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17 평화재단 창립 11주년 기념 심포지엄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창립 11주년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창립 1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통일코리아를 위한 한국 사회의 성찰과 변화’에 대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도 새벽 예블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시작으로 연이어 미팅과 회의를 한 후 오후 1시에 평화재단 창립 11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리는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윤여준 전 장관님을 비롯한 내외빈 분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1시 30분이 되자 식이 시작되었습니다. 

 


▲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행사를 시작하면서 사회자가 “다함께 평화재단의 11주년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 하자 모두들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의 11주년을 기념하는 인사 말씀을 법륜 스님이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11년 전 보다 오히려 전쟁의 위기가 더 심해졌고 평화 지수도 더 낮아졌다며 지난 활동의 미약함을 반성했고, 대한민국이 발전했지만 왜 국민들은 행복하지 못한지 원인을 분석하며 그 대안으로 통일이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부터 11년 전에 ‘앞으로 중국이 급격하게 부상하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새로운 패권경쟁이 생기면서, 힘의 재편성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 그러한 세력 변환기에 우리가 잘하면 이 현상 변경을 통해서 통일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잘못하면 분단 고착화로 갈 위험도 있다. 그래서 다가올 10년 내지 20년은 우리에게 갈등의 위기이자 통일의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고, 그 평화를 딛고, 우리의 비전인 통일한국을 만드는데 작은 힘이라도 기여해 보자’고 해서 민간 차원의 평화재단을 창립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후 11년이 흘렀는데 예측한 대로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여 소위 G2시대라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측은 잘 했지만 그것을 극복할 실천력은 담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10년 전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위기, 안보 위기의 지수는 높아졌고, 남남갈등은 더 심해졌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면, 저희들 활동의 미약함을 반성하게 됩니다. 

 

올해로 분단 70년이 되었는데,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전쟁과 분단의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많은 발전을 해 왔습니다.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달성했고, 안보적으로 국방력도 많이 강화됐습니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은 발전했다’ 이렇게 평가하는데 우리가 인색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는가 하면 여러 지표상 그렇지 않습니다. 가난했던 한국이 국가 GDP 세계 13위, 1인당 GDP 세계 28위 정도의 양적 발전을 했음에도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지수는 세계 117위라고 합니다. 우리와 순위가 비슷한 나라들은 우리가 이름도 잘 모르는 아프리카의 나라들입니다. 자살률은 세계 1위,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소위 ‘행복하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대한민국은 발전했는데 왜 국민들은 행복하지 못할까요? 첫째, 경제적으로 보면 절대빈곤에서는 벗어났지만 상대적 빈곤이 심화됐기 때문입니다. 양극화가 지나치게 심화돼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빈곤감은 오히려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지속적으로 성장해 오던 한국 경제가 정체국면에 들어서서 ‘성장의 활로를 잃었다’, ‘성장 동력이 거의 소진됐다’고 평가되면서, 20년 전에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의 초입에 우리가 진입해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이 멈추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여러 지자체 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치적 민주화가 달성됐음에도 권력이 너무 중앙에 집중돼 있으니,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양당이 지역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남북이 적대적 공존을 하듯, 양당도 적대적 공존을 하는 형국이 정치 발전에 큰 장애라는 것입니다. 또 일부에서 비판하듯이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3권 분립이라는 헌법정신을 넘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도 있습니다. 

 

셋째, 국방력이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6.25전쟁 이후 ‘전쟁위기’라는 말이 여러 번 제기될 만큼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보 불안감이 오히려 커졌습니다. 

 


 

이렇게 보면 양적 성장에 비추어서 질적으로는 오히려 불량해졌다는 평가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과연 이런 우리의 실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나아가 이 현실을 딛고 경제적으로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요? 또 빈부격차를 해소할 길은 무엇일까요? 정치적으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은 무엇일까요?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또 남북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그런 길은 무엇일까요? 미.중이라는 양강의 패권경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우리의 옛 친구인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유지하고, 새로운 친구인 중국과도 협력하면서 우리의 안보도 유지하며 경제적 성장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난 50년간 대한민국만 발전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달려왔고 일부 성과도 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만으로, 즉 분단체제 하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의 발전은 없습니다. 또 대한민국만으로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설계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대한민국을 넘어서서, 남북을 통합한 하나의 민족적 관점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통일대한민국을 그릴 때만 경제적 성장도, 정치적 발전도, 안보문제도 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통일은 단순히 ‘우리는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하자’는 뜻을 넘어서서 통일은 우리의 경제적인 문제이고, 우리의 정치적 질을 높이는 문제이고, 우리가 발전과 평화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고 있습니다.  

 


 

통일코리아로 가는 길에 결국 한국사회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늘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사회는 어떤 자기성찰과 변화를 통해서 통일의 주역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문제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현실 진단과 통일한국의 비전에 대해 참석한 전문가들과 청중들 모두 공감을 표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의 인사 말씀 속에는 오늘 1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각 전문가들이 발표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 모두 들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어서 지난 1년 동안의 평화재단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평화재단은 하루 빨리 평화통일을 이뤄서 동북아의 평화,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하고자 11년 전에 설립되었습니다. 평화재단에는 평화통일 연구를 하는 평화연구원과 우리 사회에 깨어있는 시민을 배출하는 평화교육원, 그리고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직접 활동을 하는 평화운동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특정 사상이나 이념,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이 땅에 다시는 전쟁과 구조적인 폭력이 이뤄지지 않도록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평화통일 활동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졌습니다. 영상물 상영이 끝나자 대중들은 평화재단의 이와 같은 노력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 평화재단이 걸어온 지난 1년을 보여주는 영상

 

그리고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님의 축사와 김형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원장님의 여는말이 이어졌습니다. 두 분 모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지금의 남북 관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 11년 동안 한결 같이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 온 평화재단의 활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 축사를 하고 있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님

 


▲ 여는말을 하고 있는 김형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원장님

 

이어서 오늘 사회와 발표를 맡은 분들 모두가 무대 앞으로 나와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 발표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

 

이렇게 기념식을 마치고 최상용 서울신학대학교 석좌교수님의 사회로 심포지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심포지움은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아 한반도 통일을 위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경제적·역사적·인문학적·정치안보적 입장에서 고민하는 자리로, 한반도의 미래인 통일코리아는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할지 희망의 모델을 그려보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 사회를 맡은 최상용 서울신학대학교 석좌교수님

 

먼저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의 기조발제가 있었습니다. 김진현 이사장은 대한민국을 세계의 여러 문제점들이 첨단으로 나타나고 있는 ‘인류지구촌문제군의 중심’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가장 낙후된 후진국에서 유례없이 빠르고 압축적인 ‘근대화혁명’을 이룬 국가이지만, 동시에 그로인해 근대화의 모델이었던 서구보다도 두드러진 폐해가 나타나는 나라라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는 곧 인류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대한민국 내부를 ‘정의와 평화’가 번영하는 새로운 사회로 만들고, 이 힘을 기반으로 외부의 북한과도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길을 이룸으로써 세계적으로도 모델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이어서 본격적인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원용찬(전북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부) 교수님은 ‘욕망은 있으나 희망은 없는 사회 : 성장 신화와 한국인의 욕망’ 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의 자본주의로 운영되어 사회 전체가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성장 신화에 포획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물질적 부의 증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풍조가 개개인의 다양한 종류의 욕망을 단일화함으로써 그 직선 안에서의 서열화·계층화를 야기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압축성장을 위한 불균형 투자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울과 지방, 영남과 호남 간의 양극화를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으므로, 사회적 절망과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성장신화에서 벗어나 경제적 부의 커다란 불평등을 바로잡고, 경제적 부에만 몰려 있는 사회적 욕망을 다양한 가치로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첫번째 발표자. 원용찬 전북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부 교수님. 

 

이어서는 박태균(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님이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한국 현대사 조망과 성찰“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박 교수님은 광복 이후 지난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시기 시기마다 커다란 기회와 위기가 교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회와 위기마다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같은 종류의 위기가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그대로 반복되어 왔으며, 이는 작년의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이를 적절하게 성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두번째 발표자. 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님. 

 

다음으로는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안보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했습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우리 국민들 사이의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 정도와 대북 정책에 대한 의견은 한 쪽으로 수렴해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자료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정치권에서는 안보 현안이 실제로 국가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없이 정파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동원됨에 따라 사회적으로 매우 분열적이고 갈등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혐오를 바탕으로 한 ‘종북 논쟁’은 그것이 등장할 때마다 정치사회적 이슈를 마비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보수정권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기능으로 활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네 번째 발표는 고경빈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연구위원님이 평화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평화재단은 통일시대를 준비한다는 면에서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남한과 북한을 모두 경험해 본 북한이탈주민 530여명을 대상으로 남한 사회에 대한 의식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결과 북한이탈주민은 대다수가 북한보다 먹고 살만한 현 남한 생활에 만족하나, 남한의 심각한 양극화와 무한경쟁, 이를 부추기는 물질만능주의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또한 돈이 인간의 가치에 앞서는 모습, 북한이탈주민이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지적하면서,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통일이 되더라도 사회적 갈등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고경빈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마지막 발표는 김호기(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님이 “통일 코리아를 위한 민주주의의 실현과 시민으로서의 각성: 남남갈등 해소와 통일 교육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김호기 교수는 통일 이후 한국이 갖게 될 정치체제는 무엇이 되던 넓은 의미의 민주주의 체제일 것이며, 이런 통일과 그 이후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남남갈등 해소와 통일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한 내에서 갈등이 첨예한 대북정책과 통일에 대한 민주적 합의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고, 통일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와 공론장에서의 시민교육 실시를 통해 통일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님

 

이렇게 한국 사회를 진단한 발표자들의 상호 토론을 통해 청중들은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최상용 교수님의 사회로 발표자들의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발표자들은 현재의 대한민국이 새로운 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는 한반도의 통일을 통해서라는데 입장을 같이 했으며, 이런 기회로서의 통일을 ‘어떻게’ 이뤄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스님은 맨 앞자리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발표자들의 발표와 토론을 경청했습니다. 

 


▲ 토론을 경청하고 있는 스님

 


▲ 두번째 세션. 토론 시간.  

 

마지막으로 청중석에서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러 질문자 중에 한 질문자는 스님에게 답변을 구하며 질문을 청했습니다. 갈등 상황에 놓인 구체적인 정황을 듣고 스님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지금 3남 1녀와 손자 8명, 도합 16명의 가장 역할도 해야 하고,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구도자의 역할과 통일의병의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저에게는 이 세 가지 역할이 다 소중합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것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이 세 가지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을지요? 스님의 지혜를 빌려주십시오.” 

 


 

“16명의 가족과 함께 수행적 관점으로 나라의 통일을 위해서 역할을 한다면 세 가지 역할이 다 통일이 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스님의 짧고 간단한 답변에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공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물론 스님은 마지막 정리 말씀 속에서 이 답변에 대해 보충 설명을 더해 주긴 했습니다. 

 

이렇게 무려 4시간 동안의 발표와 토론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단상에 올라 오늘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는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대한민국이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심감을 회복해야 하고,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며,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제게 인생 상담을 해오는 질문자들은 주로 어린 아이들이 아닌 40~60세 가량의 성인들입니다. 그런데 그 질문은 사회 현안과 관련된 것도 있지만 주로 살펴보면 어릴 때 입은 상처가 고뇌의 원인입니다. ‘엄마한테 야단맞았다,’ ‘아버지가 술주정을 했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했다’, ‘어릴 때 가난했다’,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다.’ 

 


 

제가 질문자를 보면 나이도 들었고 사는 것도 다 괜찮은데, 어릴 때 입은 상처가 악령처럼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나이든 어머니가 지금 병원에 누워 계시는데, 어머니를 보면 불쌍해서 간호하고 싶지만 어머니를 간호하다가 의견충돌이 생기면 어릴 때 어머니가 나를 야단쳤던 옛날의 분노가 폭발해서 ‘엄마 꼴도 보기 싫다’는 식으로 문제가 생기는 걸 봤습니다. 또 권위적인 아버지에 대한 상처 때문에 아버지 같은 말투를 쓰는 남편에게 격렬하게 저항을 하거나, 회사에 갔더니 사장이나 상사가 아버지 같은 말투라 못 견디게 힘든 경우를 봅니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이라는 게 지금을 사는 게 아니라 늘 과거 속에 산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왜 이 말씀을 드리느냐 하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이웃나라가 볼 때는 괜찮은 나라예요. 경제적으로도 괜찮고, 군사적으로도 괜찮고, 정치적으로도 이만하면 동남아시아국가 중에는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그런데 ‘옛날에 우리가 가난했고, 일제로부터 지배를 받았고, 독재시대에 살았고, 북한으로부터 침략을 받았다’는 이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나 피해의식처럼 격렬하게 반응해요.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른임에도 어린애처럼 반응하는 것과 같습니다. 

 

일부 보수 세력이 한편으론 ‘내일 북한이 망한다’고 이야기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내일 쳐내려온다’며 지금 막 큰일이라도 난다는 식입니다. 그 둘은 앞뒤가 전혀 안 맞는 모순적인 이야기들이에요. ‘북한이 내일 망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작은 행동에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또 ‘내일 쳐들어온다’고 합니다. 이런 과거의 피해의식을 조금만 극복한다면 지금 이대로도 우리는 괜찮은 나라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적 존재였지만 지금은 위험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협적 존재’와 ‘위험한 존재’는 다릅니다. 뱀은 우리에게 위협적인 건 아니고 위험한 존재이거든요. ‘위험’은 관리를 잘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북한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북한이라는 위험을 잘 관리하면 될 것입니다. 

 

또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 ‘북한이 나쁘다’는 식의 선긋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개인 상담을 하면서 아빠가 어떠니, 남편이 어떠니 이런 이야기해 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과 같아요. 그런 아빠, 그런 남편하고도 살 건지, 안 살 건지를 본인이 결정해야죠. 살려면 현실을 수용하고 그 속에서 내가 행복해져야 되듯이, 북한하고 통일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에 더 낫다면 북한과 어떻게 통일할 거냐 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우리가 찾아나가야 되는 것이지, 북한에 대해서 악쓰고 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한편 ‘북한하고 안 살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통일에 대한 반대세력이라고들 얘기하지만 그게 꼭 통일에 반대하는 게 아니고 혐오가 있으니까 좀 거부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함께 가는 것이 모든 면에서 유리하고 이익임을 알 수 있어요. 

 

이런 면에는 저는 첫째, 우리 대한민국이 조금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민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만 잘 보호하고, 잘 발전시키면 된다’ 하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그런 생각을 조금 넘어서서 북한까지 포함한 우리 민족 전체, 즉 ‘한민족을 발전시키고 보호해야 된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동아시아의 지역적 평화를 가져오고, 동아시아 전체의 이익을 가져와야겠다’고 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아까 질문에 짧게 대답해서 질문을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통일을 ‘통일이냐, 목숨이냐’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은 목숨을 걸고 했고, 민주화운동은 감옥 갈 각오를 하고 했지만 지금의 통일운동은 그렇게 목숨 걸고 할 일도 아니고, 감옥 갈 각오로 할 일도 아닙니다. 왜 그걸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통일은 우리의 자녀들, 손자들까지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안전과 비전을 가져오는 일이니까 아이들하고 손잡고 같이 이 문제를 풀어도 됩니다. 내가 살아가는 삶과 이 문제를 왜 분리시켜서 ‘삶을 포기하고 통일운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까? 내 삶을 더 잘 살기 위해서 통일운동을 하는 건데요. 

 

통일에 드는 비용은 없어지는 비용이 아니라 철도든 도로든 건설해서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는 투자의 개념입니다. 투자는 돈이 많이 들면 빌려서 하면 되고, 빌릴 데가 없으면 천천히 하면 됩니다. 그런데도 통일 비용을 걱정하는 것 역시 개념인식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꼭 경제적으로만 따져서 통일을 논하는 건 아니지만, 남북이 통일되면 시베리아 가스나 사할린의 석유 등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시베리아의 횡단철도를 통한 물류 혁명이 일어나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는데, 이 또한 개념인식을 잘못해서 비용만 계산하다보니 통일이 손해라고 여깁니다. 철도 놓는데 3조원 든다고 해서 이걸 통일비용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그 3조원을 투자하면 10년 안에 본전이 빠지고, 20년 안에 이익이 얼마 난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돈은 외국으로부터도 얼마든지 투자받을 수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투자처를 못 찾아서 돌아다니는 유동자금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이렇게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는 게 필요합니다. 무턱대고 낙관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긍정성을 생각해야 해요.

 


 

방금 전 토론에서 ‘우리 사회를 먼저 좋은 사회로 만드느냐, 통일을 먼저 하느냐’는 문제를 이야기하셨는데, 그것도 선후의 문제는 아닙니다. 통일이 된다면 정체된 우리 사회에 ‘북한개발’이라는 하나의 성장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에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다면 지금 세계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인도로 이동하듯이 다음에는 북한이 새로운 생산기지가 될 수도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통일은 이렇게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있습니다. 

 

또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가는데 드는 비용을 부자들에게 빼앗아 쓰려면 저항이 많겠지만 성장을 해 나가면서 빈부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간다면 그게 훨씬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고 이념적 대립도 극복하기 용이한 길입니다. 우리 사회를 그렇게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사회로, 민주주의가 심화되는 사회로 만들어간다면, 이것은 또한 북한 주민들이 볼 때 남한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욕구가 훨씬 강해지기 때문에 그것이 곧 통일운동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굳이 어떤 게 먼저고 어떤 게 나중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해 나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질문한 질문자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들 손잡고 생활해 가면서 통일운동을 하시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통일운동 한다고 해도 지금 정부와 충돌할 일도 없고, 벽돌 던질 일도 없잖아요. 통일운동의 핵심은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고, 그 정부를 구성하는 길은 투표만 잘하면 되는 것인데, 요즘 세상에 투표해서 감옥 갈 일은 없어요. 통일운동은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운동입니다. 다만 우리가 옆으로 확산을 시켜야 할 일 입니다. 

 

그리고 수행이라는 게 앉아서 참선해야만 수행이 아니고, 부정적인 생각을 항상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러니 통일의 희망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어가면서 운동을 하면 그것 자체가 수행인 것입니다. 참선하고 염불하고 절하는 건 다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 사고로 바꾸기 위함이 목적입니다. 통일운동을 보살행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의미니까 통일운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효의 화쟁사상은 불교의 제 종파가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회통한다는 철학적 의미도 있지만 통일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삼국이 정치적으로는 통일됐으나 삼국의 사람들은 통일이 안 됐어요. 그것을 소위 ‘통일 후유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가야와 신라처럼 합의통일을 했다면 그런 부작용이 없었겠지만 무력으로 했기 때문에 같은 나라 안에서도 백제나 고구려 사람은 2등 국민, 거의 유민 수준의 취급을 받았어요. ‘그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해 낼 것이냐?’ 하는 것이 원효가 통일 이후 10년간 한 활동의 내용입니다. 원효는 사물을 신라의 기득권층 입장에서 보지 않았어요. 다시 말해 기득권을 버리고, 신라를 넘어서서 백제나 고구려의 유민까지 포함한 입장에서 활동했습니다. 원효가 신라의 지배층에게서 외면당한 이유는 종교적으로 승려라는 기득권을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삼국 사람을 똑같이 보고 민중적 입장에서 활동했기 ?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효는 신라시대에는 전혀 복권이 안 되다가 사후 500년 뒤인 고려시대에 와서 대각국사 의천이 ‘원효가 위대한 분이다’라고 재발견함으로써 복권이 됩니다. 그러면서 ‘화쟁국사’라는 시호가 추존되고 비석도 세워졌어요. 원효가 활동하던 당대 신라 사회에서는 내쳐진 아웃사이더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원효가 민중으로 돌아가 활동했던 10년 동안 그는 백제와 고구려 백성들의 정체성 혼란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다시 말해 삼국통일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실천적인 활동을 하면서 생을 보냈습니다. 이 점을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통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통일을 위해서 노력하되, 또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통일 이후에 북한 주민들이 겪을 정신적인 고뇌, 열등의식 등을 통일 이후에 어떻게 최소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평화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나왔지만, 통일 이후에 남한 사람들이 마치 지배세력이나 침략자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할 게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껴안는 자세로 갈 것인지를 우리 남한 사회에서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통일의 후유증은 굉장히 클 것입니다. 

 

어떻게 통일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통일의 시너지 효과는 최대로 하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가 통일을 해나가는 과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통일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통일의 과정을 어떻게 만드느냐도 중요해요. 우리가 무력으로 북한을 통일한다면 첫째, 북한이 저항함으로써 엄청난 피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중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어서 통일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요. 세 번째, 설령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중국과 대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통일은 되더라도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에는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남북이 합의해서 통일을 한다면 첫째, 피해는 없고 시너지 효과가 있습니다. 두 번째, 중국의 간섭을 받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과 협력하여 동아시아 공동체로 가는 길에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통일로만 끝낼 게 아니라 그 통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통일 이후에 우리 국가의 발전이 좌우되므로, 또 대한민국만의 발전이 아니라 이웃 나라들과 공동으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길로서의 발전이 되도록 통일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또 그것이 오히려 통일의 쉬운 길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렇게 발표해 주신 분들, 참가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통일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통일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력이 아닌 합의에 의한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전문가들과 청중들도 모두 스님의 말씀에 공감하며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특히 통일의 과정 속에서 북한 주민들이 갖게 될 정신적인 고통과 열등의식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에는 설문조사가 시사하는 바가 컸는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더 적극적인 공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심포지엄을 모두 마친 후 스님은 발표자 분들에게 찾아가 악수를 건네고 스님의 새책 ‘야단법석’을 선물하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프레스센터를 나온 스님은 발표자 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서울 정토회관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녁에도 손님이 찾아와 밤늦게 까지 미팅을 더 가진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에 조찬 모임을 시작으로 오전 10시 30분에 용인시청에서 용인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저녁 7시에는 과천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과천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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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심

스님 말씀을 들으니 통일에 대한 의식이 열리고 넓어지는 것 같아요.감사합니다.

2015-11-22 08:45:29

이건주

늘 고마운 말씀. 제가 생각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 계몽운동이 스님의 말씀을 통해 쉽게 이해되고 원한과 저주와 트라우마를 벗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소아병적인 일부 소수의 파벌주의. 적대주의. 분열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주권자들을 만들어 이상적인 모델의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동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11-21 07:49:55

허수정

감사합니다. _()_

2015-11-20 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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