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30 서원행자회의, 온라인 일요명상
“농사도 수행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원행자회의와 온라인 일요명상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울력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행자들과 함께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스님은 한 면을 끝내고 다음 면으로 돌아가며 계속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예초기를 다 돌린 후 낫을 들고 논둑과 벼 사이 풀을 정리했습니다. 벼가 다칠까 봐 예초기가 닿을 수 없었던 곳에 남은 풀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9시부터 서원행자회의가 있어 논둑 하나만 예초기를 돌리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어제 전국대의원회의와 마찬가지로 서원행자회의 역시 정토회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600여 명의 서원행자들이 온라인 출석을 마치자 9시 정각에 서원행자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서원행자대회는 서원행자회의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원래 서원행자대회에는 서원행자회의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이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하루 종일 행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어 회의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2시간 회의하고 30분 쉬고, 다시 2시간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스님의 입재 법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면서 사회 전체가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 전체가 많이 어렵고, 정토회도 창립 이후 처음으로 법회를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수는 해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늘거나 정체된 적은 있습니다만, 올해 입학생 수는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정토회가 설립된 지 30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일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원행자 여러분들이 조금 더 솔선수범해서 발심행자들, 일반회원들과 함께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내 방이 법당이 되는 새로운 시대

코로나 사태 이후로 모든 수업과 법회가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동안에는 집이 숙소로만 쓰였는데, 직장 다니는 사람은 재택근무를 하니까 사무실로도 쓰이고, 정토회 회원들은 집에서 법회를 다 보게 되니까 수행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집에서 아침 기도뿐만 아니라 수행법회도 들어야 하고, 불교대학 수업이나 경전반 수업에서 여러분들이 조장을 맡게 되면 집에서 수업진행도 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백중기도, 초파일 행사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각자 내 방이 법당이 되는 새로운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집이 숙소에서 수행 공간으로 바뀐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고, 우리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됩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제일 어려운 게 의식 바꾸기입니다. 의식이란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온 관점, 가치관, 생각인데, 이 의식은 외부 자극에 자동으로 반응하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게 다 바뀌어도 의식은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마음 한편이 늘 아쉽고 미진한 거예요.

새로운 변화에 저항감이 생기는 이유

첫째, 새로 바뀌는 것들에 대해 잘 몰라서 두렵습니다. 지금도 ‘이게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둘째, 바뀌는 게 필요하다는 걸 잘 알아도 막상 바꾸려고 하면 마음 속에 저항이 생깁니다. 기준을 옛날에 두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직접 만나서 얘기할 때는 소통이 잘 됐는데, 온라인으로 하니까 뭔가 속이 시원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기준이 옛날이기 때문입니다. 형제간에 어릴 때는 사이좋게 잘 지냈지만,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 서로 재산 다툼까지 하게 됩니다. 그럴 때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릴 때는 형제간에 우애가 있었고, 서로 갈등도 없었는데, 왜 나이가 드니까 부모님 세대들이 형제간에 갈등했던 것처럼 똑같이 변해갈까?’

이것은 누가 잘못돼서 그런 게 아니에요. 어릴 때는 부모 밑에서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면 별개의 가족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각기 다른 가족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말하면 이웃인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해관계가 성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같은 멤버가 갈라진 것뿐만 아니라 각 가족마다 다른 멤버가 추가되었어요. 남편이나 아내가 새로운 멤버로 들어온 거죠. 그렇기 때문에 옛날 기준으로 보면 안 되는데도 우리는 늘 ‘옛날에 어땠는데’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토회도 지금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니까 여러분 중에는 ‘옛날에는 이래서 좋았는데’ 하며 불평하는 분들이 있는데, 옛날에도 별로 안 좋아놓고 그렇게 말합니다. (웃음)

정토회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보면

어제 법당 총무들과 즉문즉설을 했는데 한 분이 ‘계속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고, 코로나 이후로 일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질문자는 과거에는 어려움이 없었던 사람처럼 얘기하는데, 정토회 오기 전에는 더 어려웠잖아요. 정토회 오기 전에는 울고불고 하며 난리를 치다가 정토회 만나서 좋아져 놓고, 마치 정토회 때문에 어려워진 것처럼 얘기를 하네요.’

제가 이렇게 얘기했더니 나중에 이실직고를 하면서 스님 얘기가 맞다고 했어요. 그런 것처럼 우리는 그 당시는 어려웠지만 지나 놓고 돌아보면 그때를 좋은 추억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의식을 바꾸는 겁니다. 여러분이 수행자가 아니면 의식을 바꾼다는 건 시도조차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수행자잖아요. 의식 바꾸기를 하는 게 바로 수행자예요. 자동으로 반응하는 까르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해탈인데, 수행자는 해탈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여러분들은 자신이 수행자라고 하면서도 계속 과거의 관점을 붙잡고 고집을 부리면서 일반 사람들처럼 문제 제기를 하는 것 같아요. (웃음)

새로운 시대에 앞서가려면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고 있으면 남을 따라가는 게 되고, 아무런 계획을 안 세우고 있으면 뒤처지게 됩니다. 이왕 가려면 앞서가는 게 낫잖아요. 물론 앞서가면 앞서가는 대로 고충이 있어요. 새벽에 산을 오를 때 앞서가면 이슬에 옷이 다 젖어요. 또 앞서가면 가끔 길을 잃어서 손해가 날 때도 있어요. 앞서가면 여러 가지 위험이 따르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정토회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해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

현재 정토회 회원들이 갖고 있는 의식 수준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0.1% 안에 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중간이거나 뒤처진 나라라면 정토회가 대한민국에서 앞서가더라도 세계적으로는 중간밖에 안 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안에서도 여러분은 의식이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의식 수준은 지금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사람의 의식 수준이고 행동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에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정토회는 불교 안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부처님의 바른 법으로 돌아가려 했고, 불교 안에서 잘하는 걸 넘어서서 나라와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했고, 전 인류에게 새로운 문명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를 막고자 환경실천 운동을 하고 있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북한의 굶어 죽는 동포들을 위해서 인도적 지원도 하고 있고, 인도를 비롯해 전 세계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적은 양이지만 성의껏 지원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테 의지해서 자신의 복을 비는 삶에서 벗어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스스로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수행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여러분들은 이런 활동들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지만, 10년 내지 20년을 지나 놓고 보면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은 불교계를 넘어서서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취가 될 것입니다. 이 점을 잘 아시고 여러분들이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삶은 간소하게, 전법은 파워 있게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걱정하고 있을 게 아니라 삶의 짐을 간소화해야 합니다. 정토회는 본래 가진 게 없었고, 늘 간소하게 산다고 했는데도, 몇십 년이 흐르다 보니까 덩치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토회도 좀 무거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단출하게 정비를 해서 더 가벼워져야 합니다.

그리고 전법의 전파력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근본은 유지하면서 외국에 가면 그 나라에 맞게, 젊은이들에게 가면 젊은이에게 맞게끔 적응을 하면서 이 좋은 법을 세계적으로 전파해야 합니다. 정토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삶이 검소하게 살아서 지구환경을 보전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셋째, 자기 잘났다고 거만하게 굴고 남을 무시하는 것이 없어지고 겸손해져서 남녀 차별, 인종 차별, 종교 차별, 민족 차별 등이 모두 없어지고 평화로운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넷째, 우리가 가진 것을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과 나눠가짐으로 해서 지구 상에 절대 빈곤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변화된 국면에 조금 더 능동적으로 대응을 해나갑시다.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줍는다는 말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닥쳐서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이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더 발전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봅시다.

과거에 연연해서 ‘그때가 좋았다’ 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건 수행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그건 이미 옛날 얘기잖아요.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돌파구를 열어나가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서원행자 여러분들이 그 길에 중심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신규 서원행자 환영식을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환영식은 어떠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신규 서원행자 18명이 차례대로 소개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연등을 들고 걸어 나오는 게 아니라 각자의 발심과 각오를 말하며 화면 속으로 신규 서원행자들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신규 서원행자를 대표해서 진태옥 님이 화상회의 화면에서 직접 쓴 발원문을 낭독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큰아이가 학교 친구들에게 여러 차례 맞아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자살 충동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몇 달 받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만큼 저 또한 짜증이 나고 우울했습니다.

그 무렵 법륜스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 참가자들의 괴이한 질문에 법륜스님의 답변은 참으로 지혜로웠습니다. 저는 망설이지 않고, 그날 바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고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자살 충동과 우울증은 학교폭력으로 드러났을 뿐이지, 그 씨앗은 이미 오래전에 제가 뿌린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과 시댁과의 갈등으로 자살 충동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저는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법륜스님께서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는 한 3년은 놀게 해도 좋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3년은 집에서 놀아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작은아이마저 학교를 그만두고, 형처럼 3년을 놀아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러라고 했습니다. 큰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작은아이가 함께 있으면 친구도 되고,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법륜스님 말씀에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남보다 앞서가는 엄마야, 앞서가니 좋지 뭐” 라구요. 지금은 아이들이 모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큰 흔들림 없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정토회의 끈을 놓지 않고, 봉사했기 때문입니다. 정토회에서 제게 주어진 봉사가 저와 제 아이들을 살려준 동아줄이었습니다.

이제는 이웃과 세상에 은혜를 갚고자 합니다. 한 걸음 더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서원행자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수행과 봉사를 통해 괴로움의 터널을 벗어난 이야기에 화면 속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새로 서원행자가 된 분들을 위해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자신의 삶도 살기 힘들어 괴로워하다가 부처님의 법을 만나 자유롭고 행복해진 사람들이 이제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행복해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큰 원을 세워서 서원행자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도움이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기꺼이 하겠다.’

이렇게 마음을 낸 아름다운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분들이 세운 오늘의 원이 깨달음을 이루어 부처를 이룰 때까지 지속될 수 있도록 제불보살님들께서는 이들을 보살펴 주옵시고, 천룡팔부 신중님들은 이들의 원이 성취될 수 있도록 옹호하여 주옵소서.

오늘 큰 원 세운 이들의 공덕으로 인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한반도에 전쟁이 없고 평화가 정착되길 발원합니다. 나아가 전 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발원합니다.”

스님의 간절한 발원에 다시 한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간절한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기존 서원행자들은 신규 서원행자들은 큰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서원행자회의의 중요한 목적은 전국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을 보고 받고 승인하는 것입니다. 승인 여부에 대한 표결을 하기 전에 궁금한 점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국에서 수십 개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 정토회 대표 김은숙 님이 답변을 했지만, 답변이 미진한 것이 있어 스님이 추가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안건에 대한 의문을 모두 해소한 다음 찬반 표결을 시작했습니다. 전국대의원들이 1박 2일 동안 심의하여 결정한 안건에 대해 승인 여부를 각자 모바일에 접속하여 찬반으로 표시했습니다.

투표 결과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한다, 수행 법회와 정기법회 및 특별법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개원 기념법회 추진단을 구성한다, 내년 상반기에 100일 동안 진행될 개념 기념법회 기획안을 승인한다, 총 4개의 안건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승인이 되었습니다.

큰 박수로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온라인 회의가 길게 늘어지면 피로감이 높아질 것을 헤아려서 짧게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온라인 서원행자회의가 실험적으로 진행된 것 치고는 잘 진행된 것 같습니다. 제 발언이 40분 배정됐는데 방금 질의응답을 하며 다 사용했기 때문에 일찍 마치겠습니다. 계획보다 일찍 마치는 걸로 여러분들에게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은숙 정토회 대표님도 스님과 함께 기쁨을 선물했습니다.

“저도 짧은 인사로 여러분께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열띠게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온라인 회의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또한 우리 모두가 ‘과거의 생각을 잘 내려놓지 못하는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앞서가는 비전을 제시하는 서원행자가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서원행자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각자 온라인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각 지역으로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이어나갔습니다.

오늘도 해가 질 시간에 맞춰 논에 피를 뽑았습니다. 하루 종일 내리다말다를 반복하던 비가 울력할 시간이 되자 그쳤습니다. 구름이 햇살을 가려 날씨가 선선했습니다. 스님은 논에 들어가기 전에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어제 혼자서 피를 뽑고, 뽑은 피를 포대에 담고 다니자니 비효율적이었어요. 오늘은 3인 1조로 두 명은 피를 베고, 한 명은 피를 옮기면서 일을 해봅시다.”

낫을 잘 쓰는 스님은 피를 베는 역할을 했습니다. 어디에 피가 많은지 살펴보고 논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 울력을 하자 논에 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윗논으로 올라갑시다.”

윗논에 올라가서 벼보다 높이 자라 하늘거리는 피를 보고 스님이 농사담당 행자에게 말했습니다.

“벼를 키운 거예요, 피를 키운 거예요?” (웃음)




한참 피를 뽑다 보니 눈앞에 피가 사라졌습니다. 피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기 피가 많네요. 저쪽으로 갑시다.”


어느덧 먹구름 사이로 해가지고 벼마다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서 피 뽑으려다가 벼를 다 밟겠어요. 이제 갑시다.”


스님은 이틀 연속 피 뽑기에 나온 행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저녁에도 일을 하니 힘들죠?”

“아니에요. 스님, 하루를 알차게 보내서 뿌듯합니다.”

“수고했어요.”

장화, 장갑, 포대, 낫을 씻어 제자리에 두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8시부터 행정처에서 요청한 법문 촬영을 했습니다. 9월부터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반이 시작되는데, 진행자들이 모여서 발대식을 한다고 합니다. 스님은 진행자들을 영상으로 격려해 주었습니다.

“격려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불교대학과 경전반 진행자 여러분! 격려를 드립니다.” (웃음)

“진행자가 해야 하는 핵심 역할은 학생들이 법문을 자기화할 수 있게 돕는 겁니다. 법문을 듣고 무엇을 느꼈는지, 현실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 실천하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도반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처님의 얘기, 법륜 스님의 얘기가 아니라 나의 얘기, 우리들의 얘기를 하면서 법문을 자기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불교대학과 경전반의 중요한 교육 목표입니다.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그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안내를 해준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온라인 명상을 시작한 지 21주째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한반도를 지나가는 태풍 이야기를 하면서 왜 명상이 필요한 지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 동안 잘 보내셨어요? 제가 있는 이곳 한국은 며칠 전에 대형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많은 피해가 예상되었는데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지나갔습니다. 다음 주에 또 대형 태풍 하나가 한반도 남쪽을 지나간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많은 피해를 줄 것 같다고 합니다.

인생살이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

그러나 우리가 미리 알고 단단히 준비하면 그 피해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처럼 우리의 인생살이도 내 삶의 습관이 어떤지 미리 알면 많은 고통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편안한 가운데 눈을 감고 마음을 코끝에 집중하고 있으면 나의 내면에 있는 많은 무의식의 세계가 작동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활동할 때는 나의 불안이나 괴로움이 외부의 사람이나 환경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명상을 해보면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도 내부가 불안하고 많은 고뇌가 일어납니다. 이것을 자꾸 자각하게 되면 우리들의 고뇌가 외부의 환경 때문만이 아니라, 사실은 나의 내면에 있던 과거의 상처나 습관이 원인일 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외부 자극이 올 때 나의 까르마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을 통해서 알게 되면, 앞으로 어떤 자극이 올 때 내가 미리 예측하고 방어할 수 있습니다. 태풍이 오는 줄도 모르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갑자기 피해를 입고 당황하게 되는데, 만약 태풍이 온다는 것을 미리 안다면 대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태풍을 막지 못해도 태풍으로부터 오는 피해를 줄일 수도 있고, 마음의 평화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한다는 것은 그와 같습니다.

이 세상의 많은 일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또 세상이 내 뜻대로 다 될 수도 없고요.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 때로는 적응하기도 하고, 때로는 변화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피하기도 하면서 적절하게 대응을 해나가야 합니다. 어떤 환경에 처하든 그 속에 내가 주인이 되어서 나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외국인이 영어로 질문한 것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두 명의 질문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농사와 명상을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농사도 수행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나요?

“As part of our daily routine my wife and I are working in the land. My step- father was a farmer and working in the land although is hard work, gives me great peace and satisfaction. How can we incorporate this routine of working in the land to enhance our mindfulness?
아내와 저는 농사를 짓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농부셨고, 농사는 힘이 들지만 저에게 큰 평화와 만족을 줍니다. 어떻게 하면 농사와 마음 챙김을 부합시킬 수 있을까요?”

“첫째, 먹고살기 위해서 농사를 억지로 짓는다면 일하는 게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러나 농사를 즐기는 마음으로 운동 삼아 하면 어떨까요? 농사를 지으려면 어차피 몸을 움직여야 하잖아요. 자연계에 있는 모든 동물이 먹기 위해서 뛰어다닙니다. 자연계에서는 일과 운동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데 인간만 일과 운동이 구분되어 있어요. 그래서 운동 삼아 즐겁게 일하는 마음을 내면 몸은 좀 고단해도 심리적으로 힘들지는 않습니다.

둘째, 농사짓는 것을 명상하듯이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명상이란 앉아서는 호흡을 관찰하고, 움직일 때는 자신의 동작을 관찰하는 것이잖아요. 걸을 때는 걷는 줄 알고, 설 때는 서 있는 줄 알고, 앉을 때는 앉는 줄 알고, 돌아볼 때는 돌아보는 줄 알듯이, 농사를 지을 때도 그와 똑같이 자신의 동작을 관찰하는 겁니다. 고추를 딸 때는 고추를 따는 손에 대해 알아차림이 있고, 고추를 만질 때는 손의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굳이 노동과 분리해서 명상을 할 필요가 없고, 생산 활동과 결합한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존하려면 어차피 생산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 생산 활동을 명상과 함께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명상은 대부분 누군가의 생산 활동 위에 진행이 되었습니다. 즉 명상 자체가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소비적인 행위였습니다. 생산 활동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육체적으로는 휴식을 취하고 정신적으로는 명상을 했던 겁니다. 그런데 노동을 놀이 삼아 하게 되면 따로 휴식이 필요 없어지게 돼요. 알아차림을 유지하면서 노동을 하게 되면 생산 활동과 명상을 일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비적인 명상이 아니라 생산적인 명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부처님이 생산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생산 활동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생산 활동에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을 내게 되어 수행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못 하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기심을 버리고 필요한 일을 한다는 관점에서 명상을 노동과 결합시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그런 시도를 해왔습니다. 이것을 ‘선농일치’라고 합니다. 명상하는 ‘선’과 농사짓는 ‘농’을 ‘일치’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오늘 아침에는 밭둑에 풀을 베기 위해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방금 해거름에는 논에 가서 피를 뽑았습니다. 이렇게 생산 활동을 운동 삼아 하면서 최소한의 생존을 해결하는 자세가 수행자에게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 공동체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루에 2시간씩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인들은 대중의 공경을 늘 받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교만해지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농사를 짓다 보면 그런 교만함이 없어지고 세상 속의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 됩니다.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겸손함을 배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답변을 마치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집니다. 두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주시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3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다시 명상에서 나왔습니다.

“명상을 해 본 소감을 채팅 창에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수십 개의 소감이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몇몇 소감에는 스님이 직접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망상이 일어났지만, 호흡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소감 중에 노력했다는 표현이 많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명상의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노력한다는 표현은 수행에서는 가능하면 안 쓰는 것이 좋습니다. 노력한다는 것은 뭔가 애를 쓴다는 뜻입니다. 애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도나 의지가 있다는 거예요. 어떤 의도나 의지도 모두 놓아버리는 것이 명상입니다. 호흡을 놓쳤으면 ‘놓쳤구나’ 하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리고, 또 호흡을 놓치면 다시 호흡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다만 할 뿐이지 호흡을 알아차리려고 애를 쓰면 안 됩니다.

애쓰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삶을 늘 이렇게 애를 쓰며 삽니다. 각오하고, 결심하고, 이렇게 살기 때문에 인생이 피곤하고, 지치고, 스트레스받는 거예요. 애쓰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약간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 삼아 살아야 힘이 덜 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서 말한다면 소가 풀을 뜯는 것과 같습니다. 소가 풀을 뜯을 때 빨리 먹으려고 애쓰고 서두르는 것 보셨어요? 먹기 싫어서 게으름을 피우며 억지로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천천히 계속 풀을 뜯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풀 뜯는 일로 인해서 피곤하다든지 지친다든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배부르기 때문에 다만 풀을 뜯지 않을 뿐입니다.”

여기까지 답변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통역을 해 준 제이슨과 국제국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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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일상이 명상이 되도록 알아차리며 깨어있겠습니다

2020-09-18 22:01:33

송석유

정토회는 수행자가 되는것이다.
수행을 중심으로 활동하는것이 정토회 활동이다.

2020-09-06 19:44:59

송석유

정토회 들어와서 본인이 공부한것 써먹어라!
가볍게 하라!.
공부라는것은 옛날에 있었던것 아쉬어 할 필요가 없다. 생각을 할려면 이것이 더 났구나 하는걸 생각하라!
정토회는 수행자가 되는것이다.
수행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정토회 활동이다.

2020-09-06 19: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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