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4. 10 두북어르신 나들이
어르신들, 자식 걱정 말고 건강하게 사세요

스님은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뒤 공양을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활천, 가정, 음지, 양지 등 두서면 각 마을의 어르신들을 초청하여 봄나들이를 떠나는 날입니다.
6시 40분, 이른 시간인데도 어르신들이 벌써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계셨습니다. 스님은 각 버스에 올라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작년에 이어서 봄나들이 때가 되어서야 스님을 만나게 되는 어르신들은 스님 손을 마주잡고 반가워하셨습니다. 버스 4대 중 기다리던 마지막 한 대가 두북 수련원 정문 밖으로 정차하자 스님은 얼른 달려가서 차 안에 타고 계신 어르신들께 인사드린 다음, 차량을 출발 시켰습니다.

오늘 두북 어르신 봄나들이 프로그램은 팔공산 자락의 동화사, 파계사, 송림사 3사 순례를 하는 것입니다. ‘올해가 윤달이 있는 해라서 3사 순례를 하면 좋단다’라고 하셨던 어르신들 말씀을 따라 화광법사님께서 제안하신 것입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하여 좀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다 함께 봄나들이를 떠나니 어르신들은 어릴 적 소풍을 떠나는 기분으로 즐거워하셨습니다.
첫 번째 방문은 대구 동화사입니다. 계단이 많아 다리가 아픈 어르신들이 다니기에 편치 않아 부산 울산 지부의 자원활동가들은 가능한 계단이 아닌 곳으로 안내하거나 부축해 드렸습니다.

스님은 대웅전 앞에서 간단히 동화사에 대하여 설명 드리고 이름난 30미터의 통일약사여래대불로 안내하였습니다.

통일약사여래대불의 오른편에 법화보궁이 새로 마련되어 있어서 들어가서 둘러보기도 하였습니다. 뒤에 오신 분들도 도착하자 차량별로 통일약사여래대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모두 찍자, 통일대불과 마주한 통일대전에서 동화사 주지이신 효광스님께서 어르신들게 인사드리고 싶다하여 통일대전으로 모였습니다.

어르신들이 법당에 자리하자 자원봉사자 대중들과 스님은 ‘약사여래불’ 염송을 하였습니다. 다리를 굽히고 앉기도 힘든 분이 계셔서 다리를 펴기도, 허리를 숙이기도, 기둥에 등을 기대기도 하시며 두 손만은 간절하게 모으고 염불하였습니다. 염불을 마무리 하면서 스님은 발원문을 덧붙였습니다.

‘우러러 발원합니다.
사바세계 남염부주 동양 대한민국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활천리, 복안리, 내왕리, 봉계리, 남명리 일대에 거주하는 대중일동이
팔공산 동화사 약사대불 앞에서 간절히 발원하옵니다.

살아생전에는 육신이 건강하고 정신이 맑고 마음이 편안하고 가정이 화목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고,
인연이 다하고 명이 다해서
이생을 마감할 때는
고통 없이 명을 마치기를 발원하며
명을 다하게 되면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저 극락정토에 태어나서 부처님 법을 배워
해탈열반을 성취케 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몸이 아파 육신이 병고에 시달리는 분들도
오늘 동화사 약사여래대불 앞에서
약사여래부처님을 부른 공덕으로
병이 속히 쾌차하기를 발원합니다.
또한 어르신들의 자제분들 또한 가정이 화목하고 병고 없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발원하오니
제불보살, 천룡팔부신중님들은
저희의 발원이 성취될 수 있도록 옹호하여 주옵소서.

오늘 저희가 동화사 약사여래불 참배 인연공덕을
먼저 돌아가신 조상영가님께 회향하오니
조상 영가님들도 왕생극락하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석가모니불’

간절한 염불이 끝나자, 스님은 어르신들과 인사 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지요. 윤달이어서 3사 순례가 좋다고 하셔서 모시고 왔는데 사찰들이 산 속에 위치하여 가파르다보니 어르신들 다니시기에 좀 불편하네요. 파계사는 동화사보다 더 가파른데 상황을 보고 가실만한 분들은 간단하게 둘러보고 다른 분들은 편한 곳에서 기다리시고요. 송림사는 평지 절이라서 다니시기에 괜찮으실 것 같습니다.

혹시 뭐 궁금한 게 있으시다거나 하면 물어보세요.”

스님의 말에 어르신들이 말없이 웃으면서 계셨습니다. 그러자 우연히 법당에서 기도하고 있던 노보살님께서 스님 곁에 다가가 마이크를 쥐고 ‘능엄경을 읽고 있는데 능엄경은 읽는 사람한테만 좋고 가족들에게 가피가 가지 않는다는 말을 하더라. 정년퇴임한 아들이 잘 되길 바라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질문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걱정을 한다면 이제 자기걱정 해야 될까요? 자식걱정 해야 될까요?”

“(어르신들) 자기걱정.”

“(한 어르신) 걱정 안 해야 돼요!”

“예, 맞습니다. 걱정 안 해야 돼요. 아들, 딸이 스무 살 넘으면 그 후에는 자기네가 알아서 살도록 해야 됩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걱정을 안 해야 해요. 부모가 자식걱정을 하면 할수록 아들, 딸이 불효자가 됩니다. 그 이유는, 부모를 걱정시키는 아들, 딸은 불효자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아무리 아들, 딸이 부모한테 잘해도 부모가 계속 아들, 딸 걱정하면 아들, 딸은 불효자가 되는 거예요. 아들, 딸이 부모한테 못 해도 부모가 아들, 딸 걱정을 안 하면 아들, 딸은 그대로 효자가 되는 거예요. 이왕이면 아들, 딸을 효자로 만드는 게 좋아요, 불효자로 만드는 게 좋아요?”

“(어르신들) 효자요.”

“예. 그런데 아들, 딸이 부모한테 잘 해 주는데도 부모가 아들, 딸한테 계속 불만이면 아들, 딸이 불효자가 되지요? 또 아들, 딸이 부모한테 찾아오지도 않고 소위 ‘코빼기도 안 내민다’ 그래도 부모는 ‘옛날에는 아들, 딸이 쌀 달라, 돈 달라 하더니 요새는 그 달라는 소리를 안 해서 내 속이 편안하다’라고 생각하면서 아들, 딸을 원망하지 않으면 아들, 딸이 효자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효자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아들, 딸이 부모한테 잘해서 효자 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부모가 자식한테 바라는 게 없어서 아들, 딸이 효자가 되는 방법이 있어요. 효자 만드는 법, 모두 아시겠지요?”

“(어르신들) 예.”

“그러니 여러분들이 자꾸 아들, 딸 원망하고, 며느리 원망하면 그게 바로 불효자 만드는 방법인 거예요. 불효자를 만들면 자기한테 손해예요.

옛날에 어떤 할머니가 저한테 이렇게 물으셨어요.

‘스님, 제가 기도를 하는데 제 기도가 성취가 될까요?’
‘무슨 기도를 하시는데요?’
‘우리 손녀딸 입시기도를 하거든요.’
‘손녀딸이 몇 학년인데요?’
‘고3이에요.’
‘어떤 기도를 하시는데요?’
‘매일 절에 와서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입시기도를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시면 당연히 소원이 성취되겠지요. 그런데 무슨 걱정이 되셔서 저한테 물으세요?’
‘우리 손녀딸이 교회 다니거든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한 할머니가 손녀딸이 대학시험에 합격하길 바라고 절에서 기도했는데, 그 손녀딸은 정작 교회를 다닌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아무리 절에서 기도해도 그 기도가 과연 성취가 될지 걱정이 되어서 저한테 물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할머니한테 그랬어요.

‘아이고, 관세음보살이 아무렴 할머니 같을까 봐요.’(모두 웃음)
제 말이 무슨 뜻일까요? 보통사람들은 ‘너는 교회 다니니까 안 돼. 너는 절에 다니니까 돼.’ 이렇게 구별하지만 관세음보살이라는 위대하신 분이 겨우 고등학교 3학년짜리가 교회 다닌다고 시험에서 확 떨어뜨려버리고, 절에 다닌다고 대학에 넣어주고, 그렇게 하실까요, 안 하실까요?”(모두 웃음)

“(어르신들) 안 해요.”

“예. 그렇게 하면 그건 관세음보살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되겠지요?”

“(어르신들) 예.”

“그런데 우리는 자기 생각대로 믿는 거예요.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다 평등하게 보는 분이고, 부처님은 모든 사람을 다 평등하게 보는 분이지, 우리 보통사람들처럼 하나님, 부처님께서 ‘내 사람, 네 사람, 나한테 잘하는 사람, 나한테 못하는 사람’을 구별하진 않으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절에 보시할 때도 천 원 내든 만 원 내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부처님이 천 원 보시한 사람한테는 복을 조금 주고, 만 원 보시한 사람한테는 복을 많이 주고, 그러실까요? 안 그러세요. 그러니까 각자 형편대로 보시하시면 돼요. 아시겠습니까?”

“(어르신들) 예.”

“그러니 ‘내가 절에 갔을 때 만 원은 냈어야 하는데 천 원밖에 없어서 천 원만 냈으니 복을 못 받겠다’는 생각은 하면 안 됩니다. 없으면 안 내도 돼요. 얼마를 내든 그건 본인 자유니까요.

여러분, 신앙은 자유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절을 보면, 이 절처럼 약사여래불을 모시기도 하고, 다른 절에는 미륵불을 모셔놓기도 하지요. 그러면 그 절에 모셔놓은 대로 약사여래불을 부르거나 미륵불을 부르면서 기도하면 돼요. 더 시간이 나면 지장보살이나 관세음보살도 부르고, 시간이 없으면 관세음보살만 부르면 되지요. 그러니까 시간이 나면 반찬을 여러 개 만들어서 먹고, 바쁠 때는 반찬 하나만 해서 먹으면 되지, 꼭 하나만 만들어야 된다, 여러 개를 만들어야 된다는 법은 없어요. 그래서 생각을 좀 자유롭게 하셔야 됩니다.”

즉석에서 ‘즉문즉설’의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스님 이야기를 재밌는 듯 들으시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옆에 어르신과 이런 저런 의논인 듯도 하셨습니다.

이어서, 동화사 주지이신 효광스님이 오셔서 간단하게 인사말씀과 법어를 전해주셨습니다. 통일대전에서의 시간을 마무리 하고 다함께 점심 공양을 하러 갔습니다. 계단에 내려갈 때는 자원봉사자가 부축해 드리면서 조심조심 내려오셨습니다. 스님은 동네 어르신을 부축하여 함께 내려왔습니다.

순두부 찌개가 점심 상에 올랐습니다. 약간 쌀쌀하기도 해서 뜨끈한 순두부 찌개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점심을 드시면서 약주도 한 잔 하시며 여흥의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어르신들과 함께 흥을 돋우었습니다.

한 시간쯤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다시 3사 순례의 두 번째 절, 파계사로 향했습니다. 아무래도 높은 곳에 위치하고 계단이 많다보니 아래에서 쉬는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짧게 둘러 볼 수 있는 곳만 살펴보고 바로 이어 송림사로 갔습니다.
송림사는 양지바르고 평지라 어르신들이 돌아보는데 수월했습니다.

“여가(여기가) 낫네.”

하시며 한결 편하게 다니셨습니다.
송림사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의 5층 전탑을 배경으로 마을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따뜻한 양지에서 스님은 간략하게 설명을 해드리고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오후 세시가 넘어서서, 오늘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하였습니다. 차량을 타기 전, 어르신 두 분이 오셔서 ‘묘에 상석을 쓰려는데 어떻게 어디 조상까지 쓰는 것이 좋을지‘ 물어오셨습니다. 스님은 어르신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르신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차량이 출발할 준비를 하자, 스님은 네 대의 차량에 올라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인사드렸습니다. 차량이 떠날 때까지 스님은 배웅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스님은

“어르신 잔치에 못 오신 분도 더러 계시더라. 웃 마을에 어르신은 이번에 뵈지 않으시던데. 아까 노래하던 어르신도 작년만 못하게 몇 곡 못 부르시던데.”

어르신 잔치를 거듭할수록 한해가 다른 모습으로 노쇠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스님은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래도 스님은 어르신들 봄나들이를 내년에도 준비하실 겁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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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진

이렇다 저렇다 상을 짓지 않고 어르신들을 대하는 스님의 모습을 봅니다. 근본불교의 정신에 어긋나 기복신앙으로 불교를 받아들이는 어르신들을 보면서도 그 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시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저라면 불교는 원래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할 것 같은데^^ 암튼 고맙습니다.

2017-04-18 11:26:49

^^^^

어르신들이 참 세련되셨네요 ..약주도하시고 ㅎ 5층탑이 참 예쁘네요..마실(마을)별로 사진을 찍으셨군요^^언젠가 이곳사진서 뵈었던,스님 누님분같으신 분도 뵈시구..그때 아프시다고 읽은거같은데 ㅜ업어드리고 싶네요..병을 터시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스님곁에 계셔주세요 사랑합니다!

2017-04-14 03:31:08

이기사

감사합니다_()_

2017-04-13 19: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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