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5 해외 활동가 온라인 교육
“코로나 19로 당장 월세를 못 낼까 봐 걱정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해외 활동가를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이 하루 종일 생방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침 8시에는 북미동부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해, 11시에는 북미서부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해, 오후 2시에는 유럽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해, 오후 5시에는 아시아태평양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해 온라인 교육이 열렸습니다.

해외 활동가들은 스님과 실시간 화상채팅을 하기 위해 미리 채팅 법을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자녀분들에게 물어가며 힘겹게 화상채팅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우리의 일상입니다.

스님은 장화를 신고 밭에서 일을 하다가 8시 정각이 되어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먼저 비행기가 아닌 생방송 주소 줄을 타고 온 해외 정토회 담당 법사인 선주 법사님과 묘덕 법사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오늘 스님과의 시간을 마치고 10차 천일결사를 힘차게 출발합시다.”

“코로나 덕분에 과학기술의 혜택을 더 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정토회 대표님과 행정처장님도 생방송에 참여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집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영광을 이렇게 방 안에서 누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시간입니다. 여러분의 이야기 잘 듣겠습니다.”

이어서 화상채팅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한 명씩 화면에 자기 얼굴이 나오자 자신이 맡은 소임과 이름을 소개하고, 간단한 인사말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뉴욕법당에서 불교대학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스턴법당에서 경전반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워싱턴법당에서 지원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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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화면 속의 얼굴을 보며 반가운 웃음을 계속 보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워싱턴은 화면 뒤에 형광등을 끄세요. 불빛 때문에 얼굴이 잘 안 보여요.” (웃음)

스님은 접속한 모든 분들과 화면으로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코 위로만 얼굴이 나와요. 화면에 얼굴이 제대로 나오게 해 보세요.” (웃음)

마지막으로 스님도 반갑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영상으로나마 여러분들의 얼굴을 한 분 한 분 잘 봤습니다. 연세가 많은 분들도 보이던데, 컴퓨터를 만질 줄 아시나 봐요? 대단하십니다. 정토회에 오면 다들 전문가가 되나 봐요. (웃음)

화상채팅 방식이 참 편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주 앉아서 얘기하는 것에는 아직 조금 못 미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저는 지금 한국, 그것도 시골에 있습니다. 아침까지 장화 신고 농사를 짓다가 생방송 시간에 맞춰서 급하게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시골에서도 미국에 계시는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캐나다 토론토부터 텍사스 오스틴까지, 동쪽 대서양 연안을 따라서 여러분을 만나고 온 기분입니다.” (웃음)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한 마디를 했습니다.

“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우리가 앞서 사스도 경험하고 메르스도 경험했는데,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기간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으로 끝이 나지 않고 약간 소강상태로 있다가 겨울이 되면 또 나타날지도 모르는, 매년 찾아오는 독감같이 될 수도 있어요. 아니면 몇 년 건너뛰어서 또 다른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요. 마치 여름이 되면 늘 찾아오는 태풍처럼 자주자주 직면해야 할 문제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잘 준비해서 대응하되 이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면 그날 약속이 있더라도 약속을 취소하고 일단 외출을 삼가하고 집단속을 잘해야 하는 것처럼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우리의 대응력을 높여서 대응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영상으로 스님과 눈을 마주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는데 그중 한 가지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 명이 코로나19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 지금의 위기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할까봐 불안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코로나 감염이 시작되자마자 필수 사업만 빼고 다 문을 닫고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과 소규모 사업자들이 실업급여와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었고, 어제 주정부에서 발표한 바로는 2년 정도 이 사태가 연이어서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앞으로 필요한 조치가 계속 나올 거라고 합니다.

이 사태가 나자마자 저는 법당 월세가 가장 큰 걱정이었고, 건물주에게 문의했지만 월세를 깎아 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공지를 통해서 회원들이 보시금을 조금씩 보내주시기는 하지만 월세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이제 앞으로 다들 살기가 어려워지면 언제까지 보시금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법당을 비워 놓은 채 월세가 계속 나갈 경우 올해가 지나면 법당 운영이 힘들 것 같습니다. 매일 이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마음이 굉장히 불안하고 힘듭니다.”

“법당을 운영하는 여러분도 이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되었네요.”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가게 운영하시는 분들은 수입이 없으니까 살기가 어려워지는 게 맞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법당이 없어도 수행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일단 올해는 각 정토회 별로 조금씩 저축해 놓은 돈이 있을 테니 그것으로라도 월세를 주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로 합시다.

만약 이 상황이 지금까지의 일상을 완전히 전환시켜 놓게 된다면 법당을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법회 자체를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운용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 판단을 지금 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앞으로 2년 동안 계속 그럴 것이라고 하는 것은 예측이지 아직 그렇게 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거든요. 다만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법당을 새로 내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법문이나 명상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봉사활동은 그 지역에서 적절하게 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바꿔나가야 할 겁니다. 만약 직접 만나야 할 일이 있다면 법당을 새로 열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를 그때그때 빌려서 만난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의 전환은 여러분이 능히 잘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토회는 처음부터 법당을 열어서 법회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가정에서 법회를 여는 방식으로 시작했고, 우리는 이미 법당이 아닌 다양한 공간에서 법회를 열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바로 방식을 전환해도 됩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법문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적은 금액이라도 인터넷 뱅킹으로 보시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당장 지금부터라도 온라인으로 법문을 공유해주고 난 뒤에 인터넷 뱅킹으로 얼마간의 보시금을 내도록 안내해서 그것을 가지고 법당을 당분간 운영해봅니다.

그 돈으로도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그동안 저축해둔 돈으로 지불하고, 그것도 안 되겠다 싶으면 법당을 정리해야 합니다. 요즘 가게들이 장사가 안 돼서 정부에 지원금을 신청하듯이 법당도 사람들이 안 와서 유지가 안 된다는 내용을 정부에 신청해서 실업수당을 받듯이 지원금을 받는 길도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제도가 있다면 신청해서 지원금을 받으면 되고, 그런 제도가 없다면 있는 돈 가지고 쓰면 되고, 그것도 안 되면 법당을 정리하면 됩니다.

그런 상황으로까지 가게 되면 정토회 전체 차원에서 방침이 마련될 거예요. 예를 들어 해외는 본부 건물 하나만 두고, 나머지는 다 법당을 없애고,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세상의 변화를 좀 더 시켜 봅시다.”

“네, 감사합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과의 화상채팅 즉문즉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어떤 분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미국 정부의 안일함에 대해 답답해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혼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이번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도 뉴욕시의 잭슨 하이츠(Jackson Heights)나 앨머스트(Elmhurst) 근처에서 제일 환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약 30블록 떨어진 거리에서 많은 환자들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느낀 것은 준비되지 않은 미국입니다. 중국 우한이나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에서도 미리 준비를 했었다면 어땠을까요. 매일 뉴스를 보고 있으면, 미국 정부의 대응이라는 게 오늘은 이 말을 하고, 내일은 저 말을 하는 식입니다. 대통령까지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미국의 오만과 무지를 체험하게 됩니다.

이 사태로 인해서 온 인류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무서운 병이 찾아올 것을 염두에 두었을 때 힘없는 우리 인간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스님의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거예요. 그런데 아주 치사율이 높으면 사람들이 겁을 내기 때문에 오히려 전염이 얼마 안 되고 바로 단절이 됩니다. 사스처럼 치사율이 높으면 전부 다 조심하고 방침도 잘 따르게 돼요. 그런데 독감처럼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성이 높은 게 문제입니다. 이번 겨울에 미국에서 독감으로만 죽은 사람이 3만 명 정도 되었답니다.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독감과 사스의 중간 정도 돼요. 전염성은 독감과 비슷하게 높고, 치사율은 독감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젊거나 건강한 사람의 절반 정도는 증상도 거의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 버려요. 검사하면 양성 반응이 나오지만 검사를 안 하면 본인도 모를 수가 있습니다. 80% 정도가 감기 증상 수준이라고 해요. 15% 정도만이 아주 심한 독감 수준의 증상을 앓는다고 합니다. 독감보다 심해서 아예 병원에 입원해야 하거나 산소호흡기 꽂고 있어야 할 사람은 5%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중에 절반은 죽지만, 절반은 치료가 된다고 해요. 그러니 잘 대응하면 치사율이 2% 내지 3% 선이에요.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데, 한국도 팔십이 넘는 분들은 치사율이 20% 가까이 됩니다.

한국의 경우 신천지교회에 모인 젊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전염이 많이 되도록 있었냐면, 거기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까 증상이 없거나 감기 증상 정도만 보였기 때문입니다. 누구 한 사람이 슈퍼 전파자가 되어서 갑자기 그렇게 빨리 번진 게 아니고, 이미 한 달 동안 그 안에서 계속 전염이 돼서 이미 수천 명이 감염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한 명이 검사를 받아서 발견이 되자, 전수조사를 하게 되었고 수많은 확진자가 나오게 된 겁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빠르게 전파되는 게 아니고 미국 안에 이미 전염이 많이 되어 있었습니다. 검사를 안 할 때는 확진자가 없는 것이었고, 검사를 하게 되니까 확진자가 한꺼번에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아마 전염된 사람이 100만 명도 훨씬 넘을 겁니다. 조사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100만 명이면 100만 명, 50만 명이면 50만 명 선을 넘고 차차 줄어들 겁니다. 지금은 새로 전염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전염되어 있는 사람을 찾아서 계속 검사를 하는 것이어서 그 검사가 끝날 때까지는 계속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 거예요.

일본은 환자가 많이 있을 텐데도 아직 검사를 많이 안 하고 있어요. 검사를 하루에 천 명도 안 하니까 아무리 많이 나와 봐야 300명밖에 안 나오죠. 미국도 처음에는 검사를 안 하고 내버려 뒀어요. 이 병의 치사율이 아주 높다면 난리가 났을 텐데, 증상이 약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바이러스는 생물도 아니고 무생물도 아닙니다. 아직 하나의 세포가 되기 전이기 때문에 유전자 구조가 아주 간단한 단선 구조예요. 그래서 새끼줄이 꼬이듯이 자꾸 꼬이는 겁니다. 그렇게 꼬일 확률이 높으니까 유전자 서열이 바뀌어서 변종이 일어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치사율이 더 약하면서 전염성은 더 강한 것도 있을 수 있고, 전염성도 강하고 치사율도 높은 것도 있을 수 있고, 치사율은 높되 전염성은 떨어지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앞으로 변종이 다양하게 일어날 겁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자주 변종이 나타날 거예요. 사스가 생기고 메르스가 생기기까지 6년이 걸렸다면, 메르스가 생기고 코로나가 생기기까지는 4년이 걸렸습니다. 다음 변종은 2년 만에 나올 수도 있고, 더 빨리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재앙도 아니고, 종말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아니에요. 옛날에도 사람이 많이 굶어죽었습니다. 그러다가 결핵 같은 병으로 죽다가 그다음에는 흑사병이나 장티푸스로 죽었습니다. 이런 세균성 질병은 항생제를 개발해서 치료할 수 있게 되니까 그 다음에는 암이 나타났습니다. 암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옛날에는 노인들이 암으로 죽을 만큼까지 오래 살지 못했어요. 콜레라나 장티푸스로 먼저 죽어 버리니까 암이 나타날 이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오래 살고 있으니까 암이 나타난 거거든요. 이런 세균성 질병을 다 치료해내다 보니까 지금은 바이러스성 질병이 나타난 겁니다.

옛날에 흑사병 같은 경우에는 인구의 40%가 죽고 나서야 치료 방법을 발견해 냈듯이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인류가 조금씩 대책을 세워나갈 것입니다. 변형이 일어나면 대응을 못하다가 또 대책을 세울 것이고, 그러면서 희생을 조금씩 줄여가는 쪽으로 발전해 갈 거예요.

태풍도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태풍을 막을 수가 없잖아요. 태풍이 계속 일어나지만 댐도 만들고, 미리 예보도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태풍은 늘 일어나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듯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나 아직 예방약도 없고, 치료약도 없기 때문에 가능한 전염이 안 되도록 조심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가까운 거리에서 비말이 튀어 전염된다고 하니까 사람들과 가까이할 때는 마스크를 끼면 돼요. 2미터 이상 떨어지면 전염성은 거의 없고, 특히 야외에서는 전염이 별로 없습니다. 실내 좁은 공간에 많이 앉아 있으면 전염성이 높아요. 그래서 손도 자주 씻고 주의만 잘하면 되지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많은 기업들이 치료제를 빨리 개발할 거예요. 개발에 성공하면 수익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나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끝나는 건 아니에요. 변종이 생기면 또다시 개발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대응을 해야 합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다 끝나면 이제 또 다른 병이 생길 거예요. 병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이것은 재앙이나 벌이 아니에요.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우리가 쓰레기를 자꾸 버리고 환경을 파괴하니까 기온이 상승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는 것과 같아요.

다만 이제는 우리들의 삶의 방식이 좀 바뀌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태풍이 올 때 주의하듯이, 이제는 낯선 사람과 뽀뽀하거나 껴안고 인사하는 서양의 인사법도 점점 사라지게 될 겁니다. (모두 웃음) 인사법도 조금 거리를 두고 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주거도 도시에서 밀집해서 사는 것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사는 방식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런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사람 사이의 연결은 인터넷상으로 더욱더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다만 지금은 전염이 안 되도록 철저하게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런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고목나무와 어린나무를 비교해 봅시다. 잎의 수로 계산하면 고목나무가 어린나무에 비해 백배도 더 많습니다. 어린 나무가 커서 고목나무보다 더 잎이 많아지려면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는데, 어느 날 태풍이 불면 고목나무가 팍 쓰러져 버립니다. 속은 다 썩어 있고 껍데기만 있기 때문에요. 그것처럼 미국이라는 나라는 아직도 덩치가 고목나무처럼 크기는 한데 그 안은 많이 비어 있거나 썩어 있어요. 평상시에는 표시가 안 나는데,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를 못 하게 되어서 결국 문명이 바뀌게 되는 겁니다. 문명은 점차적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어떤 변화가 오면 한 번에 바뀝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그것을 보여준 거예요.

이번에 가난한 나라들도 대응을 못 했지만, 가장 대응을 못 한 나라가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문명 선진국이에요. 동양에서는 일본이 유럽과 같은 식으로 대응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게 다 교만에서 비롯된 겁니다. 너무 매뉴얼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긴급 대응을 잘 못하는 거예요. ‘우리는 다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점점 교만해진 겁니다.

이걸 계기로 트럼프의 미국 중심주의가 오히려 더 강화될지, 이걸 통해서 허구가 드러날지, 지금은 알 수가 없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전부 자기 살기 중심으로 정치인들이 행동하잖아요. 유럽연합도 공동대응 하지 않고 나라별로 경쟁만 하게 되면, 결국 바이러스로 인해서 이기주의가 극도로 번성하면서 오히려 문명이 몰락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겁니다.

이런 재앙 앞에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면 오히려 이것을 잘 극복해서 더 나은 쪽으로 갈 수도 있어요. 이 사건 자체는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입니다.

보통은 어려움에 처하면 인간은 자기 살기 중심으로 가기가 싶습니다. 그래서 재앙이 되기 쉬워요. 이럴 때는 지도자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그런 측면에서 지금 미국의 대응은 좀 늦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는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상대가 잘 대응을 하면 선거에 불리해지니까 이것도 싸움이나 투쟁의 요인으로 되고, 이러다 보면 대응이 잘못되거든요. 그런 문제들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저는 미국이 치부를 드러내면서 그래도 해결해 나가지 않겠나 예상합니다.

중국이 급성장하다가 우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나면서 중국의 치부를 드러냈다고 다들 비웃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미국의 치부가 더 많이 나타나게 된 거예요. 한국도 초기에는 여기에 대한 심각성을 잘 몰라서 사실은 대응을 잘 못 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잘 대응하였고, 우리 국민들은 위기에 처하면 또 굉장한 힘을 발휘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노력하다 보니까 거꾸로 세계적으로 잘 대응한 나라가 됐는데, 진짜 잘한 나라는 대만이 잘했어요. 대만은 중국 옆에 있고 교류가 엄청 많은데도 확진자가 아직도 300명이에요. 우리는 1만 명이나 나왔으니까 잘했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대응을 잘했다고 평가가 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것들을 잘 지켜보면서 우리 함께 이 상황에 맞게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JTS에서는 방호복을 구해서 미국이나 제3세계에서 급히 지원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저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연구도 하고 준비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명이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예정된 2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연이어 오전 11시부터는 북미서부정토회 활동가들과 화상채팅으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각 정토회 별로 프로그램을 준비했기 때문에 진행 방식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북미서부정토회는 스님에게 질문을 하기보다는 각자 정토회를 만나 달라진 자신의 삶을 짧게 소개하고, 본인 이야기를 충분히 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처럼 함께 수행하는 도반이 많지 않은 곳에서도 홀로 묵묵히 정진하고 있는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스님을 만나 제 인생이 참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다들 힘들어하고 있는데 저는 그래도 수행을 해서 그런지 괴롭지는 않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스님도 마지막으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앞에는 즉문즉설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번에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니까 이 방식도 참 좋았어요.”

점심 식사를 한 후 곧이어 오후 2시부터는 유럽정토회 활동가들과 온라인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정토회 운영과 관련해서 그동안 궁금했던 많은 것들을 스님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시간 동안의 대화를 마치고 스님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올해는 새로 소임을 맡은 첫해이니까 잘 몰라서 욕을 얻어먹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선임자들에게 물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라면 이렇게 집행을 했을 텐데 선임자는 이렇게 하라고 대답하네. 이 만큼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이렇게 점검해 가면서 배워나가면 나중에는 선임자에게 안 물어보고 집행해도 90%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집니다. 나는 처음으로 이 소임을 맡은 사람이니까 내 생각만 갖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가 있어요. 내가 정토회의 원칙을 다 아는 게 아니니까요. 안전 점검 상 선임자에게 확인을 한 다음에 집행해 나가다 보면, 몇 개월만 지나면 ‘아, 이 정도면 내 판단과 큰 차이가 없구나’ 하고 자기 선에서 처리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해하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너무 움츠러들지도 말고, 그냥 편안하게 해가면서 차차 수정을 하세요. 저는 종교인이 되기 전에 원래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무조건 믿으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정해진 지침이라 하더라도 여러분이 실제로 해보니까 이런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약간 착오가 있는 게 아닐까요?’

이렇게 건의를 올리면 정토회에서 그걸 시정할 겁니다. 일단 지침을 믿고 해 보고, 해보고 나니까 이런 부작용이 있다면 ‘거 봐라! 틀리잖아’ 이렇게 항의하지 말고, ‘막상 실행을 해보니까 이런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고 건의를 올리면 시정이 됩니다. 시정이 될 것이라고 믿고 마음껏 건의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오후 5시부터는 아시아태평양정토회 활동가들과의 온라인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8시부터 하루 종일 법문을 하고 있는 스님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잠시 보였지만, 스님은 다시 힘을 내어서 활동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궁금한 점을 경청하고 대답도 해주었습니다.

2시간 동안의 인사와 대화 시간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수행에 관심을 갖고 정진을 하는 것, 바쁜 일상사 중에도 소임을 맡아서 봉사하는 것,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시를 하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정토회가 운영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필리핀 정토회에 계신 분들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내어서 민다나오에서 진행되는 JTS 활동을 함께 도와주고 계십니다. 법당에서 하는 일만 소임이 아니라 정토회와 연관된 이런 활동들도 다 책임 있는 소임의 한 부분입니다.

여러분들의 이런 노고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개개인의 힘은 작지만, 우리가 함께 힘을 모으면 우리가 하는 일은 부처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에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그렇게 해서 모자이크 붓다, 어불렁 부처를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갇히거나, 사업도 제대로 안 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이 와중에도 항상 마음은 가볍게 가져야 합니다.

‘사람이 죽고도 사는데, 죽을 위험에 처한 일도 아니고, 경제적이 손실이 좀 생길 뿐이고, 집 안에 갇혀 있어서 좀 답답할 뿐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가족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못 읽었던 책도 좀 읽자.’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갑시다. 저는 이렇게 된 김에 농사일도 하고, 정토회의 장기적인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서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지나놓고 돌아봤을 때도 ‘그때가 참 좋았다’ 하는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항상 수행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아시아태평양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까지 마치니 벌써 저녁 7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에 컴퓨터 앞에 앉은 스님은 해가 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해외 활동가 온라인 교육을 모두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두북 농사팀 행자님들과 농사일 관련 회의를 했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하고, 오늘 하루를 돌아봤습니다.

밤 9시가 다 되어서 건조해진 눈을 비비며 모임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책상 앞에 앉아서 세계 일주를 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입학 법문을 한 후, 오후에는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경전반 입학 법문을 온라인 생중계로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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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승

모두 감사합니다_()_

2020-04-10 10:03:41

서은정

저 또한 해외에서 지금 현 사태를 겪고 있는 사람입니다.
개인이 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겨내면, 모두 힘든 이 상황을 현명하게 잘 극복하리라 믿어봅니다.
스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2020-04-09 22:42:18

무지랭이

집돌이로 사는 연습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0-04-08 20: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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