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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은평구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저녁에는 경기대 텔레컨벤션센터에서 수원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먼저 은평 즉문즉설 강연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새벽 예불
기도를 마친 후에는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6시 30분부터는 발우공양에 참석해 대중공사를 함께 했습니다.
대중공사를 마치고는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BTN(불교TV)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BTN에서는 오는 11월2일부터 ‘법륜 스님이 안내하는 붓다의 길, 깨달음의 길’을 타이틀로 인도성지순례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상물을 방영합니다. 이와 관련해 의논을 한 다음 스님은 불교 TV 채널이 앞으로 어떤 컨텐츠를 만들어야 미래 비전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 BTN과 간담회
9시 30분에는 평화재단을 출발해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은평문화예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강연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스님은 대기실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곳 시설관리공단 이사장님이 찾아와 평소 스님의 즉문즉설을 보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스님의 법문 중 한 글귀를 자신이 붓글씨로 쓴 액자를 스님에게 선물했습니다.
▲ 스님의 법문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고 있는 시설관리공단 이사장님
은평문화예술회관은 새벽 6시부터 행사에 사용될 집기 비품을 가지고 서대문정토회에 소속된 서대문, 종로, 은평, 마포법당에서 70여명의 봉사자들이 모여 행사 준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 새벽 6시부터 나와 강연을 준비한 서대문정토회 자원봉사자들
제법 쌀쌀해진 날씨였지만 이른 시간에 모인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위치에서 환경물품과 책 부스와 접수처와 질문 받는 장소 자리 배치를 하였고 내부에서는 여법한 강연을 위해서 “핸드폰을 꺼 주세요” 등 필요한 안내판도 부착하였습니다.
오늘은 비바람이 불어 스산했던 어제와 다르게 화창하게 맑게 개어서 강연장 분위기도 덩달아 밝아진 느낌입니다.
▲ 은평문화예술회관
선착순 입장 때문인지 강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로비는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봄 강연 때와 다르게 젊은 분들이 많이 왔습니다. 강연이 시작될 무렵 1층 좌석이 다 찼으며 스님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등장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은 청중의 환호에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한 후 가을 날씨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요즘 날씨 좋죠? 아침 저녁으로는 약간 쌀쌀한데, 쌀쌀하면 공기가 마치 살짝 무겁게 가라앉는 듯이 느껴집니다. 봄은 따뜻하니까 약간 들뜨는 것 같아요. 그래서 봄에는 마음이 들뜬다고 ‘봄바람 난다’고 하잖아요. 가을에는 마음이 조금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우리 마음이 기후의 영향을 받으니까요.
저는 지난 주말 청년들과 경주에서 보냈습니다. 400여 명의 청년들과 가을 들녘을 다니며 역사 유적지를 안내하고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요즘 교외로 나가면 황금 들녘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집에만 있지 말고 외출을 좀 하세요. 오늘 같은 날은 햇살을 받으면서 산책을 하면 좋아요.”
날씨 이야기와 함께 가볍게 강연을 시작한 스님은 왜 사람은 동물보다 더 뛰어난 존재인데도 더 괴로울 때가 많은지 질문하며 여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사람이 동물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인데도 동물보다 더 괴로울 때가 많아요. 동물이 괴로워서 자살하는 거 봤어요? (청중 웃음)
‘같은 고양이로 태어났는데 쟤는 잘생겼지만 나는 못생겼다’ 해서 자살하거나 시기 질투하는 게 없잖아요. 우리의 정신력이 너무 뛰어나다 보니까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인간이 가진 재능을 우리가 어떻게 바르게 쓸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팔정도(八正道), 즉 여덟 가지 바른 길을 가르치셨어요. 말이라는 게 참 중요하잖아요. 말을 나쁘게 하면 엄청난 상처를 줍니다. 그래서 말을 바르게 하라, 행동도 바르게 하라, 생각도 바르게 하라, 판단도 바르게 하라고 했어요. ‘바르다’라는 기준은 해탈과 열반으로 인도하는 가장 빠르고 바른 길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신·구·의 삼업을 잘못 쓰고 있기에 한 마리 다람쥐보다 인생이 불행합니다. 동물은 행복도 잘 모르겠지만 불행이라는 것도 잘 모르잖아요. 행과 불행을 오가는 진폭이 동물은 한 10 정도라면 우리는 1,000 정도 될 거예요. 그러니 동물은 지옥 갈 일고 천당 갈 일도 없어요. 지옥 가거나 천당 갈 존재는 인간 밖에 없습니다. (웃음)
이렇게 마음을 부정적으로 잘못 써서 괴로운 거예요.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잘못 써서 그렇습니다. 날카로운 칼에 손을 베었다고 칼을 집어던져 버리거나 무디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유의해서 써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 다 마음자리를 잘못 쓰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사실은 괴로울 일이 별로 없어요. 우리보다 못한 토끼며 다람쥐도 잘 살잖아요. 집도 없이 잘 살고, 도토리 먹고도 새끼 낳고 잘 살아요.
50년 전만 해도 어때요? 우리 세대에는 초등학교 밖에 안 나온 친구들이 공장가서 일해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공부시키고, 부모도 봉양하고, 집도 사고 다 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대학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와도 결혼도 못 하고 취직도 못 해요. 집 사는 건 아예 말할 것도 없고, 애도 낳아놓고 못 키운다고 난리죠. 하나 낳아서 키우는 것도 부모에게 갖다 맡겨요. 부모 봉양은 생각도 못 하고, 자기 몸 하나 치다꺼리도 못 해서 부모 밑에 붙어살잖아요. 좋은 조건에서 많은 교육을 받았는데 왜 이렇게 자기 인생 하나도 제대로 못 살까요? 자살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먹고 살기 어려울 때 자살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지금 자살률이 10년, 20년, 30년, 40년 전보다 해가 갈수록 자꾸 높아져요.
‘부모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렇게 해야 하느냐?’ 하는데 무슨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인생을 잘못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잘못 사는지를 잘 모르는 거예요. 이것을 수행적 용어로 말하면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합니다. 늪에 빠지듯이 생각에 빠져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예요. 마약에 중독되어 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이제는 스스로 그 사로잡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님에게 빈다고 될 일도 아니고, 부처님에게 빈다고 될 일도 아니에요. 옛날에 우리가 어려울 때는 ‘빌면 길이 좀 있을까’ 해서 많이 빌었지만, 이런 문제가 빈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이 정신적인 사로잡힘의 늪,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해요.”
사로잡힘의 늪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며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50대 여성분은 이제 1~2년만 직장 일을 더 하여 대출금을 다 갚고 수행에 전념하리라 생각했는데 갑상선암과 자궁근종과 위근종이 생겨서 수술을 받게 되어서 앞으로 직장을 다녀야 할지 그만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고, 60대 여성분은 33살 여자와 34살 먹은 남자의 사주를 물었습니다. 미국 LA에서 산다는 40대 여성분은 늦게 쌍둥이를 낳아서 지금은 육아 휴직 중이지만 내년에 복직을 해야 하는데 직장 동료와의 갈등 때문에 직장으로의 복귀가 망설여진다며 어떤 마음 가짐으로 복귀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20대 여성 분은 108 대참회문의 한 구절의 뜻이 궁금하다며 물었고, 40대 남자 분은 프리렌서 PD로서 오직 한 회사에서 헌신했지만 최근 젊은 사람들이 대거 입사하면서 퇴직을 요구하는 것 같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30대 여성분은 출산 후 우울증이 와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들어 직장은 그만 두고 다시 육아에 전념했는데 여전히 아기 키우는 일이 너무 힘들다며 어찌해야 좋은지 알려 달라했습니다. 30대 남자 분은 대학생 때부터 독립하고 싶었지만 가정 사정으로 독립하지 못했고 그러다가 결혼을 하였지만 지금도 계속 독립하고 싶은데 어찌 하면 좋을지를 물었습니다.
스님의 명쾌한 해법을 들으며 웃으며 박수를 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지만 자녀들을 위해 이혼은 원치 않는 남자 분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최근에 아내가 이혼을 원해서, 얼마 전 거처를 구해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가 잠시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말로는 이혼을 해주지 않는 저와의 관계에서 자신은 숨 쉴 틈이 필요하다 했습니다. 저는 제가 아내를 그렇게 내몰았다는 자책에 겉으로는 아내에게 화를 낼 수 없었습니다. 갈라서자고 할까봐 두려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아내의 태도와 제가 가정을 깨지 않으려고 치른 대가가 떠올라서 제 내면의 원망과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내면에 그런 갈등이 있으니까 우울감과 분노를 오가는 제 옆에서 아내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혼을 재차 원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 제가 제 고통에만 빠져서 주변을 살피지 못한 어리석음을 깨닫고 한번만 더 기회를 갖자고 했으나 처는 늦었다며 굉장히 냉담합니다.
아내는 이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며 이제 그만하자고 합니다. 저는 가정폭력이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견디는 모습을 보면서 ‘저건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싶었기에 사람답게 사는 길을 끊임없이 찾아 왔습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과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는 것, 이 두 가지를 생의 과업으로 삼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자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저와 같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기에, 이혼을 원치 않습니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제가 벗어나야 할 사로잡힘은 무엇인지에 대해 지혜를 듣고 싶습니다.”
“질문자가 볼 때 갈등의 주 원인이 무엇인 것 같아요? 성격 차이인지, 경제력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지, 부부간의 성적인 불만족에서 오는 문제인지... 질문자가 보기엔 어떤 문제가 주된 원인인 것 같아요? 나는 어떤 게 불만이고 아내는 어떤 게 불만인 것 같아요?”
“저는 세 가지 다 그렇게 불만은 없어요. 그런데 처는 그런 제가 내면화된 분노를 이따금씩 표현할 때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 욱 하거나 언성이 높아지는 것들이요. 저는 그게 일상이었지만 처는 굉장히 취약했던 것 같습니다. 언성이 반 톤 정도 높아진다거나 이런 거요. 보통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처는 자기가 거기에 무척 취약하다고 합니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아내가 어릴 때 아버지나 어머니가 그렇게 화를 버럭 내서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다면 그런 걸 못 견딜 수 있어요. 그건 사람에 따라 다 달라요. 그런 걸 별로 문제 안 삼는 사람도 있고, ‘네가 못 벌면 내가 벌지’ 하고 경제력을 별로 문제 삼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거꾸로 남자가 돈을 꼭 벌어 와야 한다며 집착하는 사람도 있죠. 성적 만족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고, 성적 불만족에 굉장히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거예요. 우리는 ‘왜 그걸 갖고 문제를 삼느냐’ 하지만 그 사람한테는 그게 중요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거든요. 지금 아내도 직장 나가고요?”
“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집사람이 훨씬 더 경제력은 있었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돈도 자기가 버는데, 질문자는 돈도 덜 벌면서 성질이나 버럭버럭 내니까 굳이 같이 살 필요가 뭐 있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네요. 돈을 적게 벌면 돈 때문이라도 성질을 받아줘야 하지만요.” (청중 웃음)
“성질을 낸다고 하는 것이 몇 개월에 한 번 정도인데 그런 것은 누구나 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더라고요.”
“글쎄, 매일 성질내는 사람과 같이 사는 사람도 있죠. 그런데그건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내가 무엇 때문에 이혼하자고 하는지 질문자가 잘 모 것 같아요. 첫마디가 ‘좀 자유롭게 살고 싶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때는 질문자와 사는 것에 대해 뭔가 답답증을 느끼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아내가 제게 이혼을 원할 때 4개의 가정을 꾸리는 일이 자기로서는 너무 힘들다고 말했어요. 4개의 가정이라고 하면 친가와 외가, 저희 집, 그리고 그 지역에서 같이 사는 후배들의 가족들일 겁니다. 제가 나이가 많은 선배격이었기 때문에 후배들의 가족들을 두루두루 돌보는 일이 일종의 가정사처럼 되어서 힘들었다는 거죠. ‘나는 당신과 좀 다르게 살고 싶어. 당신이 그 일을 그만둘 사람은 못 되니 가장 현명한 선택은 당신과 내가 따로 사는 것이겠다’ 라고 했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가 되었어요? 아니면 ‘내가 좋은 일 하는데 너는 그것도 이해 못 해주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충분히 그동안 힘들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 관계를 다 정리한 뒤 이사를 오게 된 거죠.”
“어쨌든 그 이야기는 경제적인 부담도 그렇고 집안을 돌보는 것, 그러니까 명절 때 가고 이런저런 뒤치다꺼리 하는 것부터 질문자가 자기 활동 하는 것까지 아내에게 부담을 너무 많이 줬다는 이야기잖아요.”
“그 전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아내에게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많았구나’ 하는 깨달음과 자각을 얻고 나서부터는 제가 그런 부분은 나서서 챙겼죠.”
“시댁에 대한 건 아내가 지금도 부담을 안아요? 전혀 안 그래요?”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그렇게 부담이 될 만한 건 없어요.”
“질문자가 보는 것과 아내가 보는 건 다르죠.” (청중 웃음)
“시댁에 가는 걸 힘들어 한다기보다는 가족관계에 얽히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해요.”
“자칫 잘못하면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아뇨, 전체적인 기운이나 분위기가 좀 격하고 무거운 편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친정 식구들이야 자기 부담이니 자기가 알아서 할 테지만, 그래도 친정에 대해서는 특별한 부담이 없어요?”
“친정에 대한 부담도 가지고 있죠.”
“아이들 공부시키는 비용은 아내가 다 부담을 해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같이 경제활동을 쭉 해왔고, 지금 시점에서 그렇다는 거죠.”
“너무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서 자기를 고집해도 안 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문자가 약간 위축되어 있어요. 자신감이 조금 떨어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인간 심리가 참 묘해요. 너무 목에 힘주고 잘난 척해도 얄밉지만 남자가 너무 위축되면 여자 눈에 남자 같지가 않아요. (청중 웃음)
그래도 큰소리치는 남자가 낫지, 너무 기가 죽어 있으면 남자 같지 않아 보이는 심리가 있어요. 모든 여자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여자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무의식 세계에 남자라면 아버지처럼 강한 존재여야 한다는 게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가 너무 위축되지 마세요. 말 하나에 너무 끄달리지 말고, 눈치보고 쩔쩔매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어요. 당연히 연애해서 결혼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질문자가 ‘좋다, 네가 힘들다고 하니 시간을 좀 가져보자’ 이렇게 좀 받아주고요.
지금은 따로 산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이건 이대로 놔두세요. ‘이혼하자’ 해도 ‘당신 심정은 이해하지만 애들도 크고 그러니까 조금 당신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내가 기다릴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냥 시간을 좀 보내보세요. ‘결혼했으니까 같이 살아야 한다’ 이렇게 애걸하지 말고요. 이혼하자고 해도 그냥 도장 안 찍어주면 이혼이 안 되잖아요.
이혼 소송은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재판장에 가서도 항상 ‘제가 좀 부족해서 아내가 좀 힘들었나 봅니다. 그러나 저는 가정을 유지하고 싶고, 아내가 불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면 개선할 의지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돼요. 그러면 이혼성립이 잘 안 돼요. (청중 웃음)
거기 서서 ‘내가 잘 했네. 네가 잘 했네’ 하면 판사가 딱 보고 ‘이 둘은 같이 못 살겠다’ 이렇게 되거든요. 항상 ‘제가 조금 부족했습니다. 아내 마음을 제가 충분히 건사하지 못해 여기까지 오게 되어 죄송합니다. 약속했다가 잘 안 지킨 게 문제라면, 아내가 이 자리에서라도 제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면 제가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아이들도 아직 어리니 아이들이 스무 살 될 때까지만이라도 가정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릴 때 좀 불행하게 자랐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는 그런 피해를 안 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아내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재판에 가서도요. 아내는 자기가 변호사 사서 서류도 꾸며야 하지만 나는 신경 쓸 게 없어요. (청중 웃음)
아내는 이혼을 하기 위해서 조건을 자꾸 제시할 겁니다. 돈을 얼마 주겠다, 뭘 어떻게 하겠다, 뭘 어떻게 하겠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요. ‘내가 돈 때문에 그런 거 아니다’. 이러다가 괜찮다 싶어질 때 ‘오케이’ 하면 됩니다. 이걸 가지고 싸울 필요가 없는 이야기란 뜻입니다. (청중 웃음)
아까 아내가 외도를 했다 하는데, 질문자가 한번 생각해봐요. 만약 이혼을 하면 질문자에게는 어차피 딴 여자잖아요. 그러면 어떤 남자를 만나든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잖아요. 또 이혼을 한 뒤 둘이 다시 만나면 연인 사이가 되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가정주부와 질문자가 연애를 한다면 그 여자에게는 딴 남자가 있는데도 재미있잖아요. 딴 남자가 있어서 그 남자와는 늘 있고 나와는 가끔만 만나는데도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남편이든 아내든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치면, 그래도 주로 나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가끔만 만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주로 나와 있으면서 가끔씩만 딴 사람 만나는 것에는 난리를 피우고, 주로 딴 남자나 딴 여자 만나다가 나와는 가끔씩만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 제기를 안 해요. 제3자인 제가 보면 이해가 잘 안 돼요. (청중 웃음)
그래서 그걸 두고 꽁해 있는 것 자체가 제가 보기엔 수행을 좀 더 해야 해요. 그걸 좀 놓아버리세요. 어차피 이혼을 하면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거든요. 이혼했다고 속으로 생각을 하고 실제로는 이혼 안 하면 돼요.”
“이혼하자고 하는 말 때문에 그나마 정신이 번쩍 들어서 지난 것에 대한 분노는 좀 놓아졌는데요.”
“이혼하자 했을 때에서야 놓아지면 안 되죠. 자꾸 궁지에 몰려야 반성하고, 반성하면 상대의 요구가 자꾸 세지잖아요. ‘이 인간은 이혼하자고 해야 겨우 반성한다.’ 이렇게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거기에 끌려다니지 말고 툭 놔버리세요. 그리고 매일 108배 절을 하면서 ‘여보, 내가 결혼해서 당신을 번번이 제대로 위해주지 못해 미안해. 그 동안 나하고 산다고 힘들었지? 고마워.’ 이렇게 자꾸 절을 해보세요. 애걸하진 말고요. 그 동안 부족했던 것에 대해 참회하고, ‘그래도 나하고 같이 살아주고 내 애도 둘이나 낳아줘서 고맙다’ 이렇게 참회기도를 하세요. 그쪽에서 뭐라 그러든 신경 쓰지 말고요.”
“그러면 아이들이 스무 살 전까지는 이혼하면 안 되나요?” (청중 웃음)
“아니, 해도 되지만 질문자가 아까 이야기했잖아요. 아이들도 나처럼 되지 않도록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는 상처를 안 주고 싶다면서요. 그러면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스무 살 될 때까지 질문자가 온갖 수모가 있더라도 견뎌야죠. 아까 그 이야기는 빈말이었어요?” (청중 웃음)
“지금은 제가 어찌 한다고 해도 별로 선택의 여지가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왜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서명 안 해주면 되는데요. 선택의 여지는 질문자에게 있어요.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하는 나한테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재판에 가더라도 아까처럼 이야기하라고 가르쳐주잖아요. 가게 되었을 경우에 그렇게 이야기하면 8~90퍼센트는 승낙을 안 해줘요. 아내는 나 때문에 죽네 사네 해도 나는 그냥 싱글벙글 하고 지내면 돼요. (청중 웃음)
기도하고 미안하다고 하고요. 만나면 ‘여보, 미안해. 나 때문에 이혼 소송 하고 다니느라 힘들지? 못 도와줘서 미안해. 그래도 나는 당신이랑 살고 싶어. 나중에 굳이 헤어진다면 아이들이 다 컸을 때 헤어지자. 당신이 원한다면 그때 가서 헤어질 테니, 그때까지는 내가 좀 부족하더라도 좀 잘 봐 줘. 내가 어릴 때 가정불화 속에서 살면서 상처를 입었기에 우리 아이들한테는 그런 상처를 안 주고 싶어서 그래. 내가 남편으로서 좀 부족하다는 건 이해해. 그래도 가족이라는 건 부부만 갖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자식까지 있으니까 당신이 좀 이해해줘.’ 이렇게 너그럽게 자꾸 이야기하고 받아넘기면 돼요. 주장하려 들지 말고요. 그렇게 한 2년 끌다가 재판에 가서 판결이 나면 그때는 받아들이면 돼요. 그 결정은 판사가 하지, 내가 안 해도 되는 거예요. 그런 건 판사한테 맡겨버리면 되지 골치 아프게 내가 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하고 싶으면 대가를 지불하고 하면 되지만, 내가 별로 하고 싶지 않으면 아무 걱정 없어요.
그런데 기도를 해야 해요. 기도란 ‘하나님, 뭐 해 주세요’가 아니에요. 기독교 아니라 불교 신자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째는 ‘당신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하는 참회고, 두 번째는 ‘그래도 나하고 살아줘서 고맙다’ 라는 감사예요. 반성과 감사, 이 두 가지를 다 해야지 하나만 해서는 안 돼요. 자꾸 반성만 하면 심리가 위축됩니다. 그러니 두 가지 기도를 꼭 하세요. 웃어야 하는데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우울해해요?” (청중 웃음)
“네, 고맙습니다.” (청중 웃음과 박수)
“여자들도 너무 남자들 기죽이지 마세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요즘은 너무 기죽이는 것 같아요. 아예 안 산다면 모르지만 같이 살려면 약간 기를 살려주는 게 좋아요. 남자는 굉장히 어리석어요. 잘 한다, 잘 한다 해주면 죽을동 살동 모르고 열심히 해요. 여자처럼 복잡하지 않고 굉장히 단순해요. 그런데 자꾸 이렇게 잡아당기면 기가 죽어서 허수아비처럼 돼요. 그래서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해야 돼요. 조금만 잘 해주면 부려먹기 굉장히 쉬운데...” (청중 웃음)
스님의 답변에 움츠려 있던 질문자도 활짝 웃고, 청중들도 활짝 웃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은 짧게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인생살이가 이래저래 힘들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은 다 정신적인 문제, 즉 생각의 문제, 마음 씀씀이의 문제, 까르마의 문제, 업식의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관점만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바로 행복해질 수 있는데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늘 빠지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관점을 돌이키도록 안내해주는 스님이 있기에 조금은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말씀을 책 속에서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 책을 구입하여 사인을 기다리는 모습이었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인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몇몇 분들에게 오늘 강연의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딸이 스님 강연에 꼭 가보라고 해서 오셨다는 분은 정말 귀한 선물을 받아간다며 좋아했고, 다양한 질문과 명쾌한 답변으로 마음 속까지 시원해졌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어디 가면 스님의 법문을 또 들을 수 있느냐고 물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남의 고민 같지만 다 내 고민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답답하고 막힌 듯한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다고 하며 돌아섰는데 그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였습니다 .
▲ 책 사인회
사인회를 마친 스님은 자원봉사자들과 여러 번의 사진 촬영을 기꺼이 웃으며 응해 주었고 “수고 많으셨어요” 하는 말씀도 잊지 않았습니다.
▲ 오늘 강연을 준비한 서대문정토회 자원봉사자들
서대문정토회 소속의 각 법당에서 온 많은 봉사자들은 가볍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청중들을 보면서 “행사 준비하는 동안에 있었던 수고로움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거리에 족자를 달고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지를 나누어 주며 힘들었던 그 모든 순간들이 보람으로 가득차는 것 같다”고 하며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가게 되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은평문화예술회관을 나온 스님은 지인의 식사 초대로 국수로 점심을 먹은 후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평화재단에서 회의와 미팅을 가진 후 오후 5시 30분에 저녁 강연이 열리는 수원 경기대학교 텔레컨벤션센터로 향했습니다. 수원 즉문즉설 강연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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