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2 농사일, 퇴비 뿌리는 날
“담벼락 밑에 새로운 밭이 하나 생겼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밭에 퇴비를 뿌리는 날입니다. 해가 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 뒷마당 담벼락 앞에 모두 모였습니다. 얼마 전 울산에서 거사님들이 오셔서 축대를 쌓아주었고, 어제는 법사님들과 함께 울력을 한 덕분에 담벼락 밑에 버려진 땅이 밭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스님과 몇몇 행자님들이 흙을 더 붓고 땅을 더 평탄화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묘당 법사님이 포클레인으로 흙을 부어주면, 스님이 쇠스랑으로 흙을 평평하게 골랐습니다.

아직 찬바람이 불지만 햇살은 따뜻합니다. 땀 흘려 일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입니다.

“잡초가 무성한 돌무더기 땅이 이렇게 새로운 밭이 되다니요. 정말 신기해요.”

옆에 있던 행자님은 새로 만들어진 밭을 보며 감탄을 합니다.

어제는 법사님들이 공동 울력을 해서 돌을 다 골라내어서 기초를 다져 놓았다면, 오늘은 포클레인이 흙을 퍼와서 땅을 더 평평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포클레인은 땅을 한 번씩 뒤집어 주는 일도 거뜬히 해냈습니다.

땅을 고르면서 나온 돌들은 다시 축대를 쌓는 데 사용했습니다.

오전 내내 땀을 흘린 결과 아주 평평하고 반듯한 밭이 하나 탄생했습니다. 버려진 땅이었지만, 이제 내일부터는 각종 작물이 심어져서 무럭무럭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수고했어요.”

오전 울력을 마무리하고, 스님은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와 화상 회의를 했습니다. 전국 대의원회의, 행정처, 법사단, 세 단위를 책임지는 정토회 대표, 행정처장, 법사 단장이 화상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스님, 반갑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좀 오래가네요. 그래서 상반기 일정을 다시 조정을 해야 할 것 같아요.”

...

4월에 예정되어 있던 경주 남산순례, 두북 어르신잔치를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2월에 졸업한 봄불교대학 학생들의 수계식은 7월에 예정된 가을불교대학 학생들과 합동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지금 농사일하러 가야 해요. 한참 일해야 하는데, 작업복 입고 이렇게 통화하고 있어요. 수고해요.” (웃음)

회의를 마치고 나서 오후에는 퇴비를 뿌리기 위해 다시 밭으로 갔습니다. 논으로 사용하던 땅에 얼마 전 흙을 부었고, 오늘은 퇴비를 뿌린 후, 내일은 트랙터로 땅을 갈고 고랑을 탈 예정입니다.

퇴비를 어떻게 뿌려야 효과적으로 뿌릴 수 있는지 의논하다가 트럭에 퇴비를 싣고 밭을 돌면서 뿌리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이 퇴비포대를 뜯어서 부어주면 두 사람이 삽과 쓰레받이로 퇴비를 양쪽으로 골고루 뿌렸습니다. 그 사이 트럭은 아주 천천히 밭을 왔다 갔다 움직였습니다.

50포대를 뿌리고 나서 스님이 더 효과적인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효과적이지 않아요. 퇴비포대를 트럭 위에서 뜯지 말고, 미리 뜯어서 트럭에 부어 놓읍시다. 트럭이 움직이면서 바로 퇴비를 뿌려버리면 더 효과적이에요.”

스님의 제안에 따라 방법을 바꾸어서 해보았습니다. 훨씬 더 속도가 났습니다.

트럭 위에서 퇴비를 뿌리고 있는 묘당 법사님과 향존 법사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신이 난 표정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쉼 없이 퇴비를 뿌렸습니다. 100포대를 뿌리는 데에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퇴비가 골고루 뿌려질 수 있게 방향을 잡아주면서 삽질을 하는 두 분의 법사님에게 힘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잘한다!”

퇴비가 골고루 잘 뿌려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스님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가장자리에 고수를 심었습니다. 행자님들은 이제 비닐하우스 가장자리를 ‘스님 밭’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괭이로 땅을 한 줄로 가볍게 파 놓은 후 고수 씨앗을 심고, 흙으로 덮어 주었습니다.

스님이 자꾸 비닐하우스 가장자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님, 여기에 작물이 잘 자랄까요?”

“여기는 측면이니까 비가 떨어지면 빗물이 이 안으로 조금씩 밀려 들어오거든요. 그래서 물기가 항상 있기 때문에 작물을 심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고랑에는 고추를 심지만 이 땅은 다 버리거든요. 그래서 고추를 따려면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땅을 놀릴 게 아니라 채소를 좀 심어서 일찍 수확해서 먹으려고 그래요. 열무나 고수처럼 빨리 자라서 빨리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으면 돼요.”

“행자님들은 가장자리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행자님들은 자동화 농법에 관심이 많아요. 물도 자동으로 주고, 고추를 딸 때도 수레를 다니게 해서 수확을 편리하게 하려다 보니까 밭고랑 사이가 아주 넓어요. 제가 가장자리에는 채소를 심겠다고 하니까 고추 딸 때 수레가 이동하는 데에 방해가 된대요. 그래서 고추를 수확하기 전에 채소 수확을 다 끝내겠다고 해서 허락을 받았습니다.”

스님이 가장자리에 고수를 심는 동안 행자님들도 밭에 퇴비 뿌리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한 행자님은 비닐하우스 뒤편에 해우소 만드는 일을 드디어 마무리했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마무리합시다.”

벌써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일을 마무리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오니 벚꽃이 아침보다 더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저녁 예불을 한 후 7시 30분부터는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마음 나누기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오늘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마음 나누기를 하겠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하는 방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용은 네 가지를 말해주세요. 첫째, 오늘 내가 한 일에 대해 간단히 말합니다. 둘째, 일을 하면서 들었던 자신의 마음 상태를 말해 주세요. 셋째, 마음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고 자기 변화를 가져온 알아차림에 대해서 말해 주세요. 넷째, 내일 할 일에 대해서 말합니다. 이 네 가지를 합해서 일인당 나누기하는 시간이 5분을 넘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래서 10명이 나누기를 해도 1시간 이내에 끝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니까 마음 나누기가 더욱더 간명해졌습니다.

“오전에는 두북 수련원 담벼락 밭에 평탄화 작업을 했고, 오후에는 비닐하우스 옆에 퇴비 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평탄 작업은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했고요. 퇴비는 다 뿌리고 나니까 잘 섞인 것 같아서 개운한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평탄화 작업을 할 때 포클레인을 운전했고, 스님이 가시고 나서도 축대를 다시 보완하는 일을 했습니다. 기계를 사용하니까 편안하게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새로운 밭을 만들어내는 일이 참 재미가 있었어요. 오후에 퇴비를 뿌릴 때는 삽질을 하는 게 신이 났는데, 계속하니까 좀 힘들더라고요. 처음에는 포대를 잘라 내면서 퇴비를 뿌리는 방식으로 일했는데, 스님의 제안으로 포대를 미리 잘라서 트럭에 부어놓고 차가 움직이면서 퇴비를 뿌리는 방식으로 바꾸어 봤더니 일이 더 효율적이 되는 걸 보면서 새로운 방식을 발견해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내 식대로 일하려고 하는구나 알아차림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포대를 흔들면서 퇴비를 뿌렸던 기억이 나서 그 방식대로 했는데, 스님께서 트럭 위에서는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시는데도 제 방식을 고집했던 것 같아요. 내 고집을 알아차리는 순간 다시 시키는 대로 해보면서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소똥도 밟아보고 만져보니까 구수한 냄새가 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퇴비를 뿌리고 나니까 빨리 땅을 갈아엎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소똥 냄새가 맡으니까 역한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이 냄새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랐는데, 누군가에게는 구수한 냄새가 되는 걸 보니 재미있었습니다.”

“수련원 담벼락에서 일할 때 저는 팔이 아파서 조금밖에 일을 못했어요. 그런데 스님과 법사님은 누구라도 이 땅을 잘 쓰면 좋겠다는 뜻으로 너무 재미있게 일하시더라고요. 내 땅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혀 힘들지 않고 재미있게 일하는 그 마음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점심때 피곤했는지 잠깐 등을 바닥에 붙였는데, 사람들이 코를 골면서 잤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민망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혼자서 비닐하우스 뒤편에 해우소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혼자서 내 패턴에 맞춰서 일하니까 참 평화롭고 좋았습니다. 같이 일할 때는 옆 사람이 기다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바쁘거든요. 해우소를 다 만들고 나서 남자가 앉으니까 생각보다 똥이 떨어지는 구멍이 작더라고요. 여자들 입장만 생각했구나, 하는 돌아봄이 있었습니다. 퇴비를 뿌릴 때는 트럭을 운전했는데, 천천히 가야 하고, 멈추라는 말소리도 집중해서 들어야 하고, 그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요즘 농사일을 하면서는 작물을 키우는 것보다 터를 닦고 물을 확보하고 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느라 다들 지치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하루하루 성과가 나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스님이 비닐하우스 가장자리에 무언가를 계속 심으려는 모습이 항상 재미있어요. 빈 땅을 그냥 두지 않고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마음이 젊은 사람들과 많이 다른 것 같고, 그 점이 저에게는 항상 재미있게 다가와요.”

“아침에 담벼락 밭에서 스님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같이 가서 일할까 생각했지만, 어제 스님이 ‘너는 쉬어라’ 이렇게 말씀하셔서 갈까 말까 망설여지더라고요. 제가 워낙 앞뒤 안 가리고 일하다 보니 ‘제가 있으면 스님이 불편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담벼락 밭에 일부러 가지 않았어요. 대신 수련원 앞마당에 있는 밭에서 일했습니다. 눈치가 보이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다 듣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화광 법사님에게는 오해가 있었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어제 울력 때 제가 화광 법사님에게 쉬라고 한 것은, 화광 법사님이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다른 법사님들이 많으니까 화광 법사님은 좀 쉬세요’ 이런 의미였어요. 그런데 화광 법사님은 ‘스님이 나는 울력에서 빠지라고 했다’ 이렇게 받아들인 것 같네요. 소통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저는 화광 법사님을 배려해서 말한 거예요. 오해가 생기게 해서 미안해요.” (웃음)

화광 법사님도 웃으며 스님의 마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아침에 불편했던 마음을 알아차린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담벼락에 돌무더기 밖에 없었는데 새로운 밭이 하나 생겨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아침에 울력을 하러 갈 때 마음이 좀 불편했어요. 울력 시작 시간이 8시여서 시간에 딱 맞춰서 가려고 하는데, 비닐하우스에 물을 좀 줘야 한다고 부탁을 받았어요. 그래서 물을 다 주고 출발을 하려는데, 수련원에서 다시 행자님이 비닐하우스로 오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행자님이 올 거면 굳이 우리한테 물을 주라고 부탁할 필요가 없는데, 왜 일을 이렇게 이상하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자님이 비닐하우스에 오기가 어려우면 우리가 물을 주는 게 맞는데, 행자님이 비닐하우스에 오는데 왜 우리한테 물을 주라고 부탁해서 약속 시간을 늦도록 만들지’ 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물을 주라고 부탁한 사람은 이 행자님이고, 비닐하우스에 해우소 지으러 저 행자님이 온 것이었어요. 각자 볼 일이 달랐는데 한 집에 살고 있지만 각자 맡은 일이 다르다 보니 서로 소통을 못한 거였습니다. 그 상황이 이해가 되니 불편한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나누기를 모두 마치고 그 자리에서 잠시 농사 회의를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작업이 무엇이 있는지 점검한 후 스님은 몇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수련원에 남은 의자가 있으면 좀 챙겨 주세요. 동네 할머니들이 마을 입구에 앉아 계시는데 늘 땅바닥에 앉아 계시거든요. 그 자리에 의자를 몇 개 가져다 놓아서 동네 할머니들이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게 해 주면 좋겠어요.”

밭에 나갈 때 스님의 가방에는 늘 간식이 챙겨져 있습니다. 그 간식은 스님이 먹는 간식이 아닙니다. 지나가다가 동네 어르신을 만나면 가방에서 간식이 하나씩 나옵니다. 동네 어르신을 생각하는 스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밤 9시가 되어 마음 나누기를 마쳤습니다. 일인당 5분 안에 나누기를 하자고 했지만, 다들 느낀 점이 많아서 약속한 시간을 초과했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명심문을 함께 세 번 반복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내일도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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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애숙

열심히 농사지으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싹 놓아버리고 코로나
일상으로 돌아가서 농사 울력에 정진하시는 모습을 보년서 집착하고 연연해 하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싹 놓고 가볍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0-04-10 08:56:33

실상

확광법사님 환하게 웃는 사진 좋아요.
농사일을 연구하며 놀이처렁 하시는 스님이 신기합니다. 농사일이 비단그물 짜듯이 아귀가 딱딱 맞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2020-04-08 00:09:36

주영선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면서 어떻게 마음을 모아 일하고 대화를 나누는지 배우게됩니다. 스님과 두북공도체가 보여주는 모습이 큰 귀감이됩니다. 감사합니다.

2020-04-06 11: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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