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6.3. 울산 교사 멘토링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늘도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일주일만에 찾은 두북에는 여전히 무성한 풀들과 그동안 무럭무럭 자라난 각종 채소와 작물들이 그동안의 날씨가 더웠음을 보여줬습니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아마도 더욱 더 무럭무럭 자라날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풀을 베고 주변정리를 하였습니다. 상추를 솎기도 하고 다른 작물들도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주변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저녁 7시에는 울산 상공회의소에서 교사멘토링 강의가 있으셨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사람들이 많이 안오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잠시 강연장은 꽉꽉 들어찼습니다.

     

오늘 스님 컨디션도 좋아보이시고 얼굴도 좋아 보였습니다. 강연 시작하기에 앞서 다 같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스님 역시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시는 말씀을 많이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어떻게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지 방향도 제시해주시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라고 쭉 들어왔지만 저는 솔직히 교사생활을 밥벌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남들에게 들키지않으려고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제가 잘못했다는 생각도 들면서 진짜 교사가 될 수 있는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자기 밥벌이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든, 의사든, 이 세상에 어떤사람이든, 수행자가 아닌 이상은 먼저 밥벌이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밥벌이를 하고 조금 여유가 남거든 물질적으로 남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이왕지 밥벌이를 할 때에는 밥값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월급 받는 만큼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지식적인 것을 제대로 가르쳐 줘야 되고, 두 번째는 아이들에게 리더역할, 지도자역할을 해야 되기 때문에 아이들 삶에 약간의 모범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부담을 갖고 있는데 가볍게 그래, 난 밥벌이를 한다고 받아들이고 책임을 다하면 됩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너무 지나친 욕심은 안되지만 선생님한테 영어 배워서 나 영어 할 줄 안다.’는 정도로는 가르쳐야 합니다. 또 교사의 직업윤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특별하게 잘해주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아이들이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비난 받는 선생님이 된다면 좀 곤란하겠죠? ‘또 그 선생이가? 저 선생 갔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 들으면 좀 곤란하지요.

     

밥벌이를 너무 안좋게 보지 마세요. 나는 밥값을 하고, 밥벌이를 한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라며 선생님으로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가지고 밥값을 한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임해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은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으로 제가 아이들에게 오냐오냐하는 스타일인데, 우리반이 다른반에 비해서 시끄러운데, 저는 그게 싫지 않고 당연하다고 느끼는데, 제가 없으면 옆반 선생님들이 혼을 내기도 하고, 저에게 애들 잡는 법을 가르쳐 주시기도 합니다. 그분들 말씀도 맞는데, 저의 고민은 선생님들과 부딪히지도 않고, 우리반 아이들을 아이답게 그렇게 키울 수 있는지 그게 고민입니다.”라며 스님께 물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보면

     

1.누구나가 다 자기 살 권리는 있지만 남을 때리거나 죽일 권리는 없습니다. 남을 해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2.남의물건을 뺐거나 훔치면 안됩니다. 남에게 손해 끼치면 안됩니다.

3.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즐겁고자 해서 남을 불행하게 하면 안됩니다.

4.속이거나 욕설을 하면 안됩니다. 말로라도 남에게 손해 끼치면 안됩니다.

5.술을 먹고 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다섯가지 울타리를 정해 놓고 아이들이 이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잡아 주고, 이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것만 지키면 내가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내가 남의 인생에 간섭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5가지 경우가 아닌 이상에는 남이 뭐라고 하던 신경 안 쓰고 살면 됩니다. 남이 어떻게 살던 나도 간섭 안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이란게 이것밖에 없잖아요. 때리고, 뺐고, 성추행하고, 욕하고. 이것 말고 애들이 다른 애들한테 해를 끼치는게 없습니다. 이것은 엄마가 아이가 3살때부터 잡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안잡아주고 학교에 보내니까, 선생님들이 이걸 잡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아이가 수업할 때 존다는 것은 남에게 손해가 없으니까 상관없어요. 성적이 떨어졌다는 것도 남에게 손해가 안됩니다. 오히려 다른 애들 성적 올려줬으니까 좋은거예요.(웃음)

그런데 수업시간에 떠든다는 것은 남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잖아요. 이건 잡아줘야 합니다. 운동장에 내보내서 혼자 좀 떠들고 오라고 하던지 해야 합니다. 졸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자기손해기 때문에 야단치면 안됩니다. 이건 그냥내버려 두는게 아니고 깨우쳐 줘야 합니다. 대부분 이게 구분이 잘 안되는 것 같애요.

     

감정 때문에 야단을 치거나 폭력을 행사하니까, 아이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거예요. 그러니까 교육의 효과가 안나는 것입니다. 옆반 선생님이 수업을 못 할 정도로 시끄럽다는 건 잘못한 것입니다. 우리반에는 문제가 안된다하더라도 다른반에 장애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한 것입니다. 그건 아이들한테 얘기를 해야 합니다. ‘너희들이 자유롭게 하는게 좋고 선생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이웃반에 손해를 끼칠 권리는 없다.’면서 아이들과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음 질문은 중학교 교사인데, “학생이 비상식적으로 행동할 때, 교사로서의 의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합니다. 아이를 붙잡고 지도를 할 때  감정적인 소모가 많아서 힘들 때가 많습니다.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으려면 그런 학생을 대할 때 어떤 자세로 학생들을 대해야 될지 궁금합니다.”라며 스님께 답을 구했습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면 선생님의 입장은 이해가 되는데 관점이 잘못됐어요.

이 아이를 그냥 두면 다른 아이들에게 체면이 안서니까이런 관점은 그 중심이 나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 중심이 나에게 있으면 문제가 해결이 안됩니다. 중심을 아이한테 둬야 됩니다. 중심을 아이한테 두고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버려 두는 게 도움이 될까, 개선하는 게 더 나을까? 아니면 내가 조금 감싸 주는게 더 좋을까? 야단을 치니 어긋나고 하니까 내가 포용하는 게 더 나을까?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이렇게 나를 중심으로 사고를 하지 말고 아이를 중심으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신경을 쓰는 게 아이한테 도움이 되면 신경을 써야 하고, 신경을 쓰는 게 아이한테 도움이 안되면 신경을 쓰면 안됩니다.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중심을 아이에게 두고 관점을 딱 잡으세요.”


 

질문자는 다시 저는 두고 보면서 가만히 두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교사로서 아이를 방치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듭니다.”라고 물으니 스님께서는

가만히 놔둬서 더 좋은 결과가 일어나면 그게 왜 방치예요? 외면과 집착은 같은 것입니다. 나를 중심에 두면 외면과 집착이 항상 왔다 갔다 합니다. 어떤 사람의 변화를 열에 한명이라도 줄 수 있다면 해야 합니다. 변하고 안 변하고는 그들의 일입니다. 내가 할 일은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내가 정한대로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내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내 마음 할 수 있겠어요? 아이들은 약간의 야단을 치면서도 격려도 해줘야 합니다. 내 요구 수준을 좀 낮추면 아이들의 좋은점이 보이지 않을까요?

라고 스님께서 말씀하시니 질문자가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명심해서 좋은 교사 되겠습니다.”라고 하니 스님께서는 그것도 욕심이라며 좋은 교사 되려 하지 말고 밥값하는 적당한 교사가 되라고 하시며 가볍게 임하도록 얘기해 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은 고등학교 교사인데, “같은 학교 교사와의 관계 때문에 질문드립니다. 옆반 교사가 작년에 우리반 아이들중 많은 아이들을 맡았던 교사인데, 우리반 아이들이 조금 산만한데, 우리반 아이들에게 상처받은 얘기를 하고 하소연을 하는데 계속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 선생님의 입장도 이해가 되긴 하는데, 아이편이 되고 나니까 그게 좀 듣기 싫고, 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이 조금 달라서 그런점이 좀 간섭같고 불편합니다.”라고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너무 아이들의 입장에 서게 되면 그 선생님이랑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그냥 많이 힘들었구나하고 들어주면 됩니다. 그 선생님의 성격, 입장, 관점에서는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그 선생님이 옳다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들어주면 됩니다. 그 선생님은 지금 하소연을 하면서 동조를 바라는 것 일뿐입니다. 애들 얘기만 듣고 선생님을 비난할 것도 아니고, 선생님 얘기만 듣고 애들을 욕할 것도 아닙니다. 동조까지는 못해주더라도 받아는 줘야 합니다.

     

아이고, 그랬어요, 힘들었겠네요. 저도 좀 힘든 점이 많이 있어요.’ 하면서 그냥 들어주면 됩니다. 선생님의 요구사항까지는 못 들어주더라도 그냥 말이라도 좀 이해하는 것처럼 해주세요. 깊게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도 좀 안됐잖아요. 자기 편 되달라고 그렇게 애걸복걸 하는건데(대중들 웃음).. 그걸 또 너무 안들어주면 그 사람도 나중에 돌아서고, 사람은 돌아서면 복수를 하려고 하거든요. 섭섭한 것이 그게 다 복수가 되는것입니다. 그냥 편 되어 달라고 하는거니까 그럴 때 편까지는 못 되더라도 들어주기만 해도 보복은 안합니다. 죄송해하는 마음을 내면 들어주는 게 좀 쉽습니다.”

     

스님의 직설적이고도 화끈한 답변들이 너무나도 통쾌하고,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의 강연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정리 안되었던 일들을 한꺼번에 시원하게 정리해주셨습니다. 오늘 강연은 저에게는 다른 때와 달리 시간이 늦어진 줄도 모를만큼 유쾌한 강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님의 말씀 오늘도 정말 깊은 감사드립니다.

 

오늘 강연은 7시에 시작하여 거의 10시가 다 되서야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인회와 기념촬영을 한 후 하루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내일은 부산 해운대 법당에서 불교기본의식에 대한 특별법회가 있습니다.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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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

학교 현장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실제 상황입니다. 문제 학생과의 갈등에서는 학생에게 중심을 두고 생각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교사는 학생 입장에서 학생에게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해결된답니다.

2014-06-06 14:57:52

혜향

스님의 지혜와 통찰력 배워갑니다.<br />글 올려주신 분에게도 감사함 전합니다.<br />고맙습니다._()_

2014-06-05 10: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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