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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주간반에서 모둠장 소임을 맡거나 담당자 소임을 맡아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250여 명의 활동가들과 함께 문경새재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원래는 오전부터 가을 나들이를 시작하려 했는데, 비가 오기 때문에 먼저 문경정토수련원에 모여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고민이 되었던 점들과 정토회에 건의하고 싶은 점들에 대해 총 6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즉문즉설을 통해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의문들을 속시원히 풀고 갈 수 있었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되어 문경새재로 가을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문경새재 제1관문 앞에는 스님과 단체사진을 찍고자 많은 대중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스님은 지나가는 통로를 막고 있는 대중들을 보며 “이 길이 다 너그 꺼가?” (이 길이 너희들 것이냐?) 라고 웃으며 호통을 쳤는데, 스님의 사투리에 모두들 크게 웃으며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제1관문을 지나 단풍이 우거진 한적한 곳에 이를 때까지 스님은 대중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길을 걸었습니다. 평일이고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문경새재가 있는 이곳은 소백산맥이에요. 경상도 사람들이 서울을 가려면 이 소백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소백산맥을 넘는 여러 가지 고개 중에 경부선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추풍령입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전부 문경 쪽으로 와서 문경새재가 있는 조령을 통해 넘어갔습니다. 경상도에서 서울로 가려면 반드시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해요.
조선시대에 일본의 침략에 대비해서 이곳에도 성을 쌓았어요. 임진왜란 때 일본은 부산 동래로 들어와서 바로 이 길을 따라서 서울을 점령해버렸거든요. 처음에는 이곳을 지키는 군인들이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바로 격파가 되어 버렸어요. 전쟁 끝나고 나서 1관문, 2관문, 3관문, 이렇게 좀 튼튼히 쌓은 겁니다."
임진왜란 이야기가 나오자 스님은 당시 의병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왜 의병들이 그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대에는 통일의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속으로 한참을 걷자 드디어 울긋불긋 단풍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대중들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기뻐했습니다.
“여기 와 보니까 가을이 좀 느껴집니까?”
“예.”
“여름에 더울 때는 가을이 없어졌나 싶었는데 그래도 어김없이 가을이 오잖아요. 그래서 옛날부터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다’ 라는 말이 있어요. 좀 늦을 뿐이지 세월을 이길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도 계획보다 조금 늦어질 뿐이지 변함 없이 해나가면 결국은 이뤄지는 거예요. 또 여러분들은 지금은 ‘아이고, 피부도 곱다. 꼭 40대 같네’ 라고 해도 70대가 되면 속일 수가 없어요. 잠시 늦더위가 찾아오는 것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발견해 주는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 빨갛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는 저절로 탄성이 나왔습니다.
“아따, 단풍 많이 들었네. 저기 보세요.”
“와, 이건 진짜 빨갛다.”
한 쪽 편으로는 옛 과거길이라고 적힌 작은 길도 보였습니다.
“이 길은 새로 닦은 길이고, 저기 오른쪽에는 옛 과거길이 있어요. 옛날에는 보통 사람들이 이 고갯길을 넘을 일이 별로 없었죠. 이 고갯길을 넘을 사람은 딱 두 종류가 있어요. 누굴까요?”
“과거 보러 가는 사람이요.”
“맞아요. 과거 보러 가는 사람들이거나 관료로 임명받아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었어요. 여기 보이는 주막은 ‘조령 원터’인데, 주로 관료들을 위한 숙박업소였다고 보시면 되요. 또 다른 부류는 장사꾼들입니다.”
“산적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산적이야 당연히 많았겠죠. 그래서 시골에서는 ‘열박재’라는 이름의 고개가 있어요. 이 고개를 밤에 넘으려면 장정 열명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배고개’는 백명이 있어야 밤에 고개를 넘는다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특히 조선조 말엽에는 화적대가 많았거든요.”
잠시 머릿 속 상상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가는 선비가 되어 봅니다.
오늘 모인 대중들은 모둠장 소임을 맡고 있는 분들인데, 그동안 각 정토회 법당에서 모둠을 운영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을 겁니다. 오랜만에 스님과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음에 무척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은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고 하면서 단풍을 배경으로 지역별로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대중들이 단풍 구경을 더 하고 있는 사이, 스님은 “즐겁게 시간 보내고 오세요” 라고 인사한 후 서둘러 문경새재를 걸어 나왔습니다. 저녁에는 경주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 7시부터는 경주 동국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행복한 대화’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 이야기를 보실 분은 여기▼를 클릭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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