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6.25 평화교육원 통일열린마당
"잃어버린 독립운동사 복원이 통일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어제에 이어서 평화교육원 워크샵 2일째를 맞이해 전문가들과 ‘시대 전환기 패러다임 전환과 국가 비전’을 주제로 토론을 한 후, 저녁에는 김홍신 작가님과 함께 ‘신한촌 역사회복재건과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사’에 대해 대담을 나누었습니다. 

 

평화연구원 워크샵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아침 식사와 산책 시간을 가진 후 9시부터 제3마당 ‘이후 전망과 과제’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 변화, 헌법 개정, 다당제에 기반한 연합정부 등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는데, 오늘은 어제의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이후 전망과 과제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를 맡은 평화재단 고경빈 이사님은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와 남북관계의 위기,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실업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시대 전환기를 맞이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준비 상태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대화를 나눠보자”라고 하면서 토론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토론은 헌법 개정, 지방 분권, 다당제, 영국의 브렉시트,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모두들 충분한 토론 시간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할 정도였습니다. 

 

토론 내용 중에는 어제 있었던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한 충격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특히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소 이문영 교수님은 “어제 영국의 브렉시트가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세계는 경계를 허무는 쪽으로 나아갔는데, 어제 브렉시트는 반세계화, 반지구화 쪽으로 유턴하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분리주의가 강화되는 이런 흐름 속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던졌습니다. 

 


 

고경빈 이사님도 “브렉시트는 이민 문제에서 촉발되었는데, 이것을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입해 보면 결국 북한의 노동시장과 남한의 노동시장이 결합하는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 같다”고 하면서 이 교수님의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의 토론 열기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스님도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가 큰 충격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EU를 만들었다는 것은 유럽이 그만큼 서로 연대가 필요했다는 것을 말하죠. 반면에 영국이 탈퇴하겠다고 한 건 그 연대의 깊이와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을 무슨 큰 변화라고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싶어요. EU 중앙 정부의 권한을 너무 강화시키면서 각국의 지방 정부는 ‘우리의 주권이 빼앗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EU를 탈퇴하는 것을 ‘독립했다’라고 표현하잖아요. 실제 그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우려와 고민은 등한시 하고 EU를 만들어서 미국과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것에만 치중한 EU 엘리트들의 조급함이 오히려 민중을 소외시킨 것이 아닌가 싶거든요. 

 

그리고 통합 과정에서 이해 관계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것 같아요. 다시 말해서 영국 출신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민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 자기들의 이익에 손해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영국 출신 노인들 입장에서는 EU에 대한 부담금이 많은 것이 자기들에게 돌아올 복지를 전 유럽이 나눠가져야 한다고 느끼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젊은층은 잔류하자는 쪽이 높았고, 노인층은 탈퇴하자는 쪽이 높았고, 직업군으로는 블루 칼라와 저소득층은 탈퇴하자는 쪽이 높았고, 평균 소득 이상의 지식인층은 잔류하자는 쪽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이 나왔잖아요. 

 

또 영국 안에서도 잉글랜드로부터 자신들이 억압받는다고 생각하는 스코틀랜드는 오히려 EU와 느슨한 관계 속에서 독자성을 가지려고 하니까 EU에 잔류하는 것에 찬성하면서 잉글랜드로부터는 독립하려고 하잖아요. 이런 현상은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인간의 속성으로 봐야하지 않은가 싶어요. 다시 말하면 지금 유럽 안에서도 분리독립을 원하는 곳이 많습니다. 중앙정부가 너무 힘으로 억압을 해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자유롭게 분리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겁니다. 반대로 분리독립된 상태에서 따로따로 가는 것보다는 서로 연대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고 자신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연대하고자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기류입니다. 즉 억압되어 있는 상태에서 분리독립하려고 하는 것은 근대적 과제인 반면, 자주 독립에 기반해서 다시 연대해 가려고 하는 것은 현대적 과제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측면에서 벨기에도 남북으로 분리독립이 필요하고, 스코틀랜드도 분리독립이 필요하고, 스페인도 분리독립이 필요한 건데요. 이것을 자꾸 잘했다 잘못했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밖에서 보는 것과 실제 주민들이 느끼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처럼 남북의 통일 문제도 무조건 통일해야 된다든지, 무조건 통일하면 안 된다든지 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가령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야 하니까 급격한 통일을 원하지 않지만, 주민들은 워낙 고통스러우니까 급격한 통일을 원할 것입니다. 남한에서도 과거에는 북한이 더 잘 살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통일을 원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못살게 되니까 재벌과 기득권층이 통일을 더 원합니다. 통일이 자신들의 사업적 이익을 고려할 때 더 유리하거든요. 반면에 노동자층은 자신들이 수십년 간 투쟁해서 쌓아온 노동 조건이 허물어지고 저임금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통일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마치 유럽에서 외국인의 이민에 대해 저항감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은 이념적인 문제로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특히 비정규직 계층에서는 반통일 정서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도 여론조사에 통일 반대가 많은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무직인 사람들이 반대 의사를 많이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것을 좋다 나쁘다라고만 단정짓지 말고 여기에 기반해서 통일의 속도를 조정해 줘야 한다는 겁니다. 통일은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통일이어야지 국가의 이익만을 우선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발전해야 하고, 국민은 행복해야 한다는 이 두가지가 함께 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발전하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못한 경우가 있고, 국민은 행복한데 국가에는 비전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국가 전체에게도 이익이 되고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국가주의에 빠져서 개인의 희생을 지나치게 강요하기가 쉽습니다. 또 개인들은 자기 희생은 안 하려고 발버둥치려고 하다 보니까 공동체 전체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하기가 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EU에서는 꼭 영국이 탈퇴하라고 정리하기 보다는 속도를 약간 늦추고 중앙의 힘을 강화시키지 않고 독자성을 더 주고, 조금 느슨한 그러면서 조금 더 기다려주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30년 정도 지난 후 나이 든 사람들이 죽으면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닌가 싶거든요. 유럽인들이 현명하다면 영국인들의 이런 문제제기를 수용해서 오히려 속도를 조절하는 쪽으로 가면 좋겠다 싶어요. 탈퇴하려면 2년에서 7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거든요. 협상과정에서 새로운 길이 나올수도 있고,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해서 다시 EU에 참여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거든요. EU라는 큰 틀이 있기 때문에 작은 나라들이 분리독립하는 것이 사실은 큰 문제가 안 됩니다. 그 안에서 같이 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직도 분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곳이 있고, 연대해야 할 과제가 남은 곳이 있어요. 그것처럼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고, 일본과 연대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어요. 그런데 독립해야 하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미국의 강요에 의해서 연대해야 하는 과제가 자꾸 주어지니까 한국 국민들의 감정에 저항감을 초래하고 있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우리가 영국의 브렉시트를 보면서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전문가들도 모두 경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토론이 진행되는 중에도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한 실시간 뉴스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서 전문가들은 뉴스들을 검색해 보면서 아주 흥미진진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이어서 분단으로 인한 좌우 이념 갈등, 개헌의 필요성 등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평화재단 전문가들이 집단 지성을 통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와 대안들이 제시 되었습니다. 

 

그 중 과학기술 분야 쪽 전문가 한 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해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관심있게 경청했는데, 이 솔루션이 과연 현실 적용가능한지 열띤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3시간 동안의 토론을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법륜 스님에게 정리 말씀을 부탁했습니다. 스님은 토론에 참여해 준 전문가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하면서 토론 중 많이 제기된 갈등의 해결방법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씀을 했습니다. 

 

“1박2일 동안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던 만큼 좀 이상적인 편입니다. 그러나 평화재단을 만든 것은 전 우주적인 것을 생각하고 만든 것이 아니예요. 정토회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먼 미래를 보고 만든 단체라면, 평화재단은 ‘남북 간의 전쟁을 막아야 한다’, ‘미래를 위해 통일을 우선 해야 한다’ 등 당면한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즉 정토회는 먼 미래를 생각해야 되니까 수행, 환경, 평화, 빈곤퇴치 등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활동해 나가는데, 평화재단은 그 중에 한반도의 평화 문제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설립했어요. 

 


 

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지만, 대부분 행복하지 못해요. 제 생각에는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별로 없을 것 같거든요.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 하면서 싱글벙글 하고 살아야 되는데, 대부분 우거지상을 하고 살아요. 그 이유는 첫째,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 안 되어서 생기는 불만족이 원인이고요. 둘째, 삶의 의미를 별로 찾지 못하는 것이 원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삶의 의미를 못 느끼는 이유가 삶의 의미를 너무 크게 두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그냥 산토끼 한 마리가 살 듯이 생각하면 삶의 의미가 간단하게 잡히는데, 너무 삶의 의미를 거창하게 두니까 자기 존재가 자꾸 미약하게 느껴지지 않느냐 싶거든요. 그래서 저는 ‘인생이 별 것 아니다. 토끼 한 마리가 사는 것과 같다. 그냥 가볍게 살면 된다’ 이렇게 기대를 낮춰줌으로 해서 삶의 만족도를 높여 줍니다. 다른 것을 더 채워줘서 만족도를 높여주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 병에 걸리는 문제, 최소한의 교육을 받는 문제, 전쟁의 문제 등은 당장 인간에게 많은 고통을 주는데, 한국 사회는 이런 문제들로부터는 우선 벗어난 것 같아요. 지금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괴로워하는 문제는 갈등입니다. 부부 간의 갈등, 부모 자식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 남북 간의 갈등 등 많은 갈등이 있는데, 갈등의 핵심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경제적인 이해 관계의 충돌입니다. 둘째, 견해의 차이입니다. 

 

이 중에 갈등의 바탕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입니다. 미중의 갈등이 가장 크게 바탕에 깔려 있고, 그 위에 하위 변수로 남북의 갈등이 놓여 있습니다. 남북의 갈등 위에 다시 남한 안으로 들어오면 빈부 격차가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다들 먹고 살만 하잖아요. 그런데 빈부 격차가 커짐으로 해서 고통도 점점 더 커지는 겁니다. 여기서 미중의 갈등은 우리가 관여할 수가 없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남북의 갈등을 어떻게 완화시켜서 평화와 통일로 나갈 것인가, 남한 안에서는 어떻게 빈부 격차를 완화시키고 사회구성원 간의 협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이 두가지 주제를 우리가 풀어내야 합니다.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오늘 토론 과정에서 새롭게 느낀 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효율적인 결합 방식입니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수 대중의 의사를 가능한 많이 받아들일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인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참여가 높을수록 주인의식을 갖게 되거든요. 여기서 결과도 좋으면 만족을 느끼게 되고요. 오늘 토론이 좀 부족했는데, 앞으로 더 시간을 내어서 논의를 하면서 함께 방향을 잡아갔으면 합니다.”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큰 박수와 함께 1박2일 동안의 워크샵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참여한 전문가 분들 모두에게 새책 ‘행복’을 직접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야외로 나가서 연못 위 나무 다리 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연못에 핀 연꽃들과 전문가분들의 웃음꽃이 함께 어우러져 아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다함께 막국수집으로 이동해 점심식사를 하며 워크샵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더 나눈 후 각자 갈 곳으로 흩어졌습니다.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으로 이동해서 오후 내내 집무실에서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는 서울 정토회관 1층에서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주관으로 ‘독립운동사의 복원과 통일코리아’를 주제로 법륜 스님과 김홍신 작가님이 함께 대담을 나누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평화교육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주제로 ‘통일열린마당’을 열고 있는데, 오늘은 러시아 연해주를 배경으로 한 독립운동사와 그 근거지였던 신한촌의 역사회복재건을 주제로 대담이 열렸습니다. 

 


 

Daum에 연재되고 있는 스토리펀딩을 통해 1만원 이상을 후원하신 분들을 포함해 평화재단과 정토회에서 행사 소식을 접한 300여 명의 대중들이 서울 정토회관 1층을 가득 메웠습니다. 스님과 김홍신 작가님이 무대로 등장하자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습니다. 

 

스님과 김홍신 작가님은 작년 8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 연해주 일대의 독립운동 유적지와 발해 유적지를 답사했었습니다. 두 분은 답사를 하면서 이미 충분히 많은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늘 대담에서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아주 편안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김홍신 작가님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째, 고대 역사 속에서 연해주는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둘째, 러시아로 한인들이 이주해 간 역사는 언제부터인지, 셋째,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었는데 그 내용이 어떠했는지, 넷째, 1937년에 감행된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대한 스님의 생각은 어떠한지 등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은 쉽고 자상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질문으로 김홍신 작가님은 신한촌에서 있었던 역사를 왜 다시 회복하고 재건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왕성하게 펼쳐졌던 독립운동의 역사와 강제 이주의 아픔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러시아 연해주로 한국인들이 이주한 것은 지신허 마을이 최초입니다. 그 다음에 연추 마을로 확대되었고, 거기서 점점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도 한국인들이 살게 되었는데, 그것이 몇 백명에서 시작해서 몇 만명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전염병이 돌게 되면서 1893년에 한국인들을 시내에서 2km 밖으로 강제 이주시켰습니다. 원래 살던 곳을 ‘개척리’라고 불렀고, 새로 이주해 간 곳을 ‘신개척리’라고 불렀습니다. 이 신개척리를 ‘신한촌’이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최재형, 유인석, 안중근, 이상설, 안창호, 신채호, 홍범도, 이동휘, 이동녕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으로 와서 무장투쟁을 전개했습니다. 그래서 일본군들은 한국인들이 여기서 독립운동을 못하도록 러시아 정부에 압력을 가했는데 1911년부터는 러시아 정부도 독립운동을 못하게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촌에 살던 한국인들은 기업활동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권업회’를 조직해서 그 아래 비밀결사 방식으로 독립군도 양성하고, 신문도 발간하고, 학교도 운영하는 등 교육, 출판을 통한 민족계몽운동을 더욱 활발하게 일으킵니다. 

 

1918년에는 독립운동의 열기를 모아서 전로한족회 중앙총회가 이곳에서 열리게 됩니다. 이것이 1919년에는 대한국민의회로 바뀝니다. 대한국민의회 산하에는 의회 기능과 정부 기능을 두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임시정부 역할을 하게 되죠. 즉 상해 임시정부가 생기기 전에 이곳 연해주에서 최초의 임시정부가 생긴 셈입니다. 이렇게 이곳 연해주에서 가장 빠르게 독립운동에 앞장선 선각자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1920년 4월에는 일본군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학살당하는 4월 참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또 그해 6월에는 북간도에서 봉오동 전투에서 승리하고, 10월에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런 왕성한 활동은 일본군에 의한 대대적 토벌 작전을 초래했고, 독립군들은 더 이상 중국 만주에 있을 수 없어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왔습니다. 그러나 독립군들이 러시아 적군과 백군 사이에서 내부 갈등과 주도권 다툼을 하게 되었고, 여기에 러시아 적군이 개입하면서 자유시 참변 또는 흑하 사변이라 불리우는 독립군 전체가 괴멸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공하면서 결국 러시아도 일본과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때 러시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일본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전혀 구분이 안 되었어요.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과 철천지 원수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또 당시에는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었으니까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한 거예요. 또 연해주에 한국인들이 30만 명 이상 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소수 민족의 영향력이 너무 커질 것이 우려되었고, 특히 앞으로 일본과 전쟁을 한다면 한국 사람들이 간첩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던 겁니다. 그러다보니 러시아 정부는 여기 살던 한국인들을 강제 이주를 시키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또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영토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들을 이주시켜서 식량 생산을 해야겠다는 목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1937년에 강제 이주를 일방적으로 통보합니다. 그것도 3,4일 전에 갑자기 통보해서 9월 17일 새벽 라즈돌노예 역에서부터 시작해서 전부 다 강제로 기차에 태워버립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반대로 유럽에 있던 소수 민족들은 연해주로 강제 이주를 시켰는데, 이 사람들이 연해주에 와서 보니까 집도 깨끗하게 잘 되어 있었고, 밭에는 감자며 옥수수며 곡식들이 다 익었는데 손도 못 대고 그냥 이주를 당했다고 해요.  

 

그 때부터 137회에 거쳐서 무려 17만명에 이르는 사람을 계속 중앙아시아로 실어 나릅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갑자기 기차에 올라탔던 것이어서 식량도 제대로 못 챙겨서 굶어서 죽고, 기차 안에는 화장실도 없었고, 추위도 엄청나서 얼어서 죽고, 기차 타고 가다가 엄청난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살아서 도착한 사람들도 아무런 지원이 없어서 움막 정도만 치고 그 추운 겨울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17만 명 중에 4분의 1이 죽었다고 해요. 이것은 엄청난 비극이고 아픔입니다. 

 

최근에 다시 4만명이 연해주로 돌아오긴 했는데, 이 분들은 주로 우수리스크에 살고 계세요. 우수리스크에 세워진 고려인문화센터를 제외하고는 이곳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의 역사, 강제 이주의 역사 등이 지금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요. 대부분 개인들이 그냥 ‘우리 할아버지가 여기서 독립운동을 했다’ 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한인들이 가장 밀집해서 살았다고 하는 신한촌은 1937년 강제이주 당한 이후에 텅텅 비어 있다가 1960년대에 들어와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버렸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흔적이 없게 된 거예요. 예전에 살던 사람들도 없거니와 어디가 어딘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완전히 아파트촌이 되었는데, 고려인 3세 한 분이 아파트 단지 사이에 비탈진 곳에 삼각형 모양의 땅을 확보했고, 거기에 해외 한민족연구소에서 그나마 돌기둥 세 개를 세워놓긴 했습니다. 그 외에는 지금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어요. 주위에는 허름하게 철조망만 쳐져 있고요. 

 


 

그런데 요즘 한국 사람들이 블라디보스톡으로 여행가는 사람이 1년에 30만명 쯤 된다고 해요. 이 중 대부분이 이곳 신한촌 기념탑을 방문하고 가는데 너무 볼품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국제한민족재단의 이창주 교수님이 저한테 여러 차례 부탁을 했어요. ‘신한촌이 러시아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는데 이렇게 방치해 놓아서 되겠습니까. 조금이라도 좀 정비가 되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요. 그래서 저도 김홍신 작가님과 함께 그곳에 직접 가서 방문해 본 다음에 ‘신한촌에 역사기념관을 짓는 일을 해야겠다’ 해서 함께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논의하기를 작지만 20평 정도 되는 건물이라도 하나 지어서 독립운동의 역사에 대한 설명도 좀 적어놓고, 그곳을 지켜주는 분을 위해 난방 설비도 좀 갖춰놓고, 허름한 철조망을 걷어내고 낮은 담장을 쳐주고, 한국을 상징하는 정자도 하나 세우자고 얘기가 되었습니다. 총 건설비가 3억 정도 든다고 해요. 

 

사실 이 일은 우리 국민들이 다 참여해야 되는 일이에요. 그래서 300만원 이상 후원하시는 33명에게는 집행위원 명단에 올려서 비석에 이름을 새겨주고, 100만원 이상 후원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진위원 명단에 올려서 이름이라도 새겨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평생 살아오면서 돈 냈다고 이름 새겨주는 이런 일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일반 사람들도 동참하게 하려면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이렇게 하게 된 거예요. 그랬더니 드디어 법륜 스님도 돈에 미쳐서 이름을 비석에 새겨주고 모금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좀 생겼더라고요. 그런데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선조들은 죽기까지 했는데 저는 그냥 욕만 좀 얻어먹을 뿐이잖아요. 그래서 그냥 감수하고 가기로 했어요.(모두 웃음) 

 


 

이런 일들은 우리가 통일로 나아가는데 큰 디딤돌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통일을 하려면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야 되는건데, 지금 남북 관계가 너무 안 좋으니까 ‘정공법으로 안 되면 둘러가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연해주나 북간도, 서간도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답사하고 복원하는 일을 통해서 국민들이 역사의식을 갖고 통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신한촌 역사회복재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또 8월에는 동북아 역사기행의 일정을 하루 더 늘려서 러시아 연해주로 넘어가서 독립운동의 현장을 답사하고, 신한촌 복원 현장도 둘러볼 예정이예요. 이렇게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첫째,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00년의 아픔을 치유하는 제일 빠른 길은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앞으로 미래 100년의 희망을 갖기 위한 길도 통일입니다. 선조들의 유적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은 그 후손들로써 꼭 해야 하는 일인데, 이런 일을 하면서 우리는 통일에 대한 염원 또한 더욱 크게 가졌으면 합니다.” 

 

스님의 마지막 당부 말씀에 청중들은 큰 박수로 그 실천을 함께 다짐했습니다. 

 

 


 

이어서 청중석에서도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기회를 주었습니다. 청년 두 명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습니다. 

 


 

그 중 한 청년은 “잃어버린 신한촌의 독립운동사를 기억하고 복원하는 것이 통일코리아로 가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사람은 지금 여기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제의 결과입니다. 내일이라고 하는 미래는 오늘의 결과예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오늘과 내일만 바라보면서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해요. 통일도 내일의 문제이잖아요. 그러나 오늘의 어려움은 어제의 결과이기 때문에 어제의 문제를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통일 문제는 과거 100년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어요. 즉 역사적인 단절, 이산가족의 아픔, 민족적 열등의식을 치유할 수가 있어요. 또 미래 100년의 희망이 될 수도 있어요. 통일을 한다면 미래를 설계하기가 굉장히 용이해지거든요. 

 

그래서 통일은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면서 풀어야 합니다. 현재에 놓여진 문제는 첫째, 평화 문제입니다. 다시는 전쟁이 없게 해야 합니다. 둘째,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미래에 놓여진 문제는 첫째,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이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하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재벌에게만 이익이 되는 통일이 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과거에 놓여진 문제는 이와 동시에 통일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오늘이 있기 위해서 과거에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 과거의 상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지금의 갈등과 분열이 왜 일어나는지 잘 모릅니다. 왜 우리는 남북 간에 서로 앙숙이 되어서 싸우게 되고, 남한 안에서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서 악감정을 갖고, 글을 올리면 원수처럼 비난을 하는 이유는 모두 과거의 아픔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회복하고 재건하는 이런 일들은 모두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되어서 통일을 이루는데 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와 미래만 봐야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도 함께 치유해줘야 합니다. 옛날의 통일운동은 주로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된다’ 하는 식의 과거지향적인 통일운동이었어요. 연세가 드신 분들은 주로 ‘고향에 가보고 싶다’ 하는 식으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통일에 대한 동력이 훨씬 더 큽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분단 시대에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과거의 문제만 갖고는 통일에 대한 동력이 안 생겨요. 과거가 어땠든 통일된 미래가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를 따지게 됩니다. 사실 연세가 드신 분들은 미래에 손실이 좀 나도 통일은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세대 간에는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통일은 미래에 굉장한 이익이 된다는 것도 알려야 하고,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된다는 것도 함께 알려야 합니다. 

 


 

선조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지금 한쪽에서는 굶어죽는데 한쪽에서는 음식이 남아돌아서 처리가 곤란한데도 굶주림을 외면하는 이런 상황이 참 가슴 아플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우리가 현재의 감정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조금만 생각을 바꾸자는 겁니다. 미래에 얻게 될 이익을 생각할 수 있어도 지금의 적대 감정을 넘어설 수 있고,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아픔을 생각할 수 있어도 지금의 적대 감정을 넘어설 수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적대적인 감정을 극복하는 길은 바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거에 입은 상처를 함께 생각하는 겁니다. 무조건 ‘참아라, 참아라’ 한다고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과거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은 통일로 가는 또다른 길이 되는 겁니다.”

 

과거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은 통일로 나아가는 또다른 길이라는 말씀에 청중들도 큰 박수로 공감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무엇보다 모국의 무관심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신한촌 독립운동의 역사를 가슴 깊이 새겨 볼 수 있어서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다함께 참석한 청중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회자의 제안에 따라 강연에 참석한 분들 모두 신한촌 역사회복재건 사업에 1만원 이상씩 후원하기로 약속하며 엄지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참석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감사 인사를 한 후 법당을 나왔습니다. 이후 김홍신 작가님과 차담을 더 나눈 후 새벽 1시에는 서울을 출발해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에 도착하기 전 새벽 4시 30분에는 경북 영천에 있는 은해사에 들러 그저께 입적하신 해인 큰스님의 분향소를 참배한 후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특강수련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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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성지인 '신한촌'의 역사 회복과 재건을 위해 대중 여러분들의 후원금을 받습니다. 소정의 기금 출연으로 역사 회복에 동행하는 마음과 정성을 함께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 계좌번호 : 국민은행 578601-01-272869

- 예금주 : (사)좋은벗들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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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희

제가 연해주 신한촌 재건 후원금송금했는데요 잘 받았다는 답장을 받고 싶어요

2016-07-13 02:07:55

김동현

이런일은 정부가 나서서 해야지요.
온갖 비리로 세금 다 도둑질을 다 해먹는데
3억쯤이야 세금 도둑들 한텐 여행경비겠네요.
아이고...정말...가슴 찢어집니다....
정부는 지금 머 하는 것인지...

2016-06-28 01:02:26

시냇물

잘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6-27 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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