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28 새로운백년 청년학교 졸업식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 청년포럼의 주관으로 열린 ‘새로운백년 청년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청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새벽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아침 일찍부터 원고 교정 업무와 각종 보고서들을 보며 바쁜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아침 10시가 되어 서울을 출발해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제6기 새로운 백년 청년학교 졸업식이 열린 대전 충남대학교 산학연 교육연구관 대회의실에는 12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 충남대학교 산학연 교육연구관

 

전국 25개 도시에서 청년학교를 수료한 210여 명의 청년들은 새벽부터 전국에서 출발해서 이곳에 모여 스님을 기다렸습니다. 지난 9월 10일부터 11월 28일까지 10주 동안 ‘법륜 스님으로부터 배우는 삶, 사랑, 시대’를 주제로 그룹 세미나, 역사탐방, 청춘캠프, 특강 등 다채로운 학습을 함께해 왔는데 오늘은 그 마지막 결실의 자리여서 모두 설레이는 표정이었습니다.  

 

먼저 지난 10주 간의 청년학교 모습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며 추억을 되새긴 후 두 명의 청춘남녀가 나와 수료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발표자 중 한 여학생은 “청년학교를 다니면서 가슴에 통일이라는 뜨거운 꿈을 품게 되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과 매일 깨어있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며 소감을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강당으로 들어서자 청년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환호를 했습니다. 영상과 책, SNS를 통해서만 매일 만나오던 스님을 가까이에서 뵙자 모두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은 다들 점심 식사는 하고 왔는지 안부를 물으며 환한 웃음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대화의 주제는 ‘청년, 법륜 스님에게 길을 묻다’입니다. 스님의 젊은 시절부터 시작해서 스님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먼저 사회자가 준비한 질문을 묻고, 이어서 청중석에서 직접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사회자는 그동안 스님은 늘 대중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느라 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며 오늘은 스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고 나름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 '청년, 법륜 스님에게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대담 

 

“스님, 지금까지 즉문즉설을 몇 번이나 하셨어요?”

 

“세어보지 않아 모르겠어요. 공식적으로는 2011년에 100회, 2012년에 300회, 2014년에 해외강연만 115회이고, 상반기에도 국내에서 50회 했고, 2015년에는 상·하반기 합쳐서 한 100회쯤 될 것 같아요. 공식적으로 한 것만 해도 그러니 실제 한 것은 1,000회는 더 되겠네요. 즉문즉설로 10,000명 이상을 만났다는 뜻이죠.”

 

“10,000명 이상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느라 스님 이야기를 하실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왜요? 질문자가 3분 이야기하면 저는 20분씩 하는 걸요.” (모두 웃음)

 


 

“스님에 관한 이야기요. 저희가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스님 이야기가 궁금해서입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실만한 스님 이야기를 쏙쏙 뽑아내서 스님을 한번 탈탈 털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웃음) 

 

가볍게 다양한 질문들이 오고 갔습니다. 스님은 학창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스님의 하루를 읽으면서 엇나갔던 생각을 바로잡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렇게 모든 일과를 공개하는 것이 스님은 부담스럽지 않은지, 작년에 세계 100회 강연을 다니면서 여러 곳을 둘러보았는데 여행을 할 때는 어떤 점을 관심있게 보는지, 여행을 갈 수 있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남은 여생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스님이 스스로를 돌아볼 때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소수만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구조 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얘기해줄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은 진솔한 경험과 평소의 소신을 편안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강연장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값진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정토회 홈페이지에 매일 연재가 되고 있는 스님의 하루와 관련해서는 이런 질문과 대답이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매일 ‘스님의 하루’를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읽고 계시죠?” ‘스님의 하루’를 보면서 좀 엇나갔던 생각을 바로잡거나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돼서 좋아요. 그러나 아무리 공적인 인물이나 인기 있는 연예인들도 일상을 다 공개하지는 않고 어느 정도 사적인 영역을 두는데, 스님께서는 모든 일상이 대중에게 노출되는 셈이니 부담스럽지는 않으신지요? 그리고 이렇게 모든 일상을 투명하게 드러내어 보이고 전해주시는 의도나 뜻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특별한 의도는 없어요. 전에는 기록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입니다. 처음에는 매일 하는 법문을 전하려고 기획했다가 기록하는 사람이 생기다 보니 일상까지 전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전하지 않는 일정이 조금씩은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연예인들 몇 명이 찾아와 함께 산책한 것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의 방문도 너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약간 오해를 살 수 있고요. 물론 다 공개해버려도 되긴 해요. 그러나 제가 예컨대 국회의장실을 찾았다거나 하는 공적인 방문은 공개하되, 사적으로 찾아와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고 간 것은 그 사람을 위해서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는 화장실 다녀오거나 하는 게 아니면 특별히 공개 안 할 이유가 없지요.” (청중 웃음)

 


 

“네, 감사합니다. 별 의도가 없으셨군요. (모두 웃음) 어쨌든 저는 매일 이렇게 스님의 일상과 법문을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스님의 일상이 모두 공개되는 점이 청년들은 무척 궁금했나 봅니다. 특별히 공개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사회자와의 대화 중에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스님은 말이 나온 김에 평소에 어떤 것을 해보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스님 입에서 통일 이야기를 빼고 하고 싶다거나 가고 싶다는 말씀은 처음 나온 것 같아서 반가웠어요.” (모두 웃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저는 하고 싶은 게 좀 있어요. (모두 큰 웃음) 아마 이생에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나면 인류문화사를 연구하고 싶어요. 인류 문명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는 제 중요한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정신이 발생하고 발전해가는 것과도 관계가 깊은 문제거든요. 앞일은 모르겠지만 만일결사를 은퇴하게 되면 꼭 육로로 실크로드 답사를 해보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 에게 문명 쪽을 좀 더 살펴보고요. 특히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터키 남부 및 시리아 쪽에 번성했던 히타이트 문명을 답사해서 문명의 원천을 자세히 살펴보고 싶습니다. 

 


 

자연 환경으로는 안데스 산맥과 바이칼 호, 동아프리카 탕가니카 호 근방, 킬리만자로 산 쪽을 가보고 싶어요. 특히 아프리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비롯해 인류 조상의 원뿌리가 있는 곳이니까요.

 

또 정토회에서 해보고 싶은 것 중 두 가지가 아직 자리를 못 잡았어요. 하나는 청소년 교화소를 세우는 것입니다. 민간에서 교화소를 하나 인수해서, 문제아나 수감된 아이들을 데리고 깨달음의 장이나 나눔의 장을 열어서 완전히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소위 불법에서 말하는 ‘번뇌즉보리’처럼 쓰레기가 거름이 되는, 가장 잘못된 것이 가장 잘 되는 길이 되는 원리를 쉽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과연 실제로 그렇게 되는지를 증명해서 보여줄 필요가 크거든요. 일종의 대안학교부터 해서 창조교육 시스템을 실험해보는 셈인데, 대상이 사람이다 보니 실험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이렇게 일단 팽개쳐진 사람들은 앞으로 좋아질 길밖에 없으니 위험 부담이 덜합니다. 이미 나빠진 상태니까 더 나빠질 일은 없잖아요. 

 

또 하나는 노동과 수행의 통일입니다. 결국 행복의 핵심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입니다. 건강하려면 마시는 물과 먹는 음식, 적절한 운동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건강한 작물을 생산하되 그 생산 활동이 곧 우리의 수행이 되도록 해보고 싶습니다. 농장 수련원의 구상과 설계는 벌써 되어 있어요. 여러분이 주말에 돈을 내고 농장 수련원에 와서 법문을 듣고 마음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배운 뒤, 마음공부의 방식으로 절이나 참선을 하는 게 아니라 노동을 하는 겁니다. 풀을 뽑든지 작물을 심든지 하고, 그렇게 일해 본 것에 대해 나누기를 하고, 명상도 하고요. 노동 수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는 여가를 대부분 낭비적으로 보냅니다. 그러나 노동 수련원은 노동을 놀이화하고 그것을 통해 생산을 하는 시스템이에요. 그렇게 우리가 생산한 결과물을 또 우리가 먹습니다. 무농약 혹은 유기농산물이 시중에서는 예컨대 일반농산물의 2배 정도로 비싸다면, 우리가 생산한 것은 수련에 참여해 일하고 받은 티켓을 첨부하면 물건 값의 절반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안전한 식품을 시중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데 그것은 남이 생산한 게 아니라 자기가 생산한 것이니 보람도 크지요. 

 

제가 만약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생산하도록 할 거예요. 최소한 하루 2시간씩은 누구나 다 노동을 해서 자기 먹을 것 정도는 생산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육체 뿐 아니라 정신이 건강해집니다. 우리는 지금 완전히 남의 노동 위에 살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노동에 치어서 고통을 받고 상류층은 쾌락에 빠지잖아요. 할 일이 없으니 자꾸 쾌락 쪽으로 흘러가요. 낭비적으로 쓰이는 주말노동을 생산 놀이로 어떻게 전환해서 이런 인간 문명의 한계를 극복할 것인지도 미래 문명의 주요한 과제입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실험을 해서 깨달음의 장이나 청년 학교 같은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큰 농장 부지를 찾아다니는데 남한에서는 찾기가 힘들어요. 한반도에서 하려면 휴전선 안 비무장지대나 북한에 미리 자리를 잡고, 아니면 연해주나 미국 같은 곳에 농장 터를 잡는다면 해볼 만합니다. 

 


 

미국 갔을 때 제가 늘 마음에 짐이 되었던 것은 흑인 청년들이었어요. 일거리가 없는 흑인 청년들이 어슬렁거리며 다니고, 전체 인구 중 흑인은 20%가 안 되는데 수감 중인 범죄자들은 80%가 흑인이에요. 이런 사람들도 이런 삶의 기회, 자기가 노동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이제는 인종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머리로 이해는 했지만 실제 우리 삶에서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계속 개발하고 개척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미 있는 것, 남이 해도 되는 걸 하면서 돈 조금 더 받는 데만 자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먹고 사는 최소한의 생존은 어쩔 수 없이 누구나 다 해야 하지만, 저는 우리의 에너지를 그런 데 다 쓰는 것은 좀 낭비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각자가 어떤 직업에 있든, 지금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 건지 늘 생각해야 합니다. 예컨대 사람들이 화장실을 쓰고 휴지를 아무데나 버린다면 이게 교육 문제로 해결할 것인지, 시설 문제로 해결할 것인지,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봐야죠. 이렇게 우리가 한계를 극복할 방법과 새로운 가능성을 늘 찾아봐야 합니다. 

 

안정된 직장은 자리가 한정되어 있으니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나 저 같으면 예컨대 공무원 해서 월급을 받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연구할 것 같아요. 김치 한 가지를 담더라도 배추는 어떤 종류를 심어야 맛있는지, 절일 때는 얼마나 어떻게 절여야 하는지, 양념은 어떻게 해야 하고 발효는 어떻게 시켜야 맛있는지 연구할 거예요. 이것 하나만 잘 해도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하거든요. 유명한 왕이 되는 것보다는 독초나 약초를 하나 발견한 게 인류가 여기까지 오도록 기여한 중요도가 더 큽니다. 왕은 대부분 물자 낭비하고 사람 죽이는 것만 했을 뿐 인류 문명 전체로 보면 크게 기여한 게 없어요. 물론 왕들 중에는 제도를 개발하고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안주하잖아요. 그렇게 살아서 뭐가 좋은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게 저와 다른 사람의 차이점일지 몰라요. 매일 술 마시고 가만히 앉아서 놀면 자기 몸 건강도 해치고 정신건강도 해칩니다. 우선 자기에게 좋을 게 없어요. 그것보다는 산에 가서 바람 쐬고 다리 힘도 기르며 사는 게 낫죠. 

 


 

그래서 저는 가치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삶을 추구할 건지 방향을 먼저 잡아야 하거든요. 그런 게 없다 보니 아까운 청춘들을 낭비하는 것 같아요. 자살을 생각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당장 길 가다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죽음이야 언제든 올 수 있어요. 죽음의 순간이 오면 죽으면 되는데 그걸 미리 죽으려고 발버둥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또 반대로, 죽음이란 늘 우리 속에 있는 것인데 안 죽으려고 악을 씁니다. 자살의 유혹을 이해 못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건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해야 하고, 또 여러분들이 무기력해지는 것은 삶의 가치관과 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자, 이렇게 생각해 볼 때 할 일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요?” (스님 웃음, 청중 웃음)

 

“네, 잘 들었습니다. 문명 극복을 위한 스님의 비밀 프로젝트를 엿들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스님은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은 젊은 청춘 같아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열정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이어서 소수만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구조 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얘기해줄 수 있는지 물었던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 요즘 ‘헬조선’, ‘금수저’란 말 들어보셨죠? 청년들이 느끼기에는 지금 한국의 현실이 더 이상 개인의 노력으로는 빈부격차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자조적인 탄식이 섞인 말이거든요. 학교도 사실 공부 잘 하는 소수를 위해 굴러간다고 느껴지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굉장히 무기력해요.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인데, 이 친구들에게 제가 어떤 가치를 보여주고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위로가 되고 힘이 될지 개인적으로 고민됩니다. 예전처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 열심히 하면 성공할 거야, 보답이 있어’라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미안해요.”

 

“그런데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할 때 그 ‘성공’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다르지 않아요? 지금은 대부분 ‘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할 때 ‘성공’의 개념은 돈 많이 번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지금은 열심히 한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조선시대에 신분제 사회에서 하인으로 태어난 사람이 열심히 해도 과거급제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미 돈의 흐름이 거의 정해졌기 때문에 개인에게 아직 기회는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됩니다. 

 


 

그런데 저는 신분제 사회라 해도 종이 왕의 가치나 양반의 가치를 추구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왜 여러분들이 그 사람들이 정해놓은 가치를 따라가야 하는지, 투덜거리고 힘들어하면서도 굳이 뒤꽁무니를 쫓아가야 합니까? 그러면 늘 열등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하잖아요. 누군가가 짜놓은 질서에 내가 노예근성으로 참여하면서 헐떡거리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보세요.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을 저도 30여 년 전에 느꼈습니다. 1980년이니까 35년 전이네요. 광주 민주화 항쟁이 났을 때 제가 처음으로 한국과 한국 불교에 실망해서 미국으로 갔습니다. 미국이 꼭 좋아서가 아니라, 마침 거기에 형님이 계시니까 거기 가서 제가 원래 하려고 하다가 접었던 천문학이나 물리학 공부를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미국, 특히 맨해튼과 뉴욕 주위를 둘러보면서 좀 무기력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제가 나고 자란 곳이라 그런지 뭘 하든 마음만 먹으면 하겠다 싶은 게 한손에 잡혔는데 여기는 규모가 너무 커서 내 손으로는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뉴저지와 뉴욕을 잇는 조지워싱턴 브리지에서는 맨해튼이 한눈에 보여요. 수십 층짜리 고층빌딩들이 대나무숲 마냥 빽빽이 들어서서 스카이라인을 이룹니다. 그런데 제가 미국에서 4~50년을 전적으로 돈벌이에 집중해서 성공하더라도 그 맨해튼에서 빌딩 한 채를 사기가 쉽지 않아요. 살 가능성부터 1%도 안 되지만, 설령 샀다손 치더라도 그 맨해튼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수많은 대나무 중 대나무 한 그루를 잡았을 뿐인데 그걸로 뭘 하겠어요? 다리에서 맨해튼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을 이렇게 투자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는 광주항쟁 때 학살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고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결국 6개월쯤 있다가 돌아오게 됐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30년 전 제가 미국 가서 느꼈던 막막함, ‘내가 이걸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절망이나 좌절감 같은 게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의 청년 여러분들에게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그 동안 규모가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사회 시스템이 짜여졌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개인이 이 거대한 사회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요. 무슨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 성공한다 해도 길이 고만고만하고, 취직을 해도 길이 고만고만합니다. 게다가 이미 돈 번 사람, 지위 높은 사람, 출세한 사람, 유명한 사람은 곳곳에 널려 있어요. 이렇게 쳐다보는 눈은 높고 현실은 너무 밑에 있으니 그 갭을 극복하기가 좀 절망적일 거예요. 제가 그때 미국 가서 느낀 게 그거였거든요. 이건 내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이 좋았어요. (사회자, 청중 웃음) 

 


 

한국은 뭔가 내 손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곳은 말이 통하고 내가 나고 자라서 잘 아는 환경이니까 목표와 각오를 세우고 10년이든 20년이든 목표로 잡아 어떻게 시도해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말도 안 통하고 규모도 너무 크니까 막막했어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여러분들이 30년 전 제가 미국에서 느꼈던 것처럼 느끼는 것 같아요. 이해는 됩니다. 좀 막막하겠다 싶어요. 

 

그러나 막막해진다는 건 이 가치를 따른다고 할 때 막막해지는 거예요. 쉽게 이야기하면 후발주자니까요.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그 시스템을 따른다는 입장에서는 당 간부의 자녀가 아닌 이상은 있어봐야 전망이 없어요. 그러나 북한의 그 가치를 떠나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없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김일성 대학을 나와서 당 간부가 되는데 집중하지만, 지금 북한 젊은이가 아예 시장통으로 나가면 더 성공할 거예요. 북한 사회가 지금은 꽉 막혀 있지만 다음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가 우리 사회의 다음을 어떻게 예측하고 움직일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이 시스템이 앞으로 아직 수십 년 더 가는 게 아니라, 지금 한계에 다다라 막혀 있잖아요. 그러면 그 다음에 어떤 길을 우리가 뚫고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서 길을 좀 달리 찾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스템에서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층층다리를 만들 수 없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어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이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손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라든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라든지 자본과 노동의 격차 같은 문제가 많잖아요. 조선시대에도 혁명을 했어요. 그런데 왜 여러분들은 ‘군도’나 ‘암살’ 같은 영화를 보면서 좋아만 하고, 직접 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아요? (청중 웃음) 

 


 

우리 힘없는 사람들이 연대를 해야 합니다. 그때는 반란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잖아요.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을 살펴보면 현재의 대한민국 현실이 잘못됐다고 써놨어요.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해놨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지금의 현실이 오히려 반란이고 반동이라는 거예요. 헌법에 근거해서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고 우리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자고 할 때 우리가 훨씬 더 정당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연대와 행동은 헌법에 어긋나는 어떤 반란이 아니에요. 이렇게 막막해하며 ‘헬조선’이라고 자조만 할 게 아니라 그런 어떤 변화를 꿈꿀 수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조선시대에는 10%의 양반이 90%의 양민과 상민을 지배했다면 지금은 1%의 소수자가 99%를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왜 99%가 침묵하고 거기에 노예처럼 매여 사는지 저는 그 자체가 좀 이해되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아예 그런 신분 교육을 받아서 그렇다지만 지금 교육은 모든 국민이 다 권리가 있다고 받는데도 왜 이렇게 1%에 눌려서 살아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면 되죠. 그런데 그걸 누가 해주기만을 바라면 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부처님이 와도 구제할 방법이 없어요. 본인들이 안 하겠다는데 누가 구제해주겠어요? 폭력적인 행동을 하자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해서 불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들을 추방하는, 다시 말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합법화시키는 운동을 하면 되지 않냐는 겁니다. 요즘은 그게 목숨 걸 일도 아니고 밥 굶을 일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너무 현실의 삶에 안주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투표를 통해서 보이든 여론을 통해 보이든 뭔가 행동을 해야 변화가 오지, 아무 행동도 않은 채 절망만 하고 있다면 아무런 변화도 오지 않습니다. 

 

제 요점은 두 가지입니다. 막막하다는 건 이해됩니다. 저도 겪었으니까요. 그러나 길을 뚫는다면 하나는 아예 이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로 개인적으로 길을 뚫고 가는 게 있습니다. 남이야 돈을 많이 벌든 아파트를 사든 그걸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집 넓으면 청소하기 힘들고, 승진하면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생깁니다. 예컨대 시골에 내려가서 ‘나는 과수원을 하겠다’, ‘나는 목축을 하겠다’, ‘나는 도예를 하겠다’ 이렇게 전혀 다른 가치에 따라 자기 나름대로 길을 뚫는 거예요. 결혼도 자기 가치관에 맞는 사람을 만나서 하고 함께 그 가치를 추구하면 돼요. 지금처럼 얼굴이나 학벌을 기준 삼아 고르지 말고요. 

 


 

아니면 지금의 이 가치 속에서도 이렇게 ‘헬조선’이라며 절망만 하지 않고 행동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지옥을 정토로 만들어야죠. 저는 그런 어떤 운동에 청년포럼이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 상처를 치유해서 뭘 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것을 우리가 공유하면서 확대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 길은 여러 가지입니다.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에요.”

 

“네, 감사합니다. 청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답변이었어요.”

 

스님의 답변을 들으며 청년들은 보다 더 적극적이고 주인된 자세를 가져야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회자와의 대담을 마무리 짓고, 이어서 청중석으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자신이 묻고 싶은 질문을 종이에 써서 질문지함에 넣어 둔 상태였습니다. 스님이 질문지함에 손을 넣어 질문지를 무작위로 고르면 해당하는 사람이 일어나서 스님과 대화를 주고 받은 방식으로 즉문즉설이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친구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24년 동안 연애를 한번도 못해 봤는데 어떻게 하면 남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물었고, 네 번째 질문자는 청년학교를 통해 통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주변에 쉽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 중에서 네 번째 질문인 어떻게 하면 통일의 필요성을 주변에 쉽게 알릴 수 있는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통일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었는데 청년학교를 통해 통일과 사회문제에 대해 나누기를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관심이 갑니다. 직접 참여하는 방법, 자연스럽고 쉽게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통일을 전파하겠노라며 접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낼 계기가 있어야 해요. 예컨대 ‘새로운 100년’을 질문자가 먼저 한번 읽어보고 사람들에게 큰 부담 없이 권할 만하다 싶으면 ‘내가 읽어보니 참 재미있더라. 너도 읽어봐라’ 이렇게 주변에 권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읽어봤더니 좋은 면도 있지만 친구들은 안 읽을 것 같다면 권유하기 어렵죠. ‘암살’ 같은 영화를 같이 보러 가서, 영화에 나오는 역사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를 두고 대화하다가 통일 이야기로 이어갈 수도 있어요. 

 


 

지금 우리의 인구구조나 사회구조, 기계화, 자동화를 비롯한 여러 여건 상 일자리가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들어요. 아주 창조적인 발상을 해서 새로운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나가지 않는 이상 기존의 직종은 점점 줄어들지, 늘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기존의 직종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통일이에요. 북한 개발이라는 프로젝트가 생기면 수요가 늘어나거든요. 철도를 놓든 건물을 짓든 제방을 쌓든 도로를 닦든 아이들 교재를 만들든 농산물을 더 생산하든 모든 분야에서 양이 확대됩니다. 북한의 소비수준이 지금은 굉장히 낮지만 일단 통일이 되면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물자 수요가 많아져서 결국 우리의 고용과 매출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북한 개발은 우리들이 지금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정체를 뚫고 나갈 사실상 유일한 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라면 창조성을 발휘해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까 말한 것처럼 청소년 교화소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어요. 대안학교를 만들면 거기서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님이 필요하고, 농업 수련원을 만든다면 수련생들을 지도할 지도사가 또 필요합니다. 김치를 시범적으로 담아서 공급한다면 그걸 판매할 사람도 필요하지요. 이런 식으로 우리가 뭘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밖에도 버려진 산이나 땅, 창고를 가지고 뭐든지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최첨단 산업이나 우주 개발까지 나아갈 필요 없이 지금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이렇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것을 우리가 찾아내면 새로운 직종, 새로운 직업,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게 창조경제예요. 이것이 청년 실업을 해결할 한 길입니다.

 

두 번째가 북한개발이에요. 기존의 기술과 방식을 갖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북한개발 밖에 길이 없어요. 수출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더는 힘들어요. 아직은 흑자지만 중국에서 수입하는 양이 더 많이 늘어나 무역역조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옷이나 신발은 중국 제품을 쓰듯 앞으로 핸드폰, 냉장고 같은 것도 중저가 상품은 전부 중국 제품을 쓰게 될 거예요. 거꾸로 안전한 식품, 고급 식품은 중국 수출 길이 열립니다. 지금은 농업이 손해를 보고 있지만 10년만 지나면 오히려 농산물과 식품류는 중국에 대량 수출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나 이런 일부를 제외하면 우리는 거의 한계점에 도달해서 무역량의 증가 속도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요. 

 

그런데 북한 개발이라고 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무역량과 생산량이 늘어납니다. 전에는 통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면 지금은 어쩌면 통일만이 우리에게 희망이고 비전입니다. 이산가족이 만나거나 분단의 정신적 피해나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등 비경제적 면에서의 이익도 물론 어마어마하지만 경제적으로도 굉장한 이익입니다. 그리고 통일이 돼야 우리가 미래에 더 나은 비전을 만들 수 있지, 분단된 상태에서는 발전의 한계가 왔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한계점에 도달했어요. 

 


 

이런 것들을 꼭 전문가인 제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여러분들이 조금만 공부하게 되면 우리 생활과 통일이 직결되는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막연히 ‘같은 민족이니 통일하자’ 이런 게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제예요.

 

안전 문제도 그렇습니다. 지금 유럽의 IS 문제를 보세요. 자꾸 때려잡는다 하니 더 확산되잖아요. 불났을 때 불 끈답시고 때리면 불티가 날려서 급속도로 확산되듯 지금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어요. 난민 사태, 폭격과 테러에 의한 고통이 엄청납니다. 우리는 6.25를 제외하면 그런 고통을 비교적 안 겪은 편이지만, 남북이 충돌한다면 힘이 약한 북한은 힘이 강한 우리에게 대응하려면 당연히 게릴라전에 나설 겁니다. 그러면 전면전이 아니어도 사회 불안 요소가 됩니다. 미국이 그런 식으로 늘 불안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유럽까지도 번져서 지금은 집회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어요. 그러니 무조건 강경대응 하지 말고 그 사람들을 조금만 포용해줘서 더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좋겠어요. 이라크 침공할 때 후세인을 제거했더라도 추종자들과 군대를 해산시키지 말고 조금만 아울렀다면 지금 이런 부작용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증오심으로 때려잡으니까 처음에는 상대가 어쩔 수 없이 진 것처럼 보이지만 증오심을 갖고 다시 저항하고, 저항하는 걸 때려잡으니까 더 격렬해지죠. 우리도 다 겪었잖아요. 일본이 침략해 와서 처음에는 졌다가 10년 뒤인 1920년대에 청산리 전투, 봉오동 전투를 통해 저항했고, 저항했을 때 일본이 섬멸작전으로 탄압하니까 죽은 사람들의 자손, 형제, 친구들이 다 독립운동가가 되어서 저항을 하는 식으로 수가 늘어났어요.

 


 

우리가 남북문제를 ‘저놈은 약하니까 그냥 때려잡아버리면 된다’ 이렇게 안이하게만 본다면 앞으로 올 사회적 혼란과 저항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항상 이렇게 긴장을 조성해야 정치적 권력을 유지할 수 있어요. 북쪽도 남쪽도 긴장을 고조시켜야 독재 통치가 가능합니다. 남쪽 안에도 또 여야의 대립이 있어요. 여당과 야당이 서로 막 싸워줘야 새누리당이 싫다며 다른 사람을 찍으려던 경상도 사람이 결국은 또 새누리당을 찍고, 다른 당을 찍으려던 전라도 사람도 새누리당에 지면 안 된다며 돌아와 찍거든요. 이걸 적대적 공존이라고 합니다. 기독교와 불교도 막 부딪히면 종교 간의 융화가 없어지는 대신 내부적으로 더 뭉쳐요. 진보와 보수도 이렇게 막 싸우면 결국 합리적 보수인 사람들은 진보를 지지할 수는 없으니까 보수로 돌아오고, 합리적 진보인 사람들도 극보수를 지지할 수는 없으니까 진보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회를 계속 이렇게 분리시키는데, 이런 것도 우리가 그냥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좀 더 나은 사회, 안정된 사회를 만들어가려면 반드시 분단의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평화와 통일로 간다는 건 우리들의 삶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 평화롭고 희망이 있는 세계로 가는 길입니다. 지난 50년간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이해는 되지만, 이제는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서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그런데 좋은 이야기도 너무 그것만 하면 저항을 받아요. 그러니 관련된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거나,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실업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북한의 광산 개발이나 시베리아 철도 연결 이야기를 하는 등 생활 속의 이야기를 하면서 통일이 되는 게 낫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겠죠. 좀 가볍게 접근하면서 조금씩 대화의 폭을 넓혀 가면 좋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통일 문제도 좀 가볍게 접근하면서 대화의 폭을 넓혀 가보라는 말씀에 모두 공감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니 약속한 3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오늘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청년학교를 수료하게 되었는데 격려 말씀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스님은 청년들을 위해 이렇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운을 차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어렵다는 것은 저도 이해해요. 어렵고, 힘들고, 막연하고, 나 혼자서 뭘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 같은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 사회가 혼자서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조직이 됐으니까 오히려 우리가 조금 힘을 합치면 도전해볼 만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힘을 합치면 미래의 비전을 세우고 나라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청년들이 몇 천 명씩 되는 조직들이 있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는 몇 백 명 되는 조직조차 잘 없으니까 몇 천 명 되는 조직을 만들면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거예요. 자본가들, 가진 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민중이 뭉쳐서 저항을 했던 시대에는 권력과 자본이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지 못했지만 오늘날 전부 개별화된 시대에는 부랑배라도 몇 명만 모이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요. 몇 명이라도 조직을 이루면 힘이 있는 거예요. 세상이라는 게 그래요. 그래서 우리가 조금만 서로 힘을 모아 결집시키면 오히려 지금 시대에는 사회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크게 헌신하는 사람이 많을 때는 조금 헌신해도 표가 안 나지만, 전부 이기주의적으로 굴 때는 내가 조금만 헌신해도 표가 납니다. 한국 스님들이 다 착실히 수행하면 법륜 스님 정도는 표가 안 날 텐데 대부분 농땡이를 부리니 저 같은 사람도 표가 나는 거예요. (청중 웃음)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농땡이 부리고 이기적으로 구는 게 다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다른 애들이 공부를 안 해야 내가 조금만 잘 해도 성적이 오를 수 있잖아요. 

 


 

이런 시대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기회가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셔서 조금 기운을 차리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저기는 눈 감고 자네요.” (청중 웃음)

 

스님은 마지막에 보통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하시는데 오늘은 농담으로 끝내며 웃는 모습을 보니 스님의 청년들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제6기 청년학교 수료생들은 스님의 격려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큰 박수와 함께 더욱더 적극적인 실천활동을 다짐했습니다. 스님도 밝아진 청년들의 얼굴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어서 6기 청년학교 수료증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수료증과 개근상을 각각 대표로 수여한 후 올해 청년학교를 빛낸 ‘청학인의 상’이 발표되었습니다. 청학인의 상은 드러나진 않았어도 누구보다도 가장 열심히 활동을 한 자원활동가에게 수여되는 상입니다. 특별한 상이다 보니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과 함께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 청학인의 상을 받고 있는 박선희님

 

이어서 수료생 200여 명 모두에게 수료증을 나눠주었습니다. 스님은 무대로 올라온 한 명 한 명 모두와 직접 눈을 맞추고 악수를 건넨 후 수료증을 수여했습니다. 모두들 스님의 따뜻한 눈빛과 보드라운 손을 잡고선 기쁜 마음을 감추질 못했습니다. 

 


▲ 새로운백년 청년학교 수료증 수여식 

 

그리고 각 지역별로 스님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 마지막으로 전체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밝고 늠름한 표정의 청년들은 “화이팅!”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새로운 백년을 열어가는 청년 통일의병 200여 명이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제6기 새로운백년 청년학교 졸업생 모두 함께 

 

스님은 청년들에게 다시 한 번 합장하며 인사를 한 후 강당을 빠져나왔습니다. 대전을 출발한 스님은 곧바로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열리는 정토불교대학 가을학기 특강수련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오후 1시에는 대전 정토법당으로 이동해 청년 정토불교대학 봄학기 특강수련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서울로 이동해 국민통합회의 모임을 가질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52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한 후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강연장으로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 입장이며,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은 강연장에 직접 오셔서 사전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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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원

건강 하세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15-12-01 16:04:08

여일

잘 읽었습니다 스님이 해 보고 싶은 일 중에 노동과 수행을 융합하는 일 대단위 유기농장을 수행으로 융합하는 삶을 공유합니다. 나도 젊은 한때 조슴 다르지만 공산공생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떠 올랐습니다
기대가 되어집이다. 스님! 감사헙니다.

2015-12-01 07:52:37

김혜경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소서.^6

2015-12-01 03: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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