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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함께 경주 남산을 순례하는 날입니다.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광주, 전라에서 총 1100여 명의 학생들과 담당자들이 경주 남산으로 모였습니다. 캐나다, 일본, 스페인, 미국에서도 한 분씩 참여했습니다.
스님은 경주 남산으로 향하는 길에 두북초등학교 앞에 잠시 내렸습니다. 초등학교 동기들이 오늘 봄나들이를 간다고 해서 잠시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동기 분들은 스님이 문경 수련원에 계시다는 소문을 들어서 스님을 잠깐이라도 만나고자 문경으로 나들이 장소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스님이 경주남산순례를 하는 날이여서 출발하기 전에 인사만 하기로 했습니다.
“같이 못 가서 미안해요. 인사라도 하려고 왔어요.”
만난 김에 기념 사진도 같이 찍었습니다. 동기 분들은 “이제 우리도 두북 어르신 나들이 갈 때 끼어 가도 되나?” 라고 물었습니다.
“이제 65세가 넘었기 때문에 참가 자격이 돼요. 다음부터는 한 차 만들어줄테니 오세요.”
시골 학교여서 한 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년 동안 같은 반 친구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족처럼 친할 수밖에 없겠죠.
“스님 모시고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동기들과 헤어졌습니다.
법사님들은 아침 7시 30분부터 각 코스별로 흩어져서 대중들과 함께 입재식을 한 후 경주 남산을 올랐습니다. 그 사이 스님은 손님들을 모시고 대중이 거의 다니지 않는 새갓골로 남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녹음이 짙은 산 속에 들어서자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비가 오고 나서 해가 뜨니까 정말 상쾌하네요.”
맑은 공기와 새소리, 연두빛 옷을 입은 나무들이 머리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 했습니다. 손님들은 오늘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했습니다.
아침 이슬이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는 모습도 참 경이롭습니다. 더욱더 감탄하게 한 것은 남산 곳곳에 핀 연달래입니다. 분홍빛을 띤 연달래가 등산로 주위에 정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가꾸는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예쁘게 피어 있네요.”
비를 맞은 꽃잎이 땅에 우수수 떨어져 있는 길을 지나자 김소월의 시에 나오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라는 구절이 대화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연달래와 진달래의 차이를 비롯해 산에서 만나는 각종 나무와 꽃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그와 관련된 어릴적 추억도 이야기해 해주었습니다.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풍경이 훤히 보이는 큰 바위 위에 도착했습니다.
“날짜를 정말 잘 잡았네요. 이렇게 맑은 날 풍경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구름의 그림자가 산을 넘어 다니는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 산을 내려왔습니다. 국사골에 위치한 통일암 너른 숲속에 돗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학생들도 속속 도착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펼쳤습니다.
대중보다 일찍 식사를 마친 스님은 통일암 입구에 서서 도착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악수를 했습니다. 다들 “꿈인가 생시인가 모르겠어요”라며 무척 기뻐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스님은 약 1시간 동안 1100여 명과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의 환영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아직 도시락을 먹고 있어서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잠시 여흥을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몇 사람이 나와 신나게 노래를 한 곡씩 하자 숲속은 온통 웃음 바다로 변했습니다.
스님은 민중 불교의 산실이었던 경주 남산이 당시 신라인들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총 7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싫은 사람이 너무 많아 고민입니다’라는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가 청중의 공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주위에 싫은 사람이 너무 많아 고민입니다. 특히 싫은 사람이 잘 되는 게 너무 배가 아파서 힘들어요. 남편을 너무 사랑하지만 남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싫습니다. 시어머니 잔소리도 싫고, 형님이 구두쇠처럼 돈을 안 쓰는 것도 싫고, 남편 친구의 부인이 잘난 체하는 것도 싫어요. 화를 억지로 참다 보니까 몸에 병까지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여쭤보려고 용기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내가 한 마디 하겠다’ 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모두 웃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스님은 다시 대중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자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질문자가 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고, 참 문제다’ 이런 사람 손 한 번 들어봐요.
‘아이고, 이해가 된다. 나도 그랬다’ 이런 사람 손들어보세요.
질문자가 문제라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앉으라고 하려고 했는데, 아니라는 사람도 많네요. 질문자는 생선 좋아해요?”
“네.”
“생선살은 먹고 싶은데 가시 때문에 찔린다면 질문자는 어떻게 할래요?”
“안 먹겠습니다.” (모두 웃음)
“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죠? 알밤을 먹으려면 밤송이를 깔 때 찔리게 되잖아요. 그럼 밤송이한테 찔리느니 밤을 안 먹겠다는 쪽이에요? 찔리더라도 알맹이를 먹어야겠다는 쪽이에요?”
“안 먹겠습니다.” (모두 웃음)
“두 가지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걸 보니 이 분이 어떤 분인지 다들 알겠죠?”
“네!”
“그럼 남편하고 이혼하는 게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질문자 웃음)
“헤어지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어쩔 수 없어요. 제 얘기에 동의가 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대부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손 내리세요. ‘스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이런 사람 손들어보세요.”
몇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럼 손 든 사람들이 답을 한 번 내보세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어요. 하나는 이혼, 다른 하나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참고 살아야죠.”
“참고 살아야 한다고요? 그렇게 대답하면 돌팔이예요. (모두 웃음) 생선을 먹고 싶으면 살을 잘 발라야 하겠죠. 가시에 조금씩 찔려가면서 발라야 하는데, 가시에 찔린다고 해서 이를 악물고 참고 눈물 흘려가면서 고기를 먹어야 하겠어요? 가능한 안 찔리도록 요령껏 가시를 발라야 하겠어요?”
“요령껏 해야죠.”
“가시에 찔리느니 안 먹겠다고 하면 내 손해예요. 물론 안 먹는 것도 방법이에요. 저는 그런 사람을 환영해요. 고기 안 먹고 채식하면 좋으니까요. (모두 웃음) 그런데 먹고 싶으면 가시를 발라야 해요. 가시를 바를 때는 두 가지 길이 있어요. 첫째, 잘 못 발라서 찔려가면서 먹는 길이 있고, 둘째, 요령껏 잘 발라서 안 찔리고 먹는 길이 있어요. 이 때 생선에 가시가 들었다고 생선을 탓하는 건 바보라는 말이에요.
밤송이에 가시가 많지만 그 속에 알밤이 들어 있어요. 가시에 찔리느니 밤을 안 먹겠다고 선택하는 건 자유예요. 그렇게 해도 돼요. 저는 안 찔리려고 안 먹는 쪽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결혼을 안 했잖아요. (모두 웃음)
안 찔리려면 먹고 싶은 걸 포기해야 해요. 먹고는 싶고 찔리기는 싫다면 그걸 욕심이라고 해요. 먹으려면 가시에 찔릴 각오를 해야 해요. 그런데 이왕 먹으려면 찔리면서 먹는 것보다는 덜 찔리게 요령껏 하는 게 나아요. 이렇게 덜 찔리도록 요령껏 하는 것을 ‘지혜’라고 합니다.
남편은 시어머니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 둘을 분리시킬 수 없어요. 남편이 생선이라면 시어머니는 가시고, 남편이 알밤이라면 시어머니는 밤송이예요. (모두 웃음) 남편이 알밤이라면 시동생은 밤송이 가시이고, 남편이 알밤이라면 남편 친구는 밤송이 가시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혼하는 게 낫겠다고 말한 거예요. (모두 웃음)
제가 이혼하라고 한 게 아니라 질문자 본인이 이혼하겠다고 한 거예요. (모두 웃음) 아니, 본인이 생선 안 먹겠다고 하고 밤 안 먹겠다고 한 건 이혼하겠다는 말 아니에요? 저는 애초에 먹지를 않았고, 질문자는 좀 발라먹다가 찔려서 포기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
꼭 알밤을 먹겠다, 생선을 먹겠다고 한다면 조금씩 찔려가면서 먹든지, 덜 찔리도록 지혜롭게 대응을 하든지 해야죠. 자, 소감을 얘기해 봐요.” (모두 웃음)
“안 찔리게 잘 발라먹겠습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
“어떻게 하면 안 찔리고 잘 발라먹을 수 있을까요? 질문자가 대답해보세요. 시어머니한테 어떻게 대해야 안 찔릴까요?”
“사실 그게... 제가 지혜롭지 못해서 많이 힘듭니다.” (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지혜롭지 못한 건 내 탓이에요, 시어머니 탓이에요?”
“제 탓입니다.”
“시어머니는 맛있는 생선에 있는 가시와 같으니까 잘 발라야겠죠. 시어머니는 내 사랑하는 남편의 어머니잖아요.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는 원래 내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 거였어요. (모두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가 원 주인을 좀 인정해줘야죠. (모두 웃음) 시어머니가 뭐라고 해도 그건 원 주인이 하는 소리예요. (모두 웃음) 그걸 질문자가 인정을 안 하고 남의 것을 자기 것처럼 생각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단 말이에요. (모두 웃음)
또 남편에 대해서 질문자보다 어머니가 잘 알 거예요.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남편을 키웠으니까 남편의 취향을 잘 알겠죠. 그렇다면 시어머니와 내가 경쟁을 하면 내가 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시어머니는 낳아서 지금까지 남편을 키워줬으니까 그 남자한테 베푼 은혜가 많은데, 나는 별로 은혜 베푼 것도 없잖아요. 남편더러 ‘둘 중에서 선택해라!’ 그러면 남자는 당연히 젊은 여자가 좋긴 하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늙은 여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요. (모두 웃음)
질문자는 아무 공로도 없이 가시 안 바르고 생선을 먹으려다가 가시에 찔려가지고 지금 힘든 거예요. 그러니 시어머니를 원래 주인이라고 생각하세요. 시어머니가 뭐라 그러든 원주인이 하는 말이에요. 아들이 시어머니한테 잘하든, 시어머니가 아들한테 어떻게 하든, 그건 나보다 우선권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하고 살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스님, 그리고 싫은 사람이 잘난체하는 건 정말 보기 싫어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모두 웃음)
“잘났는데 어떡해요? (모두 웃음) ‘잘났다. 인물도 나보다 낫다. 돈도 나보다 많다. 지식도 많다. 그래, 잘났다.’ 잘난 사람이 잘난체하는데 그게 뭐가 문제예요? (모두 웃음) 못난 사람이 괜히 시기질투해서 생긴 문제예요.” (모두 웃음)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제가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죠? 그런데 시어머니를 탓하고, 남편 친구의 아내를 탓하고, 형님을 탓해봐야 해결이 안 돼요. 고구마 속에 쥐약이 들어 있는데 고구마는 먹고 싶고, 죽기는 싫으면 고구마를 안 먹든지 쥐약을 피해가면서 먹어야 해요. 먹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그것처럼 결혼할 때도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결혼하면 무조건 좋은 줄 압니다. 접시에 있는 고구마가 무조건 좋은 줄 아는 것과 같아요. 고구마에 쥐약을 넣어서 접시에 얹어 놓을 까요, 쓰레기통에 놔둘까요? 접시에 있는 맛있어 보이는 고구마는 항상 위험해요. 그 말은 내가 어떤 여자나 남자를 보고 ‘괜찮겠다’ 할 때 쥐약이 들어있다는 거예요. (모두 웃음)
이 이치를 알고 나처럼 아무리 맛있게 보여도 아예 손을 안대든지, 손을 댈 때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딱 잡으면 뒤에 어머니가 있고, 친구가 있고, 형이 있고 다 붙어 있어요. 남편에게 그걸 다 자르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시어머니에게 ‘좋은 아들 만들어서 날 줘서 고맙습니다. 당신 아들 뺏어가서 죄송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시어머니가 어지간히 뭐라 해도 신경 쓸 일이 없어요. 엄마가 자기 아들에게, 아들이 자기엄마에게 잘하는데 그걸 왜 시비해요. 엄마와 아들 사이를 끊겠다는 것은 옛날식으로 말하면 천륜을 끊겠다는 거잖아요. 심보가 못됐어요. 질문자도 아들 낳아서 키우면 반드시 과보를 받을 거예요. 그러니까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는 관여를 안 하는 게 좋아요. 상관을 안 해야 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시어머니를 싫어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남편 친구의 아내가 잘난 체 하는 것까지 못봐준다니 고생 꽤나 하겠어요. 인생이 피곤하겠어요. (모두 웃음)
잘난 척 하면 ‘그래 너 잘났다.’ 하고 뒤에다 이렇게 더하면 돼요. ‘네 똥 굵다’ (모두 웃음)
더 잘난 척하면 ‘네 똥 칼라다’ 하면 돼요.” (모두 웃음)
솔직한 질문자와 유쾌한 스님의 대화를 듣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신나게 웃으면서도 생선과 알밤의 비유는 머리에 쏙 들어왔습니다.
이 외에도 이와 같은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오늘 남산순례에는 노희경작가님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대중의 요청에 따라 노희경 작가님도 나와 잠깐 인사를 했습니다.
“오기 전날부터 참 설렜습니다. 믿고 찾아 뵐 어른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이런 모임이 저희 방송연예가에는 흔치 않습니다. 마음공부가 아니었으면 이런 자유는 느껴보지 못했을 거예요. 좋은 공기도 마시고 좋은 말씀도 듣고 서로 눈 맞추고 감사할 줄 아는 이런 건전한 문화가 방송연예가에도 퍼지길 바랍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대중은 큰 박수로 노희경 작가님을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불교대학을 끝까지 다닐 것과 마음나누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즉문즉설을 마무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부탁은 이거예요. 지금 불교대학 한 달 다녀봤죠? 어떤 일을 한 달 해보고 아주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별로라는 사람도 있겠죠. 한 달 다녀서 만족했다고 너무 좋아하지도 마세요. 너무 좋아하면 나중에 실망할 일이 생깁니다. 또 한 달 다녀봐서 별로라고 그만두지도 마세요. 조금 지나보면 또 진국이 나올 수도 있어요. 알았죠?”
“예!” (모두 크게 대답)
“이왕 입학했으니 좋든 나쁘든 끝까지 다녀보세요. 1년 해보고 별로 신통찮으면 더 나오지 않아도 돼요. 중간에 그만두면 나중에 미련이 생깁니다. ‘시작한 김에 마칠 걸 그랬다’ 이런 미련이 생겨요. 그래서 그동안 시간 낭비를 한 셈이 됩니다. 그러니 첫째, 1년은 마치도록 하세요.
그리고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지식으로만 공부하면 안 돼요. 그러면 요즘 인터넷 검색 잘 되는데 인터넷으로 공부하지, 법당까지 올 게 뭐 있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 마음의 작용과 이치에 대한 설명이에요. 불교대학에서는 기본적으로 그 원리를 배웁니다. 그러나 정토회에서는 그것을 지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그걸 자기화해야 해요. 이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래서 마음 나누기를 반드시 합니다. 지금 마음 나누기 잘 하고 있어요?”
“예!” (모두 크게 대답)
“마음 나누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제가 마이크를 딱 갖다 대면서 ‘마음이 어때요?’라고 물으면 ‘지금 약간 추운데 얘기가 길어지는 것 같아서 이만 끝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모두 웃음) 이렇게 얘기할 때는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지금 마음이 기쁠까요, 좀 답답할까요?” (모두 웃음)
“답답해요.”
“이게 마음이에요. 이럴 때는 ‘저는 좀 답답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아시겠죠?”
“예!”
“먼저 ‘답답합니다’하고 자기 마음의 상태를 먼저 얘기합니다. 그런데 왜 답답한지 살펴보세요. 그런데 그것만 얘기하면 오해를 살 수 있어요. 자기가 자기를 살펴보니까 ‘지금 화장실을 빨리 가야 하는데 빨리 안 끝나서 자꾸 그 생각에 집착하느라 마음이 답답해졌구나’ 이렇게 알 수 있어요. (모두 웃음) 먼저 마음을 이야기하고 그 이유를 뒤에 덧붙여 주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마음 나누기예요. 얘기가 길어질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어떤 분은 어제 남편하고 싸워서 어쩌고 애들하고 어쩌고 하면서 10분씩 얘기하고 (모두 웃음) 또 어떤 분은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 어쩌고 하면서 길게 얘기해요. (모두 웃음) 하나는 과거에 지나간 자기 넋두리를 하는 것이고, 하나는 지식을 얘기하는 거예요. 공(空)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요. 그건 마음이 아니에요.
마음은 항상 지금 일어나는 거예요. 지금 일어나는 마음을 내놓는 건 딱 한 줄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자기가 살피는 거예요. 이 마음은 내 마음이니까 ‘이 마음이 왜 일어났을까?’하고 내가 살피는 거예요.
좋은 법문을 잘 들었는데 나는 지금 가슴이 답답해요. 그래서 스스로 딱 살펴보니까,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남편이 ‘어디 다녀왔냐!’라고 따질게 눈에 선한 거예요. (모두 웃음) 법문을 듣는데 지금 그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답답한 거예요. 그러면 ‘아, 저는 오늘 법문을 들으면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왜 그런가 하고 살펴봤더니, 법문을 듣기는 듣는데 오늘 빨리 들어오라고 했던 남편 말이 자꾸 생각나서 거기 집착하다 보니까 법문이 귀에 안 들어오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렇게 나누기를 할 수 있겠죠. 나누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겠죠?”
“예!”
“그래서 나누기는 아주 쉬워요. 또 법문을 듣다 보면 법문하고 결합해서 자기 마음이 일어나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오늘 법문을 들으면서 시원했습니다. 왜 시원한지 봤더니 법문을 듣다가 “아, 내가 남편한테 너무 집착하고 있구나.”하고 탁 자각이 됐어요. 그러니까 갑자기 기분이 산뜻해지고 좋았습니다.’
이렇게 법문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스님이 훌륭한 것과 내 인생은 아무 관계가 없어요. 스님이 아무리 훌륭하면 뭐해요? (모두 웃음) 남의 밥그릇에 밥이 많으면 뭐해요? 내 밥이 중요하죠. 부처님이 훌륭한 것도 나하고 별 관계가 없어요. 그것이 나에게 무슨 이익이 되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지금 유튜브로 즉문즉설 들어서 자기에게 이익이 좀 되고 있어요, 안 되고 있어요?”
“되고 있어요!” (모두 크게 대답)
“네, 그렇게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지, 안 그러면 그냥 그림의 떡이에요. 법문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나누기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요.
그래서 나누기를 참여하지 않으면 출석했다고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학교 교육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법문 다 듣고 오늘 바빠서 조금 일찍 가는 건데, 나누기 그거 안 했다고 왜 그러냐!’라고 해요.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니 나누기를 꼭 참가하셔야 합니다.”
스님은 법문을 자기화하는 수행과 더불어 보시, 봉사를 해야 하고, 수행자로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 정토회에서 ‘돈거래, 상거래, 연애’는 금지되어 있다고 명확히 알려주었습니다. 2시간 넘게 열정을 다해 지혜를 알려준 스님에게 대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요 밑에 내려가면 염불사라고 하는 아주 좋은 절이 하나있어요. 옛날에 염불사에서 어떤 스님이 염불을 하면 음향시설도 없는데 서라벌 시내까지 그 염불 소리가 다 들렸다고 해요. 거짓말이겠죠?(모두 웃음) 진짜 소리가 들렸다기 보다 그 스님의 염불하는 마음이 워낙 간절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면 어떤 일이 성취될 가능성이 높아요. 정토회에서는 개인이 복을 비는 것을 간섭하진 않지만 집단으로 빌진 않습니다. 사람을 어리석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복을 빌지 말라고 해도 다 빌고 싶은 일이 있잖아요. 저도 있어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에요. 그래서 그런 전설이 있는 염불사에 가서 염불을 하려고 해요. 일종의 문화행사입니다. 개인이 원하는 소원을 속으로 빌어도 돼요. 정토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기 때문에 여러분도 개인기도 외에 한반도에 전쟁이 절대 일어나지 않고 남북한이 화합하고 통일이 이루어지길 발원하는 기도도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산길을 내려 온 대중들은 염불사 앞에 모여 경주남산순례를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참석한 대중들을 위한 축원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발원한 후 수고해준 법사님, 스텝, 불교대학 담당자를 위해 다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이제 막 수행의 길에 들어선 불교대학 학생들을 아끼고 독려하는 스님과 법사님, 선배 도반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오늘 행사를 마무리하는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날씨가 끝까지 맑고 좋네요. 정토회에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전부 다 자원봉사자로만 구성돼 있어요. 해외에 파견돼서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전문성이 좀 떨어집니다. (모두 웃음) 두 번째, 연속성이 좀 떨어집니다. 몇 년 하다가 그만두고 또 몇 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요. 세 번째, 좀 불친절합니다. 면직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안 쓸뿐더러 떨어지면 더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모두 웃음) ‘정토회는 수행하는 곳인데 왜 저렇게 뻣뻣하냐!’라고 한다면 그건 정토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성질이 그래서예요. (모두 웃음) 그걸 감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운영되는 정토회다 보니 부족한 게 굉장히 많습니다. 바깥에서 볼 때는 좋아 보이지만 들어와 보면 별로 친절하지도 않고 체계적이지 못한 구석이 있어요. 그 이유는 자원봉사로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법사님들은 봉사를 해도 평생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의 봉사자들은 평생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조금 하다 그만두고 조금 하다 그만두다 보니 부족한 점이 좀 많습니다.
그러니 선배 흉보지 말고, 여러분은 불교대학 졸업하면 평생 봉사자가 돼서 ‘정토회의 고질병인 전문성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우리가 확 바꿔버리겠다!’ 이렇게 큰 원을 세워주시길 바랍니다. 열심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
비온 뒤 더욱 맑았던 봄날, 한해를 살아갈 기운을 담뿍 받았습니다.
내일은 서울, 제주, 경기, 대전, 강원도, 충청도 지역 불교대학생들과 남산 순례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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