 가면 연세가 많은 분들은 의기소침할 수 있어요. 그러나 청년인 여러분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될지언정 의기소침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어로 법문을 듣고 싶다면 국제부와 연결해서 영어 법회를 들으면 돼요. 그러면 해외와 바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온라인 시대에는 매주 영어로 진행하는 법회도 열리게 됩니다. 영어 법회를 들으면서 불교가 어떻게 영어로 표현되는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어요.

30대 미만은 직장에서 일하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조금 더 나이가 있고 신심과 경력이 있는 사람은 직장에서 약간 여유가 있으니 전법 활동가 역할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여러분 모두 전법 활동가가 되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에요. 온라인 시대에는 회원들이 편안하게 법문을 듣고 자발적으로 정토회 활동을 하라고 의무 사항을 많이 줄였거든요.

젊을 때 열심히 활동하세요. 뭐든지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법문을 하려면 차를 타고 왔다 갔다 이동을 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온라인 시대에는 한 곳에 머물면서 법문을 하니까 스님도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요. 청년들을 위해 매월 별도로 법문을 해줄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청년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자, 힘내요.” (웃음)

스님의 격려에 청년들은 화면 속에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청년에 대한 스님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열 시가 넘어 법회를 마쳤습니다. 화면이 꺼지자 스님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이고, 하루에 다섯 번 법회를 하니 목소리가 안 나오네요.”

전국을 돌며 정초법회를 할 때는 최대 세 번까지 법회를 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하니 하루에 다섯 번 법회가 가능해졌습니다. 대신 목이 잠겼습니다. 오늘 새벽에 들고 나온 손전등을 들고 스님은 방으로 돌아가 원고 교정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마지막으로 해외지부와 한 번 더 법회를 하고 두북으로 이동해 일요명상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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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승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정진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 정도 장애에 끄떡없는 상태가 되는 게 정진이지, 절을 많이 한다고 정진이 아닙니다."

네. :)

2021-02-18 16:49:49

박인자

감사합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2021-01-29 11:55:39

서대산

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21-01-27 2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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