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3. 정토대전 회의
“깨달음의 인연과 과보”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정토대전 편찬을 위해 공동체 법사단과 회의를 했습니다.

기도와 공양을 마치고 8시 반부터 먼저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했습니다. 다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연일 오백 명을 넘어서고 있어 깨달음의장 수련은 또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11시부터 정토대전 편찬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경전 모음집 중 부처님의 일생 집필을 주제로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하룻 동안 세미나를 진지하게 했습니다. 3장 부처님이 출가하시기까지 과정과 출가한 후의 과정에 대해 의논된 바를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출가 전에 있었던 사문유관, 결혼, 가리가사 마을 통치 등 경전마다 나이가 다른 부분을 어떻게 표기할지 확정하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경전마다 다른 시기와 용어를 어떻게 통일할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정토성전팀에서 뽑아온 쟁점에 대해 논의를 하고 나니 점심시간을 알리는 목탁이 울렸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는데 스님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밥 먹고 소화도 할 겸 나뭇가지 치우는 일을 합시다.”

봉사자가 수련원 앞 화단 나무를 가지치기해두었는데, 자른 나뭇가지를 치우지는 못하고 일주일째 그냥 바닥에 쌓아두었습니다. 스님과 법사님들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수련원 앞으로 모였습니다. 나무가 커서 한 나무 아래 쌓인 나뭇가지만 실어도 트럭이 가득 찼습니다. 생나무라 무겁기도 했습니다.

“스님, 잠깐 할 울력이 아니네요.”

“그렇네요. 몸을 움직이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요. 공부만 하는 사람 치고 잘 된 사람 못 봤어요.”(모두 웃음)

트럭에 나뭇가지를 싣고 수련원 뒤로 갔습니다.

“자, 뒤로 갑시다.”

햇볕이 드는 빈 땅에 나뭇가지를 내려놓았습니다. 이렇게 말려서 도끼로 자르면 좋은 땔감이 됩니다.

“가지런히 놓아주세요.”

“나뭇가지가 엉켜서 놓기도 어렵고, 어차피 말릴 건데 그냥 둬도 안 될까요?”

“우리가 불교대학생들한테 절에 가면 깨끗하고 가지런하고 고요하다고 가르치는데 우리부터 잘해야죠.”

나뭇가지 모양이 제각각이라 정리를 해도 딱 깔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지런히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자, 다시 갑시다.”

빈 트럭과 함께 다음 나무 아래로 갔습니다.

나뭇가지를 싣고, 내리기를 네 번 반복하자 모든 나뭇가지를 치울 수 있었습니다


“자, 남은 건 한 번에 밉시다. 하나, 둘, 셋!”

울력을 마치고 정토성전팀은 다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불교 사상서팀은 어제 회의하느라 울력을 못했다며 나뭇가지를 치우고 이어서 밭으로 가서 울력을 더 했습니다.

오후에는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고 깨달음을 얻기까지 시간 순서에 따라 경전을 발췌해온 내용을 쭉 소리 내어 읽어보았습니다.

정리해온 내용을 듣고 스님은 부처님의 일생 중에 6년 고행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게 기록되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성도 직전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 후 6년 고행을 하셨는데, 그 앞뒤 순서가 조금 정리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전정각산 아래에서 6년 고행을 하시기 전에, 출가 후 두 번째로 찾아간 스승인 웃타카 라마풋타의 지도를 받고 비상비비상처정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 경지는 선정의 상태에서는 번뇌가 없이 고요하지만, 일상에서는 번뇌가 일어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완전한 해탈이 아니라고 판단하시고 그곳을 떠나 서쪽으로 8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가야(Gaya)로 가셨습니다.

부처님의 6년 고행에 대한 묘사

가야 시내에서 걸식을 하고 가야산에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면서 ‘많은 수행자들이 공양을 얻기 위해 수행을 잘못하거나, 제대로 수행을 하지 않구나’ 하고 생각하고선 자신은 제대로 수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강 건너 동쪽 언덕으로 가셨습니다. 거기가 둥게스와리(Dongheswari), 즉 전정각산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그곳에서 6년 동안 극심한 고행을 하셨는데, 그 장면들은 비교적 자세히 정토대전에 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고행으로 몸이 어떻게 야위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를 비롯해 동네 아이들이 와서 못되게 굴은 이야기 등이 모두 담겨야 합니다. 둥게스와리 전정각산에 가보면 동굴이나 샘터 등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잖아요. 그곳에서 6년 고행을 하고 난 후 고행의 무익함을 자각하는 과정도 자세히 담겨야 합니다. 고행을 극심하게 했는데도 출가 전에 염부수 아래에서 명상할 때의 선정 수준도 안 되는 걸 알고서는 자신의 수행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내가 극단에 치우쳤구나. 세속에서는 쾌락의 극단에, 출가해서는 고행의 극단에 치우쳤구나’

이렇게 자각하고 새로운 길인 ‘중도(中道)’를 발견하고 고행을 버리셨습니다.

‘고행이 성도의 원인이라고 오해를 하겠구나’

그런데 고행을 버리고 바로 성도 하신 것이 아닙니다. 고행 후 건강이 안 좋은 파리한 몸으로 성도를 하면, 고행이 성도의 원인이라고 중생들이 오해를 하게 될 것을 염려하셨어요. 그래서 음식을 먹고 건강을 회복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시고, 산에서 내려와 마을로 가는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러자 신들이 신통으로 건강을 회복해 주겠다고 했지만 모두 거절하셨다는 경전 기록이 있습니다. 6년간 음식을 안 먹고 여윈 몸으로 성도 했고, 게다가 성도 후 몸이 저절로 좋아졌다고 하면 대중들이 신비주의에 빠지고 오해할 것을 우려하셨기 때문입니다. 결국 음식을 먹고 건강을 회복하기로 하고 마을로 내려오게 됩니다.

마을로 가려고 보니 자신의 몸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벌거숭이 상태였어요. 그런데 주위에 어떤 여인의 시체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아직 숨이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거의 죽은 사람이었어요. 이 여인은 옆에 있는 수행자를 보고 내 분소의를 저 수행자가 입었으면 좋겠다는 원을 세우고 숨이 끊어졌습니다. 이 여인의 숨이 끊어지자 부처님은 이 여인의 분소의를 입으셨습니다. 분소의는 시신을 덮는 천을 말합니다. 부처님이 그 옷을 걸치자마자 그 여인이 하늘나라에 태어났다는 경전 기록도 있습니다.

분소의를 입은 부처님은 산을 내려가서 네이란자라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에서 옷을 빨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천신이 나타나서 내가 빨아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는 자기 옷을 자기가 빤다’며 거절하셨다고 경전에 나옵니다. 수행자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강가에서 옷을 빨아 널어놓고 거기에서 목욕을 하다 쓰러지셨습니다. 쓰러져서 강물에 떠내려가다가 아사나 나뭇가지를 잡고 기어 나왔는데, 경전에는 이 모습을 ‘아사나 나무 신이 가지를 드리워서 부처님을 강가로 건져 올렸다’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네이란자라 강가에 있는 우루벨라 마을 촌장은 소를 4백 여마리 가진 큰 부자였다고 합니다. 소들이 주로 이 강변에 와서 물을 마셨는데, 촌장의 딸인 수자타가 젖을 짜러 강변에 나왔다가 강가에 쓰러져있는 부처님을 발견했습니다. 뼈만 남은 사람이 쓰러져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금방 짠 젖을 들고 가서 쌀을 갈아 넣고 끓인 유미죽을 가져와서 먹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걸 계기로 이후에 마을에서 계속 음식을 얻어 드시고 건강을 회복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건강을 회복한 뒤에 정각에 이르는 마지막 정진을 둥게스와리로 돌아가서 할 건지, 마을에서 가까운 강 건너 숲에서 할 건지 생각하셨습니다. 둥게스와리 산신은 원래 수행했던 전정각산에 와서 하면 좋겠다고 했고, 범천은 저 쪽 보리수나무 아래에 가서 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경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산신의 청을 받아 전정각산에는 그림자를 남겨두고 갔다고 하는데 그것이 유영굴입니다. 그리고 강을 건너서 보리수나무 아래로 갔습니다. 이 지역의 이름이 우루벨라 촌이에요. 6년 고행한 곳, 수자타의 공양을 얻어먹은 곳,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 등이 모두 지금의 보드가야 지역인데, 부처님 당시에는 이름이 ‘우루벨라’였습니다.

대중의 은혜 속에서 성도를 향해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정진을 하려는데 마침 목동이 ‘쿠사’라고 하는 풀을 베고 있었습니다. 쿠사는 주로 새끼를 꼬거나 돗자리를 만드는데 쓰이는데, 우리의 경험에 비유하자면 짚과 비슷한 용도입니다. 고행을 할 때는 일체 바닥에 무언가를 깔거나 바닥을 고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목동에게서 풀을 한 아름 얻어서 바닥에 깔고 앉아서 용맹정진을 하셨습니다. 경전에는 이것도 ‘제석천이 목동으로 변해서 풀을 베고 있었다’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부처님은 이렇게 수자타의 공양을 받고, 목동이 벤 풀을 깔고 앉는 등 성도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중의 은혜 속에서 그 과정을 밟아 나가셨습니다.

이런 순서에 맞게 경전을 배치해야 됩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뽑아 온 순서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순서에 맞게 다시 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순서는 제가 인도에 가서 현장을 답사하고 다 확인한 내용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회의를 마치면서 스님은 다시 한번 부처님의 성도 과정을 어떻게 기록하면 좋겠는지 요약정리를 해주었습니다.

“자, 그러면 부처님의 성도 과정에 들어갈 경전 내용이 어떻게 배치되어야 하는지 다시 정리해 볼게요. 고타마 싯다르타는 출가해서 처음에는 혼자 수행을 했고, 그다음에 고행하는 수행자들을 만났고, 그 후에 스승을 찾아 알라라 칼라마와 웃다카 라마풋타를 만났고, 그 후에 가야로 와서 6년 고행을 마치고 중도를 발견하시고는 네이란자라 강을 건너 우루벨라촌 보리수나무 아래에 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라즈길에서 탁발하고 있을 때 빔비사라 왕을 만나 대화하는 장면이 지금 빠져 있어요. 그리고 6년 고행을 할 때는 어떻게 고행을 했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다짐하는 모습은 어떠했는지, 마왕의 유혹 등 더 자세한 모습이 들어가야 됩니다.

중도를 발견하고 보리수나무 아래에 앉아서 ‘내가 깨닫기 전에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하고 용맹정진을 시작하는데, 여기에는 마왕의 세 가지 유혹과 그 유혹을 물리치고 성도하는 모습이 들어가야 합니다.

깨달음의 인연

그런데 성도하는 모습에서는 경전의 표현이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12연기를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 속에 넣을 것인지, 아니면 깨달음을 얻고 나서 7주간 법락을 누릴 때 거기에 12연기를 넣을 것인지 경전을 잘 살펴봐야 됩니다. 이 부분이 좀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경전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자세히 찾아본 후 순서를 확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도의 과정에서 마왕의 유혹을 물리치는 모습이 정진 마지막 주가 아니라 중간에 들어가는 게 맞을 수도 있거든요. 마왕은 욕망 세계의 주인입니다. 욕망 세계가 무너지려고 하니까 위협을 느낀 마왕은 세 딸을 보내 부처님을 유혹하도록 했습니다. 세 딸이 실패하자 군대를 보내 공격했는데 역시 실패하자 마지막으로 마왕의 자리를 내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여기서 세 딸은 쾌락적 욕망을 상징하고, 군대의 공격은 생존에 대한 욕망을 상징하고, 마왕의 자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 중생들의 희원(希願)에 대한 욕망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왕의 세 번째 유혹을 받았을 때 부처님은 모든 욕망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나는 아무런 바람도 없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욕계를 뛰어넘은 상태를 표현한 겁니다. 인도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 표현하면 욕계 다음이 색계가 되고, 색계를 지나서 무색계가 되고, 무색계를 지나서 깨달음으로 나아갑니다. 마왕의 유혹을 물리친 것은 욕망의 세계를 극복한 것을 표현한 거예요. 부처님은 그렇게 욕망이 멈춘 상태에서 진리를 탐구하기 시작한 겁니다.

깨달음의 과보

그래서 마왕의 유혹을 물리친 다음에 12 연기를 순관하고 역관하는 모습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깨달음은 모든 괴로움의 근본 원인을 찾아서 그것을 타파했을 때를 뜻합니다. 무지가 타파된 상태가 깨달음이고, 깨달음의 결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겁니다.

우리가 흔히 인연과보(因緣果報)라고 하잖아요. 부처님의 일생에서 구도의 과정이 ‘인연(因緣)’이라면, 그 과는 ‘연기법’을 깨달은 것이고 괴로움이 없는 열반은 ‘보(報)’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果)’는 가치관의 개입이 없는 사실 그대로의 결과예요. 깨달으니까 세계가 있는 그대로 보였던 거죠. 그 결과 얻게 되는 ‘보(報)’가 바로 열반입니다. 즉 괴로움이 완전히 소멸된 거죠.

이렇게 경전 기록을 세부적으로 찾아서 순서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연구해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해질녘이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문경수련원으로 이동해 2박 3일간 온라인 주말 명상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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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

오늘 처음 입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2021-01-09 23:14:08

부처님의 성도 인연 과 보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0-12-13 13:29:16

석병숙

스님 늘 수고하시는 모습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경전도 쉽게 볼 수있도록 세심하게 살피시는 모습 감사합니다
법사님들 감사합니다

2020-12-12 07: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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