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1 통일특별위원회, 행정처 회의
“왜 절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전에는 병원에서 심장 정기 검진을 받았습니다. 심장 CT촬영, 혈액검사, X-ray 등 여러 검사를 받은 후 점심부터는 평화재단에서 손님을 만나고 각종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통일특별위원회(이하 통일특위) 국장단과 회의를 했습니다. 통일특위에서는 한 달 전에 온라인 행복학교 1기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행복학교 참가자들은 스님의 입학 강의를 생방송으로 함께 들은 후 이후에는 지역별로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4회 중 2회의 수업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스님은 먼저 온라인 행복학교 진행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얼마 전에 온라인 행복학교를 시작했는데 참가자들 반응이 어때요?”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동안 즉문즉설을 혼자서만 들었는데, 함께 듣고 실천 연습을 하니까 예전에 들었던 법문도 전혀 새롭게 다가온다고 많이 이야기해요. 아직 2강까지 밖에 진행을 안 했는데, 깊은 마음 나누기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고민을 해소할 곳이 없었는데, 함께 그 고민을 나누면서 해결해나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와 비교할 때는 어때요?”

“화상 회의방에 접속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조건이 생각보다 문턱이 높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의지가 강하거나 건강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우울증이 있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들은 신청만 해놓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오프라인보다 더 반응이 좋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습니다. 한 분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며 가을부터는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을 해보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극복해 나가 보면 좋겠어요. 온라인 방식을 중앙에서만 실험하지 말고, 지역에서도 직접 진행해보고 평가를 내릴 수 있게 기회를 주시면 좋겠어요. 중앙에서 실험을 하게 되면, 나중에 또 지시 형식으로 업무가 내려오게 되거든요.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것 같으니까 가을부터는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무엇보다 법문을 자기화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면 진행자의 역량이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만약 온라인 방식의 행복학교가 계속 확산이 잘 되어 나간다면, 올해 안에 모든 통일의병은 온라인 행복학교를 최소 한 번 이상 진행할 수 있게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해요. 1차 진행은 보조자로 참가해서 진행하고, 2차 진행은 본인이 책임자가 되어서 진행하는 거죠.

정토회에서는 불교대학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강의는 각자 온라인으로 듣고, 마음 나누기만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참가자들이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에 온라인 행복학교를 진행해 본 사람들의 의견은 ‘참가자들이 이미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계속 듣던 사람들이어서 강의를 각자 집에서 듣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는 것이었어요. 오히려 법문을 자기화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낫다는 제안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려면 진행자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통일특별위원회를 만든 이유는 일반 대중이 하기 어려운 개척과 실험 사업,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 주시면 좋겠어요. 의문이 나는 것은 토요일 공청회 때 더 논의합시다.”

부족한 논의는 주말에 열리는 공청회에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고, 스님은 다음 회의가 약속되어 있어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어서 3시 30분부터는 행정처와 회의를 했습니다. 7월 12일에 불교대학 수계식을 하게 되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수계식은 스님과 법사님이 수계자들에게 연비를 하는 의식이 있습니다. 온라인 수계식에서 과연 연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수계식을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연비도 본인이 본인의 팔에 하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 저부터 화면에서 팔을 내밀고 제 팔에 제가 연비를 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제가 ‘연비를 합니다’ 하면 자기가 자기 팔에 연비를 하고 나서 ‘잘 받았습니다’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향을 개인이 미리 준비해 놓고 생방송을 시청해야 합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은 향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향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은 성냥에 불을 붙여 까맣게 태우고 그 숱을 팔에 대면 되요. 옛날에 불침 놓을 때 그렇게 놓았거든요.” (모두 웃음)

“향은 인터넷 구매로 대부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무서워서 잘 못하지 않을까요?”

“제가 잘 이야기해줄게요. 연비 할 때 덜덜 떨면서 자기 팔에 향불을 못 대면 아무런 업장소멸을 못해요. 찌직하면서 팔에 흉터가 남아야 저승에 갔을 때 징표로 내밀 수가 있어요.” (모두 웃음)

스님의 농담을 하며 팔에 향을 찍는 시늉을 하자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각자 인증샷을 찍어서 공유하라고 해야겠네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연비는 개인이 향을 준비해서 자기가 자기에게 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수계식 전체 프로그램을 꼼꼼히 점검한 후 7월 수행법회와 정기법회, 백중법회, 공청회를 언제 어떻게 온라인으로 진행할지 확정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온라인으로 하니까 더 바빠졌네요. 활동가들도 많이 바빠졌다면서요?”

“네. 시도 때도 없이 화상회의하느라고 밤낮으로 더 바빠요. 새벽 6시에 시작하고 밤 12시까지 회의를 해요” (웃음)

회의를 마치고 5시가 다 되어 두북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 안경점에 들렀습니다. 안경을 항상 보시해주는 안경사님에게 감자를 선물했습니다.

“요새 저는 농사짓고 있어요. 행자들과 함께 농사지은 감자예요.”

“감사합니다.”

“늙으니까 눈이 잘 안 보여요.”

안경사님이 간단하게 시력 검사를 하고 안경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안경을 교체하고 다시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밤 9시가 되어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6월 28일 죽림정사에서 열린 경전반 즉문즉설 중 한 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왜 절을 해야 하나요?

“정토회에서는 수행을 위해 절을 필수로 하는 것 같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다녀보니 경전에 부처님이 절수행을 하셨다는 내용은 없는 것 같아요. 불교에서는 언제부터 절을 하게 되었나요?” (모두 웃음)

“경전에 절을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주로 이치를 가르치는 것이니까, 이치를 논하는 대목에서는 ‘절을 하라’ 이런 내용이 없겠죠. 부처님이 살아계실 당시에도 부처님께 법을 청할 때는 무릎을 꿇고 앉거나 부처님을 세 바퀴 도는 등 예의를 먼저 갖추었잖아요. 이렇게 법을 청하기 전에 예의를 갖추는 것처럼, 절을 하는 것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두 사람이 누워서 소곤소곤 얘기를 나눈다고 상상해봅시다. 얘기를 나누다가 서로 의견이 다르면 계속 누운 채로 말다툼을 할까요, 벌떡 일어나 앉을까요?”

“앉아요.” (모두 웃음)

“그래요, 성질 급한 사람은 일어나 앉겠죠. 말다툼이 계속되면 성질 급한 사람은 ‘뭐라고?’ 이러면서 벌떡 일어설 거예요. (모두 웃음)

그렇게 화가 난 상태에서 얘기할 때는 고개를 쳐들겠죠. 눈도 부릅뜰 거예요. 다시 말하면 서서 고개를 쳐들고 눈을 부릅뜰 때가 최고로 ‘내가 옳다!’ 할 때예요.

그런데 성질내며 얘기를 하다가도 ‘어, 내가 잘못했나?’ 이런 생각이 들면 우선 부릅뜬 눈이 약간 내려와요. 더 잘못했다 싶으면 쳐들었던 고개가 숙여집니다. 거기서 더 잘못했다 싶으면 허리가 숙여지고, 그보다 더 잘못했다 싶으면 무릎이 꿇어지고, 그것보다도 더 잘못했다 싶으면 머리, 즉 이마를 땅에 대게 돼요.

이것이 ‘내가 옳다’ 할 것이 하나도 없는 자세, 즉 ‘100퍼센트 모두 내가 잘못했습니다’ 이럴 때 나타나는 표현입니다. 두 무릎, 두 팔꿈치, 이마, 이렇게 몸의 다섯 군데가 땅에 닿는 자세예요. 다른 말로 하면 두 발, 두 손, 이마가 땅에 닿지요. 이 자세를 ‘오체투지(五體投地)’라고 해요. 오체(五體)가 다 땅에 닿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티베트 같은 곳에서는 오체투지를 하는 방법이 우리와 다릅니다. 오체가 아니라 그냥 몸 전부가 땅에 닿도록 엎드리는 자세, 즉 양 팔을 쭉 뻗고 배를 깔고 엎드려버리는 자세를 ‘오체투지’라고 해요.

우리 방식이든 티베트 사람들 방식이든 절은 ‘가장 낮추는 자세’입니다. 그래서 절을 하는 거예요. 절은 ‘내가 옳다’라고 하는 교만 혹은 아만(我慢)을 버리는 몸짓입니다.

내가 스스로 낮추면 ‘겸손’이라고 해요. 그러나 본인은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총칼을 갖다 대고 ‘무릎을 안 꿇거나 머리를 안 붙이면 죽여버리겠다’라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겠죠. 이처럼 억지로 힘에 의해서 숙이면 ‘비굴’ 또는 ‘굴복’이라고 합니다.

굴복하는 경우에는 바깥에서 가하는 힘이 없어지면 금방 다시 고개를 쳐들어요. 굴복을 하면 반드시 저항을 하게 돼 있어요. 그건 수행이 아닙니다. 그러나 바깥에서 힘이 주어져서 숙인 게 아니라 스스로 숙이면 바깥에 그런 힘이 있든 없든 고개를 다시 쳐들지 않습니다.

이처럼 몸은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에 절을 하는 거예요. 마음이 진짜로 숙여지면 몸은 자동으로 숙여지게 됩니다. 마음이 안 숙여지는데 몸만 억지로 숙이는 것은 비굴이에요. 그런데 같은 동작이라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의지로 자꾸 몸을 숙이면 나중에 마음도 따라 숙여집니다. 그래서 교만을 버리고 겸손해지는 것을 배우는 수행의 한 방법으로 절을 채택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런 수행을 채택하지는 않으셨어요. 부처님은 교만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여기서도 교만하지 않은 사람, 즉 ‘내가 옳다’ 또는 ‘내가 잘났다’ 이런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은 절을 안 해도 돼요. 그런 사람은 손들어보세요. (모두 웃음)

그러나 자기주장이 좀 세거나, 자기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거나, 겉으로는 착한 사람처럼 굴지만 속으로는 ‘내가 옳아!’ 하는 게 강한 사람일수록 절을 많이 해야 해요. 숙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절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죠.

‘너는 몇 배 했냐?’

‘300배 했다.’

‘아이고, 그렇게 절을 많이 했냐? 나는 200배 밖에 못했는데.’

이건 얼마나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절을 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극기 훈련이에요. (모두 웃음)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이런 극기 훈련도 인내력을 키우는 데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겸손해지는 수행과는 다른 성격입니다. 극기 훈련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겸손해지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다리가 부러진 사람은 절을 못 하잖아요. 그러면 참회도 못 할까요? 아니에요. 참회의 핵심은 몸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의 표현이 몸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몸으로 연습을 하는 거예요. 앞서 설명했듯이 몸을 우선 숙일 때 마음이 따라가기도 하지만, 다리가 부러졌거나 해서 도저히 절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까지 절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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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마음의 표현인 몸으로 나를 낮추며
매일 아침 기도와 명상으로 하심하겠습니다

2020-07-27 23:37:35

정지나

진정으로 숙여지는 내가 된다면
굉장히 자유롭고 편안함이 있을것같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7-14 22:18:11

최연주

감사합니다

2020-07-10 19: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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