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1.18. 델리 희망세상만들기 강연

오늘은 델리불자회가 준비해서 여는 첫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을 한 뒤 석가족 법당 불상 점안식과 수련을 위해 기차를 타고 UP주 잇따와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인도성지순례단의 마지막 만찬 장소였던 호텔에서의 아침, 스님께서는 인도일정을 함께 하기 위해 남은 JTS 실무자들과 오늘 출국하게 될 해외에서 참가한 순례객들이 온수고장으로 호텔직원들이 양동이에 담아 가져다 준 뜨거운 물로 씻을 수 있도록 챙기시느라 분주합니다. 인도에서의 시간은 뜨거운 물을 가져다 주겠다고 약속했던 시간도, 아침식사 시간도 정해진 시간이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가서 보면 그  때부터 준비해서 가져다줍니다. 20-30분 늦는 것은 기본입니다. 아침을 재촉해 먹고 마중 나온 델리불자회 분들의 차를 해외팀들과 함께 나눠 타고 강연장으로 갔습니다.

해마다 성지순례 이후에 델리불자회 회원들이 마련한 델리법당에서 수계식과 법회를 하셨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일반 교민들을 위한 공개강연을 열게 되었습니다. 마침 한국문화원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원이 되었는데 문화원 원장님이 흔쾌히 강당을 열어주시고 홍보도 해주셔서 델리불자회로서는 처음 맡아서 해보는 희망세상 만들기 공개강연에 대한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습니다  

문화원에 도착하니 한국문화원 원장님의 사모님과 델리불자회 회장님, 총무님 등이 반갑게 맞이해주십니다. 지하층과 지상 4개층으로 된 문화원 구석구석을 스님께 보여드리며 설명하시는 사모님의 모습에서 델리에 한국문화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분들의 자부심과 기쁨이 느껴졌습니다.


한국문화원은 지하층에 강당
, 1층에 로비, 1층과 2층 사이에 전시실, 2층에 허황옥 도서관과 세종학당 2개실, 3층에 사무실, 4층에 태권도협회와 도장이 있는 밝고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2층에 마련된 도서관을 둘러보시고는 '종교관련 서적은 없는 걸 보니 우리 책 중에 종교적이지 않은 책들을 보내드릴까요?' 하십니다. 사모님과 도서관 관계자는 종교관련 책도 좋다고 하시면서 고마워하십니다. 다 둘러보시고 델리불자회 회원들과 차담을 나누신 뒤 지하층에 있는 강연장으로 가셨습니다. 델리에서의 일반 한국인교민을 위한 첫 공개강연은 100명이 넘는 대중이 참가해서 강연장을 꽉 메우고도 넘쳐서 일부는 바닥에 앉아서 들었습니다.

교민사회는 서로 다 아는 사이라서 개인질문을 잘 못하는 특성을 고려해서 스님께서는 여는 말씀에서 특별히 더 자상하게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8명이 질문을 하셨습니다. 인도는 석가모니불의 탄생지인데, 탄신일이 한국에서 알고 있는 날과 왜 다른지 질문한 여성, 자다가 깨면 죽으면 어떡하나 두려워지는데 영혼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질문한 남성, 대학 갈 나이가 된 딸이 있는 50세가 다 되어가는 가정주부인데 친구를 만나도 자꾸 외롭고 공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왜 그런지, 국제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남학생인데 신부가 되고 싶은데 속이 좁아서 내 역량으로도 신부가 될 수 있는지, 친구만 좋아하고 목표를 정해 공부에 집중하지 않아서 문제인 중학생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한 엄마, 직장에 나가려는 사회초년생 여성인데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은지, 스님이 출가하게 된 동기가 되었던 출생 전 어디에서 왔고 죽고 나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셨는지 질문한 여성 등  

이 중에서 대학 갈 나이가 된 딸이 있는 50세가 다 되어가는 가정주부인데 친구를 만나도 자꾸 외롭고 공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왜 그런지, 어떻게 극복하면 되는지 질문한 분에 대한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남편을 극진히 사랑하면 됩니다. 아내가 남편에 대해서, 남편은 아내에 대해서 만족을 못하면 여자는 주로 밖으로 눈을 못 돌리니까 자식에게 마음이 갑니다. 심리적으로는 아이가 남편이 됩니다. 남편이 일찍 죽고 혼자 사는 여자분의 경우 아들이 결혼하면 엄마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유는 아들이지만 남편처럼 되기 때문입니다. 아들이니까 장가보내야 하고 남편으로서는 뺏겨선 안되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이 나쁜게 아니라 이런 이중심리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업주부가 자식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합니다. 밖으로 자기 일이 있으면 집착이 덜합니다.

부부갈등이 있으면 아내는 두고두고 이야기하는데 남편은 왜 그런걸 갖고 그러냐고 합니다. 여자가 속이 좁아서 그런게 아닙니다. 아내는 집에서 그 일을 두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10 100 이 되는 것이고 남편은 밖에서 다른 일을 보아야 하니까 잊어버려서 10 1 이 되는 것입니다. 자기는 잊어버렸는데 이걸 갖고 말하니까 성을 내게 되고, 아내는 잘못한 사람이 성을 낸다 싶으니까 더 섭섭해지는 것입니다.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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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면 갱년기 장애를 거의 못 느낍니다. 아이 키운다고 경황이 없기 때문에 몸이 좀 찌뿌둥 할 뿐이지 그냥 지나갑니다. 그런데 30대에 결혼하면 40대 후반 때 의지할 대상이 없어집니다. 그때 남편은 한창 자기 일에 몰두할 때입니다. 그러니 자기만 붕 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뭐하고 살았나, 이게 뭔가 싶은 것입니다. 그러다 65세쯤 되면 공연이 눈물이 자꾸 납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다 그런 고비를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니 자기 일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아이, 남편만 바라보고 계속 간섭하면 자기만 초라해집니다.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든 봉사든 자기 일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돈을 버는 일보다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런 조건에 있는 다른 주부들과 팀을 구성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남편 일하는 것보다 더 바쁘면 됩니다. 자기가 더 바쁘면 남편이 일찍 들어오기를 바랄까요? 늦게 들어오기를 바랄까요? 기다리는 게 전혀 없습니다. 오늘 바빠서 늦으면 남편이 술 한잔 하고 늦게 들어오면 좋겠다 싶어집니다. 12:00 약속인데 내가 늦어서 12:30에 도착하면 나보다 5분 늦게 온 친구에게 괜찮다 합니다.
 
인간심리가 그렇습니다. 자기가 일이 있으면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수행을 많이 해서 마음관리를 해야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안그러면 특별한 일도 없이 우울해서 병원에 가면 신경성이다, 우울증 초기 증세다, 갱년기 장애다 라고 합니다. 약간의 신체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교회에 가서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더 건강하게 극복하는 길은 봉사활동과 같이 유의미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재능을 세상을 위해서 쓰면 괜찮아집니다.

지금 상태가 외롭다
, 공허하다는 것은 좀 한가하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이 한국에 있으면 제가 주워갑니다. 한가하다는 것, 조건이 좋다는 것이니까요. 정토회에서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분들 중에는 아예 남편보다 늦게 들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편이 불만이지 아내는 미안해서 죄송하다 하고 사니까 여자의 뻔뻔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편들이 저에게 항의하면 '당신 마누라 고개 뻣뻣한 것 내가 고쳐줬잖아' 합니다. (하하하) 밥도 해주고 다 해주지만 매일 잔소리하는 여자가 좋을까요? 고분고분한 여자가 좋습니다. 아내가 자기 역할을 못해서 매일 미안해하니까  남편이 그런 아내에게 불만을 갖다가도 제가 그런 말 하면 수긍을 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이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청소년이 되고 대학을 가게 되면 자기 일이 있어야 합니다. 젊은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면 안됩니다. 가능하면 정을 떼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젊은 남자가 젊은 여자 만나서 살게 됩니다. 안그러면 다른 여자를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엄마가 엄마역할과 여자친구역할을 다 해주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자식이 내 소유물이 아닙니다. 도움이 필요 없어지면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안 도와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자식이 독립할 수 있도록 해야 좋습니다. 마마보이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습니다. 내 아들을 정말 행복하게 하려면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그런 남자, 직업이 무엇이든 자기 가족을 책임지는 남자를 만들어야지 부모밑에 있는 자식으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누구에게 정성을 주라고요? 남편에게 줘야 합니다. 남편도 귀찮아하면 내 일을 갖고 내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자식을 자립시키고 내 일을 갖고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마음에 크게 다가왔습니다  

속이 좁아서 신부가 될 수 있겠는지 질문한 국제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의 질문에 속이 좁을 수록 신부가 되는게 좋아요. 결혼해서 살면 어느 여자 괴롭히려고...” 라는 대답에는 모두 빵 터졌습니다.

사회초년생으로서 두려움을 느낀다며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한 20대 여성에게는 어떤 지식도 경험보다 나은게 없고 책을 통해 아는 지식은 오히려 장애가 될 때가 있지만 경험을 통해 얻는 배움과 지혜는 자기를 행복하게 합니다. 어떤 준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나가기 전에 걱정이 많지 막상 나가게 되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듯이 나가서 경험을 해보세요.” 라는 말씀에는 두려움을 떨치고 가볍게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고등학생부터
50대 주부와 남성까지 다양한 질문을 통해 인생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외에서 참가한 순례객과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는 청년 순례객들도 함께 해서 참 좋았습니다.  

교민들을 위한 이런 좋은 자리를 앞으로도 계속 마련하겠다는 원장님의 인사말을 끝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사진촬영을 한 뒤 정성껏 준비해주신 비빔밥으로 점심을 드신 후 예정된 시간대로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습니다. 기차는 8시간이나 연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다른 분들이 혹시 볼일을 못보게 될까 염려하시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나오시는 스님의 모습에서 늘 주위를 살피고 배려하시는 큰 마음을 배웁니다.

기차역에 가서 알아보니 달리 갈 수 있는 기차편이 마땅치 않아 역 근처 스리랑카절에 방 두칸을 빌려서 들어갔습니다. 델리불자회에서 준비해주신 도시락과 과일 짐 등을 들고 끌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스님과 우리 일행은 긴시간 연착된 기차 덕분에 오히려 한가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잇따와에서의 일정을 함께 논의하고 점검한 뒤 싸주신 도시락을 나눠먹고  스님께서는 이메일 체크와 전화연락 등 몇 가지 업무를 보신 후 휴식을 가졌습니다.  

12시로 연착된 기차는 다시 2시간 15분이 더 늦어져서 점안식 일정에 겨우 맞추어 도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인도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스님 말씀을 실감나게 체험한 하루였습니다.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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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심

감사합니다_()_ _()_ _()_

2014-01-23 10:47:25

진실행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01-21 16:18:32

혜광화

오늘도 생생한 기록으로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 전달받았습니다<br />현장감 있는 느낌으로 <br />스님의 말씀이 들리는것 같습니다<br />다른 한 여인의 남편으로 독립할수 있도록 엄마가 엄마역할뿐만이라<br />여자친구역할까지도 침해하지않도록<br />가능하면 정떼는게 좋다는 말씀 맘에 담아보겠습니다

2014-01-21 09: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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