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3 농사일
“실수를 자꾸 하니까 점점 부담이 커집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도 스님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했습니다. 갈수록 날이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예불과 공양을 마치자마자 아직 날씨가 추울 때 땅 속에 묻어둔 무를 꺼내기로 했습니다. 작년 11월에 수확한 무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싱싱하게 잘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냉장고에 무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서 꺼내질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어제저녁에 헌 냉장고를 설치할 수 있게 되어서 오늘 아침에 무를 모두 냉장고로 옮겼습니다.

“무가 아직도 이렇게 싱싱해요.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읍시다.”

스님은 싱싱한 무를 보며 기쁜 표정으로 무 하나를 행자님에게 건넸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고추 모종을 비롯해 각종 쌈채소가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점점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서 모종을 키우는 공간에 차양막을 설치했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 가장자리로 가서 어제에 이어서 열무를 심었습니다. 한 줄로 고랑을 파고, 열무 씨앗을 뿌린 후 가볍게 흙으로 덮어 주었습니다.

“여기 가장자리는 비닐하우스 끝으로 물이 흘러내리니까 물 걱정은 없는데, 거름이 없어서 문제예요. 일단 한 번 지켜봅시다.”

열무를 다 심은 후 시원하게 물을 한번 주었습니다. 반대편 가장자리에 봄배추를 심은 곳에서 물을 흠뻑 준 후 비닐하우스를 나왔습니다.

비닐하우스 옆에는 새로 만든 밭이 넓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퇴비를 듬뿍 뿌려 주었는데, 오늘은 동네 어르신에게 부탁해 트랙터로 땅을 갈고 골을 타기로 했습니다.

“땅에 흙을 너무 많이 넣어서 두께가 30센티미터는 돼요. 트랙터로 갈면 밑에 논으로 쓰던 흙과 잘 섞일까요?”

“흙을 너무 많이 덮어서 어렵겠는데요.”

아쉽지만 올해는 그냥 이대로 밭농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트랙터가 지나간 밭에는 50미터가 넘는 고랑이 14개가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무엇을 심을지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밭이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트랙터를 운전해주신 분은 스님의 고향 친구입니다. 스님은 큰 목소리로 친구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고마워요!”

인사를 한 후 스님은 두북 수련원으로 가서 어제 평탄화 작업을 끝낸 뒷담벼락 밭으로 갔습니다. 바구니에 여러 종류의 씨앗을 챙겨 왔습니다.

“여기는 고수, 파, 열무, 도라지를 심읍시다.”

먼저 골을 계속 파나갔습니다. 골이 파인 자리에는 고수 씨앗을 주욱 뿌렸습니다.

“씨앗이 너무 작아서 골고루 안 뿌려지네요. 씨앗을 흙과 섞어서 뿌려야겠어요.”

작은 대야에 씨앗과 흙을 섞은 후 한 움큼 씩 손에 쥐고 쭉쭉 뿌렸습니다.

순식간에 고수 씨앗을 다 뿌린 후 흙을 덮어 주었습니다. 다음은 파를 심고, 다음은 열무도 심었습니다. 열무를 다 심고 나서는 도라지를 심었습니다.

준비해 간 씨앗을 다 심고 나서도 아직 남은 공간이 많았습니다. 남은 공간에는 우리가 주로 자주 먹는 걸 심기로 하고, 다음은 산꼭대기 밭에 물이 잘 나오는지 점검하러 올라갔습니다. 어제 임시로 테이프를 붙여서 호스를 연결해 두었는데, 오늘은 호스를 연결하는 관을 새로 사와서 튼튼하게 다시 연결했습니다.

“이상하네요. 물이 왜 안 나올까요? 엊그제만 해도 물이 잘 나왔는데.”

동네 분에게 연락해 물이 다시 잘 나오도록 한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오후에는 점심을 10분 만에 후다닥 먹고, 곧바로 산 아래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감자와 완두콩을 심고 나서 며칠 물을 제대로 주지 못했습니다. 행자님이 밭에 물을 주는 동안 스님은 물통에 물이 가득 채워지도록 낙차를 이용해 샘물에서 물통으로 물이 흐르게 했습니다.


행자님에게 물통 쪽에 놓인 호스의 끝을 막고 있으라고 한 후 스님이 호스 안에 물이 가득 차도록 주전자로 물을 부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소리쳤습니다.

“제가 ‘놓으세요’ 하면, 호스를 놓으세요. 놓으세요!”

동시에 스님은 샘물 쪽 호스의 끝을 웅덩이 속에 풍덩 집어넣었습니다. 그러자 물통에 물이 졸졸졸 흘러나왔습니다.

“여기는 완전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물을 확보하는 거예요. 필리핀 민다나오 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농사법이죠.”

지난번에는 웅덩이에 살던 개구리가 호스 속에 들어가서 물이 막히게 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호스 속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자유롭게 헤엄을 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벚꽃잎이 웅덩이에 계속 떨어져서 철망을 가져와 계속 건져 주었습니다.

1시간 정도 경과하니 금세 큰 물통이 가득 찼습니다.

“물을 다 주고 내려갑시다.”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물을 다 주었습니다.

스님이 산 아래 밭에 물을 주는 동안 행자님들은 비닐하우스 옆 밭에 비닐 멀칭을 했습니다. 오전에 트랙터가 고랑을 잘 만들어주고 가서 비닐 멀칭을 하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저녁에는 예불을 한 후 다 같이 모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농사 팀장인 스님이 마음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다들 무리를 해서 일을 했는지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스님은 행자님들이 피곤해하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마음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다들 피곤하시죠? 그래도 하기로 한 건 해야죠. 오늘 일해 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한 명씩 돌아가며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농사일을 하느라 업무가 자꾸 놓쳐져서 좀 부담이었고요. 농사일이 계속 바빠서 정신이 좀 없어지고,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이거 다음에 이거, 설거지 마치자마자 밭으로 뛰어나가고, 계속 이렇게 되니까 지금은 과부하가 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좀 힘든 하루였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시설을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봉사자들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선뜻 마음을 내주셔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우리 공동체가 살아가는구나, 감사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쌈채소를 뜯었는데, 이걸 먹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긴 하지만 채소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싶어요. 두둑에 비닐 멀칭을 할 때는 흙을 쇠스랑으로 계속 밀어야 하니까 힘이 좀 들었어요. 힘이 드니까 하기 싫은 마음도 잠시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일 저일 챙겨서 해야 된다고 생각이 앞서다 보니까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마음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일을 했던 것 같네요.”

“처음으로 노지에 거름을 뿌리고 골을 탔는데, 저는 비닐하우스보다는 노지 밭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일하는 기분이 상쾌하거든요. 뒷담벼락밭에는 고수, 열무, 도라지를 심었는데, 버려진 땅이 밭으로 탄생하니까 참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산 아래 밭에 물을 주러 갔는데, 스님이 자연 샘을 이용해서 물을 받는 게 보면 볼수록 기막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물을 확보할 수 있다니 스님의 경험과 지혜가 아니라면 쉽게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 같아서 다시 한번 감탄을 했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농사를 처음 짓다 보니 실수를 많이 하게 됩니다. 밭에 흙을 부울 때도 트럭 회사 사장님이 ‘이 정도로는 5센티미터 밖에 안 된다’라고 하는 말에 속아서 흙을 3배나 더 넣었어요. 이런 실수를 할 때마다 마음이 위축되거나 경직됩니다. 행자 생활을 할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아요.”

...

행자님들의 나누기를 다 듣고 난 다음 마지막으로 스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아침을 먹자마자 바로 나가서 일했고, 점심도 10분 만에 먹고 바로 나가서 일했고, 참도 없었네요. (웃음)

저는 오늘 아침 일찍 땅에 묻어둔 무를 단지에서 꺼냈어요. 추울 때 개봉을 하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개봉을 했습니다. 개봉이 늦어진 이유는 보관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마침 헌 냉장고 하나가 생겨서 그걸 어제 설치했기 때문에 오늘 아침에 무를 꺼낼 수 있었어요. 이제 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져가세요.

비닐하우스 가장자리에는 절반 정도는 고수를 심고, 절반 정도는 열무를 심었습니다. 뒷담벼락 밭에는 고수, 열무, 대파, 도라지를 심었어요.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씨앗이 남아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걸 다 심었어요.

산꼭대기 밭에 호스를 연결하러 갔을 때는 행자님이 쇠로 된 연결 부품을 사와서 좀 아쉬웠어요. 쇠로 된 건 비싸기도 하고, 나중에 녹이 슬잖아요. 플라스틱으로 된 걸 사 왔으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막상 가보니까 어제까지 잘 나오던 물이 안 나와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동네 사람 중에 물이 안 나오면 민감해하시는 분이 있어서 우리는 동네에서 사용하고 나서 남는 물을 사용하기로 했거든요. 자칫하면 우리가 손을 대서 물이 안 나온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물이 나오도록 급히 아는 분에게 연락해서 해결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산 아래 밭에 가서 물통에 물을 채웠습니다. 거기는 물통에 물을 다 채우려면 세 군데의 샘에서 물을 받아와야 해요. 아랫 샘물은 양동이에 담아서 퍼날라야 하고, 중간 샘물은 양동이로 퍼날라서 윗 샘물에 부어야 하고, 윗 샘물에서 낙차를 이용해 호스를 거쳐 물통으로 내려가도록 해놓았어요. 좀 수공업적인 방식이긴 한데, 그래도 이 방법이 자연을 이용해 한 번에 물통에 물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에요. (웃음)

오늘은 특별히 힘이 들거나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산꼭대기 밭에 물통 두 개를 두고 내려왔는데, 내일은 샘물과 물통을 연결해서 물통에 물을 받아놓아 보려고 해요. 그 밭에는 일단 도라지를 좀 심겠습니다. 내일 저녁부터는 회의가 계속 잡혀서 그전에 제가 계획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거든요. 오늘 잘 보냈습니다.”

소감 나누기를 모두 마치고 나서 스님은 농사일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는 농사 담당 행자님에게 한마디를 해주었습니다.

“행자님은 나이도 젊지만 지금 농사일이 처음이잖아요. 누구든지 처음 하는 일은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물어서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처음 농사일을 하는 주제에 농사를 십 년이나 지은 사람처럼 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생기는 거예요.

행자님이 농사 책임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부담이 될 수는 있는데, 책임자이지만 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서 배우면서 일을 해나가면 돼요. 최종적으로는 행자님이 책임을 지되 앞으로 1년 내지 2년은 배워나가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부담이 적어져요. 대충 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학교 다닐 때처럼 일지를 적고, 물어봐서 배우고,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이런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에요.

땅에 흙을 너무 넣었다거나, 비료를 너무 많이 넣었다거나, 일을 중복으로 했다거나, 이런 일들은 다 몰라서 생긴 일이잖아요. 최소한 3년 정도는 경험이 쌓여야 이런 실수를 안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배운다는 마음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농사 담당 행자님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명심문을 함께 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모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한 후 밤 9시부터 11시까지 국제국, 해외 대의원들과 온라인 생중계로 교육 연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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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와~모든 분들 잠이 달달 하겠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2020-04-10 22:11:42

실상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도 스님은 젊은이보다 짱짱한 느낌입니다. 이유가 뭘낀 궁금해지네요.
저도 첨 하는 일로 고전하는데 못하는게 당연히다 더딜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물어서 하겠습니다.

2020-04-08 08:14:07

이덕기

담당자로서 책임을 가지되 묻고 배워서 일하는 입장을 가져야 부담이 안된다. 대충하라는 말이 아니라.

쉬운듯 어려운듯.
느낌은 오는데 확연하지는 않다.

2020-04-07 07: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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