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2. 전국 정토회 총무단 화상회의
"지도자가 되려면 두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에는 농사일을 하고,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전국 정토회 총무단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텃밭에 자라고 있는 상추가 며칠 사이에 무릎보다도 더 높이 자랐습니다. 스님은 가장 먼저 상추를 땄습니다.

어제 물을 줘서 흙이 튄 것은 따로 담고, 깨끗한 상추만 상자에 담으니, 다섯 상자가 나왔습니다. 상자마다 상추를 꽉꽉 채워 담았습니다.


차곡차곡 가지런히 포장한 상추는 언양에 있는 자재요양병원에 배달해 주었습니다.

상추를 다 따고 큰 가방 2개를 들고 산 윗 밭으로 갔습니다. 윗 밭 옆에 대나무 숲이 있는데 죽순을 캐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대나무 사이로 죽순이 저마다 땅에서 튀어 오르듯 솟아나 있었습니다. 스님은 적당한 크기의 죽순을 빠르게 채취했습니다.




금세 두 가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산을 내려와 저수지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날이 계속 가물어서 저수지 수면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틀 전에 저수지에서 비닐하우스 앞 물통으로 연결된 호스 입구를 저수지 더 아래로 끌어내렸는데, 오늘 가보니 곧 호스 입구가 드러날 듯했습니다.

저수지 물이 낮아지니 한쪽에 모래가 섞인 흙이 드러났습니다.

“이 흙을 옮겨서 밭에도 섞고 땅을 평탄화하는 데도 써야겠어요.”

저수지 한 켠 뽕나무에는 오디가 짙은 보라색으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나 따서 먹어보니 달큰했습니다.


논과 비닐하우스를 돌아보고 농사일을 마쳤습니다.


9시부터는 공동체 법사단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에는 밭에서 수확한 브로콜리, 고추, 오이, 열무로 만든 반찬이 나왔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나서 스님은 지난주부터 농사일에 맞춰서 변경된 일정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이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지난주부터 일정을 변경했는데, 지내보니 괜찮아요? 좀 불편해요?”

“날이 시원할 때 일하니까 훨씬 힘이 덜 듭니다. 새벽에 일을 많이 하니까 점심 때는 좀 지치는 느낌입니다.”

“하루에 두 끼만 먹으니까 저녁에는 허기가 진다는 분들이 일부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계속 일정을 유지해나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작물을 심을 때 계획을 잘 세우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양배추, 배추 등 채소가 풍성한데, 수확을 다 하고 나서 곧이어 씨앗을 더 뿌려놓은 게 없어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자급자족을 하기에는 채소가 부족할 것 같아요. 고추나 참깨로 밭을 다 채워버리면, 채소를 다시 구입해서 먹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먹는 양과 수확 시기를 잘 계산해서 배분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환금작물 몇 가지만 수확하고 말아 버릴 소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농사를 짓는 목적은 공동체가 자급자족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부식을 따로 안 사 먹어도 되도록 농사 계획을 세우면 좋겠어요. 상추도 보름마다 조금씩 뜯어먹을 수 있게 한다든지, 채소를 계속 먹을 수 있게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한 번 수확하고 나서 땅이 텅 비어버리지 않도록 밭 전체를 둘러보고 점검해 보면 좋겠어요.”

발우공양을 마치고 11시부터는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온라인 정토회’와 ‘수련’, ‘세계 전법’을 주제로 하루 종일 토론을 했습니다.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 내용 중에는 깨달음의 장 수료자를 대상으로 2박 3일간의 참회기도 수련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는데요, 프로그램 내용 중에 묵언 수행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묵언 수행을 왜 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말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알림을 위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둘째, 그냥 잡담을 하는 말이 있습니다. 셋째, 시비심이 일어나거나 기분이 나빠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묵언을 시키는 이유는 자신이 얼마나 잡담을 많이 하고, 시비심을 일으키는지를 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묵언을 하게 되면 말을 할 때 보다 그런 말들을 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림을 위한 언어 표현은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알림을 서로 안 해주고 자기 혼자서 일을 처리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을 바가지에 담아서 부을 때도 ‘물을 붓겠습니다’ 하고 알려줘서 상대가 자리를 피하도록 해서 물을 부어야 되는데, 그냥 팍 부어 버립니다. 물건을 빌려갈 때도 알리지 않고 그냥 가져가 버려서 나중에 사람들이 그 물건을 찾게 만듭니다. 이건 다 알림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그래서 시비심으로 하는 말이나 잡담은 안 하는 쪽으로 연습을 해야 하고, 알림을 위한 말은 하는 쪽 연습을 해야 합니다.”

수련원의 봉사 일감에 대해서도 토론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어떤 봉사 일감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인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일을 봉사자에게 부탁하는 것은 괜찮아요. 그런데 우리가 게을러서 일을 안 해놓고 봉사자들에게 그 일들을 맡기는 건 나중에 문제가 됩니다. 잘못되면 공동체 대중은 일을 시키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대중에게 일을 시키기만 하는 방식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수해 복구를 갔는데, 집주인의 아들은 학원에 보내고, 봉사자들에게는 진흙을 닦으라고 하면, 시비심이 안 생길 수가 없어요.

지도자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두 가지

봉사 일감은 공공적인 일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정토행자에게 부탁한다고 하더라도 사적인 일을 부탁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옷을 빨아 달려든 지, 개인의 방을 청소해 달려든 지, 이런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일을 봉사자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일을 하는 것이 수행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과 그 일 자체가 공적인 활동이 되도록 하는 것,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합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항상 공공성과 평등성을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대중이 사진 하나를 찍자고 해도 평등성에 맞는지를 늘 점검합니다. 이렇게 공공성과 평등성을 지키게 되면 전체를 이끌고 가는 지도력이 생기는 반면, 인간적인 교감은 떨어집니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가 있어요.

지도자가 되려면 공공성과 평등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사적으로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나중에 말썽이 될 소지가 굉장히 높습니다.”

하루 종일 긴 시간 토론 끝에 마지막으로 ‘세계 전법’까지 토론을 한 후 저녁 8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 예불을 드리고 곧바로 8시 15분부터는 정토회 전국 총무단 긴급 간담회가 화상 채팅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화상 채팅 화면에 192명이 접속하여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소개 시간이 끝난 후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전국의 정토법당 당주 여러분! 잘 지내셨습니까? 여러분이 법당의 주인이니까 당주예요. (웃음)

오늘 갑자기 회의가 잡혔어요. 지금은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마음 나누기를 해야 할 시간인데, 긴급하게 회의가 소집되는 바람에 저도 마음 나누기에 빠지고 급히 시간을 내서 참석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급하게 소집이 되어서 참석하셨을 겁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해 본다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공동체 법사단은 두북에 모여서 ‘앞으로 이런 일이 지속된다면 결국 온라인으로 모두 전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주제로 많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사태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수행자는 상황이 그렇게 바뀌면 또 거기에 맞게 수행하고 전법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토회의 운영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해보면 어떨지에 대해 깊이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토불교대학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게 되면, 법문만 제공해주면 되는 게 아니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더욱더 밀착해서 챙겨야 합니다. 법당에 나와서 수업을 할 때는 총무님도 계시고, 선배들도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챙기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집에서 자기 혼자 법문을 들을 경우 지식적인 부분은 채워줄 수 있지만, 수행적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그러려면 학생들을 모둠별로 아주 밀착해서 챙겨주어야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일곱 개의 모둠마다 담당 법사를 배정해서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생기는 의문들을 즉시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대신에 이런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최소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오프라인에서 모임도 가져야 합니다. 한 번은 법당에 나오고, 한 번은 수련원에 나오고, 이런 지역 모임들을 통해 직접 만나는 활동도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이렇게 조밀하게 사람을 챙겨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법당의 개념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상주 법당에 3명이 입학했고, 문경 법당에 3명이 입학했다면, 온라인상에서는 두 법당을 합해서 6명을 하나의 모둠으로 편성해서 챙기는 게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이 학생은 우리 법당 소속 사람이다’ 하는 생각을 놓아버려야 해요. 법당 소속에 관계없이 온라인 담당자가 이 사람들을 챙기고, 오프라인 모임만 각 법당을 번갈아가며 이용하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온라인 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해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오늘 간담회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자, 그럼 의문이 생긴 점에 대해 질문해 보세요.”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 오프라인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는데 이렇게 급하게 전환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좀 늦추면 안 될까요?
  •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을 왔다 갔다 하니 불안정합니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빨리 정해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주면 좋겠습니다.
  • 온라인 담당자는 어떤 사람이 맡는 게 좋나요?
  • 주말에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것 같은데, 평일에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없나요?
    ...

다양한 질문과 건의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화상으로 얼굴을 직접 확인하며 이해가 잘 되었는지 다시 묻고 확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2시간 동안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건의한 내용들은 모두 다 두북 특별위원회에서 잘 받아 적었습니다. 잘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걱정은 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오프라인 상에서 해오던 일을 그대로 다 하면서 추가로 온라인 운영까지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아요. 만약 온라인 불교대학을 밀착 관리 방식으로 운영해 본다면, 나머지는 부족한 대로 감수하고 갈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 때문에 미국은 지금 나라 전체가 엉망이 되었고, 회사가 망하는 곳도 많이 생기고 있고, 전 세계가 난리입니다. 그런데 정토회라고 해서 아무런 손실이 없겠습니까. 지난주에는 초파일 행사를 취소하는 바람에 재정 수입도 줄었고, 지금 정토회도 여러 가지 손실을 보고 있잖아요. 이 상황은 어쩔 수가 없다고 봅니다.

최선을 다하되 손실이 생기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어떤 사태가 벌어져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렇다고 내팽겨치고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최선을 다해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만약 앞으로도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어서 법당을 운영할 수 없게 되고 오직 온라인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문제가 없겠는지 여러분이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온라인으로 전환하게 되면, 법당 운영을 위해 배치되었던 인력들을 모두 사람을 챙기는 업무로 이동시킬 수가 있게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니 행정처 여러분들이 좀 부담이 되더라도 온라인 전환을 적극 실험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으면 벌써 2월에 이런 총무단 회의를 했을 텐데, 3개월이나 지나서야 이렇게 얼굴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니 무척 반갑네요.

여러분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토대로 더 논의해서 만들어가 보겠습니다.”

화상 회의가 끝나고 스님은 두북 특별위원회 온라인 정토회 분과 법사님들과 잠시 회의를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내일 더 논의하기로 하고 스님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온라인 수행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오후에는 하루 종일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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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

시비와 잡담은 줄이고, 알림의 말을 더 사용하는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2020-06-20 20:29:06

김현숙여래심

코로나사태 후 또한 정토 불대 수업방식과 운영 또한 변화 중심인 비대면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않을까 싶어요 부차적 부분은 잘 보완해가면서...

2020-06-15 00:00:26

장성희

준비가 되어 있지않은 상태에서 변화는 급작스럽게
닥쳐온다. 개인들은 그 변화에 순응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같이 변화하고, 적응하며 대책을 찾는다.
순간 우울하고, 긴장하지만,
슬퍼하거나 흔들리지않고 삶을 이어간다.

2020-06-08 10: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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