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19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서울 공동체 발우공양에 참석해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법문을 했습니다.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예불과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행자 수행법에 따라 먼저 예불을 올린 후 108배와 명상에 이어 경전을 독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아침 6시 30분이 되자 서울 공동체 발우공양에 참석했습니다. 대중들과 함께 소심경을 읊으며 발우를 펴고 앉아 공양을 드셨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나서 공동체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중공사 시간이 되자 스님은 올해는 김장을 언제 하는지, 배추를 몇 포기 절이는지, 6개월 동안 서울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행자대학원생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등 몇가지 안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수행자는 겨울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늦가을이 되었고 곧 겨울이 다가옵니다. 봄은 싹이 트고, 여름은 자라고, 가을은 결실을 맺고, 겨울은 침묵하는 4계절입니다. 겉으로 보면 겨울은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없어도 되는 한 철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겨울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 해의 일을 마무리하는 시기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바깥으로 드러난 성과는 없지만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 즉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다음 해가 작년보다 못하거나, 작년과 같거나, 작년보다 나을 수도 있어요. 긴 겨울을 났기에 봄의 새싹은 힘있게 솟아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사업들도 겨울에는 정체되어서 활동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겨울을 단순히 쉬는 시간으로 보내지 않아야 합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가? 지난 해 어떤 좋은 점들을 우리가 계승해서 내년에 더 발전시킬 것인가? 지난 한 해에 어떤 것이 부족했으며 그것을 내년에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지난 한 해에 무엇이 잘못되었고 그것을 내년에 어떻게 시정해서 개선할 것인가?’ 이런 관점에서 올해 사업을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12월에는 마무리를 하고 1월과 2월에는 내년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지 준비해야 합니다. 사업은 3월에 시작하더라도 1월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2월에 홍보를 마쳐야 3월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요. 겨울에 한가하게 지내다가 이 준비 시기를 놓치면 첫 시작인 3월부터 조급히 서두르게 되어 계획에 차질을 빚고 새로운 한 해의 사업을 망치게 됩니다. 그래서 자연처럼 우리도 겨울을 잘 보내야 합니다. 

 

 

유배되거나 감옥에 가서 수십 년을 보낸 사람들 중 성인과 같은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옥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손발이 묶여 있는데 어떻게 밖에서 수십 년을 열심히 뛴 사람보다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갇혀 있는 동안 내내 원망하고 몸부림치고 괴로워한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폐인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승화시킨 사람들, 즉 충분히 자기성찰을 하고 훗날 나갈 때를 대비해서 모든 것을 준비해놓은 사람은 밖에서 열심히 뛴 사람보다 더 큰 일을 합니다.

 

수행도 그렇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은거하며 내면을 충분히 성찰하고 준비가 된 사람들이 교화를 해도 크게 합니다. 작은 재주를 가지고 열심히 해도 그것은 마치 작은 바가지로 아무리 물을 퍼도 큰 물을 퍼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긴 시간 침묵 속에서 자기를 성찰하여 큰 바가지로 만드는 것이 짧은 시간에 물을 푸더라도 많이 풀 수 있어요.

 


 

인류 문명이 시작되고 발달한 지역을 보면 시련이 없는 지역이 없습니다. 사시장천 초목이 무성하고 꽃이 피는 열대지역에 문명의 꽃이 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년 내내 겨울이거나 겨울이 아주 긴 동토 지역처럼 환경이 너무 열악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명의 발상지는 고대에는 초원지역이나 건조지역처럼 물이 귀하기 때문에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과제가 있는 지역이었어요. 철기문명이 일어난 뒤에는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 즉 겨울이 있는 지역에서 문명이 발달했습니다. 겨울이라는 시련이 있어야 우리가 충분한 준비를 갖출 수 있고, 또한 겨울이라는 고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를 통해 스스로를 점검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계승해야 할 점, 보충해야 할 점, 개선해야 할 점들을 잡아내고요. 그리고 내년도 사업에 대한 기획과 계획, 홍보 준비도 잘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한 해가 다 가는 연말에는 들떠서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기 쉽고, 1월과 2월에는 대중 사업이 없어서 나태하게 보내느라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 준비를 안 해도 하루하루 사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여러 가지 느꼈던 점들이 있어도 지난 한 해와 다름없이 또 타성에 젖어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가 한 달 남았고 연말이 되면 또 명상수련에 들어가는 등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지금 정리 작업을 잘 해놓읍시다. 개인 정진도 연초에 세웠던 자기 나름의 목표 중 개선이 잘 안 된 부분이 있었으면 집중해서 개선하고, 세운 목표에 부족함이 있다면 채우도록 해서 마지막 한 달여 남은 시간들을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겨울이라는 시련이 있어야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들도 겨울을 잘 보내자는 스님의 말씀에 공동체 대중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연말 연시가 되면 마음이 들뜨기 쉬운데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며 느슨해진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연말까지 매일 강연 일정이 빼곡이 짜여져 있는데, 오늘은 특별히 강연이 없는 날입니다. 그래서 발우공양을 마치고 나서는 하루 종일 집무실에 머물며 12월에 출간하는 새책 원고 집필 작업을 했습니다. 그동안 강연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니 원고 집필을 집중해서 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꼬박 하루종일 원고 집필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입니다. 외출을 삼가고 하루 종일 원고를 보다가 밤늦게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 10시 30분에 공주교대 청목관에서 공주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저녁 7시에는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전주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57

0/200

지장행

진리의 말씀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15-11-27 09:43:24

지혜

감사합니다.. ^^

2015-11-24 16:52:42

염방예

스님 말씀언제나 항상 삶에활력입니다 명심하고 이행하겟습니다

2015-11-23 18:01:4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