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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지방분권’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해 전문가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평화재단에서는 외교, 안보, 통일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통일을 위해서는 국내 환경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보고, 작년부터는 국내에서 개혁해야 할 과제들도 하나씩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방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주제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전문가 한 분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습니다.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라는 책을 집필해서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님입니다.
스님은 교수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평화재단 실무자들과 함께 강의를 들었습니다.
‘지역 격차’와 ‘지역민의 삶의 질’에 관심이 많은 마강래 교수님은 최근 몇 년간 쇠퇴 지역 곳곳을 답사하며 지방도시의 쇠퇴가 주민의 삶의 질을 낮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공간(국토의 균형)에 대한 것으로 옮겨갔습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의지에 크게 공감하지만, ‘균형발전’이 아닌 ‘균형배분’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는 정부 정책에 갑갑함을 느껴오던 차에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강의에서도 역시 교수님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지방분권 정책은 오히려 지방에 독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도권에 맞짱 뜰 만한 지방 대도시권을 키우는 게 해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방 분권은 어떻게든 우리가 추진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분권을 할 때는 어느 공간 단위에 권한을 이양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공간 단위는 인구가 500만 명 이상이 되는 광역적인 행정 단위입니다. 광역적인 행정 단위가 정책을 수립할 때 소외되는 지역을 감싸 안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대안들을 수립해나가야 상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전국을 크게 5개의 광역 단위로 행정 구역을 나누는 겁니다. 대전, 세종, 충북, 충남을 합치면 인구가 550만 명입니다. 광주, 전남, 전북을 합치면 인구가 500만 명입니다. 부산, 울산, 경남을 합치면 인구가 800만 명입니다. 대구, 경북을 합치면 인구가 500만 명입니다. 서울, 경기, 인천을 합치면 2300만 명인데, 여기는 좀 더 연구를 해야 해요. 이렇게 5개의 광역 단위로 재편한 후 강원도와 제주도는 특별 구역으로 발전시키면 돼요.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지 정책과 일자리 정책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려면 인구가 최소한 500만은 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보고 있습니다. 이게 ‘지역 국가’라는 개념입니다. 이렇게 광역 단위로 행정 구역을 나누어야 지방 분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강의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2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스님은 교수님과 깊이 있게 토론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강의를 듣고 난 소감만 스님이 간략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강의 내용이 아주 좋았습니다. 대부분 공감 가는 말씀이었어요. 다만 쓰신 책의 제목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토론 거리가 있겠다는 예상을 했었는데, 교수님이 주장하고 싶었던 결론을 다 듣고 나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과 별로 의견 차이가 없네요.
제가 생각했던 ‘지방분권’은 중앙 정부가 갖고 있는 권력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었지, 수도권이 갖고 있는 권력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었어요. 지방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재정 체제만 바꾼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행정 구역을 나눌 때 전통문화를 비롯해서 의식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고, 자연환경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국을 최소한 500만 정도의 인구 규모를 갖는 5개 정도의 광역 단위로 나누어서 연방제에 준하는 국가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구상에서 저도 지방 분권을 이야기했던 겁니다.
물론 수도권의 경우는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더 연구해야 할 과제가 남았습니다만, 현재의 기초 자치 단체를 갖고 지방 분권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교수님의 주장을 끝까지 들어보니 토론할 내용은 거의 없어졌어요. (웃음)
제가 전국을 다니면서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지방 분권이 먼저인지, 지역 균형 발전이 먼저인지에 대해 이견이 많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만약 인구 500만 정도의 규모로 지방 분권을 하게 된다면, 인간 존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방 분권이 먼저 이루어져야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기 돈이 아닌 중앙의 재정을 늘 타서 쓰게 되면 낭비가 많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2012년 한 해 동안 220여 개의 기초 자치 단체를 한 군데도 안 빠지고 다 찾아가서 300강을 했었거든요. 그때 어떤 군에 갔더니 인접한 두 개의 군에서 똑같은 공설 운동장을 각각 새로 지어 놓은 걸 봤습니다. 그 거리가 8km 밖에 안 떨어져 있었어요. 공설 운동장이 양 쪽 다 텅텅 비어 있고, 양쪽 다 매일 풀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 년에 몇 번 사용하는지 물어봤더니 축제할 때 한두 번 빼고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낭비가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인정을 하더라고요. 효율적으로 재정을 집행하기 위해서 이쪽 군에서는 공설 운동장을 짓고, 저쪽 군에서는 실내 체육관을 지어서 서로 협력하면 되잖아요. 왜 낭비를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이렇게 기획을 해서 중앙에서 돈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웃음)
한 번은 환경 운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이 시장으로 당선되었길래 제가 ‘시장님은 이제 시 운영을 친환경적으로 잘하시겠네요’라고 그랬더니 그분이 이렇게 대답했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시장이 되자마자 밤낮으로 중앙정부에 돈 얻으러 가고 산업 시설 유치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시장을 한 번 더 하려면 환경 운동에서 ‘환’이라는 글자도 꺼내면 안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돈이 효율적으로 쓰여지려면 분권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옛날부터 부모가 큰 아들을 집에 데리고 있으면 늘 갈등이 생기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아들한테 살림을 차려줘라. 자기 살림을 차리면 알아서 잘 산다’ 이렇게 말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행정 구역을 광역화해서 지방 분권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재정적인 격차를 줄여나가는 쪽으로 조정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먼저 재정적인 격차를 줄여놓은 다음에 지방 분권을 하겠다고 하면, 중앙에 대한 의지심을 극복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정을 아껴 쓸 줄 아는 태도도 길러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나머지는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에 모두 동의합니다.
그리고 강의 내용 중에 단순히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 문제만도 아니고, 지방에서 광역시와 중소도시 간의 격차 문제만도 아니고, 한 도시 안에서 구도심과 신도심의 격차 문제를 지적해 주신 것도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분석을 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세세하게 연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그 사례를 소개하시면서 경주시 인구가 25만 명이었는데 외곽에 신도심을 개발해서 6만 명이 구도심에서 신도심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하셨어요. 제가 청소년 시절을 경주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그 정도가 아닙니다. 경주시는 서울시만큼 땅이 넓고, 그 땅 전체에 25만 명이 살고 있어요. 경주 시내에 사는 인구는 15만 명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25만 명 중에 6만 명이 빠져나간 게 아니라, 15만 명 중에 6만 명이 신도심으로 빠져나간 것이라고 보셔야 해요. 그래야 구도심이 입은 피해가 얼마나 심했는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이 한 번 더 시간을 내어 주시면, 조금 더 디테일하게 대화를 해보고 싶어요. 저는 어떻게 농촌을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교수님이 연구하신 결과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님의 소감을 듣고, 교수님도 “아주 예리한 지적을 해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평화재단을 나가는 교수님에게 스님은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임대 아파트는 도심에 지어야 하는데, 자꾸 변두리에 짓다 보니까 청년들의 현실에 맞지가 않거든요. 기성세대나 부자들은 오히려 변두리로 나가도 괜찮습니다. 가난하거나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욱더 시내에 살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도와줘야 해요. 프랑스에 가보면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고급 아파트 사이에 서민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져 있어요. 다음에 만나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해 봅시다.”
“스님 말이 맞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정말 필요한데, 거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시장으로 당선된 분들을 만나보면, 권한을 먼저 달라고 많이 이야기해요. 평화재단에서는 그동안 외교와 안보, 통일 문제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연구해 왔는데, 연구를 해보니까 외교와 안보, 통일 문제가 국내의 혁신 없이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국내 문제도 하나씩 연구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또 뵙겠습니다.”
교수님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화두를 갖고 출발했고, 스님은 통일이라는 화두를 갖고 출발했지만, 두 분은 오늘 ‘지방 분권’이라는 주제에서 함께 만났습니다. 앞으로는 남한과 북한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면 참 좋겠습니다.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스님은 평화재단 실무자들과 기획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연이어 가진 후 아픈 팔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들러 치료를 하고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온라인 생중계로 수행법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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