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31 농사일
“풀은 다 내 차지인가 봐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밭으로 나오니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안개비가 연기가 깔리듯 조용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산 아랫 밭에 가지 친 나무를 정리하려고 했던 스님은 비닐하우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열무 뽑기

비닐하우스에 이른 스님은 먼저 여름에 심은 열무를 다 뽑았습니다.

서늘한 봄, 가을에 키우는 열무를 여름에 심으니 병충해가 심하고 무더위와 습기를 잘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여름 열무는 잘 안 되네요. 큰 건 김치를 담고 작은 것은 나물 반찬을 해 먹어야겠어요.”

두 바구니 가득 뽑은 다음 낫을 들고 다음 일거리를 찾았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비닐하우스 구석에 자란 풀이었습니다.

“풀은 다 내 차지인가 봐.”

풀을 뽑고 스님은 다음 일을 생각해냈습니다.

“참, 수로에 예초기를 돌려야겠다.”

수로에 풀 베기

예초기 복장을 갖추고 비닐하우스 뒤에서부터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면을 타고 오르는 칡덩굴이 예초기를 칭칭 감았습니다. 덩굴을 제거해 가며 계속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비닐하우스 뒤로 돌아 수로에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풀 조각과 함께 수로에 고인 물이 함께 튀곤 했습니다.




수로 안을 다 돌리고 다시 돌아 위쪽도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수로 주변을 싹 정리하고 스님은 예초기를 든 김에 길가에 삐져나온 풀도 베고, 논으로 가는 길에 자란 풀도 벴습니다.



예초기 시동을 끄고 낫과 레이크를 들고 다시 수로 끝으로 갔습니다. 예초기로 잘 제거되지 않았던 덩굴은 낫으로 베고 레이크로는 수로에 빠진 풀 더미를 건져냈습니다.


물을 먹은 풀더미는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습니다.

“아이고, 힘이 빠져서 안 되겠어요. 나머지는 다음에 치웁시다.”

마침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어 도구를 정리했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발우공양을 하고 스님은 예초기를 돌릴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은 농사팀 휴일이라 자원해서 일할 사람을 모았습니다. 묘당 법사님과 행자 2명이 자원했습니다.

마을에 풀베기

11시부터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마을 어르신의 집 주변과 텃밭에 풀을 벴습니다. 스님은 먼저 예초기로 베기 어려운 풀을 낫으로 벴습니다. 안개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동네 길가로 넘어온 가시 덩굴과 풀도 벴습니다.

여기저기 가시덩굴이 많았습니다.

마을 어르신의 부탁으로 교회였던 땅 주변도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예초기로 벨 수 없는 풀은 손으로 뽑고 낫으로 벴습니다.

교회 위쪽까지 말끔하게 풀을 벴습니다.


“애썼어요. 바로 산으로 갈까요, 좀 쉴까요?”

“괜찮습니다.”

진흙에 빠진 차 구하기

바로 예초기를 트럭에 싣고 다음 장소로 갔습니다. 산을 넘어가는데 오르막길에서 차바퀴가 진흙 구덩이에 빠져버렸습니다.

모두 차에서 내려 차를 밀어보았습니다. 엑셀을 힘껏 밟고 뒤에서도 힘껏 밀었지만, 바퀴는 헛돌며 땅속으로 더 깊이 빠졌습니다.

“자, 돌을 주워옵시다.”

스님이 앞장서서 돌을 주워왔습니다.

돌을 끼우고 다시 차를 밀어보았지만 돌이 땅속으로 쑥 박혀버렸습니다.

돌도 더 끼워 넣고, 나뭇가지도 꺾어와 바퀴 밑에 깔았습니다.

스님과 일행은 차분하고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았습니다.

“괜찮아요. 정 안 되면 견인차를 부르면 돼요.”

다섯 번을 시도해보았지만 바퀴를 빼지 못했습니다. 결국 수련원에 전화해서 맞은편 길로 차를 타고 삽과 밧줄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스님은 맞은편 길이 괜찮은지 살펴보러 내려갔습니다.

다행히 차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차에 밧줄을 연결하고 앞으로 끌어보았습니다.


“하나, 둘, 셋!”

팽팽하던 밧줄은 툭하고 끊어져버렸습니다. 다시 한번 밧줄을 묶고 땅을 파고 바퀴에 돌과 나뭇가지를 괴고 앞으로 나아가 보았습니다.

차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구덩이를 넘어 올라왔습니다. 한 시간 만에 차를 뺐습니다.

“그냥 내려갈까요?”

“스님, 여기까지 왔는데 일을 하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럽시다.”

차를 가져온 행자까지 함께 5명이서 한 시간 동안 풀을 베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논 피 뽑기

산에서 내려와 3시 30분에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법사님들이 논에 가서 일을 하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스님, 저희는 남은 피를 마저 뽑고 오겠습니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일을 하고 겨우 한숨 돌리고 있던 스님은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함께 논으로 나갔습니다.

“여기는 피가 벼처럼 일렬로 서 있네요.” (웃음)

피 뽑기 3일 째인 스님과 법사님들은 초록 물결 속으로 거침없이 나아갔습니다.


이제 익숙하게 피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했습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 허리를 폈을 때 이야기꽃이 피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피도 먹었다는 걸 알아요?”

“정말요?”

“그래요.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먹었나’라는 말도 있잖아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도 3일 동안 날마다 뽑으니 끝이 보였습니다.

“이제 피를 어느 정도 다 뽑았네요. 나갑시다.”

일을 마치고 논을 내려오는데 또 벼 사이로 피가 하나씩 보입니다.

“저기도 있어요.”

“제가 갈게요.”

스님이 빠르게 논으로 들어갔습니다.


“5m 앞에 하나 있어요!”

논둑에서 지켜보던 법사님들도 피를 발견하고 한 둘 씩 다시 논으로 들어갔습니다. 힘든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재밌는 놀이를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아이고, 논은 더 이상 보지 말고 그냥 나오세요. 한두 개 뽑으려다가 벼 밟으면 더 밑지는 거예요”

6시가 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내일부터 9월이네요. 여름 내내 모두 애썼어요."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오늘 스님의 하루는 일, 일, 일이었습니다. 저녁에는 고단한 몸을 쉬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푸른누리 공동체 대표 최한실 선생님과 ‘우리말 살리기’와 ‘위빠사나 수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84

0/200

수정

일하시는 모습에서 많이 배웁니다ㅠㅠ감사합니다

2020-10-14 08:53:00

금강화

스님께서 일을 많이 하시니 건강이 염려됩니다. 일과 수행의 일치를 몸소 보여주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0-09-29 03:31:03

보각

스님 피곤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오 스님 건강하셔요 고맙습니다

2020-09-06 09:53:31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